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중모색, 암을 이긴 사람들의 비밀 5 - 콩의 놀라운 항암효과

콩은 예로부터 고단백 저칼로리의 완전식품이자 장수인들의 식탁에 빠지지 않는 건강식품이었다. 성분을 자세히 살펴보면 콩은 식물성 식품으로는 드물게 양질의 단백질이 풍부하고 우리 몸이 만들지 못하는 필수 아미노산을 골고루 함유하고 있다. 게다가 콩 단백질은 쇠고기 단백질에 비해 지방이 훨씬 적고 칼슘이 많다.
최근에는 지금까지 알려진 효능 외에도 암의 예방에도 콩이 효과가 있음이 밝혀지고 있다. 특히 여성암의 예방에 커다란 효능을 보이는데 이러한 콩의 효능은 과연 어디서부터 오는 것일까? 그동안 잘 알지 못했던 콩의 세계로 들어가 보자.
1. 콩 먹는 사람들, 콩이 여성암을 예방한다.
근래 들어 유방암을 비롯한 여성암 예방에 효과적인 식품으로 떠오르고 있는 콩, <생로병사의 비밀> 제작진은 한 건강음식 전문 요리교실에서 얼마 전 유방암 수술을 받은 최정화(35) 씨를 만났다.
"이렇게 젊은 나이에 암이 올 거라고는 정말 생각도 못했어요. 의사선생님들도 놀라세요. 이렇게 젊은 사람이 벌써 암이냐고…. 제가 다른 사람보다 인스턴트나 기름진 음식을 너무 좋아해서 그러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많이 해요."
인스턴트 일색이던 최정화 씨의 냉장고는 수술 후 백팔십도 달라졌다. 청국장을 비롯해 유기농 유정란, 브로콜리, 미나리, 두부 등 암환자에게 좋다는 요리 재료들로 냉장고가 가득차 있다.
최정화 씨는 평소 싫어하던 콩도 열심히 챙겨 먹기 시작했다. 샐러드를 만들 때면 두부도 빠뜨리지 않고 넣고, 된장 덮밥도 자주 만들어 먹는다. 된장이나 두부를 통해 콩의 영양가를 충분히 섭취하기 위해서다.
유방암 환자인 최정화 씨가 즐겨 먹는 콩 음식, 과연 콩은 유방암과 어떤 관련이 있을까?
전문가들에 따르면 유방암의 가장 큰 위험인자는 바로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이다. 에스트로겐은 그 자체가 암의 위험인자이기도 하고, 활성산소를 증가시켜 암의 성장을 돕기도 한다. 에스트로겐은 세포가 가진 특정 수용체와 결합해 세포의 핵으로 들어가 암이 자라도록 신호를 보낸다. 그런데 콩에 들어 있는 에스트로겐과 비슷한 물질인 이소플라본이 세포의 수용체와 먼저 결합하게 되면 체내의 에스트로겐은 결합할 수용체를 잃게 되고, 결국 암의 발생이나 성장이 억제되는 것이다.
콩의 이로운 점은 이것만이 아니다. 콩에 들어 있는 사포닌 성분은 암의 전이를 막아주는 것으로 밝혀졌다. 숙명여자대학교 식품영양학과 성미경 교수팀은 폐로 전이되는 대장암 세포를 쥐에 투여한 후 콩 사포닌을 먹이는 실험을 진행했다. 실험 결과 쥐의 폐종양이 눈에 띄게 줄어들었는데, 이는 콩 사포닌이 염증을 일으키는 물질의 생성을 방해해 대장암이 폐로 전이되는 것을 억제했기 때문이다.
최근 발표된 한 논문에 따르면, 콩을 많이 먹는 여성들은 전체 여성암의 발생률이 40% 정도 낮았고, 특히 난소암에 걸릴 위험은 절반이나 낮다고 한다. 이처럼 콩과 여성암은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이기 때문에 여성암을 예방하려면 콩이나 두부, 콩나물 같은 음식을 자주 먹는 것이 좋다.
그렇다면 우리 민족이 아주 오래 전부터 먹어왔던 콩발효식품인 된장의 항암효과는 어떨까?
2. Doctor Says: 여성호르몬의 두 얼굴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은 두 얼굴을 가지고 있다. 에스트로겐이 있어야 여성답게 여성의 상징이 나타나는데, 유방암에서는 이런 여성호르몬이 유방조직에 있는 여성호르몬 수용체에 붙어서 암을 발생시키거나 이미 발병한 암을 더 키우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 백남선 교수(건국대학교병원장)
3. 발효의 비밀, 된장의 항암효과
우리나라의 된장과 청국장, 일본의 미소와 낫토, 중국의 두시와 루푸, 인도의 스자체, 태국의 토아나오, 부탄의 리비와 잇빠, 네팔 키네마 등 이름과 모양은 달라도 세계 여러 나라에서 콩으로 만든 전통 발효식품을 가지고 있다.
우리 민족의 전통적인 콩 발효식품인 된장도 앞서 살펴본 콩처럼 암 예방 효과가 있을까? 이런 물음에 대해 부산대학교 식품영양학과 박건영 교수팀은 실험실에서 배양한 인체의 위암 세포에 된장 추출물을 저농도와 고농도로 각각 처리하고 그 차이를 확인해 보는 실험을 진행했다.
된장을 넣지 않았을 때에 비해 된장을 넣었을 때 암세포의 숫자가 눈에 띄게 감소했고, 된장의 농도가 짙을수록 암세포는 더 많이 줄어들었다. 특히 주목할 점은 고농도의 된장을 위암 포에 처리했을 때 암세포의 형태가 변하며 스스로 사멸하는 아폽토시스 현상이 일어났다는 점이다. 이 실험 결과를 분석한 박 교수팀은 된장에 들어 있는 성분들이 암세포의 성장을 더디게 하는 것은 물론이고, 아폽토시스를 유도해 스스로 암세포를 죽게 만들었다고 보고 있다.
박 교수팀은 여러 다른 실험을 통해 된장의 주목할 만한 효능을 많이 밝혀냈는데, 대표적으로 된장의 효과는 어느 특정한 단계에서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암이 형성되고 자라는 모든 단계에 걸쳐 있다는 것과 오래된 된장일수록 암세포 성장 억제효과가 뛰어나다는 점을 밝혀냈다. 박 교수팀은 쥐에게 폐로 전이되는 암세포를 투여한 다음, 된장 추출물을 투여한 쥐와 투여하지 않은 쥐의 보름 후 상태를 비교해보았는데, 된장 추출물을 투여한 쥐의 경우 된장을 투여하지 않은 쥐에 비해 폐종양의 수와 크기가 훨씬 작았다. 또 된장의 발효기간에 따라 암세포의 크기도 차이가 있었다.
항암과 노화방지 효과를 가지고 있는 갈변물질은 발효기간이 길수록 그 양이 증가하기 때문에 '묵은 장일수록 좋다.'는 우리 선조들의 말이 입증된 셈이다. 이렇듯 된장은 단순한 식품을 넘어서 우리 몸에 좋은 건강식품이다. 우리끼리만 먹는, 냄새나는 음식으로 치부됐던 된장이 이제 과학적 분석을 통해 항암효과가 있는 건강식품으로 다시 태어난 것이다.
4. Doctor Says: 묵은 장이 몸에 좋다
된장은 시간이 지나면서 갈변물질을 만드는데, 이 갈변물질이 항산화 효과를 가지고 있어 노화도 억제하고, 항암효과도 아주 뛰어나다. 그런데 오래 묵은 된장일수록 갈변물질이 더 많이 들어 있어 항산화 작용효과도 더 크다. -박건영 교수(부산대학교 식품영양학과)
5. 청국장으로 찾은 새 인생
11년 전, 3기 대장암으로 수술을 받았던 고정화(62) 씨가 검진을 위해 오랜만에 병원을 찾았다. 검진 결과, 현재 고정화 씨의 몸은 재발이나 전이 없이 건강한 상태다. 대장의 30cm를 잘라내는 큰 수술과 기나긴 항암치료가 지나간 뒤에도, 고정화 씨의 고통은 좀처럼 끝나지 안 않다.
“먹으면 다 구토하고 비위가 상하고 그랬는데, 제가 어렸을 적에 엄마가 큰 시루에 콩을 삶아서 아랫목에서 띄우고 두부 넣고 끓여서 주던 청국장, 그게 그렇게 먹고 싶더라고요."
잃어버린 입맛을 되찾아준 청국장, 그날 이후, 고정화 씨는 청국장을 직접 띄워 먹기 시작했다. 청국장을 먹으면 몸이 편했고, 특히 변 보기가 편해 하루도 거르지 않고 청국장을 챙겨 먹었다.
청국장뿐만 아니다. 고정화 씨의 냉장고 안에는 넝쿨콩, 강낭콩, 동부콩 등 온갖 콩들이 빼곡히 들어차 있다. 청국장을 통해서 입맛과 건강을 찾은 고정화 씨는 하루라도 콩을 멀리하는 일 없이 오늘도 콩 사랑을 적극 실천하고 있다.
눈이 내린 강원도 철원군, 최복순(55) 씨가 거실에서 분주하게 청국장을 만들고 있다. 지난 10년 간 최복순 씨가 일주일에 한 번씩 거르지 않고 해온 일이다. 그녀가 청국장 마니아가 된 것은 99년 유방암 3기 판정을 받고 수술을 받으면서 부터였다. 그때만 해도 현재와 같은 생활이 가능할 줄은 몰랐다.
“유두에서 피고름이 쏟아질 정도인데도 안 아프니까 이상하다, 문제가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검사를 받았더니 3기가 지났대요. 유방과 겨드랑이, 임파선까지 암세포가 퍼져서 다 수술을 했다고 하더군요.”
암 수술 후 최복순 씨가 청국장을 찾게 된 것은 어린 시절의 기억 한 토막 때문이었다.
"제가 초등학교 2, 3학년쯤 됐을 때 친정 고모가 젖몸살을 앓는다고 그러는데 젖에서 피고름이 나더라고요. 생각해보니까 내 증상도 고모와 똑같아. 그때 우리 할아버지가 청국장을 만들어서 고모를 주더라고요. 그걸 먹고 나서 고모도 괜찮아졌죠."
현재는 암 완치 판정을 받은 최복순 씨. 그녀는 생사의 갈림길에서 건강을 되찾은 이유가 청국장 때문이라고 굳게 믿고 있고, 가족들 역시 그녀와 함께 청국장을 즐겨 먹고 있다.
6. Doctor Says: 콩이 유방암을 예방한다
유방암을 예방하는 음식으로 특히 콩을 많이 이야기한다. 그 이유는 콩 단백에 들어 있는 이소플라본 때문이다. 이소플라본은 인체 에스트로겐을 대체할 수 있고 일반적으로 생물 반응을 순화시킨다고 알려져 있다. 특히 동양인의 콩 섭취는 유방암 감소에 중요한 기여를 한다.
-노동영 교수(서울대학교병원 유방센터)
7. 콩의 재발견
동양에서는 콩을 일찍부터 즐겨 먹었던 것에 비해 서양에서는 콩이 상대적으로 배척당했다. 서양에서의 콩은 주로 가축의 먹이로 사용되거나 하층민의 음식으로 인식되곤 했다. 콩의 놀라운 효능을 뒤늦게 깨달은 서양에서는 1990년대 이후부터 많은 연구가 진행되면서 콩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하고 있다. (허완석 엮음 / 『암중모색 암을 이긴 사람들의 비밀 <생로병사의 비밀> 제작팀』 / 비타북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