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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똑한 환자 되기 24 - 발목뼈의 골 괴사

hope888 2022. 4. 7. 08:02

1. 발목뼈의 골 괴사

 

아야씨는 왼쪽 발목이 시큰하면서 주저앉을 뻔했다. 발목이 접질린 것도 아닌데 한쪽이 아팠다. 그렇다고 붓거나 멍들지도 않았다.

벌써 몇 달째 산에만 오면 이런 일이 생긴다. 가끔 있는 일인 데다 증세가 심하지도 않아서 그냥 넘기곤 했는데 이제는 산에 오기 싫은 핑계가 되기 시작했다. 병원에 한번 들러봐야 겠다고 생각했다.

다음 날 집 앞에 있는 병원에 들른 윤 씨는 의사에게 증상을 얘기했다.

"발목 안쪽이 아프세요, 바깥쪽이 아프세요?"

"안쪽인 것 같은데. 아니 꼭 안쪽이라기보다는 관절 속이 아픈 것 같아요.

"글쎄요, 겉으로 봐서는 모르겠으니 사진을 찍어보도록 하지요."

엑스레이는 발목을 이리저리 돌려가면서 세 장을 찍었다. 진료실로 돌아오자 의사는 사진을 꼼꼼히 살펴보는 듯했다.

"큰 탈은 없고 염증이 있어서 그래요. 주사 맞고 물리치료 좀 해보지요.”

며칠이나 치료하면 될까요?"

한 달만 해봅시다.”

의사가 그러자는데 토를 달 사람이 몇이나 될까. 그날부터 보름 동안은 아주 성실히 다녔다. 주사도 맞고 약도 먹고 물리치료도 하고, 보름이 지나자 꾀가 좀 나기 시작했다. 물리치료라야 찜질하고 불 쪼이고 하는 건데 뭐 도움이 될까. 그래도 한 달 해보자 했으니 끊지는 않고, 간혹 빼먹기는 해도 기간을 채웠다. 그런데도 주말마다 산에 올라가면 아프지 않고 넘어가는 때가 없었다. 윤 씨는 답답해서 다른 병원을 가봐야겠다 생각하고 의사를 다시 만났다.

"하나도 안 낫는데요.”

"그러세요? 그럼 정밀 검사가 필요하겠네요, 종합병원에 가보셔야겠어요.”

진작 그럴 일이지 한 달 동안 뺑뺑이는 왜 시키나, 윤 씨는 속으로 중얼거렸다.

다음 날 윤 씨는 읍내 종합병원에 갔다. 전에 어머니가 안 좋으실 때마다 치료받아서 얼굴은 익히 아는 원장이다. 산에 가면 발목이 아프다는 것, 집 앞 의원에 한 달 다니며 이러저러한 치료를 받았다는 것 등을 다 얘기했다.

"다친 적 있으세요? 부러졌다거나?" 의사가 묻는다.

"아니요, 그런 적 없어요." 윤 씨는 자신 있게 대답했다.

"그럼 누워 있을 때는 아프세요, 안 아프세요?"

"누웠거나 걸을 때는 안 아프고 꼭 산에만 가면 아파요. " 스스로 꼼꼼히 체크해온 터라 확실히 대답할 수 있었다.

"올라갈 때 아프세요, 아니면 내려갈 때 아프세요?" 의사의 질문도 세심하다.

올라갈 때가 더 아파요.” 자신 있는 대답에 의사도 흡족한 모양이다.

"집 앞 의원에서는 무슨 병이라고 하던가요?"

"염증이라고 하던데요.”

하하하,” 원장이 웃었다. 진지하게 얘기하던 중 갑작스레 터뜨린 웃음에 윤 씨는 잠시 당황했다. 왜 웃는 거지? 내가 뭘 잘못 대답했나?

"염증이라는 병도 있대요? 염증이라는 말은 당신 아파요, 하는 말하고 똑같은 거예요."

그 말을 들으니 의사가 웃은 이유를 알 것도 같았다.

염증이라기에 빨리 치료해야 되는 병이라는 줄 알았는데.”

"여하튼 엑스레이에는 안 보이는 병인 것 같으니까 CT 찍어봅시다.” 의사가 웃음을 거두고 말했다.

“CT가 나은가요, MRI가 나은가요?” 윤 씨는 한 번에 끝내고 싶었다.

"발목에는 골절 아니고서는 MRI가 더 좋지요.” 의사는 그 비싼 MRI를 환자가 먼저 거론하니 의외라는 눈치였다.

TV에서는 CT가 더 적절한 병도 많다는데.” 윤씨가 TV 건강 상식을 써먹는다.

"그렇지요. MRI로 잘 보이는 병이 있고 CT를 찍어야 더 잘 보이는 병이 있지요. 두 가지가 다 유용할 때는 보통 MRI가 더 좋긴 한데 비싸고 시간이 많이 걸린다는 게 단점이에요. 물론 방사선에 노출 안 된다는 큰 장점도 있지만요.” 의사도 말을 잘 알아듣는 환자라 기분이 좋았다.

"그래도 몸에 병이 있는지를 보는 거니 비싸도 MRI를 찍어주세요."

그렇게 하십시다.”

MRI를 찍고 외래 진실로 왔다. 점심시간이 다 되어서 한가했다. 바로 의사를 볼 수 있었다.

어떤가요, 원장님?”

, 좋다고는 못하겠고, 큰 병이라고 할 것도 아니네요. 여기 보세요, 이게 골 괴사라고 하는 건데 안쪽 위에 있지요. 이것 때문에 아픈거예요.” 의사가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설명했다.

고칠 수 있겠지요? 환자는 늘 결론부터 듣고 싶기 마련이다.

못 고쳐요.” 의사의 대답은 단호했다.

"? 그럼 어떻게 되는 거예요?” 윤 씨가 놀라서 되묻는다.

어떻게 안 되니 걱정 마세요. 불구가 되는 것도 아니고 죽는 것도 아니고, 좀 아픈 것 말고는 아무 지장이 없는 병이에요.” 걱정 말라는 내용인데 말투는 냉정하다.

어휴, 어떻게 그냥 아프고 살아요. 더 심해지기도 하나요?” 모든 환자는 다소간 궁금증 환자이기도 하다.

조금씩 심해지기는 하겠지만 한두 해 사이에 나빠지는 건 아니고 한 10년 지나면 조금 나빠지고 하는 정도지요."

그럼 더 나빠지면 어떻게 하나요? 아파서 못 걸으면 "

거듭되는 질문에 의사는 짜증이 나기 시작하는데, 환자는 눈치를 영 못 챈다.

그 정도 되면 두 가지 치료 방법이 있어요. 하나는 인공 관절을 하는 것이고, 또 하나는 관절 고정술이라고 해서 뻗정 발목을 만드는 거예요. 뻗정 발목이란 발목뼈 중 거골이라는 것과 정강이를 하나로 합쳐서 발목이 아래위로 움직이지 못하도록 하는 거지요."

"어느 것이 나은가요?" 윤 씨는 완벽한 진료를 원했다.

"발목 인공 관절은 무릎 것에 비해서 약해요. 발쪽의 뼈가 작아서 고정이 잘 안 되기 때문에 실패율이 높고 불편해요. 그래서 잘 사용하지 않고 고정 수술을 많이 해요. 고정 수술을 하면 아픈 건 없어지지만 뻗정이 되니까 아무래도 불편하겠지요. 계단이나 언덕길을 오르내릴 때 어려워요. 평지에서는 절룩거리는 게 표시 날 정도는 아니고요." 의사는 이 집요한 환자가 언제까지 물어볼까 겁이 나기 시작했다.

"그렇게 안 되게 예방할 수는 없나요?"

"없어요. 충격을 많이 주지 말라는 것 말고는, 뛰어내리거나 점프하는 것을 피해야겠지요.

"어디서는 줄기세포 시술을 얘기하던데.” 원장에게 이건 짜증나는 질문이다. 다른 의사를 욕해야 하는.

"난 안 믿어요. 해서 효과가 있으면 좋고 없으면 그만이고 하는 식인데, 난 환자에게 더 해롭게 하는 것 같아서 안 해요."

의사는 이제 배가 고파져서 밥 먹으러 가고 싶었다.

"그럼 치료할 게 아무것도 없네요?” 윤 씨는 실망했다.

맞아요. 그냥 그런가 보다 하고 사세요.” 의사가 쐐기를 박고는 덧붙인다. “, 어차피 관절염과 비슷한 병이니까 연골주사 맞으면 조금은 도움이 되겠네요.

"그럼, 그거 놓아주세요.” 환자는 질병과 타협하기로 했다.

의사는 손가락으로 발목을 여기저기 눌러보더니 주사기로 찔렀다.

그러고 밀대를 당기니 노란 물이 1~2cc쯤 따라 나왔다. 의사는 바늘은 꽂아둔 채 주사기 몸통을 빼고 바늘에 맑은 액체가 든 주사기 몸통을 연결하고는 발목 속으로 밀어 넣었다.

진통제 처방을 해드릴 테니 가지고 있다가 많이 아플 때만 드세요.”

"진통제 먹으면 해롭다는데.”

"진통제는 독약이 아니니까 드세요. 속 쓰리지 않는 걸로 드릴 테니. 아플 때 참는 것보다는 먹는 게 나아요."

윤 씨는 발목에 주사를 맞고 진통제 처방을 받아 병원을 나섰다. 대학병원에 가볼까도 생각했지만 가서 줄기세포 시술 어쩌고 하는 말을 들으면 효과도 없다는데 마음만 들뜰 것 같아서 가지 않기로 했다.

토요일 아침 눈을 뜨자 윤 씨는 습관적으로 산에 갈 준비를 했다.

그러다 산에 가지 말라는 의사의 말이 생각나서 그만둘까도 했지만, 다른 약속도 없는데 종일 시간을 어찌 보내나 싶어 그냥 가기로 했다.

올라가면서 혹시 전보다 좀 낫지 않을까 했으나 아픈 건 별 차이가 없었다. 발목이 가끔씩 뜨끔한 것이 여간 불편하지 않았다.

그래도 왜 아픈지를 알고 나니 발 아픈 게 가볍게 느껴졌다. 윤 씨는 단장을 땅에다 힘껏 찌르며 생각했다. 나중에 발목을 뻗정으로 만들더라도 일단 산에는 다녀야겠다고.

 

2. 발목뼈의 골 괴사

 

- 증상

발목이 아프다. 골 괴사(생체 내의 조직이나 세포가 부분적으로 죽는 일)의 경우, 괴사가 생긴 위치가 안쪽, 바깥쪽, 앞쪽, 뒤쪽 중 어디인지에 따라서 통증의 위치, 통증이 유발되는 발목 자세가 달라진다. 어느 것이든 특정한 발목 자세에서 날카로운 통증이 빠르게 지나간다. 이에 비해 발목 관절염은 좀 더 자주, 거의 상시적으로 통증이 있다.

 

- 원인

이름처럼 뼈의 일부분이 혈관이 막혀 괴사가 되는 병이지만, 혈관이 막히는 원인은 알려진 바가 없다. 반복된 외상과 혈관 병증이 원인일 것이라고 추측하는 정도다.

 

- 진단

심하면 엑스레이에 보인다. 초기에는 CT, MRI에서만 보인다.

 

- 치료

진통제, 소염제, 휴식, 심하게 아프면 관절의 고정 수술(유합 수술)이 유일하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 화타의 충고

현대 의학의 발전이 정말 보잘것없다고 느끼게 되는 부분이다. (정병오 지음 / 똑똑한 환자 되기/ 모멘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