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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센티 인문학 3 – 이어도는 우리 땅이 아니다

hope888 2022. 6. 9. 09:30

 

1. 이어도는 우리 땅이 아니다

 

동중국해에 이어도도 있다. 이어도는 우리 땅일까?

모든 문제가 옳다는 생각, 편견이다. 문제가 틀렸다. 이어도는 ''이 아니다. 이렇게 물어야 맞다.

이어도는 우리 영토에 속할까?"

일단 이어도의 위치를 살펴보자.

- 북위 3207, 동경 12510

- 제주도 마라도에서 남서쪽으로 149km

- 중국 서산다오에서 동쪽으로 287km

- 일본 조도에서 서쪽으로 276km

 

이어도는 수면 4.6m 아래에 있는 암초라 밀물이건 썰물이건 평소에는 보이지 않는다. 섬이 아니라는 말이다. 그냥 암초다. 냉정하게 말하면 이어도가 아니라 이어 ''.

암초는 국제법상 누구의 영토도 될 수 없다. 그래서 한국과 중국은 2006년 이어도가 수중 암초이므로 영토 분쟁의 대상이 아니라는 데 합의했다. 다시 말해 우리 땅도 아니고 우리 영토도 아니다.

그런데 잠깐만, 수면 아래 잠복한 암초를 어떻게 알게 됐을까?

엄청난 파도가 쳐 바다가 이리저리 뒤집히면 보인다. 태풍이나 태풍에 버금가는 악조건이 되어야 이어도가 보이는 것이다. 그래서 이어도를 봤다는 말은 바다 한가운데서 엄청난 풍랑을 만났다는 말이다. 죽음을 피할 수 없다는 말이기도 하다.

백에 하나, 천에 하나 살아남은 어부들의 목격담이 쌓이면서 이어도의 존재는 제주 사람들에게 드러났고 이어도는 죽음의 섬으로 인식된다. 하지만 희귀한 목격담이 살에 살을 붙여 어느새 이어도는 환상의 섬, '놀고먹어도 되는' 이상향으로 둔갑하며 사람들 사이에서 문화로 소비된다.

옛날 제주 사람들이 말하던 이어도가 지금 그 이어도인가?

알 수 없다. 비슷한 수중 암초가 몇 개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수중 암초를 가리키는 이름 자체가 '' 또는 '이어'.

전설의 이어도를 지금의 이어도와 연결시킨 것은 1984년 제주대학교 탐사팀이다. 몇몇 문서엔 1951년 대한민국 해군과 한국 산악회가 '대한민국 영토 이어도'라고 새긴 동판을 이어도에 던지고 왔다는데 그럴 리 없다. 한국전쟁 중에 해군이, 배로 10시간 거리를 눈에 보이지 않는 섬을 가볼 리 없다.

사실 전설의 이어도를 지금의 이어도와 연결한 원조는 일본이다. 일본과 중국을 오가던 영국 화물선 소코트라호가 1900년 이어도에 걸려 좌초한 후 이어도의 공식 이름은 '소코트라 록SocotraRock' 이 된다. 이때 일본인 학자 다카하시 도 조선총독 와부는 기막힌 발상을 한다. '소코트라 록'이 제주 사람들이 말하던 그 '이어도'라고 규정한 것이다. 왜 그랬을까?

 

제주도 사람들의 이상향 = 이어도 섬

조선 사람들의 이상향 = 일본 섬

 

너희들은 이상향을 찾았으니 식민 지배를 받아들이라는 의미다. 독립운동 같은 거 하지 말라는 말이다.

 

2. 이어도와 한··

 

이어도가 우리 땅이 아니라니 섭섭하다. 소유했다 뺏긴 셈이라 박탈감마저 든다. 그래서 도전! 이어도가 우리 영토는 아니라고 치자. 그럼 이어도 부근은 우리 영해가 아닐까?

한 국가의 영역은 이렇게 구성된다.

 

영토

영해

영공

 

영해는 연안에서 12해리(22km)까지다. 다만 대한해협은 부산과 대마도 사이가 너무 가까워 한·일 양국이 연안에서 3해리 까지만 영해로 정했다. 이어도는 마라도에서 149km, 80 해리 거리니 우리 영해가 아니다. 물론 중국 영해도 아니고 일본 영해도 아니다.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 섭섭하다. 다른 방법은 없을까?

배타적 경제수역 Exclusive Economic Zone, EEZ 이 남았다. 자국 연안으로부터 200해리 (370.4km)까지의 바다에 있는 모든 자원에 대해 그 나라에 독점권을 주는 것이다. EEZ에선 다른 나라의 배나 비행기가 마음대로 통행할 수 있다. 하지만 허가 없이 조업하면 처벌할 수 있다. , 통행권을 빼놓고는 영해와 거의 같은 개념이다.

, 이제 겨우 이어도와의 연결 고리를 확보했다. 이어도는 우리 EEZ에 속한다. 그러나! 이어도는 일본에서 149 해리 (276km), 중국에서 155 해리 (287km). 일본 EEZ에도 속하고 중국 EEZ에도 속한다. 이렇게 EEZ 경우, 중간 지점을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 한국 주장이다. 마라도와 서산다오는 436km 떨어져 있고, 그 중간은 218km 이니 마라도에서 149km 거리인 이어도 주변 해역은 우리 EEZ.

중국 주장은 다르다.

중국의 해안선이 더 길고 면적은 100, 인구는 30배가 많으니 단순하게 중간 지점으로 EEZ를 나눌 수 없다. 대륙붕을 기준으로 해야 한다. 이에 따르면 서해의 3분의 2가 중국 EEZ.

설득력을 떠나서 중국은 자기모순을 범하고 있다. 베트남과 통킹만의 EEZ를 논할 땐 대륙붕이 아니라 중간선을 기준으로 삼았다. 통킹만의 대륙붕 3분의 2가 중국이 아니라 베트남 쪽에 있었기 때문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이어도 해역은 딱히 어느 나라의 EEZ라고 할 수 없다. 장차 한·, 혹은 한··일이 이 문제를 두고 분쟁을 겪을 가능성이 충분하다. 사실 요즘 문제가 되는 것은 EEZ가 아니라 '방공식별구역'이다.

 

3. 제주도는 과연 평화의 섬일까?

 

만약 다른 나라 비행기가 영공 바깥 저 멀리에서 날아다닌다면? No problem! 그건 자기들 마음이다.

만약 다른 나라 비행기가 영공을 침범하지는 않았지만 영공 근처에서 알짱거린다면?

신경이 쓰이기는 하지만 그것 역시 자기들 마음이다. 영공 바깥은 누구의 소유도 아니므로 모든 비행기가 자유롭게 날아다닐 수 있다. 하지만 영공 근처에서 비행기가 특히 전투기가 배회하는 것은 해당 국가로서는 신경 쓰이는 일이다. 순식간에 영공을 침범해 공격할 수도 있으니까.

그래서 방공식별구역(ADIZ)이 탄생했다. 영공 바깥에 일정한 범위를 정해 이곳에 들어오는 외국 비행기들은 해당 국가에 신고해야 한다. 만약 방공식별구역에 들어온 비행기가 수상한 행동을 한다면 해당 국가는 그 비행기에 이렇게 요청할 수 있다.

“Please, 좀 꺼져 줄래?"

 

1941127, 미국은 일본 전투기들이 하와이 진주만으로 다가오는 것을 포착한다. 하지만 자국 전투기로 오인하고 대응하지 않았다가 처절한 피해를 입었다. 항공구역이 국가 안보에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은 미국은 1950년에 자국 영토 동서남북에 세계 최초로 방공식별구역을 정한다. 이어서 한국전쟁이 한창이던 1951322, 미국 태평양사령부는 우리를 대신해 한국의 방공식별구역KADIZ 을 설정했다. 이어도는 쏙 빼버리고,

그러자 찬스에 강한 일본은 이어도 상공을 날름 자기네 방공식별구역에 포함시켜버린다. 1969년의 일이다. 그날 이후 이어도 상공을 비행하는 우리 전투기와 여객기 들은 비행 정보를 일본 자위대에 알리고 '승인'을 받아야 했다. 독도는 물론 이어도까지 우리 것이라 철석같이 믿고 있던 한국인의 믿음은 헛된 믿음이었다. 게다가 2013년에 일본의 방공식별구역이 우리 영공까지 침범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진다. 1982년부터 영해 기준이 3 해리 (5.6km)에서 12해리(22km)로 확장되었는데, 3해리였을 때는 문제가 없었지만 12해리가 되니 일본 방공식별구역이 마라도 영공 일부를 침범하게 된 것이다.

어쨌거나 뒤늦게 한국은 201312월에 이어도를 포함하는 새 방공식별구역을 선포했다. 하지만 역부족이다. ? 중국이 이어도를 노리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중국은 20131123, 새로 설정한 방공식별구역에 일본과 분쟁 중인 센카쿠 열도뿐만 아니라 이어도까지 포함시켰다.

중국은 왜 이럴까

중국 군부의 숙원 사업은 미국 감시망을 뚫고 자유롭게 태평양으로 진출할 수 있는 힘을 키우는 것이다. 이를 위해 필요한 것이 동중국해 지배다. 이를 위한 필수 조건이 이어도와 센카쿠 열도를 자기네 땅으로 만드는 것이기 때문이다.

세계 평화의 섬 제주라는 이름이 무색하게 제주와 마라도 앞바다는 일제강점기 때 그랬던 것처럼 주변 강대국의 욕망들이 첨예하게 충돌하는, 평화가 단번에 깨질 수 있는 공간이다. (조이엘 / 1센티 인문학/ 언폴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