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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모녀의 가족 찾기 1

hope888 2022. 3. 7. 10:54

제주 삼나무 

 

1. 불규칙한 생활습관이 문제

 

'내 인생을 바꾼 30' 프로젝트에 참가한 세 번째 가족은 서울시 양천구에 거주하는 김광순 씨와 장현, 장진, 장이 세 자매다.

사전 검사 결과 김광순 씨는 비만과 내장지방이 문제였고, 첫째 장현 씨와 둘째 장진 씨는 비만과 간 기능 이상이 함께 확인됐다. 이 같은 증상은 셋째 장이 씨에게서도 나타났는데, 20대 초반의 젊은 나이임에도 그 정도가 가장 심했다.

30일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이 가족의 가장 큰 특징은 어머니 김광순 씨를 제외한 세 딸의 식습관을 비롯한 일상생활이 무척 불규칙하다는 점이다. 뿐만 아니라 식사 및 수면시간 등의 생활방식도 제각각이었다. 무엇보다 세 자매 모두 '제때 정상적인 밥과 반찬으로 끼니를 챙겨야 한다'는 개념이 없는 것이 문제였다.

이런 비정상적이고 불규칙한 생활방식은 이 가족만의 문제적 특징인 '지나친 간식 섭취로 연결되었다. 이들 가족이 하루 섭취하는 과자와 라면, 청량음료 등 간식의 종류와 양을 조사한 결과, 건강이 심히 우려될 정도임이 확인되었다.

한집에서 생활함에도 먹고 활동하고 잠자고 일어나는 생활리듬이 모두 제각각인 상황에서 가족 자체의 의미조차 와해되고 있었다.

단순히 건강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과연 김광순 씨와 세 딸은 30일 프로젝트를 통해 단합된 힘으로 생활습관을 바꾸고, 서로 격려하면서 시너지를 낼 수 있을까?

 

2. 엄마와 세 딸, 한 지붕 딴 식구

 

일요일 아침 9, 김광순 씨 홀로 청소, 빨래, 설거지 등을 하느라 분주하다. 주중에는 온종일 식당일을 하는 그녀로서는 밀린 집안일을 해치울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이 바로 일요일이다. 마룻바닥을 긁는 진공청소기 소리가 요란하지만 장현, 장진, 장이 세 자매의 방은 조용하기만 하다.

집안일을 다 끝낸 김광순 씨는 부엌으로 가 아침 겸 점심상을 차린다. 여전히 세 딸은 아직 꿈나라를 헤매는 중이다. 혼자 식사를 마친 김광순 씨가 거실 소파에 몸을 기댄 채 텔레비전을 켠다.

오후 130, 막 잠에서 깬 첫째 딸 장현 씨가 컵라면에 뜨거운 물을 붓고 있다. 면이 채 익기도 전에 그녀는 그것을 들고 컴퓨터 앞에 가 앉더니 인터넷을 시작한다.

"밥 차려 먹지, 눈 뜨자마자 웬 라면이야? 못 살아."

김광순 씨의 잔소리에도 그녀는 묵묵부답이다.

오후 2, 셋째 딸 장이 씨가 부스스한 얼굴로 방에서 나온다. 그러고는 냉장고를 열고 이것저것 뒤져 밥상을 차린다. 오늘 그녀의 첫 번째 식사다. 30분쯤 뒤, 둘째 딸 장진 씨가 모습을 드러낸다. 비로소 네 식구가 함께하는 일요일이 시작되었다. 세 딸이 모두 일어난 시간, 소파에 누워 텔레비전을 보던 김광순 씨가 조용하다. 낮잠이라도 자나 보다.

오후 3, 컴퓨터 앞에서 시간을 보내던 장현 씨가 동네 슈퍼마켓을 찾는다. 그리고 초콜릿, 쿠키, 치즈 과자, 감자칩, 1.5리터 콜라를 장바구니에 담는다. 집으로 돌아온 장현 씨가 사온 과자들을 풀어놓자 아직 식사를 하지 않은 둘째가 가장 먼저 달려든다. 부스럭 부스럭 소리에 셋째와 김광순 씨도 과자 곁으로 모여들고, 수북하던 과자는 눈 깜짝할 새에 동이 난다.

과자와 콜라로 대충 끼니를 때운 둘째 딸이 일 나갈 채비를 하고 집을 나선다. 그 시간 김광순 씨와 셋째는 남은 과자를 먹으며 텔레비전을 보느라 정신이 없고, 첫째는 커다란 과자봉지를 옆에 끼고 인터넷 서핑에 푹 빠져 있다. 어느덧 520, 김광순 씨 가족의 일요일이 그렇게 저물어간다.

 

3. 밥보다 군것질, 물 대신 콜라

 

156센티미터, 88킬로그램의 김광순 씨는 아침 1030분부터 밤 1030분까지 하루 12시간 식당 주방에서 음식을 조리하고 있다. 지방간이 심해져서 지난해부터 약을 먹고 있다는 그녀는 종종 도지는 위염 때문에 고생이 심하다. 특히 지지난해부터는 무릎도 자주 아픈데, 병원에서는 '몸무게를 30킬로그램 이상 빼라'고 처방했다. 비만과 더불어 온종일 서서 일하는 탓에 무릎관절에 무리가 온 것이다.

하지만 살빼기는 어려웠다. 나름 신경 썼지만 오히려 체중이 더 늘었다. 일하느라 따로 운동할 시간이 없다던 그녀도 사태가 심각해지자 주민자치센터 내 피트니스센터를 찾았다. 두 달 정도 했을까.

운동하는 법도 모르고 혼자 하려니 재미도 없고, 결국 그녀는 두 달 만에 그만두고 말았다.

'왜 자꾸 살이 찔까, 나이 때문일까?' 김광순 씨는 억울하다. 따지고 보면 뭘 그렇게 많이 먹는 편도 아닌데, 입맛이 없을 때는 우유 한잔으로 저녁식사를 대신하기도 하는데 말이다. 가끔 딸들과 즐기는 야식이 문제일까? 분명한 것은 매일 땀 흘려 힘들게 일하지만 그것과 운동은 별개라는 사실이다.

첫째 장현 씨는 155센티미터, 82킬로그램으로 세 딸 중에서 김광순 씨와 가장 비슷한 체형을 가졌다. 담배는 안 피며 술은 회식자리에서 한두 잔 정도 마신다. 대형마트 판매사원인 그녀는 아침부터 밤 9시까지 온종일 서 있는 게 일이다. 평소 장현 씨는 '밥보다 군것질'을 즐기는 편이다. 각종 빵과 과자, 음료수를 좋아해서 밥보다 더 자주 먹는다(다른 두 자매도 마찬가지다). 모처럼 집에서 쉬는 날도 라면이나 군것질거리로 끼니를 때우기 일쑤다. 스트레스를 먹는 걸로 푸는 편인데, 평소 즐기는 음식을 보면 동네 슈퍼마켓에서 손쉽게 살 수 있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오죽하면 월급의 상당량이 자신과 가족들의 간식 비용으로 축날 정도다.

이런 식습관은 직장에서도 마찬가지다. 커피며 주스가 손닿는 곳에 몇 잔씩 놓여 있고, 휴식시간이면 달콤한 초콜릿 등으로 피로를 풀곤 한다. 퇴근 후에는 종종 동료들과 맥주를 마시는데, 이때 안주는 닭튀김 등 기름진 음식이 주종을 이룬다.

먹고 자고 출근하고, 이런 생활이 벌써 몇 년째 계속되고 있다.

변화도, 반성도 없이 그냥 똑같은 하루가 매일 반복되고 있다. 가끔 살을 빼야겠다는 생각을 하지만, 온종일 서서 일하다가 퇴근하면 피곤함에 절어 운동은 생각조차 나지 않는다.

둘째 장진 씨는 164센티미터에 80킬로그램으로, 호프집에서 야간에 일하면서 밤낮이 바뀐 생활을 하고 있다. 새벽까지 일하다 보니 저녁식사도 거의 가게에서 하게 되는데, 보통 오후 6시와 11시에 밥을 먹고 손님이 뜸할 때는 간식도 즐긴다. 또 아침에 집에 돌아와서는 과자 등 군것질거리나 라면을 먹고 잠드는 날이 많다.

장진 씨가 특히 좋아하는 음식은 콜라다. ‘물 대신 콜라'라는 표현을 쓸 정도로 자주 마시는데, 하루에 기본 여섯 캔 이상을 마신다.

어렸을 때는 딸 중에서 가장 허약했던 장진 씨는 고등학교 3학년 때 갑자기 살이 찌기 시작했다. 그전에는 60킬로그램도 안 나가는 체구였다. 그래선지 아직 젊은 데도 "다리가 쑤시고 어깨도 아프다"라는 말을 달고 산다. 병원 진찰 결과 간수치가 무척 높게 나왔다. 얼마 전, 장진 씨는 친구들을 만나러 갔다가 충격적인 얘기를 들었다. 친구 중 한 명이 너 임신했냐?”라고 놀린 것이다. 울면서 돌아온 그녀는 김광순 씨에게 내 배가 정말 그렇게 심각해?” 하고 물었다. 그런데 김광순 씨의 대답이 그녀를 또 한 번 절망케 했다.

"몰랐냐? 너 정말 심각해!"

셋째 장이 씨는 165센티미터에 80킬로그램이다. 초등학교 6학년 때 태권도를 그만두면서부터 몸무게가 늘기 시작했다. 비만은 그녀의 성격까지도 바꿔놓았다. 활달하고 외향적이었던 성격은 온데간데없고 살이 찐 지금은 거의 대부분의 시간을 집 안에 틀어박혀 지낸다. 세상과 담쌓고 지내는 그녀의 일상은 단순하다. 밤늦도록 컴퓨터를 하거나 텔레비전을 보다가 새벽 4~5시에 잠들어 다음날 늦게 일어나는 생활이다. 낮에도 특별히 하는 일은 없다. 간혹 외출하는 날에는 밤늦게까지 친구와 술을 마시고 집에 들어와서는 다음 날 오후까지 뻗어 있다.

현재 장이 씨의 가장 큰 문제는 언니들과 사이가 좋지 않다는 것이다. 특히 둘째 장진 씨와는 한집에 있어도 대화를 거의 안 할 정도로 사이가 무척 나쁘다. 두 사람이 말을 나눌 때는 티격태격 말싸움을 할 때뿐이다. 꼬여 있는 실타래를 풀기 위해서라도 변화가 필요했다.

김광순 씨와 세 딸의 몸무게를 모두 더하면 330킬로그램이 넘는다. 아들의 건강 상태가 이렇게까지 악화된 데에는 몇 해 전에 겪은 아버지의 교통사고가 한몫했다. 그때 크게 다친 아버지가 지방으로 요양을 떠난 뒤로 이 가족의 실질적인 가장은 김광순 씨였다. 남편을 대신해 가족의 생계를 떠맡았지만, 아이 딸린 여자가 할 수 있는 일은 별로 없었다. 근무시간은 길고 작업 강도는 높은 식당일 정도가 대부분이었다. 그때부터였다. 바깥일을 하느라 자연 집안일에 소홀해진 김광순 씨는 딸들의 밥상을 일일이 챙길 수 없었고, 장현씨 세 자매 역시 확 달라진 생활환경에서 스트레스를 받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면서 체중이 늘고, 건강이 나빠졌다.

바쁘다는 핑계도 있지만 그보다는 뚱뚱한 모습을 쳐다보는 주변 시선이 부담스러워 가족 나들이 한 번 맘 놓고 못 한다는 김광순 씨 가족, 이번 기회에 무기력한 일상과 나태한 생활습관을 단숨에 확 날려버릴 수 있을까? (KBS 생로병사의 비밀 제작팀 / 가족의 몸을 살리는 30일 건강습관/ 애플북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