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빨래걸이였던 헬스자전거의 부활
프로젝트를 시작한 지 일주일, 음식 및 칼로리와의 싸움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냉장고며 찬장을 가득 채우던 갖가지 간식거리들이 자취를 감추었다는 것이 그 증거다. 물론 식탐과 허기와의 싸움은 여전히 진행 중이지만 말이다.
집 안에 찾아온 또 하나의 변화는 거실이나 방에 드러누워 있는 식구들의 모습을 좀체 볼 수 없다는 것이다. 가장인 박치곤 씨부터 솔선수범해 틈만 나면 거실의 운동기구를 이용해 체력을 키우고 있다. 직장생활 때문에 따로 운동할 시간을 내기 어려운 상황이어서 집에서라도 매일 꾸준히 운동하기로 작정한 것이다.
아빠에게 질세라 민아, 민정 자매와 엄마도 운동에 재미를 붙였다. 움직이는 게 귀찮아서 소파에 앉거나 누워서 뒹굴뒹굴하던 세 모녀, 그런데 요즘은 서로를 격려하며 집 안에서 가벼운 유산소 운동을 즐긴다. 덕분에 빨래걸이로 전락했던 거실 구석의 헬스자전거가 제 기능을 찾았다.
이인숙 씨가 지쳐 쉬는 동안에도 민아 씨의 운동은 계속된다. 자전거 타기에 이어 다이어트 체조 비디오를 틀어놓고 1시간째 동작들을 따라하고 있다. 그동안 민아 씨는 수십 번의 다이어트를 시도해왔다. 때로는 10여 킬로그램을 감량하는 데 성공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그때마다 어김없이 요요현상이 찾아와 체중이 원상복구되는 아픔을 겪었다.
"예전에는 단기간에 어떤 결과를 봐야겠다는 조급한 생각에 무리하게 다이어트를 했어요. 무식하게 굶기도 했고요. 허기를 견디는 것이 굉장히 힘들었어요. 결국 그걸 참아내지 못해 원상 복구되곤 했죠. 그것에 비하면 지금 방법은 아주 좋은 것 같아요. 아직 진행 중이긴 하지만, 크게 괴롭지도 않고 고통도 덜해서 꾸준히 해나갈 자신이 있어요.”
프로젝트에 참가하면서 어른들만 달라진 게 아니다. 막내 민규의 생활에도 큰 변화가 찾아왔다. 지금껏 민규는 집에서 10분 거리인 학원까지 늘 차를 타고 다녔는데, 이제는 시키지 않아도 걸어서 다닌다. 게다가 학교에서 돌아오면 군말 없이 헬스자전거 페달을 돌린다. 하루 30분씩 운동하기로 한 약속을 실행하고 있는 것이다. 텔레비전이나 게임기 앞에서 시간을 보내던 예전과는 완전 딴판이다.
한참 만에 자전거에서 내려온 민규가 자랑스럽게 외쳤다.
"아, 오늘은 34분 했다!"
오후 2시, 민아 씨가 전화통화를 하면서 뭔가를 받아 적고 있다.
"콩나물, 김치, 취나물, 열무물김치………. 이게 다예요? 방울토마토는 안 드셨어요? 네, 아빠, 이따 봬요."
아빠의 식사 일기 작성을 책임지고 있는 민아 씨, 처음 프로젝트를 제안한 사람도 그녀였다. 그런데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가장 열심히 하는 사람은 따로 있었다. 바로 박치곤 씨다. 두 딸이 못 따라갈 정도로 열심이다.
"존경스럽죠. 멋있어요. 아빠의 이런 모습, 정말 처음인 것 같아요."
저녁식사를 마친 가족들이 사이좋게 집을 나선다. 이인숙 씨와 민아 씨는 이미 낮에 한번 뒷산에 올라갔다 왔지만 막내 민규의 운동을 위해 기꺼이 시간을 낸 것이다. 저녁 먹은 것을 소화시키려는 의도도 있었다.
하루 일과를 모두 끝낸 늦은 시간, 이들 가족에겐 마지막 일정이 하나 남았다. 매일 잠자리에 들기 전에 줄어든 몸무게를 확인하는 것이다. 다소 긴장한 얼굴로 체중계 위에 올라선 민규의 표정이 순간 환해진다. 오늘까지 무려 3.1킬로그램을 감량했기 때문이다.
한창 성장기라서 그런지, 민규의 체중 변화가 가장 두드러진다.
요즘 민규의 일상은 활력이 넘친다. 또래 친구들과 학교 운동장에서 축구를 하는 모습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불과 얼마 전만 해도 뛰어다니기는커녕 조금만 움직여도 헐떡거렸는데, 이젠 친구들과 어울려 노는 데 재미를 붙인 것 같다. 몸이 좀 가벼워져서인지 쉬 지치지도 않는다. 덕분에 성격도 많이 밝아졌다. 꼭 살이 빠져서만은 아닌 것 같다. 자신의 콤플렉스를 스스로 이겨내는 법을 배우면서 자신감까지 생긴 듯하다.
2. 중간 검진 결과는 일단 합격
프로젝트 2주차를 맞아 가족들의 일상생활과 신체 변화를 확인하는 중간 검사를 실시했다.
"사실, 막내는 집에서 하는 대로, 다른 식구들이 먹는 대로 따라하는 입장이었습니다. 선의의 피해자인 셈이죠. 그래선지 프로젝트 시작 후 가장 덜 힘들어하면서도 가장 잘 따라주었고, 그러면서 가장 큰 효과를 본 것 같습니다. 체지방이 굉장히 많이 빠졌어요. 이 상태로 남은 2주 동안 계속 한눈팔지 않고 유지한다면, 괄목할 만한 성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주치의의 평가에 민규뿐 아니라 가족들 모두의 얼굴이 환하게 밝아진다. 그동안 민규의 건강 상태 때문에 마음고생이 심했는데, 점점 나아지고 있다니 이보다 더 기쁜 소식은 없을 듯싶다.
박치곤 씨도 4.7킬로그램 감량에 성공했다. 폭탄주와 담배를 끊은 덕분인지 간 기능도 눈에 띄게 좋아졌다. 다음으로 이인숙 씨는 3킬로그램을 감량했고, 혈압과 혈당이 정상으로 회복되었다는 반가운 결과를 들었다. 민아, 민정 자매는 각각 1.5킬로그램, 2.5킬로그램 감량에 만족해야 했다.
중간 검진 후 박치곤 씨 가족은 오한진 박사를 만나러 병원을 방문했다. 중반부에 들어선 만큼 새로운 처방이 필요했다. 오한진 박사는 한층 날카로워진 충고와 더불어 식생활에서 나타난 문제점들을 지적했다.
"아버님은 1,800칼로리를 드시라고 했는데 2,000칼로리를 드셨어요. 큰따님은 1,500칼로리를 제안했는데 무려 1,990칼로리를 드셨고요. 이래서는 더 이상의 체중 감량은 힘듭니다. 각자 할당한 일일 섭취 칼로리를 엄격히 지켜주세요. 탄수화물과 고기를 더 줄이고, 채소를 더 많이 드셔야 합니다."
새로운 운동 처방도 내려졌다.
"프로젝트 시작할 때는 운동을 크게 강조하기 않았습니다. 자칫 그것 때문에 지쳐서 지레 포기할 수도 있으니까요. 이제부터는 적절하게 운동을 겸하는 방법으로 감량에 도전하겠습니다. 운동을 하면 여러 가지 효과가 있어요. 밥맛이 좀 떨어지고, 기분도 좋아지고, 어쨌거나 여태까지 모두들 아주 잘해주셨습니다. 앞으로도 건투하시길 빕니다.” (KBS 생로병사의 비밀 제작팀 / 《가족의 몸을 살리는 30일 건강습관》 / 애플북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