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동방파제 폭식증을 앓기 시작하고 1년 동안은 줄곧 땅으로 꺼지는 기분이었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처럼 토끼 굴로 떠밀려 낯선 세계로 떨어질 것만 같았다. 두려웠다. 그러나 내가 떨어진 토끼 굴에는 낯선 세계도 끝도 없었다. 계속해서 밑으로 추락하는 느낌만 있을 뿐이었다. 몸은 물에 젖은 솜처럼 무거웠고 머리는 안개가 낀 듯 아득했다. 그리고 어떠한 감정도 제대로 느껴지지 않았다. 식욕이 내 안의 숲을 잠식한 후 내가 가진 다른 감정들, 행복, 기쁨, 슬픔, 분노 등은 모두 사라졌다. 음식에 대한 욕구 말고는 아무것도 느끼지 못했다. 슬픈 영화를 봐도, 웃긴 예능 프로그램을 봐도, 달콤한 순정만화를 봐도 내 안에서는 어떠한 파동도 일어나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대체로 멍하니 있었다. 소파에 기대 허공을 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