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려주고 싶은 이야기

스토리의 기술 5 - 홀로코스트 이야기 : 진 시먼스

hope888 2022. 5. 10. 22:37

 

그룹 키스 KISS의 ‘디먼 The Demon’으로 더 유명한 전설적인 록스타 진 시먼스 gene Simmons는 배경 스토리를 극복해 낸 또 한 명의 인물이다. 최근 그는 괴성을 지르는 6만 명의 칠레 팬들 앞에서 찍은 사진을 휴대폰 이메일로 보내왔다. 이 남자는 수명이 짧기로 악명 높은 이 업계에서 예순을 코앞에 두고 있는 지금까지, 인생의 거의 절반이 넘는 기간 동안 세계적인 아이콘의 자리를 지켜 왔다! 그는 또 수십 편의 영화와 TV 쇼에 출연했고, 자신이 직접 리얼리티 쇼를 진행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런 왕성한 기업가 정신을 발휘하면서 실패도 여러 차례 맛보았는데, 안타깝게도 그중에는 내가 참여한 일도 있었다.

1970년대에 나와 함께 카사블랑카 레코드 앤드 필름웍스를 운영했던 닐 보가트 Nie Bogart 가 아주 멋진 아이디어를 제시했는데, 그것은 바로 키스의 멤버 네 명 모두의 솔로 앨범을 동시에 발매하자는 것이었다. 나도 그 생각이 마음에 들었다. 물론 그것이 키스 앨범 하나를 발매하는 것에 비해 네 배의 돈을 벌 수 있는 뻔한 술책이기는 했지만 말이다. 그런데 진 시먼스는 이 계획에 회의적이었다. 밴드 구성원 모두가 솔로 역량을 가지고 있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할리우드야말로 탐욕의 본고장으로서, 그 어떤 것도 우리를 막을 수는 없었다. 우리가 금을 가져다주면 대중은 그것을 백금으로 바꿔 놓았다. 다행히 시먼스는 손실을 입어도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우리가 저지르는 도박이 잘못되면 후회할 것이냐는 내 물음에 그는 이렇게 답했다. “나는 위험을 타고난 녀석입니다.” 그는 원래 홀어머니와 함께 이민해 온 아들이었고, 그 사실을 결코 잊은 적이 없었다.

키스가 아무리 흥망성쇠를 거듭해 왔다고 해도, 진 시먼스라는 사람의 명성이 앨범 판매와 라이센싱을 이끌어 가는 원동력이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었다. 그의 집에 있는 드넓은 사무실은 키스와 관련된 상품과 서비스를 보여 주는 살아 있는 박물관이었다. 그곳에는 코믹스에서 장난감, 생활용품, 책, 트로피 그리고 모든 형태의 수집품이 거대한 창고 크기의 구석구석을 가득 채워 보는 이들의 시선을 압도하고 있었다. 우리는 바로 그곳에서 만나 그의 성공 비결을 이야기했다.

시먼스는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 "어머니가 자신의 삶을 통해 나에게 들려준 이야기야말로 내가 하는 모든 일을 서로 연결 짓고 걸러 주는 역할을 했습니다. 어머니는 헝가리에서 태어나, 열네 살에 나치 독일의 강제수용소에 갇혔습니다. 어머니는 저에게 가족 모두가 사망하는 끔찍한 과정을 모두 지켜보신 일과, 살아남기 위해 열네 살에 사령관 부인의 미용사 노릇을 했던 일을 모두 이야기해 주셨습니다.”

그보다 더 어두운 배경 스토리가 없을 정도였다. 그러나 진 시먼스는 그 이야기에 파묻히기를 거부하고 오히려 그것을 자신의 의지를 더욱 결연히 다지는 계기로 삼았다. 그의 개인적인 사명은 ‘어떤 역경이 다가와도 살아남으리라. 내가 카멜레온이 되는 한이 있어도’가 되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제 인생은 좌충우돌의 연속이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유연한 태도를 보여야 했지요. 그러나 저의 정체성은 밖이 아니라 제 안에 있습니다. 저는 제가 가야 할 길을 잘 알고, 제가 확신하는 내용만 말할 것입니다.”

시몬스는 고향인 이스라엘에서 미국으로 건너온 후 생존이 훨씬 더 흥미로운 양상으로 변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TV와 영화는 엄청난 문화적 충격이었습니다. 미국에 오니 하늘을 날아다니거나, 마스크를 쓴 사람이 화면에 등장했지요, 만화책과 공포영화도 있었습니다. 이곳에서는 모든 것이 요란했어요.” 시몬스는 성공하기 위해서는 자신도 요란법석을 떨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이제 생존을 위한 그의 열망은 성공을 향한 야망과 맞아떨어졌다. "누군가가 내 앞길을 막아서는 것도 용납할 수 없지만, 내 잘못으로 성공에 이르지 못한다면 더더욱 참을 수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지금도 어머니가 겪은 홀로코스트 이야기는 시먼스의 삶을 이끄는 힘이지만, 그는 이미 오래전에 이 역경의 스토리를 자신의 장점으로 승화시켰다. 물론 그는 의도적으로 그 스토리의 영향을 받으면서 살아왔지만, 그것 때문에 완전히 주저앉은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그는 새로운 일을 벌일 때마다 이 스토리를 주변에 이야기했고, 그것을 교훈 삼아 비즈니스에서 모든 달걀을 한 바구니에 담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그는 파트너에게 노골적으로 말한다. “이제 우리 둘밖에 없소. 앞으로 함께 울고 웃는 거요.” 그러나 그는 그런 유대감을 강조하면서도 사업의 이익은 철저하게 구분했다. 진 시먼스는 자신의 노력을 상호 보증하거나, 한꺼번에 전부를 거는 일이 결코 없다. 이렇게 한다고 실패를 완전히 피할 수는 없지만, 어머니의 스토리에서 알 수 있는 위험의 불가피성을 인식함으로써 손해를 최소화할 수는 있다. 이 배경 스토리 덕분에 시먼스는 실패를 맞이해도 허물어지지 않고 다시 일어날 투지를 발휘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런 회복력은 그의 브랜드와 경력에 도약대가 되어 주었다. 시먼스는 어떤 일을 겪더라도 다시 살아날 것이다. (피터 거버 / 『스토리의 기술』 / 라이팅하우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