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몇 년 전부터 법으로 사냥을 금지하며 해마다 각 도(道)별로 사냥시기를 정하여 순환제로 사냥을 허가하고 있다. 다만, 제주도와 거제도는 예외 규정을 두어서 관광 사업을 촉진할 목적으로 연중 허가하고 있을 뿐이다. 또한, 엽총과 공기총은 총포 도검류 단속법에 의하여 야간에는 경찰서에 보관시켜야 하고, 수렵기간이 지나면 반드시 경찰관서에 보관시켜야 하며 총을 사용하고 싶으면 수렵비용몇 십만 원을 내야 하는 등 사냥 경비가 많이 드는 사치스런 스포츠이다.
나는 고등학교 다닐 때부터 공기총을 가지고 사냥을 즐겼다. 공기총을 손질하다가 실수로 인명사고가 날 뻔하기도 했는데, 40여 년이 지난 지금도 그때를 생각하면 모골이 송연해진다. 덕택에 군대에서는 특등사수로 이름을 날리기도 했지만 말이다.
사냥 중에서 꿩 사냥은 매우 재미있다. 날씨는 비가 부슬부슬 내릴 때, 시간은 오전 10시경부터가 꿩 사냥의 적기이다. 자동차를 천천히 몰면서 산길을 가노라면 꿩들이 산기슭에서 안심하고 먹이를 먹고 있을 때 차가 잠시 멈추어도 차의 시동을 끄지만 않으면 달아나지 않는다. 아마도 꿩들이 자동차에 너무 익숙해져서 그런 모양이다. 차 안에서 정조준하여 꿩의 꼬리부분을 쏘게 되면 그 자리에서 즉사하게 된다. 실탄이 꿩의 내장을 관통하기 때문이다. 다른 곳을 쏘면 총알을 맞고도 달아나 버린다.
산비둘기는 매우 맛이 좋은 고기인데 평화를 상징한다고 하는 이유를 알 만하다. 총에 맞아서 다쳤을 때에도 손으로 잡을 때 절대로 손을 쪼아 공격하거나 몸부림을 치는 법이 없이 그대로 순종을 하는 이상야릇한 새이다. 다른 새들은 할퀴고, 물어뜯으며 반항을 하는데 말이다.
곰 사냥은 아주 위험한 일이지만 웅담이 매우 귀한 약재이기 때문에 위험을 무릅쓰고 곰 사냥을 하기 위해 캐나다까지 사냥 여행을 떠나기도 한다. 캐나다 여행에서 가장 황당한 일은 캐나다 어디를 가든지 한국 사람이라는 것을 알면 어김없이 웅담을 사라고 성화를 부리는 상인들 때문에 여행을 망칠 정도라고 한다. 곰은 굉장한 괴력을 지닌 짐승으로 평화를 사랑하며 주로 풀이나 나무 열매와 연어 고기를 좋아하는 머리가 영리한 동물이다. 또한, 호기심이 무척 많은 곰은 곰보다 더 영리한 인간에게 오히려 당하기도 한다. 겨울잠을 자는 곰의 굴 입구에다 창호지를 발라서 막은 다음에 곰의 눈 정도의 높이에 바늘구멍을 내어놓은 다음에, 여러 사람이 땅을 구르면서 꽹과리, 북 등을 치며 떠들어대면 단잠에 빠져 있던 곰이 무슨 일인가 하고 일어나서 나오려고 하다가 창호지가 앞을 가로막는데, 이에 호기심이 발동한 곰은 눈으로 밖을 내다보려고 헤매다가 창호지에 난 바늘구멍을 발견하고서 그 구멍으로 눈을 들이대고 밖을 엿보려고 할 때 재빨리 바늘로 곰의 눈을 쑤시면 된다. 갑자기 눈이 따끔거리고 앞이 잘 보이지 않게 된 곰은 피를 흘리는 부상당한 눈을 닦으면서도, 지나친 호기심 때문에 또 다른 눈으로 다시 밖을 내다보려고 바늘구멍에 눈을 들이댈 때 한 번 더 바늘로 눈을 쑤시게 되면 곰은 두 눈이 먼 장님 곰이 되어 버린다. 장님 곰은 그 엄청난 괴력을 사용할 수 없는 불쌍한 곰으로 변해 버리는 것이다. 이때 사람들은 창호지를 찢고 곰을 밖으로 끌어내어서 몽둥이로 때려잡을 수가 있다.
참새고기는 무척이나 맛이 있는데 많이 잡아서 포식하려면 다음과 같이 하면 된다. 눈이 산천을 덮은 지 이틀 정도가 지난 다음에 넓은 뜰에 나가 한 곳을 깨끗이 쓸어 내고 그곳에다 하루 정도 독한 술에 담가서 불렸던 쌀이나 보리 등을 잔뜩 뿌려 두고 그 옆에는 신나는 리듬의 노바디 음악을 틀어 놓게 되면 준비가 다 된 것이다. 수많은 참새들이 모이를 쪼아 먹고는 술에 취하여 신나게 리듬에 맞추어 노바디 춤을 추다가 술에 취하고, 지쳐서 쓰러지게 되는데 그때는 그냥 주워담기만 하면 된다. 이 방법은 참새들의 부지런하고 놀기 좋아하는 성질을 역이용하는 방법이다.
물오리 고기는 맛이 매우 담백하고 사람의 몸에 아주 좋은 보약이 되기 때문에 사냥꾼들이 욕심을 내는 새 종류이다. 물오리 떼들은 보초가 항상 사방을 경계하고 있고 또한 규율이 대단히 엄해서 물오리를 사냥하기는 대단히 어렵다. 물오리 떼는 대장 물오리의 통솔 하에 일사불란하게 군대식으로 군집 생활을 하는데 물오리 떼가 먹이를 찾거나 신나게 놀고 있을 때에도 보초 물오리들은 자기의 임무를 성실히 수행하며 사방을 경계하다가 위험한 상황이 있을 것 같으면 경고음을 내어서 무사히 도망을 가게 하는 것이다. 지금도 과학자들은 어떤 방식으로 경고음에 따라서 수많은 오리 떼들이 동시에 날아오를 수 있는지 연구를 하고 있지만 아직도 찾아내지 못하고 있다. 물오리 사냥은 보초가 있는 물오리 떼의 조심성을 역이용하여 손쉽게 잡을 수 있다. 물오리 떼들은 잠을 잘 때에도 불침번을 세우는데 이때 새벽 2시경에 온몸에 검뎅이를 잔뜩 묻혀서 빛을 차단하고서 숨 대롱과 방수용 플래시 한 개씩을 가지고 조심스럽게 호수 한복판으로 들어가서 단잠에 빠진 오리 떼를 향하여 한번 짧게 빛을 내게 되면 불침번 오리들은 당연히 경고를 하게 되고, 단잠에서 후다닥 일어난 오리 떼들은 순간적으로 공중 높이 날아올라서 어떤 위험이 있는가 하고 호수 주위를 맴돌게 되는데, 이 때는 숨 대롱으로 숨을 쉬면서 호수 물밑으로 몸을 숨기고 있으면 오리 떼들은 아무런 이상을 발견하지 못하고 하나둘씩 안전을 확인하고는 호숫가에 내려오게 된다. 잠시 후 모든 오리 떼들이 다시금 단잠에 빠져들었을 때 다시금 빛을 발하면 똑같은 상황이 반복되는데 이러한 일들을 세 번까지만 하게 되면 오리 사냥은 끝난 것이나 다름없다. 화가 잔뜩 난 오리들은 캄캄한 밤중에 불침번을 섰던 오리들을 향하여 노도와 같이 공격을 하게 되고 그 상황에서 서로 부딪쳐서 그야말로 난장판이 되어 버린다. 오리들은 성질이 매우 급하고 사나워서 한 번 싸움을 하게 되면 끝장을 보고야 마는 화끈한 성질 때문에 상대방이 쓰러질 때까지 싸움을 하게 되고 모두 다 지쳐 쓰러지면 그냥 오리들을 주워담기만 하면 만사가 끝나는 것이다.
우리 인간들은 만물의 영장이다. 무궁무진한 방법으로 기발한 사냥을 할 수가 있다. 사냥으로 우리의 건강과 스트레스를 한껏 떨쳐 버리고 활기찬 삶을 살아가자. 다만, 자연을 보호하는 마음은 항상 가지고 있어야 할 것이다. 씨를 말릴 정도의 남획이나 올무, 덫, 독극물 등을 사용하는 불법 사냥이나 천연기념물을 포획하는 등의 불법 행위는 꼭 근절되어야 한다. 그리고 하루의 사냥 허용 마릿수 이상은 절대로 잡지 말아야 할 것이다. 또한, 재미를 위한 의미 없는 살생은 하지 말아야 한다. 나는 이십여 년 전에 애지중지하던 사냥총을 경찰청에 반납하였고, 지금은 환경보호 운동에 열심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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