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인 조르바
섭지코지
〈그리스인 조르바>는 크레타섬을 배경으로 광산을 운영하는 주인공과 그의 고용인이 된 조르바 사이에 일어나는 에피소드가 주된 내용인 소설입니다. 자유를 주제로 다룬 고전이 많지만, 그리스인 조르바처럼 매력적이면서 충격적인 책은 없습니다. 만나자마자 자신을 자유로 인정해야 한다고 윽박지르는 사람이 조르바입니다. 가진 것도 없고 잘난 것도 없지만, 세상 앞에 당당한 조르바는 자유로운 삶의 상징적인 인물입니다.
당신은 내가 인간이라는 걸 인정해야 한다. 이겁니다.
“인간이라니, 무슨 뜻이지요?"
"자유라는 거지!" - <그리스인 조르바> 중에서-
자유롭게 살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이 뭘까요? 당연히 돈입니다. 돈이 많으면 하고 싶은 일도, 갖고 싶은 것도 마음껏 누릴 수 있습니다. 그래서 열심히 일하고 돈을 모읍니다. 하지만 돈이 충분히 모이기 전에는 절대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그렇게 시간만 가고 돈도 자유도 점점 벌어지기만 합니다. 우리 삶을 지배하는 것은 걱정과 불만인 듯합니다. 애들이 좋은 직장에 취직할 수 있을까?, 연금으로 생활하는 데 지장은 없을까?', '큰 병이라도 걸리면 어떻게 할까?' 등 온통 걱정입니다. 걱정은 불만으로 이어집니다. 부족한 자신에게 불만, 자기를 알아주지 않는 사람들에게 불평, 꼬여버린 현실에 한탄이 튀어나옵니다. 이런 상황이라면 가장 빠르고 확실한 처방이 있습니다. 바로 조르바를 만나는 것입니다.
1. 자기답게 사는 자유로움
조르바가 사는 법은 화끈하게 하는 것입니다. 제대로 끝장을 보는 것이죠. 조르바는 일을 할 때 일에 온전히 몰입합니다. 일 외에는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습니다. '하기 싫다', '대충 끝내고 뭐할까' 하는 생각 따위는 하지 않습니다. 오직 눈앞의 일만 생각합니다. 집을 짓든, 탄광을 뚫든 모든 정신을 그것에 쏟아 붓습니다. 목수가 못 하나 박을 때 승리하듯이 손을 움직일 때마다 그는 승리합니다.
"일할 때는 말 걸지 마! 똑 부러질 것 같으니까."
"모든 문제가 일을 어정쩡하게 하기 때문이에요. 말도 어정쩡하게 하고 선행도 어정쩡하게 하는 것, 세상이 이 모양 이 꼴이 된 건 다 그 어정쩡함 때문입니다. 할 때는 화끈하게 하는 겁니다. 못 하나 박을 때마다 우리는 승리해 나가는 겁니다." - 〈그리스인 조르바> 중에서 -
비결은 피하지 않는 것입니다. 일이면 일, 놀이면 놀이, 사랑이면 사랑, 술이면 술, 그것에 자신을 온전히 던집니다. 그에게는 브레이크가 없습니다. 꽈당, 부딪히는 걸 두려워하지 않고 깨지는 것을 환영합니다. 부딪혀 결딴이 나도 손해 볼 것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빈손으로 와서 빈손으로 가는 것이 인생이기 때문입니다. 살아남기 위해서 사는 것이 아니라, 자기답게 살기 위해 사는 겁니다. 그는 어떤 것에도 의존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자유롭습니다. 그는 진정한 젊은이입니다.
산다는 게 뭘 의미하는지 아시오? 말썽거리를 만드는 게 바로 삶이오." - (그리스인 조르바> 중에서 -
이런 열정과 힘은 어디에서 나올까요? 관심 있는 것, 좋아하는 것에 관한 호기심과 열정에서 옵니다. 다른 사람이 예사로 보아 넘기는 것을 조르바는 놀라운 수수께끼처럼 봅니다. 지나가는 여자만 봐도 큰일이나 난 듯이 그 신비한 정체를 탐색하려 듭니다. 나무에 핀 꽃을 보든, 냉수 한 컵을 마시든, 친한 친구를 만나든 오늘 처음 보는 듯 대합니다. 그는 삶을 느낄 줄 압니다.
2. 열정 가득한 살아있는 인생
조르바는 떠도는 사람입니다. 가진 것이라고는 주머니에 든 동전 몇 푼뿐입니다. 그런데 왜 자유롭고 행복할까요? 돈과 안정이라는 현실의 족쇄를 끊었기 때문입니다. 돈을 위해, 안정을 위해 살지 않습니다. 지금 눈앞에 있는 것, 좋아하는 것을 위해 삽니다. 돈 걱정 때문에 인생을 미루지 않습니다. 늘 미루기만 해서는 행복할 수가 없습니다. 행복하려면 지금 행복해져야 합니다. 많이 가져서 행복한 것이 아니라, 나답게 살기 때문에 행복한 것입니다.
책에는 조르바와 반대 성향의 인물이 등장합니다. 마을의 유지인 아나스티 영감입니다. 밭도 있고, 과수원도 있고, 이층집도 있는 부자입니다. 그의 말이라면 아들, 손자는 물론이고 동네 사람들까지 모두 복종하며 따릅니다. 그런데 인생이 괴롭습니다. 삶이 의지로 불타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복잡한 세상일이 귀찮아 피하고 싶습니다. 그는 노인입니다. 하지만 단지 나이가 많다고 노인이 아닙니다. 나이가 지긋해도 의욕으로 불탄다면 젊은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세상에 관한 호기심으로 그것에 빠져들어 흠뻑 젖을 수 있는 사람은 젊은이입니다. 도서관이나 복지관에 가보면 연세 많으신 분들이 역사나 인문학에 배움의 열정을 불태우는 장면을 자주 보게 됩니다. 배우는 것이 좋고 재미있어서 시간가는 줄 모른다고 합니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무엇에 빠져서 살 수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살아있는 인생이 아닐까요?
조르바, 이리와 보세요! 춤 좀 가르쳐 주세요!" - (그리스인 조르바> 중에서 -
3. 두려움 없는 자유인
책의 주인공과 조르바는 함께 탄광사업을 합니다. 철탑이 붕괴하여 탄광이 잿더미로 변해버리는 큰 실패를 경험하게 됩니다. 최악의 상황에서 주인공과 조르바는 춤을 춥니다. 살다 보면 실패도 하고, 좌절도 하며, 다치기도 합니다. 그것 또한 나의 인생입니다. 인생은 안 좋은 일을 받아들일 수 있는 능력에 좌우됩니다. 조르바는 실패 앞에서도 당당합니다. 다시 시작할 수 있으니까요. 어떤 것도 자신을 무너뜨릴 수 없다는 것을 그는 알고 있습니다.
(그리스인 조르바>는 노벨상 후보로 몇 번이나 이름을 올렸던 그리스 문학가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소설입니다. 조르바는 카잔차키스가 여행을 하면서 실제로 만났던 사람으로 그의 삶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인물이라고 합니다. 카잔차키스는 문학가이기도 했지만 혁명가이기도 했습니다. 그의 삶도 조르바만큼이나 도전적이고 열정적이었습니다. 평생을 해방과 자유를 추구하며 살았던 카잔차키스의 묘비에는 이런 말이 새겨져 있다고 합니다.
나는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다.
나는 아무것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나는 자유인이다. (안상한 작가 / 『공무원연금』 / 2022년 4월 호).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