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막내의 비만은 가족 모두의 책임
그렇다면 현재 이 가족의 생활습관은 어떨까, 무엇이 그들의 건강을 해치는 요인인지 살펴보기로 했다.
먼저 박치곤 씨는 100킬로그램이 넘는 듬직한 체형을 가졌다.
흡연 경력이 30년이 넘는다는 그는 요즘 들어 담배가 더 늘었다. 음주습관도 흡연습관만큼이나 오래되었는데, 거의 매일 만취하다시피 마신다. 귀가시간은 일이 없을 때는 오후 5~6시, 갑자기 일이 생겼을 때는 새벽 2~3시로 생활이 들쑥날쑥 불규칙하다. 당뇨병을 앓은 지는 7년, 약을 복용한 지는 만 4년 정도 되었다. 그밖에도 지방간, 고지혈증, 중성지방이 있으며 다행히 아직까지는 수술이나 입원한 적은 없다.
남편과 마찬가지로 당뇨병을 앓고 있는 이인숙 씨, 한때 79킬로그램까지 나갈 정도로 비만한 상태다. 현재도 키 162.7센티미터에 체중 73킬로그램을 유지하고 있다. 6년 전에 당뇨병임을 알았고, 약을 먹기 시작한 지는 만 4년 정도 되었다. 당뇨 수치가 높아지면서 내과 의사로부터 큰 경고를 받은 적이 있다.
집에 혼자 있을 때면 거의 누워서 시간을 보낸다는 이인숙 씨, 그냥 움직이기가 귀찮다고 한다. 운동량이 적어서일까, 위도 안 좋고 소화도 잘 못 시키는 편이다. 식사 후(특히 외식 후)에 속이 안 좋아서 죄다 토한 적이 종종 있으며, 스스로 생각하기에 속이 안 좋다 싶으면 일부러 게워낼 때도 있다.
그러다 보니 입이 굉장히 짧다. 식사를 하다 말고 숟가락을 내려놓을 때도 많다. 그런데도 살이 찌는 이유는 밀가루 음식을 좋아해서라고 스스로 말할 정도로 분식을 자주 먹는다. 입맛이 없을 때면 부침개나 라면으로 끼니를 때우기 일쑤며, 더불어 인스턴트커피나 아이스크림, 초콜릿 같은 단 음식을 즐기기도 한다. 사실 식구들은 주부의 입맛을 따라가기 쉽다. 특히 아이들은 엄마의 식습관을 고스란히 닮는다.
무엇보다 이 가족의 문제는 잦은 외식이다. 수시로 외식을 하다 보니 고열량, 과식, 고염식의 위협에 노출될 확률이 그만큼 컸다. 배가 고프지 않아도, 심지어 배가 불러도 자연스레 음식에 손을 대는 이 가족에게 외식은 크나큰 문제였다.
삼남매 중 맏이인 민아 씨는 1년 새 20킬로그램 감량에 성공했다. 작년 겨울 101킬로그램이었던 몸무게를 현재 82 킬로그램까지 줄인 것이다. 키 168.5센티미터인 그녀는 자신의 체형에 불만이 많다. 실제 체중보다 더 뚱뚱해 보이는 것도 싫고, 늘어진 살도 불만이다. 처음 자신이 뚱뚱하다고 느낀 것은 초등학교 4학년 겨울방학 때 였다. 친구들이 부쩍 키가 클 때 그녀는 부쩍 살이 꼈다. 대학입시에 실패하고 재수를 하던 시절은 폭식의 나날이었다. 합숙학원에 머물렀던 지난 1년 동안 정말 엄청나게 먹었다. 수능시험이 끝나고 체중을 재보니 무려 104킬로그램, 그 뒤로 눈물겨운 다이어트를 시도해 현재의 몸무게가 된 것이다.
민아 씨의 다이어트 역사는 화려하다. 단식은 물론이고 하루 세끼를 방울토마토나 두부만 먹는 원 푸드 다이어트, 12시간 내내 운동만 하는 다이어트, 심지어 연예인들이 즐겨 한다는 레몬 디톡스도 해봤다. 한번은 102킬로그램에서 90킬로그램까지 감량한 적도 있었는데, 운동을 멈추자 기다렸다는 듯이 다시 체중이 불어나는 것이었다. 살을 빼기는 어려워도 찌기는 한순간이었다. 지긋지긋하게 반복되는 요요현상을 겪으며, 이젠 어디 가서 다이어트를 시작했다는
말을 꺼내기도 창피하다.
둘째 민정은 고등학교 2학년이지만 집에 머무는 시간이 비교적 많다. 그녀가 세상에서 가장 좋아하는 세 가지가 있는데, 바로 간식, 군것질, 야식이다. 수업을 마친 그녀는 집에 오자마자 습관처럼 냉장고 문부터 연다. 간식을 먹을 때는 보통 앉은자리에서 아이스크림 하나와 빵 두 개를 해치운다. 치킨이나 피자를 시켜먹자고 식구들을 꼬드기는 사람도 늘 민정이다.
작년까지만 해도 민정의 체중은 70킬로그램 중반대 였다. 그런데 올해 들어 무려 10킬로그램이 쪘다. 다른 이유는 없다. 그만큼 많이 먹기 때문이다. 살을 빼야 한다는 사실은 누구보다 그녀가 잘 안다. 사춘기 소녀다 보니 속상해하고 우는 일도 많은 편이다. 학업 스트레스를 핑계 삼아 폭식을 하고, 그러고는 늘어난 체중 때문에 좌절하는 나날이 반복되고 있다. 엄마와 여러 모로 비슷한데, 위가 약하고 편두통을 자주 앓는 것까지 닮았다.
초등학생치고는 너무도 건장해 보이는 민규의 몸무게는 60킬로그램이 넘는다. 142.5센티미터의 키를 생각했을 때 61.2킬로그램은 꽤나 심각하다. 오죽하면 학교 건강검진에서 의사가 “왜 애를 이렇게까지 방치하느냐”며 엄마를 혼냈을까. 심지어 “100세까지 살 체력이라면, 이런 상태로는 50세밖에 못 산다” 라는 소리까지 했다. 모든 책임은 가족에게 있었다.
"막내를 위해서라도 열심히 하자!"
“가족 모두 건강한 생활을 되찾자!"
30일 프로젝트를 시작하는 박치곤 씨 가족이 의지를 불살랐다.
2. 식욕, 내 안의 본능
본격적인 프로젝트를 앞두고 박치곤 씨 가족이 한자리에 모였다. 정밀 건강검진 결과를 듣는 날이다. 이들 가족의 주치의를 맡은 오한진 박사가 자리를 함께했다.
검사 결과는 한마디로 심각했다. 먼저 박치곤 씨의 경우, 지방간과 고지혈증, 당뇨, 배변장애, 내장비만이 확인되었다. 이인숙 씨에게서는 당뇨, 편두통, 내장비만, 고혈압이 확인되었다. 첫째 민아 씨와 둘째 민정에게서도 복부비만이 확인되었다. 그런데 막내 민규에게서 소아비만과 더불어 지방간과 고요산혈증이 발견되었다.
“내장지방 면적이 100제곱센티미터를 넘으면 안 됩니다. 그러면 위험하다고들 의학계에서는 이야기합니다. 그런데 지금 박치곤 님 뱃속의 내장지방 면적이 137제곱센티미터입니다. 엄마는 더 심각합니다. 무려 249제곱센티미터나 되니까요. 이게 없어지지 않으면 당뇨병도 해결이 안 되고, 고혈압도 해결이 되지 않습니다. 이걸 줄이는 게 첫 번째 목적입니다. 이렇게 내장비만이 많은 이유는 두 가지에요. 너무 많이 먹고, 또 먹지 말아야 할 음식을 먹고 있는 거죠. 다른 가족도 마찬가지예요. 모두 비만이고, 사이좋게 대사증후군으로 가고 있는 상태예요. 그런데 문제인 게 가정주부인 엄마를 뺀 나머지 가족은 직장인이고 학생이라 시간이 없어요. 일상에서 운동을 위해 적어도 2시간 정도 할애할 수 있다면, 운동량을 꾸준히 늘려가면서 건강하게 체중을 조절하는 게 좋겠지요. 그게 불가능하니까 일단은 식사량을 줄여서 체중을 감소시키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순차적으로 운동량을 조금씩 늘려가도록 해보죠."
가족 생활습관 중에서도 특히 식습관을 건강하게 개선해나가기 위해 오한진 박사는 영양사들의 코치에 따르는 식사 일기를 제안했다. 매일 아침부터 저녁까지, 간식을 먹게 되면 언제 무엇을 얼마나 먹었는지 자세하게 일기장에 적는다. 그리고 일주일마다 이를 토대로 주치의와 상담을 나누게 될 터였다.
"뚱뚱하다는 기준에 대해 예전에는 굉장히 복잡한 계산을 했어요. 키와 몸무게를 재고, 또 허리둘레로 남자는 35인치, 여자는 31인치가 넘으면 비만이다. 하는 식으로 말이죠. 요새는 그보다 간단합니다. 프리사이즈를 입으면 비만인 거죠. 몸에 지방이 끼는 게 문제예요. 그러면 당뇨에 걸리고 고혈압이 오고 심장병이 생깁니다. 더불어 치매에 관절염까지 옵니다. 잠을 잘 때 코를 심하게 골지요? 그것도 비만의 영향입니다."
오한진 박사는 내장비만의 위험성을 강조했다. 현대인의 건강 관리에 있어 가장 기본이 되는 문제였다.
“그런 여러 가지 병이 생기는 게 다 뱃속의 기름, 내장비만 때문입니다. 목표는 체중을 줄이고 살을 빼는 게 아니라, 더 정확하게는 내장지방을 줄이는 것으로 잡아야 합니다. 그런데 이 내장비만은 우리가 기름을 직접 먹어서 쌓이는 게 아닙니다. 음식을 많이 먹으면서 덜 움직이고 안 쓰면, 그 남은 에너지가 다 기름으로 몸속에서 바뀌는 겁니다. 결국 먹는 것 자체를 줄이지 않으면 안 돼요. 먹는 것을 줄여서 몸 안의 기름을 써야 해요. 그래야 살이 빠집니다. 살을 빼면서 가장 먼저 오는 게 배고프다. 힘없다, 어지럽다. 이런 느낌이거든요. 우리 몸이 축적된 기름을 쓰지 않으려고 신호를 내는 겁니다. 그 욕망, 그 식욕, 내 안의 본능을 이겨내야 합니다. 그 괴로움을 못 이기고 먹으면 끝나는 겁니다. 그걸 이겨내야 합니다.
3. 음식 섭취 금지령
박치곤 가족의 건강한 식생활을 위해 오한진 주치의는 아주 특별한 처방을 내렸다. 족집게 과외 선생님처럼 말이다. 내장비만을 줄여나가는 필살기이자 내 몸이 체내 지방을 사용하도록 만드는 비밀의 처방은 다음과 같았다.
첫째, 밥은 하루에 1회용 종이컵 한 개 분량만 먹는다. 복부지방이 심각한 사람에게 탄수화물은 최대한 금해야 할 영양소다. 밥, 빵, 국수, 라면, 떡을 멀리하자. 먹더라도 아주 조금 먹되, '먹으면 안 되는 것을 어쩔 수 없이 먹는다는 느낌으로 먹자. 고구마, 감자. 옥수수도 삼가야 한다. 설탕이나 꿀이 들어간 음식은 쳐다보지도 말자.
특히 당뇨환자들은 이 점을 명심해야 한다. 당지수란 어떤 음식을 먹었을 때, 30분 만에 먹은 음식의 몇 퍼센트가 혈당을 올리느냐 하는 지수를 말한다. 흰 빵의 당지수는 95가 넘는다. 그래서 흰 빵을 제일 나쁜 음식이라고 하는 것이다. 하얀 쌀밥과 떡은 85, 감자는 90, 옥수수는 75다. 이런 음식을 먹으면 30분 이내에 소화가 되고 핏속에 영양분으로 충당된다. 자연 배도 쉬 고파진다. 배는 배대로 고프고 (칼로리도 높아서) 살은 살대로 찌는 것이다. 고구마의 당지수는 감자보다 훨씬 낮지만 칼로리가 감자의 두 배다. 바나나 역시 당지수는 55이지만 칼로리가 높다. 이런 음식들을 멀리해야 살도 빠지고 몸도 건강해진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하루 식단의 60퍼센트를 탄수화물로 채운다. 전 세계 사람들이 다 그렇다. 결국 탄수화물 때문에 문제가 생기는 것이다. 뚱뚱한 사람은 이것을 10퍼센트 이하로 줄여야 한다.
물론 밥을 아예 안 먹을 수는 없다. 하지만 최대한 줄이려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죽을 각오로 살을 뺄 준비가 되었다면, 하루 먹는 밥의 양을 자판기에서 나오는 1회용 종이컵 하나 분량으로 제한하자. 그것을 아침, 점심, 저녁 3등분해서 먹는다. 하얀 쌀밥은 물론 안 된다. 가급적 현미밥이나 잡곡밥을 먹는 게 좋다.
둘째, 과일도 위험하다. 살 빼는 사람에게는 과일도 독이다. 과일을 마음껏 먹으면서 체중을 줄일 수 있을까. 절대 불가능하다. 과일을 많이 먹는 것은 술을 많이 마시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 비타민 C 섭취 때문에 과일을 먹는다는 것은 웃기는 이야기다. 사과 300 그램짜리(주먹만 한 것 하나)에 15밀리그램의 비타민 C가 들어 있는 반면, 풋고추 15그램(손가락만 한 것 하나)에는 13밀리그램의 비타민 C가 들어 있다. 게다가 사과의 껍질을 벗겨서 먹으면 비타민 C가 4밀리그램도 안 나온다. 껍질을 벗겨 먹는 과일은 설탕물이나 진배없기 때문에 먹어야 할 이유가 없다. 농약 때문에 껍질을 벗긴다고들 하는데, 사과보다 농약을 다섯 배나 많이 치는 고추는 왜 그냥 먹을까. 과일에 붙어 있는 농약은 물에 씻으면 99.9퍼센트가 다 없어진다. 과일을 먹으려면 반드시 껍질까지 먹어야 한다. 아니, 다이어트 하는 동안에는 과일을 삼가도 무방하다. 비타민 C는 양파와 브로콜리, 양배추에도 많다.
셋째, 단백질은 하루에 1회용 종이컵 한 개 반 분량이 적당하다. 그럼, 무엇을 먹어야 할까. 정답은 단백질이다. 단백질은 고기뿐 아니라 달걀, 우유, 두부, 콩 등에서 충분히 섭취할 수 있다. 기름기 적은 고기, 두부, 달걀, 콩 등 단백질이 풍부한 반찬을 끼니마다 종이컵 반 개 분량 먹자. 그리고 채소를 많이 먹자. 이렇게 먹으면 배가 절대 고프지 않다. 굶지 않으면서 살은 빠지고, 당뇨 수치도 줄어들 것이다. 탄수화물은 줄이고 단백질은 늘리자. 이것이 성공적인 다이어트의 지름길이다.
넷째, 곱창과 삼겹살은 최악의 음식이다. 단백질을 섭취한답시고 고기를 먹을 때도 비싼 부위, 귀한 고기를 찾아서 먹을 필요가 없다. 마블링이 예쁘게 박힌 꽃등심, 그런데 하얀 부분은 다 기름이다.
고기를 씹어 먹으면서 소기름을 마시는 셈이다. 고기집에서 밥과 고기를 먹을 경우, 칼로리를 따져보면 단백질은 그램당 4칼로리, 탄수화물도 그램당 4칼로리다. 밥과 고기는 그램당 칼로리가 거의 같다.
그런데 지방은 그램당 9칼로리다. 이 기름이 문제다. 그래서 기름이 많은 고기를 먹으면 안 된다는 것이다. 고기 중에서 제일 훌륭한 고기는 빽빽하고 기름 없는, 씹어도 씹어도 안 씹히는 고기다. 그런가 하면 곱창구이라는 음식이 있다. 그중에서도 대창, 이건 소 창자 속에 기름이 잔뜩 들어 있는 음식이다. 그걸 먹는다는 것은 소의 배에 빨대를 꽂고 내장기름을 쪽쪽 빨아먹는 것과 다를 바 없다. 건강을 생각하는 사람이 먹을 음식이 아니다. 고기를 먹으려면 기름을 뺀 수육 같은 게 가장 좋다. 생선도 골라 먹어야 한다. 고등어, 정어리, 꽁치, 참치처럼 기름기가 많은 종류는 되도록 피한다.
다섯째, 술과 담배는 무조건 끊어야 한다. 두 말할 필요도 없는 이야기다. 술을 딱 끊어야 한다. 한잔도 마시면 안 된다. 당연히 담배도 끊어야 한다. 담배를 끊는 게 보통 의지로 되는 일은 아니지만, 딱 끊어야 한다. 당뇨부터 암까지 전부 담배가 큰 원인이다. 본인의 의지로 시작해야 한다. 가족과 친척, 친구와 직장동료들, 자신이 만나는 모두에게 담배를 끊었다고 선포하라. 필요하다면 전문가의 상담을 통해 금연보조제 사용도 고려해볼 수 있다.
여섯째, 간식은 오이, 당근, 토마토 딱 세 가지뿐이다. 프로젝트 기간 내내 간식이라는 단어는 잊고 살아야 한다. 프로젝트가 끝나도 마찬가지다. 체중 감량을 위해서라면 간식은 백해무익할 뿐이다. 건강을 위해 힘들게 식사량을 줄이는데 간식이 웬 말인가. 그러나 먹을 것이 넘쳐나는 세상에서 간식의 유혹을 이겨내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식구들 모두의 용기와 협조가 필요하다. 특히 엄마의 역할이 중요하다. 간식이 꼭 필요하다면 오이, 당근, 토마토 세 가지 중에서 고르자. 이것들은 어느 정도 먹어도 된다. 이제 심심한 입을 달랠 수 있는 간식은 오이, 당근, 토마토뿐이다. 달달한 과자나 아이스크림은 절대 안 된다.
체중 감량을 위해서는 간식은 잊어야 한다. 정 먹어야 한다면 칼로리가 적은 오이, 당근, 토마토를 추천한다. 거의 습관적으로 과자와 빵을 즐겨 먹던 박치곤 씨 가족은 이제 방울토마토와 오이, 당근으로 심심한 입을 달랜다.
일곱째, 운동만으로는 살을 뺄 수 없다. 운동을 통해 정말 내장 지방을 줄일 수 있을까. 미국의 한 대학 연구팀이 조사한 결과, 매일 5킬로미터 이상 조깅을 해야 내장비만 감소 효과가 나타났다고 한다. 결론적으로, 꾸준한 운동으로 살을 빼기란 무척 힘든 일이라는 것이다. 적당한 운동을 해서는 살 빼는 데 아무 도움도 되지 않는다.
그러니 운동으로 살을 뺄 생각은 하지 않는 게 좋다(물론 운동을 하지 말라는 것은 아니다. 몸에 활력을 주기 위한 적당한 운동은 꼭 필요하다), 오늘은 운동을 열심히 했으니 요만큼은 더 먹어도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은 절대 금물이다.
주치의의 엄중한 처방을 접한 가족들의 표정이 어둡다. 과연 내가, 과연 우리가 이대로 생활할 수 있을까, 한 달 동안 이 약속들을 지킬 수 있을까, 자신 없는 표정이다. 그러나 주사위는 던져졌다. 여기서 포기하거나 물러설 수는 없는 노릇이다.
“지금부터 중요한 것은 가족들의 똑똑한 협동정신입니다. 가족이니까 가능한 협동, 서로 힘들고 어려울 때 끌어주고 밀어주고 함께할 수 있는 힘 말이지요. 이제 몰라서 못했다는 변명은 동하지 않습니다. 방법은 이미 알려드렸고, 또 아주 간단합니다. 상황에 맞추어 주기적으로 영양사 상담도 있을 거고요. 서로 도와주고 격려하면서 잘해나갔으면 좋겠습니다. 모두 힘내세요, 파이팅!”
오한진 박사가 주먹을 쥐며 외친다. 박치곤 씨 가족도 그대로 따라 외친다.
"파이팅!"
4. 싫은 반찬도 먹게 만드는 '식판'의 힘
프로젝트의 첫날 아침, 이인숙 씨가 아침식사를 준비하고 있다. 밥을 대폭 줄이고, 채소와 콩 단백질 위주의 반찬을 개인용 식판에 각각 담아낸다. 주치의가 처방한 그대로다.
식탁에 모인 다섯 식구의 아침식사, 그런데 평소 채소를 잘 먹지 않던 민규가 나물 반찬에 손을 댄다. 식판에 담긴 제몫의 음식은 남기면 안 된다는 학교 급식시간 때의 가르침을 떠올렸나 보다. 아마 큰 접시에 담아냈더라면 민규가 나물 반찬을 먹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음식량도 조절하고 채소도 먹이고, 개인용 식판으로 바꾼 일은 잘한 것 같다.
뿐만 아니라 집 안 풍경이 완전히 달라졌다. 발에 채일 만큼 여기저기 널려 있던 과자와 빵 봉지가 말끔하게 사라졌다. 오늘부터 간식은 무조건 오이, 토마토, 당근이다. 민정과 민규는 뾰로통한 기색이지만, 자신들이 약속한 것이 있기에 대놓고 불만을 토로하지는 않는다. 텔레비전을 보면서 토마토와 오이를 먹던 민규가 민정에게 묻는다.
"누나!”
“왜?”
"지금 뭐 먹고 싶어?"
“없어!”
“거짓말하지 말고.”,
“……. 초코케이크”
마치 게임을 하듯 각자 '먹고 싶은 음식' 이름을 댄다. 나는 호두과자, 나는 피자, 나는 치즈버거, 나는 웨하스, 나는 감자튀김, 나는 쇠고기덮밥, 나는 허니브레드…. 평소 같으면 고민 없이 먹었을 음식들이 끝도 없이 술술 나온다.
군것질에 대한 유혹도 떨쳐낼 겸 이인숙 씨와 삼남매가 동네 뒷산에 오르기로 했다. 가까운 데 산을 두고도 이렇게 함께 올라간 게 언제였던가, 기억도 안 난다. 등산길 계단을 오르는 모습이 힘겨워 보인다. 초반부터 숨을 헉헉댄다. 이미 등과 겨드랑이에는 땀이 흥건하다.
모처럼의 등산 후 넷은 곧장 집으로 와 점심상과 마주했다. 아침과 마찬가지로 식판이 등장했다. 이인숙 씨는 현미밥과 닭가슴살의 무게를 저울로 정확하게 잰 다음 각종 채소들과 함께 식판에 담았다. 엄마의 역할이 크다는 사실을 깨달은 뒤로 이인숙 씨는 식사량을 철저히 지키는 한편, 최대한 싱겁게 조리하려 애쓰고 있다. 아직은 입에 맞지 않은 저염식 반찬이지만 운동 후 시장기가 더해진 탓에 반찬 투정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 시간, 직장에서 바삐 일하는 박치곤 씨의 점심시간 풍경도 예전과는 완전히 다르다. 회사 근처 식당을 찾은 그가 주문한 음식은 비빔밥, 메뉴 중에서 채소가 많이 들어간 것을 골랐다. 밥도 조금 덜어냈다.
오후 4시쯤 출출해진 그가 간식 도시락을 꺼낸다. 방울토마토와 당근 스틱이 먹기 좋게 담겨 있다. 하루에 몇 잔씩 마시던 커피도 끊었다. 여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하나는 커피 자체의 당분과 열량 때문이고, 또 하나는 커피를 마시다 보면 담배가 생각나기 때문이다. 커피를 마시면 담배가 생각나고, 담배를 피면 커피를 마시게 되는 악순환을 끊어버린 그가 선택한 것은 녹차다.
업무를 모두 끝낸 박치곤 씨의 다음 행선지는 회사 근처 삼겹살집이다. 자리에 앉기가 무섭게 불판에 고기를 올리고, 사람 숫자대로 폭탄주가 만들어진다. 여기까지는 전혀 달라진 게 없어 보인다.
그런데 박치곤 씨의 모습이 전과는 다르다. 술잔을 입에 대지도 않을뿐더러 고기도 기름 없는 부위를 골라 채소에 싸서 먹는다. 평소 같으면 거들떠보지도 않았을 쌈채소를 열심히 먹고 있다. 직원들이 돌리는 폭탄주에는 눈길도 주지 않고 밥을, 그것도 반 공기만 먹고 있다. 게다가 김치도 물에 씻어서 먹는다. 매운 음식이 식욕을 돋운다고 해서 가급적 자제하려는 것이다. 엄청난 애주가였던 그가 마시는 흉내만 내다니, 실로 엄청난 변화였다. 그는 오늘 한 가지 더실 천할 계획이다. 바로 차에 있는 재떨이를 아예 없애버릴 생각인 것이다.
"나이 들면서, 어쩌다 산에 오르거나 계단을 오를 때 숨이 차고, 예전과 달리 힘이 드네요. 이제는 저 자신을 위해서도, 가족을 위해서도 좀 바꾸어야 할 것 같아요. 필요하다면 제 모든 걸 바꿔야죠. 그래서 술과 담배를 이번 기회에 정말 끊어보려고 합니다."
불규칙적이고 건강하지 못한 생활습관을 바꾸는 것, 단순히 몸무게 몇 킬로그램을 줄이고 체지방 얼마를 줄이는 것보다 훨씬 중요하고 의미 있는 일이다. 스스로 거듭나기가 어디 쉬운가. 그런데도 새로운 건강습관을 만들기 위해 팔을 걷어붙인 것이다. 뭐든 하겠다는 각오로 말이다. (KBS 생로병사의 비밀 제작팀 / 《가족의 몸을 살리는 30일 건강습관》 / 애플북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