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루코사민, 정말 건강에 좋을까?
효도상품으로 널리 팔리는 건강기능식품에도 유행과 주기가 있습니다. 관절 건강을 돕는다는 글루코사민도 심한 부침을 겪은 건강기능식품에 속합니다.
최근 공중파 TV에 출연한 국립암센터 명승권 교수는 “글루코사민, 자일리톨, 홍삼, 유산균, 비타민, 오메가3 지방 등을 10년간 메타분석(meta analysis, 기존 연구논문을 분석)해 봤는데 모두 효과가 없는 것으로 나왔다”라고 밝혔습니다.
1. 효과 없다?
글루코사민 효능(기능성) 논쟁에 불을 붙인 것은 10년 전 영국의학저널(BMT)에 실린 스위스 베른대학 페터 위니 교수팀의 연구 결과였습니다. 위니 교수팀은 당시까지 수행된 10건(대상자 3,803명)의 연구 결과를 분석했는데 글루코사민과 콘드로이틴을 따로 섭취했거나 둘을 함께 먹었더라도 “임상적 관점에서 볼 때 눈에 띄는 효과는 없었다”라고 밝혔습니다.
이 연구팀은 또 위가 약한 환자가 글루코사민을 장기 복용하면 위장장애가 더욱 심해진다고 지적했습니다.
국내에선 2019년 2월 한국보건의료연구원(NECA)이 글루코사민, 콘드로이틴 두 성분의 치료 효과(통증 완화, 손상 부위 회복 등)의 근거를 찾지 못했다고 주장했습니다.
글루코사민과 콘드로이틴의 임상적 효용성 평가는 올해로 개원 10년째인 NECA의 첫 번째 연구이자 성과였습니다. 그 후 글루코사민에 대한 건강보험 급여가 중단됐고 그에 따라 의료재정도 94억 원을 아낄 수 있었습니다.
NECA에 이어 대한의학회와 대한의사협회도 글루코사민의 퇴행관절염 치료 효과가 의문시된다고 밝혔습니다. 2000년 이전에 효과가 있다는 논문이 다수 발표됐으나 그 이후에 나온 논문은 대부분 부정적이란 점을 그 근거로 내세웠습니다.
2. 효과 있다
2004년 글루코사민의 효능(기능성)과 안전성을 인정했던 당시 식품의약품안전청(현 식품의
익품안전처)의 의견은 달랐습니다. 의학회나 의협과 같은 방식(논문 검토)으로 글루코사민의 효과를 검증했는데 퇴행관절염, 특히 무릎에 그 나름의 효과가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반박한 것입니다.
NFCA, 식약처 등 두 기관의 상반된 평가로 소비자가 혼란스러워하자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식약처는 글루코사민의 기능성, 안전성을 재평가했습니다.
식악처의 재평가 결과는 2019년 1월에 나왔습니다. 글루코사민 염산염은 류머티즘성관절염 증상 완화는 물론이고 무릎 골관절염에도 효과적이란 것이 재평가의 핵심 내용입니다.
한편 글루코사민 황산염 섭취는 십자인대 재건 치료에 효과가 나타나지 않았으며 고관절염 증상 완화에도 효과가 나타나지 않아 대조를 보였습니다.
3. 구체적인 치료 효과 언급하면 과대광고
글루코사민 등 건강기능식품의 효능을 검증하기 위한 인체시험은 반(半)건강인을 대상으로 합니다. 반건강인은 환자가 아닙니다.
글루코사민의 인체시험 대상도 병원에서 관절염 진단을 받은 환자가 아니라 '요즘 들어 관절이 예전 같지 않다 거나 '날씨 탓인지 관절 통증이 심하다'라고 호소하는 사람이었습니다.
국내에서 글루코사민은 건강기능식품과 의약품으로 시판이 허용돼 있지만 이런 이유로 광고에서 '글루코사민이 관절염 치료에 이롭다'는 등 구체적인 질병 관절염 치료 효과를 내세우면 불법(허위과대광고)인 것입니다.
4. 새우, 게 알레르기 있다면 금물
글루코사민은 관절 연골의 구성 성분입니다. 체내에서도 합성됩니다.
새우, 게, 바닷가재 등 갑각류와 굴 껍데기(키틴)에서도 주로 얻습니다. 포도당(단순)과 글루타민(아미노산의 일종)의 합작품이어서 ‘아미노당' 으로도 불립니다.
일반 당질처럼 에너지원으로 사용되기보다 신체 조직(뼈, 인대, 피부, 눈, 손톱 등)을 만드는데 주로 쓰입니다.
글루코사민의 대표적인 부작용은 알레르기입니다. 글루코사민은 갑각류를 이용해 제조하므로 갑각류 알레르기가 있다면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임산부나 모유를 먹이는 여성에게는 안전성이 확인되지 않았으므로 섭취하지 않는 것이 원칙입니다.
체내에서 인슐린 효과를 떨어뜨릴 수 있고 혈당을 올릴 수 있어 당뇨병 환자도 피하는 게 좋
습니다.
일본 NHN(국립 건강영양연구소)은 당뇨병 환자가 글루코사민 섭취 시 혈당 체크에 더욱 신경 쓸 것을 당부했습니다.
독일 연방위해평가원은 항응고제인 쿠마린을 복용 중인 환자가 글루코사민을 섭취하면 항응고 효과가 배가돼 출혈 위험이 높아진다고 경고했습니다.
골다공증(뼈 엉성증) 예방을 위해 글루코사민을 먹는 것은 헛수고이기 쉽습니다. 편두통, 요통, 우울증, 턱관절 장애를 완화하기 위해 글루코사민을 섭취하는 것도 난센스입니다.
최근 11년간(2006년 1월 ~ 2018년 5월) 식약처 산하 식품안전정보원의 건강기능식품 이상 사례 신고센터에 접수된 글루코사민 섭취 후 발생한 이상 사례(부작용) 건수는 모두 44건입니
다. 전신권태감, 황달, 간 독성, 상복부 통증, 변비, 안압 상승 등이 신고된 주요 부작용이었습
니다.
5. 건강기능식품이지 의약품은 아냐.
그렇다면 글루코사민은 굳이 사 먹을 필요가 없는 것일까요. 관절염 환자가 글루코사민에만
의존하는 것은 득보다 실이 많습니다. 의료계도 관절염 초기에 글루코사민만 먹고 버티면서 치료를 하지 않는 것은 위험하다고 지적합니다.
글루코사민은 보조제로 섭취해야 합니다. 글루코사민은 건강기능식품이지 의약품이 아니므로 극적인 효과를 기대하면 안 됩니다.
또한 글루코사민을 하루 섭취 권장량 이상으로 과다 섭취하면 설사, 복통, 구토 등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식약처는 최근 글루코사민의 하루 섭취량을 1.5~2g에서 1.5g으로 줄였습니다.
하루 1.5g을 두세 번에 나눠 복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효과는 적어도 한 달 이상 복용해야 나
타납니다.
글루코사민은 콘드로이틴과 함께 복용하면 통증 완화 효과가 높아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상어나 소의 연골 성분이어서 흔히 '상어 연골‘로 알려진 콘드로이틴(하루 1200mg)은 관절 안으로 물을 많이 빨아들이는 역할을 합니다.
단, 아스피린 등 혈액을 묽게 하는 약을 복용 중인 사람은 콘드로이틴이 든 제품을 먹으면 안됩니다. (박태균 한국식품커뮤니케이션 포럼 회장 / 『공무원연금』 2019년 8월 호).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