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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四) 모녀의 가족 찾기 3

hope888 2022. 3. 8. 08:36

 

1. 우리의 프로젝트는 앞으로도 계속 ‘진행형’

 

한 가족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먹는 것도, 자는 것도 다 제각기였던 비만 모녀가 30일 프로젝트를 통해 하나로 뭉쳤다. 규칙적인 일상생활과 바른 식습관을 위해 노력한 결과, 체중 감량은 물론 정상적인 가족관계를 회복할 수 있었다.

"30일 동안 집안 분위기 자체가 밝아진 것 같아요. 아이들 표정도 예전에는 많이 어두웠는데 이젠 아주 환해졌어요. 제 인생에도 많은 변화가 찾아왔고요. 사실 그동안은 아픈 무릎 때문에 운동을 거의 안 했어요. 그런데 주치의 선생님이 걷는 게 몸에 좋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아침저녁으로 열심히 걸었죠. 그랬더니 확실히 달라진 걸 느끼겠더라고요. 주방에서 12시간 넘게 서 있어도 별로 아픈 걸 못 느끼겠고, 아침에 출근할 때도 서너 정거장 되는 거리를 걸어 다닌답니다. 예전에는 30분만 걸으면 숨이 차서 더 움직일 수 없을 정도로 다리도 무거웠는데, 운동을 꾸준히 하니까 많이 가벼워진 느낌이에요. 프로젝트는 이제 끝나지만, 저희는 이대로 계속 생활할 겁니다.”

김광순 씨는 가족 사이도 전보다 많이 좋아졌다고 말한다.

“이제야 가족이 좀 가족다워진 것 같아요. 예전에는 저랑 세 딸들이랑, 정말 한집에 살면서도 남남처럼 지냈어요. 각자 생활이 다르다 보니까 넷이 한상에 앉아서 밥을 먹는 게 1년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했죠. 대화도 점점 없어지고, 한 식구끼리 서로 서먹서먹할 때도 많았어요. 그런데 프로젝트를 같이 하면서부터 달라졌어요. 제시간에 같이 식사하고 운동하면서 서로 얼굴을 대할 일도 많아졌고요.

함께 있을 때마다 제가 계속 대화를 유도했더니 이젠 애들이 몰라볼 정도로 변했어요. 그동안 서로 챙겨주고 아껴주는 마음이 왜 없었겠어요? 가족인데………. 요즘은 시키지 않아도 서로 속마음을 털어놓고 스스럼없이 상담도 해주네요. 우애 있게 지내는 걸 보니 제 마음이 흡족해요. 생활방식도 많이 달라졌고요."

첫째 장현 씨의 표정에서도 만족스러움이 묻어난다.

"몸도 조금 가벼워진 것 같고, 또 얼굴살이 좀 빠져 보인다는 말을 들었어요. 기분이 좋더라고요. 전에는 허리가 많이 아팠는데, 그게 조금 없어진 것 같기도 하고요. 음식 조절이 가장 힘들었어요. 운동시간이 많지 않은 것도 좀 아쉽고요. 직장인들이 대개 그렇겠지만, 쉬는 날 빼고 일주일에 5일 정도는 운동할 시간이 거의 없었거든요. 게다가 저는 퇴근시간이 남들보다 좀 늦어서……. 하지만 이젠 건강해지려면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조금은 알게 된 것 같아요. “

둘째 장진 씨는 얼마 전 친구들과 만났을 때의 경험을 털어놓는 다. 목소리에서 자신감이 느껴진다.

“친구들이 맥주 마시고 치킨 안주 먹을 때 저는 물만 마셨어요. 진짜 힘들었는데, 나름 뿌듯하기도 하더라고요. '아, 내가 이렇게 변했구나' 하는 마음 있잖아요. 눈앞에 먹고 싶은 게 있는데 꾹 참아 내다니, 스스로 대견했어요. 몸이 가벼워진 건 확실해요. 환절기에 심한 감기도 잘 걸렸는데 지금은 덜 한 것 같고요. 변화는 이제부터가 시작이잖아요. 이번 기회에 꾸준히 노력해 보려고요."

언니들의 이야기를 조용히 듣고 있던 셋째 장이 씨가 드디어 입을 열었다.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기, 아침저녁 제시간에 밥 먹기……. 다른 사람들한테는 아무것도 아닌 일이지만 저한테는 정말 대단한 도전이고 엄청난 변화였어요. 생활이 바뀌니까 나름 기분 좋더라고요. 그것만 잘 지켜도 전보다는 훨씬 건강해질 것 같아요. 언니랑 사이가 좋아져서 정말 다행이에요. 전에는 아무 이유도 없이 괜히 으르렁거리고, 한방에 있으면서도 말도 안 했는데, 다행이에요. 함께 스쿼시 하러 다니면서 많이 좋아졌어요. 예전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아요. 계속 노력할 거예요."

 

삶의 무게를 덜어주는 시너지 효과 – 박민선교수(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처음 김광순 씨와 세 딸을 만났을 때는 ‘과연 이들 모녀가 해낼 수 있을까' 싶었다. 엄마는 엄마대로, 딸들은 딸들대로 자기만의 생활방식을 고집하며 살아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먹는 것도, 자는 것도 다 불규칙한 이들이 단 30일 만에 좋은 변화를 이끌어낼지 의문이었다. 더욱이 집 안에만 틀어박혀 지내는 셋째 딸은 한눈에 봐도 심신이 위태로워 보였다.

하지만 30일이 지난 지금 박민선 교수의 눈앞에 나타난 네 모녀는 표정부터 완전히 바뀌었다. 특히 셋째 딸은 거의 딴사람이 되다시피 했다. 박민선 교수는 네 여자가 합심해 일궈낸 놀라운 변화의 첫걸음은 '가족 찾기‘였음을 지적했다. 가족 모두가 건강해야 개인도 건강할 수 있음을, 기족이 함께할 때 운동이든 식이요법이든 성공할 수 있음을 이들 네 모녀가 보여주었다.

"가족들 모두 신체적으로뿐만 아니라 정신 · 심리학적으로도 건강 상태가 호전되었습니다. 가족 네 분이 한 공간 안에 살지만 서로 다른 생활을 했던, 그런 상황에서 힘을 합쳐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물론 개개인의 건강도 중요하죠. 그런데 개인의 건강을 결정하고 영향을 미치는 요소에는 적절한 운동, 영양, 개개인의 인식 등과 더불어 가족과의 편안한 마음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요컨대 자신과 가장 가까운 사람들인 가족과의 관계가, 즉 공감하고 이해하는 정도가 흔들리게 되면 자기 스스로에 대한 건강에의 의지도 많이 흐릿해지는 것 같더군요. 우선적으로 내 뿌리가 되는 가족 간의 감정적인 교류가 원활하고 행복을 느낄 수 있어야 두 번째로 건강이 있고, 생활습관 개선도 가능하다는 것을 이번에 절감했습니다. 그래야 개개인의 할당량을 서로 도와줄 수 있겠지요. 어차피 먹고 움직이는 모든 것들은 한 가정에서 일어날 수밖에 없는 일이거든요. 나머지 가족들이 아무리 열심히 하려고 해도 단 한 사람이 분위기를 망칠 수도 있는 문제거든요.”

김광순 씨와 장현, 장진, 장이 세 자매의 주치의로 수고해준 박민선 교수는 '가족의 힘'을 강조했다. 하루의 절반을 일터에서 고된 업무에 시달리면서도 가족 프로젝트를 위해 각고의 노력을 보여준 식구들을 향해, 박민선 교수는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개인적으로 삶의 무게가 얼마나 무거운 분들입니까? 어머니는 종일 쉬지 않고 식당일을 하시고, 큰딸도 하루에 10시간씩 서서 근무하는 입장이고, 둘째는 매일 밤을 새우며 일을 하는 환경이니까요. 어떻게 보면 체중 감량은커녕 있는 건강도 챙기기 쉽지 않은 일상들 아니겠습니까. 그로 인해 의지가 약해질 수도 있고, 짜증이 날 수도 있을 텐데,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다들 잘해주셨어요. 모두 가족의 힘이라고 생각합니다. 좋은 결과를 내주신 분들께 정말 감사드려요. 앞으로 이런 식으로 계속 열심히 해주신다면, 처음에 막내딸이 희망사항으로 이야기한 것처럼 예쁜 옷을 입고 거리에 나서는 꿈도 이룰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KBS 생로병사의 비밀 제작팀 / 《가족의 몸을 살리는 30일 건강습관》 / 애플북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