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가족력이 있는 질환이다.
위암은 가족력이 많이 나타나는 질병이다. 오랜 기간 한 집에서 동일한 식습관에 노출되기 때문에 그렇다고 한다. 가족력이 있는 경우가 없는 경우보다 3~4배 위암의 발병률이 높다. 위암이 식생활과 연관되어 있는 만큼 공통의 환경적 요인이 작용했을 수도 있고, 같은 발암물질에 대해서도 유전적 소인에 의해 위암 발병이 보다 잘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역사적으로 유명한 위암 고위험군 가족으로는 보나파르트 가족(Bonaparte family)이 있다. 프랑스의 유명한 나폴레옹 (Napoleon)의 가족으로, 나폴레옹 자신을 비롯하여 그의 부친과 조부가 위암으로 사망했고, 4대에 걸쳐서 위암으로 사망한 것이 확인된 사람만 8명에 이른다.
나폴레옹의 그림은 유난히 손을 배에 대고 있는 것이 많은데, 이는 그가 소화불량과 배의 통증을 늘 호소했기 때문이라는 말도 있다.
가족성 위암을 의심하는 경우는 한 가계 내에 3명 이상의 위암 환자가 있고, 할아버지. 아버지, 본인 대까지 빈 세대가 없이 진행되고, 또 50세 이하의 젊은 나이에 발병한 환자가 있는 경우를 말한다. 우리나라 위암 환자의 5% 정도가 가족성 위암으로 추정되며, 앞의 글에서 35세의 젊은 나이에 위암이 발병해 주변사람들을 안타깝게 했던 송미정 씨도 가족력이 있다. 그녀의 아버지는 그녀가 초등학교 5학년이던 지난 1988년, 40세의 젊은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아버지의 여동생인 고모도 30대에 위암으로 사망했다고 한다.
2. 위염, 위궤양이 있으면 위암 위험도 커진다?
위암을 많이 일으키는 또 다른 요인으로 위장 관련 질환을 앓았거나 앓고 있는 경우가 있다. 만성 위축성 위염, 악성빈혈, 장상피화생, 점막 및 선종성 용종 등은 위암의 전 단계 병변으로 확실히 밝혀져 있다. 용종은 위장관의 내강 쪽으로 돌출하는 크기가 다양한 양성종양을 말하는데, 흔히 대장에서 관찰되지만 위점막에서도 드물게 나타나며 위상피 이형성이라는 현미경적 소견을 보일 수 있다. 이형성이란 정상적인 상피세포가 암세포 형태를 닮아가는 과정을 말한다.
임상에서는 이형성으로 진단되면 암에 준하는 치료를 하고 있다. 만성 위축성 위염(chronic atrophic gaustritis)도 암으로 발전할 수 있는 암 전구병소(precancerous lesion)로 알려져 있다. 정상 위점막에서 급성 표재성 위염(acute superficial gastritis)이 발생한 후 고염식(high salied diet),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 감염 등에 의해 위점막이 얇아지고 주름이 생기는 만성 위축성 위염(chronic atrophic gaustritis)으로 발전한다. 위축성 위염이 만성화되면 위점막에서 소화액을 제대로 분비하지 못하고, 우리 몸은 소화액을 분비하지 못하는 세포를 ‘불필요한 세포' 로 판단해 그 자리에 장세포가 자리하도록 한다. 위점막세포가 소장이나 대장의 점막세포와 비슷한 모양으로 바뀌는 장상피화생(腸上皮化生, intestinal metaplasia)이 오는 것이다. 장상피화생 중에서도 소장 점막의 세포 형태로 바뀌는 소장형 장상피화생(small intesinal metaplasia)보다는 대장 점막의 세포 형태로 바뀌는 대장형 장상피화생(colonic metaplasia)이 위암 발생 위험도가 훨씬 더 높다.
장상피화생이 있는 사람이 위암에 걸릴 확률은 그렇지 않은 사람의 경우보다 10.9배 높다는 것이 최근 연구로 밝혀졌다. 분당 서울대학교병원 소화기내과 김나영 교수팀은 2001년부터 20008년까지 8년 간 위암이 발생한 환자 920명을 추적 조사했는데 장상피화생이 없는 군은 10만 명당 17.2명이 위암이 발병한 데 비해 장상피화생이 있는 군은 10만 명당 187.4명이 발생하여 10.9배 정도 발병률이 높다는 결과가 나왔다. 김 교수는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 감염 등에 의해 장상피화생 소견이 발생하면 이후 위암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 감염 환자일 경우 제균치료를 받아 장상피화생으로 진행되는 것을 예방하는 것이 좋다” 고 강조했다.
위의 양성질환으로 부분 위 절제술(partial gistretony)을 받은 사람에게서도 위암 발생 위험도가 증가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주로 소화성 궤양(peptic uler)으로 인한 합병증으로 수술을 시행한 경우로, 십이지장궤양(duodenal ulcer)보다는 위궤양(gistric ulcer)의 경우에 더 잘 발생한다. 이 경우 위를 절제하고 남은 부위에 암이 발생하기 때문에 위 잔여부암(gastric remnant carcinoma, gastric stump Carcinema)이라고 한다. 이 위 잔여부암은 예후가 나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모든 과정은 약 20~30년에 걸쳐서 서서히 일어나며, 그 중간에 암 발생을 억제시키는 음식들을 자주 섭취한다든지 암 발생의 위험인자들을 제거한다든지 하면 위암이 발생할 가능성은 많이 줄어들게 된다. 정상점막에서 위암으로 발전하는 과정이 장기간에 걸쳐서 진행되기 때문에 위암은 대부분 40대 이후에 발생하고 그 호발연령이 60~70대가 되는 것이다. 다만 아주 젊은 연령에도 위암이 발생할 수 있는데, 이 경우는 대부분 암의 형태상 미만형(diffuse type) 위암으로 예후가 좋지 못하다. 만성 위축성 위염이 15년 내에 위암으로 발전할 확률은 약 10% 정도이다. (KBS 《생로병사의 비밀》 제작팀. 김정수 PD 지음 / 『위암』 / 경향미디어).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