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섭식장애가 발병한 건 언니와 3층짜리 작은 다세대 주택의 옥탑 방에서 자취할 때였다. 광주에서 대학교를 졸업하고 서울에서 취직하고자 했던 언니와 서울 소재의 대학교 에 입학한 나에게 둘이 함께 살라며 부모님이 구해준 방이었다. 건물 1층에는 슈퍼가 있었고, 2, 3층에는 친척들이 살고 있었다. 우리는 옥탑 방에서 2년을 살았고, 그해 마지막 1년 동안 나는 섭식장애를 앓았다. 폭식증은 으레 살을 빼고자 하는 집착에서 시작된다. 그만큼 섭식장애 환자들은 외모에 관심이 많고 남의 눈을 신경 쓰는 경향이 있다. 그렇기에 외모뿐만 아니라 자신의 이상 행동에 대해 남들이 어떻게 생각할지에도 신경을 곤두세운다. 나도 마찬가지였다. 혹시 내가 이상해 보이지는 않을까, 폭식증을 들키지는 않을까. 그래서 음식을 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