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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고추장

hope888 2022. 3. 26. 13:16

 


충청남도 태안군의 한 마을. 힘찬 기세로 장작을 패고 있는 백발의 남자, 김종문 씨를 만났다.


“이제 74세에요. 위암 말기 판정을 받고 일 년 시한부 인생이었는데 여기서 15년째 살고 있네요.”


위암 말기로 1년 시한부 인생이었다는 그는, 지금은 일흔을 훌쩍 넘긴 나이에도 건강한 체력을 유지하고 있었다.
물심양면 그를 내조해줬다는 아내 덕분에 건강한 삶을 되찾았다는 김종문씨. 그의 자세한 사연이 궁금하다.


“위가 아프기 시작했는데 그냥 체했거나 아니면 과음을 너무 했기 때문에 속이 쓰려서 아픈 줄 알았죠. 그래서 술을 끊으면 되겠다 싶었는데 그때부터 통증이 오기 시작하더라고요. 그때는 술을 끊었는데도 통증이 멈추질 않더라고요.”


“속이 비어야 아픈데, 식사를 하시고도 아프냐고 물었더니 ‘밥 먹고 아파’ 그러더라고요. 어느 날은 우유를 사서 들어오셔서 왜 그랬냐고 했더니 ‘그냥 새벽에 속이 쓰려서’ 이러시는 거예요. 병원을 모시고 갔더니 큰 병원으로 가보라고 하더라고요."(김지영 /아내)


뒤늦게 병원을 찾았을 때 그는 이미 위암 말기로 진행된 상황이었다.


“배를 열었다가 닫았다는 이야기 들어보신 적 있으세요? 열어봐야 알겠지만 이미 4기 말에서 임파선까지 전이가 된 것 같다고 하면서, 수술을 해도 1년, 안하면 6개월 동안만 살 것이라고 했어요."


청천벽력 같은 소식에 하늘이 무너지는 것만 같았다는 부부. 결국,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수술을 결심했다. 그러나 위의 3분의 2를 절제하는 대수술을 받은 후에도 참을 수 없는 고통은 여전히 그를 괴롭혔다.


“나중에는 항암제를 포기하고 싶더라고요. 차라리 삶을 포기하는 편이 낫겠다 싶을 만큼 항암제를 못 맞겠더라고요. 그래서 이 사람한테 ‘항암제 그만 맞겠다. 이제 4번 맞았는데 8번을 더 이런 고통을 겪는다면 나는 항암제 때문에 오히려 스트레스 받아서 먼저 죽을 것 같으니까 나를 여기서 해방시켜다오.’라고 말했어요. 그래서 이 사람하고 상의해서 이리로 오게 된 거예요."


결국 항암치료를 중도에 포기해야만 했다는 김종문 씨 . 젊은 시절부터 잔병치레 없이 유난히 건강했기에 당시의 위암 말기 판정은 전혀 예상 못한 일이었다.


“당신이 지금까지 먹던 음식은 다 버리고 자연에서 찾을 수 있는 음식만 드셔야 하는데, 과연 당신이 그걸 따라올 수 있다면 내가 당신을 위해서 기꺼이 고생을 하겠지만 병나기 전 음식 그대로를 원하신다면 차라리 항암제 맞다 죽자, 그랬더니 항암제만 안 맞게 해주면 하라는 대로 다 하겠다고 약속을 하겠다고 하더라고요."


당시 30kg 가까이 몸무게가 빠질 정도로 체력이 급격히 떨어졌던 남편을 가만히 지켜볼 수만은 없었던 아내 김지영 씨. 서울 생활을 접고 연고도 없는 이곳 태안으로 내려와 남편을 살리기 위한 방법을 백방으로 찾기 시작했다.


“이 앞바다로 나가면 몸에 좋은 게 널려 있어요."


아내 김지영 씨가 향한 곳은 집 앞, 물이 빠진 바닷가였다. 갯바위마다 다닥다닥 빈틈없이 붙어 있는 자연산 굴들이 그야말로 꽃을 피우고 있었다. 익숙한 손놀림으로 굴을 채취하던 부부가 이번엔 바위를 들고 뭔가를 줍기에 바쁘다. 그것은 ‘똘쟁이’라 불리는 작은 게! 갯벌 바위틈에 서식하는 것으로 튀기거나 볶으면 고소한 맛이 일품이다.
자연산 굴과 똘쟁이를 잡기 무섭게, 이번엔 갑자기 갯벌을 파기 시작하는 부부. 잠시 후, 모습을 드러낸 것은 바로, 정력제 개불이었다! 씹을수록 존득한 맛을 자랑하는 개불은 단백질과 영양이 풍부해 강장 식품으로 알려져 있다.


이른 아침부터 다양한 해산물을 채취하느라 손이 바빴던 김지영 씨는 갯벌에서 바로 채취한 그 싱싱한 해산물로 무엇을 만들려는 것일까? 혹시 그 속에 남편 김종문 씨의 건강을 지켜준 비법이 들어 있을까? 바쁘게 움직인 김지영 씨가 차려낸 부부의 밥상. 갯벌에서 갓 잡아 올린 싱싱한 해산물로 차린 밥상에서 바다의 풍성함이 물씬 느껴진다.


“자연에서 나오는 걸 갖다가 먹을 수 있다는 게 축복이고 이렇게 먹으니까 더 건강해질 수밖에 없는 거죠."


그렇다면 이 자연의 밥상이 김종문씨의 건강비법인 것일까?


"이 밥상 자체도 건강 비법이지만 특별한 게 하나 더 있어요. 바로 이 고추장이에요."

병마와 싸우며 힘들어했던 당시, 그를 살린 것이 바로 이 고추장이란다! 위암 환자가 고추장이라니, 그렇다면 뭔가 특별한 고추장일까?
붉은 빛깔의 먹음직스러워 보이는 고추장! 그러나 사람을 살린 고추장이라고 하기엔 평범해 보인다. 그런데 그는 어떻게 해서 고추장을 먹게 되었을까?
위암 말기 판정 전, 양식 위주의 식습관에 길들여져 있었다는 김종문씨. 병이 났다고 해서 오랫동안 굳혀진 식습관을 바꾸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암환자들한테 나오는 식단은 전부다 하얀색뿐이에요. 색 있는 게 없으니까 더 못 먹어요. 보기만 해도 메슥거릴 정도니까. 아프면서 제일 생각나는 게 뭐냐면 고추장에 밥을 쓱쓱 비벼 먹는 거예요. 그런 건 상상을 못했으니까요. 나는 언제 다시 정상이 되어서 고추장에 밥을 비벼 먹을까 했었지요."


그랬던 그가 이제는 빨간 고추장에 밥을 쓱쓱 비벼 먹는다? 과연 그가 먹는 고추장엔 어떤 비밀이 있는 것일까?


“매운 걸 못 드신다고 하얗게만 주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고추장을 드시고 싶어 하는데, 그럼 맵지 않은 고추장을 드리면 어떨까? 굳이 꼭 매운 고추장을 먹여야 할 이유가 없더라고요. 그냥 눈으로 봐서 빨갛고 먹음직스럽게만 보이고 맵지 않은 고춧가루로 만들자, 그렇게 하면 눈으로 보는 식감은 빨갛잖아요. 그랬더니 청국장하고 고추장을 마음껏 야채에 싸서 드시는 거예요. 그 후 무척 신기할 정도로 입맛을 찾아가더라고요. 아! 바로 이 고추장이다 생각했죠."


“고추장을 조금 떠가지고 구석에다 놓고 비벼 먹었을 때, 그 맛이란!"


* 약고추장 만드는 법


그렇다면 김종문 씨의 입맛을 살려낸 맵지 않은 고추장은 어떻게 만드는 것일까?

메줏가루와 고춧가루를 1대 1 비율로 하고, 간을 맞추기 위한 소금도 빠지지 않는다. 여기에 곰팡이가 덜 생기게 하는 김지영 씨의 비법인 소주를 붓는다. 소주가 방부제 역할을 해 주는 것이다. 그 다음, 마늘 간 것을 듬뿍 넣는다. 이것이 바로 남편을 위한 아내의 사랑으로 만들어 낸 마늘 고추장이다.


여러 번의 시행착오 끝에 자신만의 조리법을 만들게 되었다는 김지영씨. 마늘 고추장은 마늘에 항암제가 많이 들어 있다는 말을 듣고 마늘을 자연스럽게 많이 먹게 할 방법을 찾다가 만들어 낸 것이다. 곱게 간 마늘이 들어가는 마늘 고추장은 누구나 쉽고 간단하게 만들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그런데 여기에 그녀만의 특별한 재료가 하나 더 들어간다. 그것은 송화와 솔잎 발효액이다.
 
보통 고추장의 단맛을 내기 위해 넣는 엿기름 대신에 김지영 씨는 이 발효액을 사용한다.
1년 이상 발효시킨 송화 발효액을 넣어 고추장을 담그면, 너무 달지 않으면서도 깊은 감칠맛이 어우러진다.
김지영 씨가 남편을 위해 만드는 고추장은 마늘고추장이 전부가 아니다. 이번엔 마늘 대신 껍질을 벗긴 삶은 고구마를 으깨서 고추장의 재료로 사용한다.
고구마 고추장은 이름만 들어도 매우 생소해 보이는데 과연 고추장 속의 고구마가 암 극복에 도움이 됐을까?


“고구마에는 식이섬유가 많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식이섬유는 변의 부피를 크게 하고 변이 빨리 배출되도록 돕는 작용을 합니다. 따라서 암을 유발하는 해로운 물질이 우리 몸에 들어왔을 때 장점막에 그 물질이 접촉하는 시간을 줄여줘서 암의 발생률을 떨어트리는 효과가 있고, 베타카로틴이라고 하는 항산화 성분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고구마를 먹으면 여러 가지 암을 예방하거나 건강에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오한진 가정의학과 전문의)


이뿐만 아니라 아내 김지영 씨는 제철에 나는 재료들을 활용해 다양한 종류의 고추장을 담근다. 이렇게 정성으로 담근 마늘 고추장과 고구마 고추장은 3개월 이상 숙성을 시켜 자연식과 함께 먹는다.

“아마 고추장이 없었다면 자연식을 거부했을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채소를 고추장에다 무치지, 쌈 싸먹지, 버무리지. 진짜 우리 집에는 고추장이 없었으면 아마 음식이 안 바뀌었을 것 같은데요.”


아내가 만든 고추장으로 2년 전 위암 완치 판정을 받고, 건강한 삶을 살고 있는 김종문 씨! 그런데 흔히 매워서 자극적이라고 알려진 고추장이 위 건강에는 괜찮은 것일까?
한 연구에 따르면, 고추의 매운 성분인 캡사이신이 위암의 발생 원인균인 헬리코박터균의 증식을 억제해 항암효과를 갖는다고 한다.


“쥐를 이용해서 1%, 3%, 5%, 10%까지 많이 먹여봤습니다. 그랬더니 5% 정도 까지는 문제가 없습니다. 염증을 일으키지도 않고 캡사이신의 매운 성분이 오히려 면역을 높이기도 하고 또 다이어트 효과, 항암효과까지 있었는데 10%가 되니까 그때부터 쥐의 위에 염증이 일어나기 시작하더라고요."(박건영 교수 / 부산대학교 식품영양학과)


위벽을 튼튼하게 해주고, 위암 예방에도 도움을 준다는 고추장! 그러나 무조건 많이 먹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


“고춧가루를 범벅해서 먹는다면 항암효과보다 훨씬 지나치게 점막을 자극해서 위암을 악화시킬 수 있습니다. 위에 자극이 되지 않도록 적정량을 장기적으로 복용한다면 암을 예방하는 데에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이영석 통합의학전문의). 끝.(천기누설 10 / MBN <천기누설> 제작팀 / 다온북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