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이야기

삿포로 스키 여행

hope888 2014. 2. 23. 20:25

 

삿포로 여행

 

 

1월 4일 첫째 날(2009년)

  지난 해 호주 케언즈 여행 때에도 그랬지만 이번 일본 삿포로 여행도 마찬가지로 아내는 한 숨도 못 자고 두 아들의 5일 동안의 먹을거리를 준비하느라 바빴다.  덩달아 나도 미안한 마음에  편안한 잠을 잘 수 없었다.
  매년 다니는 해외여행이지만 준비할 때 마다 설레는 마음이 더 좋은 것 같다.  공항까지는 버스로 가기로 하고 서둘러서 출발했지만 길을 잘못 들어서  부득이 택시를 잠시 이용한 후에 공항 리무진 버스를 탈 수 있었다. 버스를 탔다는 안도의 차분한 마음으로 이번 삿포로 여행에서 다치지 않고 유익하고 즐거운 은혼식 여행이 되게 해 달라고 하나님께 간절히 기도드렸다.

  

  간단한 수속을 마친 우리 부부는 비행기를 탑승할 수 있었고, 차창 밖으로 펼쳐지는 환상적인 풍광에 넋을 잃을 지경이었다.  멋들어진 인천 시가지와 시가지 위로 두둥실 떠 있는 솜털 같은 구름들을 바라보면서 우리들에게 이런 멋있는 자연을 주신 하나님의 사랑을 다시금 느낄 수 있었다.  

   

  삿포로 까지는 약 2시간 정도면 갈 수 있는 거리로서 비교적 해외여행치고는 짧은 여행길이다. 기내식으로 생선으로 만든 밥과 닭튀김 밥의 두 가지로 나와서 한 개씩 주문해서 나누어 먹었다. 점심 후에는 아내는 깊은 단잠에 빠졌고 나는 차창 밖의 구름들을 촬영하느라 분주했다. 우리나라와 일본은 시간을 똑같이 사용하기 때문에 시간차이는 없다.
   치도세 공항에서 입국 수속을 밟는데 무척 지루했다. 시골 공항이라서 그런지 시설도 좋지 않았고 외국인들을 대하는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일본 사람들의 우리들을 대하는 것이 마치 동물원의 원숭이처럼 지그재그로 걸으면서 입국수속을 밟게 하는데 있어서 기분이 상했다.  공항이 비좁아서 그런지는 모르지만 하여튼 ‘이것은 아니다’ 였다. 잘 산다는 교만함이 보이는 것 같아서 씁쓸했다.

   

  다른 나라의 입국장과는 사뭇 다른 태도에 서먹서먹했고, 모든 외국인(16세 이하의 유소년들은 제외)들은 얼굴 사진을 찍어야 하고 양 손의 지문을 찍어주어야만 일본에 입국할 수 있었다. 그러니 기분이 유쾌할 리가 없었다.  마치 거대한 힘에 감시를 받는다는 느낌은 나만의 기분일 뿐인지?
  입국장에서 벗어나니 영하 2.4도를 유지하고 있어서  몸이 움츠려졌다. 다행히 눈은 오지 않고 있었다. 그러나 온통 세상은 눈으로 덮여 있는 나라였다. 설국에 온 것이다.

  

  우리들의 숙소인 루스츠 호텔까지 버스로 2시간 이상을 달렸는데 가는 도중에 눈발이 오락가락했다.  버스는 조심조심 달렸는데 도로 옆의 표지판에는 시속 40km - 50km로 달리도록 되어 있었다. 이곳의 모든 차는 스노우 타이어를 장착하도록 의무화 되어 있다고 한다.

  

   루스츠 호텔은 노스 윙과 사우스 윙의 리조트 호텔과 전실 복층 타입으로 고급 객실을 자랑하는 루스츠 타워의 주요 호텔을 시작으로, 통나무집, 오두막집, 본관, 별관의 다양한 객실을 갖추고 있다. 호텔의 상징이기도 한 카르셀(호텔 내 회전목마)을 시작으로 풍부한 레스토랑, 쇼핑몰, 차실(만기암), 게임월드와 실내체육관 많은 회의에도 대응할 수 있는 많은 컨벤션실과 세미나실 등등, 개인에서 단체까지의 손님을 맞이할 수 있는 최고시설과 최고 서비스가 갖추어진 북해도 최고의 종합 리조트로서 주변에 어마어마한 규모의 스키장이 세 개나 있다.  우리들은 한 밤중에 루스츠 호텔이 도착해서 곧바로 킹크랩을 주로 하는 환영만찬장에서 게 종류를 실컷 먹을 수 있었다. 홋카이도에는 북극해가 가깝기 때문에 청어와 털게 등이 유명하다고 한다.

  

   홋카이도에서 잡히는 게의 종류에는 크게 3가지가 있다. 킹크랩이라고 부르기도 하는 타라바게는 대구가 많이 잡히는 ‘타라’라는 어장에서 생식하고 있어 지어진 이름으로 가재의 사촌이다. 큰 타라바게는 다리를 양쪽으로 벌리면 1m가 넘는다. 이게는 다리가 하나 퇴화해서 집게발을 합해 4개인 것이 특징이다.
  이곳에서 가장 유명한 게가 털게이다. 알라스카 연안, 후쿠시마 현 및 우리나라 동해안 등에서 널리 분포하고 있어 오호츠크 연안에서 많이 잡히는 게로 홋카이도를 대표한다. 등껍질이 동그라미를 두른 사각형으로 다른 게와는 달리 그리 딱딱하지 않고 온 몸에 털아 많이 있어서 털게라고 부른다. 또한 게 중에서 최고의 가격으로 거래되는 맛있는 게이다. 그리고 즈와이게는 스와이라는 나뭇가지를 뜻하는 말에서 유래한 게 이름인데 마치 나뭇가지 모양을 하고 있다. 즈와이게는 암컷 수컷의 크기가 매우 다르다.

  

   북해도의 특산품 하면 가장 유명한 것이 ‘게’이다. 그런 만큼 북해도에 간 이상 게를 먹어보지 않고는 돌아올 수 없다. 하지만 일본인들도 마음대로 먹어보지 못하는 것이 북해도 게인 만큼 북해도 게는 유명세에 걸맞게 가격 또한 만만치 않다고 한다. 털게 한 마리 값이 우리나라 돈으로 10만 원 이상을 간다.  
  해외여행의 별미 중의 별미는 그곳의 특산물을 맛보는 것이기에 우리 부부는 킹크랩은 물론이고, 털게와 즈와이게, 그리고 싱싱한 도미회, 초절임 해삼, 연어알, 이상하게 맛이 있는 새우젓 등이 별미였다. 특히 입맛을 당기게 하는 요리는 연어이즈시(연어식혜)였다. 나는 여러 번 연어이즈시로 가득 채운 그릇을 비웠고, 아내는 킹크랩을 많이 먹었다.

  

   우리가 여행하고 있는 홋카이도는 일본의 4개 주요 섬 중 제일 북쪽에 있는 섬으로 일본 사람들도 비자가 있어야만 올 수 있는 곳으로 잘못 인식할 정도로 와보지 못한 사람이 많은 이곳은 북극과 가까운 곳이다. 따라서 조금만 북쪽으로 가면 빙하를 만날 수 있고 오로라를 볼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서쪽으로 동해, 북쪽으로 오츠크 해, 동쪽과 남쪽으로 태평양에 접해 있는 이곳은 몇몇 작은 섬과 함께 행정상 도(道)를 이루며, 일본 육지 면적의 21%를 차지하는 홋카이도의 특색은 한랭한 기후와 새로 형성된 산과 화산들이다. 오랫동안 토착민족인 아이누족의 터전이었으며 일본인들이 본격적으로 정착하기 시작한 것은 에조지[蝦夷地]라고 불렸던 이 지역을 1869년 홋카이도라고 부르면서부터였다고 한다.

  

  행정중심지이며 산업·상업·관광 중심지인 삿포로[札幌]에는 1876년에 세워진 홋카이도 대학이 있다. 그밖에 주요도시들로는 하코다테[函館]·오타루[小樽]·무로란[室蘭] 등의 항구도시가 있다. 주요경제활동은 철, 강철, 목재 펄프, 낙농, 어업 등으로 이루어지며 주요작물은 쌀·팥·강낭콩·귀리·보리·건초·감자 등이다. 또한 홋카이도에는 일본 최대의 석탄 광산이 있다. 일제 치하에서 우리나라의 젊은이들이 홋카이도에 끌려가서 죽음의 탄광에서 아까운 목숨을 잃었던 곳으로도 유명하고, 내 막내 할아버지도 이곳 탄광에서 고생하시다 해방이 되어 귀국했지만 너무나 혹사당한 후유증으로 결혼조차 못하시고  돌아가신 뼈아픈 기억이 서려 있는 곳이다.  

  

  그리고 우리가 5일간 있을 삿포로는 일본 홋카이도[北海道]의 도청소재지로서 이시카리 강[石狩川]에 접해 있다. 1871년 넓은 가로수 길들이 직각으로 교차하도록 도시계획을 했고 1886년에 도청소재지가 되었다. 정부의 개척사(開拓使)가 설치되면서 발전하기 시작했으며 지금은 동해에 있는 외항 오타루[小樽]와 함께 상업 중심지이다. 주요산업으로는 식품제조·제재·인쇄·출판업 등이 꼽힌다. 삿포로는 철도 중심지이며, 가까운 치도세[千歲] 공항이 있어서 우리 부부도 이곳을 통해서 일본에 들어 온 것이다.

  
  1980년대에 쓰가루[津輕] 해협 밑으로 해저 터널이 건설되었으며, 스키를 비롯한 겨울 스포츠의 중심지로 1972년 동계 올림픽이 열리면서 국제적으로 이름을 알린 곳이기도 하다. 해마다 열리는 눈 축제 때는 눈을 뭉쳐 조각한 거대한 조각들을 볼 수 있는데 이번 눈 축제는 2월 2일부터 10일 동안 열린다고 한다. 여름에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맥주 축제가 이곳에서 열리기도 하는 삿포로는 훗카이도대학과 아름다운 식물원들이 있다.

  

   우리 부부는 내일부터 즐길 스키여행을 위해 사전 준비로 각종 스키 장비를 준비한 후에 스키 강습장에 나가서 초보부터 열심히 배웠다. 스키는 이곳에서 우리들의 인생과 같다는 것을 배웠다. 스키는 맨 처음 배울 때 부츠를 신는 방법부터 배운 후에 안전을 위해서  넘어지는 방법을 맨 먼저 배우고, 지그재그로 내려 와야 하는 방법을 배운다. 스키는 스피드를 즐기는 스포츠이지만 속도만을 즐기다가는 커다란 사고를 유발하는 불상사를 만나기도 한다. 내가 아는 어떤 사장님은 스키를 타다가 경추부분을 크게 다친 후에 온 몸을 쓰지 못하는 불행을 당한 사람을 알고 있다.

  

 따라서 우리들이 삶을 살아가면서 모든 일들이 승승장구 하지 못하고 좌절에 빠지기도 하는 것이 인생일진데 이때에는  스키를 타는 것처럼 넘어지면 곧바로 일어서서 다시 타고, 똑바로 내 달리지 말고 속도를 컨트롤하기 위해서 지그재그로 달리기도 하고 스키를 A자 모양으로 만들어서 속도를 조절하거나 잠시 멈추어야 한다. 어린애들이 스키를 처음 타는 것을 보면 지그재그로 달리지 못하고 그냥 직선 코스로 내 달리다가 마지막 순간에 커다란 사고를 내는 것을 자주 보는 것은 인생을 잘 모르는 철부지 젊은이들이 용감하게 성공 가도를 힘차게 달리다 그대로 무너지는 것과 같다. 인생도 스키도 마찬가지로 좌절을 겪게 되고 넘어지게 되는 것이 똑 같고, 그때마다 한 번 더 일어나서 달린다는 생각만을 한다면 언젠가는 인생이나 스키나 성공의 면류관을 머리에 얹을 수 있을 것이다.

  

    아내는 스키복 상의가 조금 커서 바꾼 다음에 우리들의 전용 라커룸에 보관하고 난 후 일행들과 함께 가지고 간 소주를 마시면서 담소를 즐겼다.
   대화중에 자연스럽게 내가 이번 2009년 1월호 ‘한국수필’에 등단하게 되었다는 소식이 알려져서 일행 모두에게 축하의 건배를 받기도 한 유쾌한 시간을 가졌다.

  

   일본의 전기는 110V를 쓰기 때문에 일본을 여행하려는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110V 용 소켓이 필요하다. 나는 사전에 정보를 알고서 110V용 소켓 6개를 준비해서 가지고 가서 잠을 자면서 요긴하게 각종 기기들을 충전할 수 있었다. 이번에 가지고 간 것들은 카메라, 캠코더, 전화기 등 5가지다.

1월 5일 둘쨋 날

  오늘부터 스키여행이 시작되었다. 어제 저녁부터 눈이 오락가락했는데 아침에는 거짓말처럼 하늘이 높고 화창한 날씨다. 창문을 열고 호텔 밖을 내려다보니 광활한 스키장에 수북이 쌓인 눈을 치우느라 중장비 기계들이 빨간 눈을 깜박이며 분주히 오간다. 깊은 산 속 홋카이도의 아침 공기는  너무나 상쾌한 기분이 들게 하고 달콤한 냄새가 나는 것처럼 깨끗한 공기로 맛이 있다면 달디 단 공기라고 할 것이다.

  

  아침 식사는 호텔에 있는 식당에서 먹었다.  여러 가지 음식들이 뷔페식으로 차려져 있어서 자기 입맛에 맞는 것들을 접시에 담아서 먹었다. 나는 한국 요리사가 끓여 준 미역국이 제일 맛이 있었다. 또한 하루도 안 먹으면 입 안에 가시가 돋는 것 같은 우리 부부에게는 김치가 반가운 메뉴 중 하나였다.

   

  아침을 든든히 먹은 후에 우리 부부는 스키 복장을 하고서 눈이 펄펄 날리는 스키장으로 나갔다. 루스츠 스키장은 홋카이도에서 가장 대표적인 스키리조트로 총 연장 43km에 37면의 슬로프와 함께 초보자용부터 경사 40도가 넘는 블랙 다이아몬드급 까지 다양한 난이도가 있다. 웨스트 스키장, 이스트 스키장과 이솔라 스키장 등 1,000m 이상의 봉우리 세 개로 구성되어 있다. 웨스트 슬로프는 경사가 완만해 초보자와 어린이들에게 적합하며 야간에 운영한다.

  

  이스트 슬로프는 전문가용으로 평균 경사도가 32도 이며 최대 40도가 넘지만 길이는 500m로 짧은 편이다.    그리고 3km에 이르는 언덕을 스노우 모빌로 달릴 수 있다. 이솔라 슬로프는 길이가 긴 것이 장점이다. 초보자들도 쉽게 적응할 수 있는 3,500m 코스, 도야호가 내려다보이는 2,700m 코스와 1,000m에 이르는 모글 코스가 있다. 이곳에는 스노우 모빌과 에스키모개들이 끄는 썰매도 있으며, 리프트 20대, 대형 곤돌라 3기가 마련되어 있어서 시간 당 3만 명을 수용할 수 있다.  

   

   천혜의 비경과 문명이 어우러진 이곳 설국(雪國)에는 스키장만 133곳이나 되며, 삿포로에만 수십 개가 있어 제설기로 뿌린 인공 눈과 밀려드는 인파에 지친 스키어들이라면 삿포로는 ‘천국’의 동의어쯤으로 통할만 하다. 풍부한 적설량, 대기시간이 필요 없는 리프트와 수 km에 달하는 긴 슬로프만으로도 스키어들의 가슴을 들뜨게 하기 쉽다. 또 유난히 긴 겨울 덕택에 초봄까지도 눈 위를 지칠 수 있다. 여기에 솜이불처럼 고운 스노우 파우더(snow powder)로 활강시 눈이 연무처럼 휘날리는 비경이 연출된다. 루스츠 스키장은 스키어들의 꿈, 그 중에서도 으뜸 중의 하나이다.

  

   이곳에서 우리 부부는 스키 강습을 받기도 하고 몸을 풀면서 준비 운동을 했다. 아내는 눈밭 위에서 스키를 신고 서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고 했다. 나는 아내를 위해 특별 개인 교습에 들어갔다. 그러나 나보다 전문 스키 강사에게 배우겠다고 해서 나는 혼자서 스키를 타고 아내는 전문 스키강사에게서 강습을 받았다.

  

  오전 내내 스키 강습을 받은 아내에게 함께 리프트를 타고 활강을 해 보자고 은근히 제안을 했으나 거절당했다. 도저히 겁이 나서 리프트를 타지 않겠단다.  아내 혼자서 객실로 돌아가서 쉬겠다고 해서 나만 홀로 리프트를 탈 수 밖에 없었다.
  정상에서 내려다보는 광활한 스키장을 촬영한 후 멋지게 스피드를 즐기며 활강했다. 몇 번이고 리프트를 타고 오르락내리락하면서 스키를 즐겼다.



  어떤 여자 분은 너무나 자주 넘어지고 겁이 나서 울어 버리자 할 수 없이 스키 강사가 업고 활강을 해서 안전하게 내려 오는 등 재미있는 일도 벌어졌다. 나도 몇 번이나 넘어지기도 했다. 몇 년 만에 타 보는 스키라서 제대로 잘 탈 수 없었다. 점점 자신감이 생긴 나는 점심을 먹으러 객실에 가 보니 아내는 호텔 내에 있는 온천탕에 갔다는 메모가 있었다.

  

   다른 사람들은 스노우 모빌을 타기도 하고 스노우 래프팅을 즐기기도 했지만 아내가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나도 객실에서 낮잠을 자면서 쉬었다. 저녁에는 삿포로의 특산품인 털게를 중심으로 맛있게 먹었다. 어제 저녁에는 킹크랩을 중심으로 먹었고 오늘의 메뉴는 털게가 중심이었다. 맛이 달랐다. 이곳의 털게의 맛이 전 세계적으로도 유명하단다.

  

  일행들과 정종과 삿포로 맥주를 마시면서 즐거운 담소를 했다. 일행 중에 일본 관광가이드 출신의 여성분이 있어서 더욱 재미있었다. 서빙하는 사람들에게 유창한 일본어로 주문을 하면 어김없이 가져다주는 것이다. 정종을 따끈하게 데워서 가져다 달라면 군말없이 그렇게 해 준다. 우리끼리라면 언감생심 따끈한 정종을 어떻게 먹을 수 있단 말인가?
   저녁을 배부르게 먹은 후에  루스츠 호텔 보다 더 고급인 루스츠 타워 호텔에 놀러 갔다. 이 호텔은 모든 객실이 복층으로 꾸며져 있고  냉장고에는 갖가지 음료수와  다양한 맥주가 가득했다. 모두 다 거저먹을 수 있단다. 하룻밤 객실 사용료가  어마어마할 것이다.

  

  복층의 윗칸에는 더블 침대가 두 개가 있고 아랫 칸에는 조립식 침대가 두 개가 더 있었으며 미니 바가 설치되어 있었다. 우리들은 미니바에서 냉장고에 가득 들어 있는 맥주며 각종 미네랄 음료수 등을 먹으며 놀았다. 밤늦게까지 놀다가  우리들의 호텔로 돌아오려고 모노레일을 타려고 나갔지만 막차가 떠난 후 였다. 할 수 없이 밖에서 잠시 기다리다가 순환 버스로 돌아왔다.

  

  객실에서 나는 호텔의 양변기를 동영상으로 촬영했다. 절약정신과 실용정신이 강한 일본 사람들은 양변기의 물도 재활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었다. 우리는 양변기에서 용무를 본 후에 물을 내리게 되는데 아파트에서 살고 있는 내 집에는 소변을 보거나 더 큰 일을 보거나 똑같이 양변기 위에 있는 모든 물들을 내리게 되어 있다. 그러나 이곳의 양변기는 손잡이에 소변용은 아래로 필요한 만큼 내리고 있게 되어 있고, 대변용은 위로 올리면 모든 물이 내려오도록 되어 있었다. 이런 스위치는 우리나라의 여러 아파트에 설치가 되어 있다는 것을 안다. 하지만 더 중요한 사실이 있다. 양변기 위의 물을 사용하고 나면 물을 보충해 주도록 되어 있는데 이곳의 양변기에는 더 기기 막히게 좋은 아이디어가 표출 되어 있는 것이다.  

  

  양변기 위의 물탱크가 가득 찰 수 있도록 물을 보충해 주는 도구에 자그마한 세면기가 설치되어 있어서 물이 흘러 떨어지도록 되어 있는 것이다.  세면기 위로 떨어지는 물로 간단하게 손을 씻거나 걸레를 빨거나 양말을 빨 수도 있고 다른 다양한 용도로 활용할 수 있도록 되어 있어서 내가 감탄을 한 것이다.

  

  양말을 빨았거나 간단한 빨래를 빨았거나 간에 그 물로 재활용하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도 이런 절약 정신과 재활용정신을 곧바로 본받았으면 좋겠다.  

  

   나는 참으로 기발한 아이디어에 감탄을 하여 여러 번 작은 세면기 위로 떨어지는 물로 세수도 해 보고 손도 씻어 보았다. 일본 사람들에게서 배울 것은 곧바로 배우자. 오늘의 일정을 모두 마치고 내일은 어떤 좋은 구경을 할 것인지 궁리를 하며 기분 좋게 잠이 들었다.

 1월 6일 셋째 날

   어제 저녁에 맞추어 놓은 알람 소리에 잠이 깨었다. 아침 7시였다. 오늘은 조금 바삐 서둘러야 한다.  스키를 내일 더 타기로 하고 아내와 함께 오타루 관광을 하기로 어제 저녁에 예약을 해 뒀기 때문에  8시 30분까지는  버스에 승차를 해야만 했다.
   서둘러서 단장을 한 후에 아침을 먹으로 내려갔다. 어제와 똑 같은 메뉴의 아침밥이다. 오늘은 값비싼 가리비가 가득 들어 있는 맛있는 된장국이 입맛을 돌아오게 했다.   후식으로 과일을 잔뜩 먹은 우리 부부는 오타루로 출발하는 버스에 올라탔다.

  

   설국의 나라답게 온통 천지가 눈이다. 눈 속에 빠지면 올해 5월경에나 찾을 수 있다는 농담을 주고받았다. 삿포로로 가는 길은 구불구불 했다. 마치 우리나라의 강원도 길을 가는 것과 같았다. 나는 차창 밖의 멋있는 풍광을 한 시도 놓칠세라 가지고 간 캠코더를 번갈아 가며 오롯이 담아냈다. 잣나무 등에 소복이 쌓여 있는 눈이 너무나 아름다웠다. 매서운 바람에 얼어붙은 눈꽃도 장관이었다.  아내는 피곤한지 잠이 들었다.  

   

   이곳에는 매일 눈이 오는 관계로 모든 집의 지붕이 급경사를 이루어야만 견딘단다. 엊그제는 급경사의 지붕 때문에 인명 사고가 났다는 뉴스가 들려온다. 지붕위의 눈들이 단단한 얼음으로 변해서 햇빛에 밑 부분이 녹아 있다가 마당을 지나가던 집 주인 할머니를 덮쳐서 사망했다는 안타까운 소식이었다.

  

  이곳에는 이런 불상사가 자주 일어나기도 한다고 한다. 또한 날씨가 춥기 때문에 이곳의 고드름은 낭만적인 고드름이 아니고 무서운 흉기가 될 수 있다고 하는데 고드름의 길이가 무려 1미터가 넘는 것들이 수두룩하단다. 이런 고드름이 지나가는 사람들을 노린다면 얼마나 무서운 일인가?
  어느덧 삿포로 시내로 버스가 들어섰다.  온 세상을 은빛 융단으로 뒤덮은 순백의 땅 삿포로는 ‘겨울 낙원’으로 우리에게 잘 알려져 있는 곳이다. 한 해 평균 적설량이 5 미터로서 열흘 중 이레, 여드레 눈발이 날려 관광객들이 ‘평생 볼 눈을 다 보고 간다’고 할 만큼 눈이 많은 곳이 삿포로이다.

  

  삿포로는 원주민이었던 아이누족의 언어로 ‘건조하고 광대한 땅’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는 삿포로는 북해도의 중심도시로 일본의 5대도시로 꼽히는 곳이다.  
  여름에는 전국적인 맥주축제가 이곳 오오도리 공원에서 열리고 겨울에는 눈축제(유키마츠리)가 열리는 곳이다.  오오도리 공원은 일본계 2세인 미국계 조각가 고 이사무 노구치가 검정 화강암으로 제작한 블랙 슬라이드 만트라(회오리 모양의 미끄럼틀)라는 옛 인도 천문대의 이름을 딴 것이다.  유키마츠리가 열리면 눈과 얼음으로 만든 다양한 모형에 수많은 전구가 장식되어 화이트 일루미네이션을 볼 수 있는 곳이다.

  

   우리들은 오오도리 공원을 버스로 두루 관광을 하였다. 잠시 후에 NHK 삿포로 방송국의 송신탑 주변에서 하차를 한 우리들은 송신탑 주변을 관광하면서 사진도 찍고 방송국도 구경했다. 때마침 함박눈이 내려서 기분이 더 좋았다.
  오오도리 공원에서는 2월 2일부터 10여 일 동안 눈축제가 열린다고 하는데 지금부터 준비가 한창이다.

  

   북극에서 엄청난 빙하를 끌어 와서 각종 모형을 만드는데 올해의 대표적인 모형으로는 작년에 대한민국 국민뿐만 아니라 전 세계인들을 울린 어처구니없는 방화로 인하여 불타버린 우리나라 국보 제 1호인 남대문 모형을 얼음으로 만들기로 결정했단다. 전 세계적으로 남대문의 아름다움을 알리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다.
   다시 버스에 오른 후에  오늘의 관광지인 오타루를 향해 고속도로를 달렸다. 40여 분간 더 달린 후에 유명한 관광지이자 항구 도시인 오타루에 도착했다. 맨 처음 오타루 운하를 구경했다. 오타루 지역은 운하를 통해 외국의 문물이 많이 들어 온 지역으로 오르골도 그 중 하나라 할 수 있다.  

    

   아기자기한 오르골과 다양한 기념품을 전시, 판매하고 있어 여성 관광객들에게 최고의 인기를 얻고 있는 곳으로 오래된 석조 건물이 운하를 사이로 죽 늘어서 있으며 신비로운 오르골 소리를 들으며 유럽틱한 오타루 시내를 둘러 볼 수 있는 우리들은 행운아들이다. 

 

 


   오타루 운하에서 사진을 찍으며 추억을 만들어 나갔다. 일본은 운하의 나라답게 많은 운하가 있다. 몇 년 전에 도쿄에 갔을 때 운하에 수많은 배들이 운행을 하는 것을 보기도 했던  기억이 난다.

  

   오타루 운하는 9년 동안 만들었던 곳으로 최근에는 1km 정도를 매립했지만 여전히 오타루를 상징하는 관광 명소로 사랑을 받고 있으며 돌로 된 산책로에는 각종 유적과 63개의 가스등이 설치되어 운치를 더해 준다. 석양과 함께 가스등의 부드러운 불빛이 수면에 비치는 시간에는 마치 유럽의 어느 마을에 와 있는 듯한 착각을 할 정도로 운치 있는 풍경이 된다고 한다.  

 

   오타루의 또 하나 특산품으로는 유리제품을 들 수 있다. 영어로 글라스는 일본식 발음으로는 가라스라고 발음을 해서 기타이치 가라스 마을이 된 곳이 있다.  기타이치 가라스 공방은 유리제품의 전 공정 과정과 크리스털로 만들어지는 많은 유리제품을 직접 관람할 수 있다. 기타이치 가라스 공방거리는 10만 종류가 넘는 유리제품이 전시되어 있으며, 오리지널 제품을 비롯한 전 세계의 유리 공예품을 한 눈에 관람할 수 있는 곳이다. 또한 러브레터의 영화를 촬영했던 곳인 이곳 오타루는 동양 제일의 수족관인 슈크츠가 있는 곳으로 낭만이 감도는 항구도시이다.

  

 조성모의 가시나무새의 뮤직비디오도 이곳에서 찍었고 눈 속의 광경 등이 들어가는 광고물 촬영지로는 이곳이 최적지라고 한다. 소금인형, 달콤한 인생, 빙점 등이 다 이곳에서 촬영한 것들이다. 이곳이 유명한 것은 함박눈이 올 때에는 밤송이만 한 함박눈이 오기 때문이고 설국이기 때문이다. 낭만의 도시인 오타루는 천혜의 비경과 문명이 절묘한 공존을 이루고 있는 곳으로 얼음과 눈, 휘황찬란한 빛의 도시로 모든 관광객의 눈길을 휘어잡는 낭만의 도시이다.

  

   우리는 맨 처음 스시(초밥)골목을 구경했다. 입에 넣으면 사르르 녹아내린다는 스시가 우리나라와 비교했을 때 비교적 싸다. 
  오타루는 유명한 유리세공 및 크리스털 제조로도 유명한 곳이다. 나는 유리그릇을 입으로 불면서 멋있는 작품을 만들어 내는 것을 신기한 눈으로 보고, 촬영하기도 했다.
   오타루 관광특구를 관광하는데 눈발이 심하게 내렸다. 이곳의 날씨는 변덕이 죽을 쑤어 먹을 지경이다. 금방 맑았다가 금방 흐려져서 눈이 쏟아지니 말이다.  눈을 피해서 초콜릿 공장겸 가게에 들러서 시식용으로 내어 놓은 각종 초콜릿 맛보기도 하며  두 아들의 선물로 몇 개를 사기도 했다.

       
                        미소라면                                    

                              츠유라면                             

          시오라면      

   점심시간이 되어서 우리 일행은 스시와 유명하다는 일본 라면 중 미소라면을 시켜 먹었다.  일본 라면은 1858년 ‘안도후 시로후꾸’라는 사람이 그 제조법을 생각해 내고 이듬해 식품회사에서 인스턴트 라면을 제품화하면서 점차 대중화 되었다고 한다. 일본 라면은 우리나라 라면과는 달리 기름에 튀기지 않고 생면을 이용하는 특징이 있는데 즉석에서 뽑아내는 생면은 느끼하지 않고 개운한 맛 때문에 더욱 인기가 좋다.

  

   우리나라 라면은 매콤하고 얼큰한 맛을 내는데 비해 일본 라면은 육수나 된장국물을 이용한 단백한 맛을 낸다. 일본 라면의 종류는 각 지역의 특징을 나타내는데 일본된장(미소)으로 만들어진 미소라면과 간장으로 만들어진 츠유라면, 그리고 소금으로 만들어진 시오라면 등이 유명하다.

   

   스시는 소문 그대로 살살 녹는 느낌이 들 정도로 회가 연했고 라면은 기대치가 너무 컸는지 기대 이하였다. 돼지수육 한 입 정도에 단무지도 없이 라면을 먹는데 라면 한 그릇 값이 1만 5천원이나 되어 비쌌다.  비싸면서도 맛이 별로 였다.   오히려 우리나라 라면이 우리들의 입맛에 길들여져서 인지 더 맛이 있는 것 같다. 식당에서 밥을 먹고 있을 때부터 엄청나게 눈이 오기 시작했다. 점점 세차게 내리는 눈 때문에 스시가 더 맛이 있는 것 같았다.

  

   점심 후에 쏟아지는 눈보라를 헤치고 오르골당을 구경했다. 오르골이란 이곳의 명물로 태엽을 감아주면 아름다운 음악 소리가 나면서 아름다운 인형 등 다양한 종류의 인형들이 돌아가는 장난감이다. 아름다운 소리는 동판에 불룩 불룩 튀어 나오게 한 곳에 길이가 다른 음편들을 얹어 놓으면 아름다운 음악이 연주되는 것이다. 같은 가게에 또 하나 멋있는 만화경들이 다양한 모습을 하고 주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만화경은 저절로 여러 가지의 색깔이 아름답게 변하는 장난감으로 천국을 보는 것처럼 우리들의 눈을 활홀경에 빠지게 하는 만화경이다. 만화경을 바라보면 바로 내가 왕자님이 되고, 공주님이 되는 것 같은 착각에 빠지게 하는 매력이 있다. 함께 간 일행 중 딸을 둔 사람들은 만화경을 샀다.

  

  오타루 관광을 마치고 호텔로 돌아와서 야간 스키와 스노우 모빌을 타며 즐기려 했으나 곧바로 바비큐 파티가 열린다고 한다. 우리는 먹는 것이 더 좋을 같아서 스키나 스노우 모빌은 아쉬움으로 남겨두기로 했다.

  

   잠시 시간이 있어서 컴퓨터실에서 집으로 컴퓨터 전화를 하는 등 시간을 보내다 바비큐 파티 장으로 이동했다. 다양한 불고기가 우리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특히 맛있게 먹은 것은 LA갈비였다. 갈비가 제일 맛이 있어서 배부르게 먹었다. 
   
  

 나는 피곤하다는 핑계로 숙소에 남아서 기행문을 작성하다가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아내는 다른 일행들과 함께 또다시 야식 파티 장에 갔다. 여행의 맛이 절정이 다다른 느낌이다.

   

   삿포로의 밤하늘은 그야말로 황홀함 그 자체였다. 대기가 맑기 때문에 무수한 별들이 마음껏 자신들을 뽐내며 반짝거리고 있었다. 삿포로의 별들은 유난히 가깝게 떠 있는 것 같았다. 온통 밤하늘이 아름다운 별들의 별빛 경연장 같은 느낌이 들었다. 새로운 별 세계를 살짝 엿보는 스릴을 느끼며 행복했다.

  1월 7일 넷째 날

   아침에 일어나서 똑같은 장소에서 똑같은 메뉴로 아침을 먹었다. 특히 맛이 있었던 음식으로는 먹음직스러운 명란젓, 내가 제일 좋아 한 ‘연어이즈시’절임과 오징어성게알절임도 있었다. 또한 문어젓갈, 오징어젓갈도 있었고, 담백한 순두부와 좁고 두터운 일본 양념 김과 계란말이와 생선 구이가 준비되어 있었다.
   그리고 한국스프된장국, 다양한 죽 종류와 빵과 각종 잼, 그리고 후식으로 다양한 과일 등이 구비되어 있는 아침을 든든히 먹었다.

  

   오늘은 아내와 내가 다른 관광 코스로 즐기기로 했다. 나는 스키가 좋아서 하루 종일 스키를 타고 즐기기로 하고 아내는 일행들과 함께 노보리베츠 지옥온천에 가기로 했다.

      

   북해도 남서부에 위치하여 노보리베츠 온천과 카루루스 온천, 노보리베츠 임해온천 등이 자리 잡고 있다. 원시림과 호수와 늪 등 다채롭고 풍부한 자연경관을 보여 주고 있는 노보리베츠 온천은 시코츠 도야 국립공원의 일부로 지정되어 있다.

  

북해도를 대표하는 온천으로 유명한 노보리베츠 온천은 해발 200미터 부근에 원시림으로 둘러싸인 온천으로 황화수소천, 식염천, 철천 등 10여 종류에 이르는 온천 수질이 특징으로 그 온천 수질의 효능은 세계적으로 높으며 희귀한 온천 가운데 하나로 이름이 나 있다. 그만큼 이것의 온천이 예부터 이름이 났고 에도시대에도 이 온천의 존재를 알고 있었으며, 러일전쟁 때는 부상병을 치료하는 곳으로 이용되기도 했다.   

  

  노보리베츠 지옥온천의 종류에는 유황온천, 방사능 온천, 식염온천, 명반온천, 보쇼온천, 산성온천, 속고온천, 고미온천, 녹반온천, 철온천, 중조온천으로 나뉜다.

  

   노보리베츠 온천가에서 도보로 5분 정도에 위치한 지옥계곡(지고쿠다니)은 땅에서 자욱하게 솟아오르는 열기와 수증기가 자욱하고 화산가스의 분출로 코를 찌르는 강렬한 유황냄새로 마치 지옥에 온 것 같은 느낌을 준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이 계곡은 약 만 년 전에 형성된 화산폭발 화구로 이 부근에서 솟아나는 온천수가 각 여관, 호텔로 보내진다고 한다. 주변 도로가 잘 정비 되어 있어서 지옥계곡 일대와 오유누마 전망대까지 관광하기가 쉬운 편이다.

  

   노보리베츠에는 곳곳에 다양한 표정의 도깨비상이 세워져 있는데, 이 나라에서는 도깨비가 무시무시한 벌을 내리는 악마로 묘사되어 지고 있으며 이 도깨비가 살고 있는 곳이 바로 지옥이라고 생각한다고 한다.
   세계적인 온천이지만 나는 스키가 더 좋아서 가지 않았다. 그 대신 스키를 타면서 온 종일 자연과 뒹굴며 밤송이 같이 커다란 함박눈을 맞으며 스키를 즐겼다.

  

   점심도 샌드위치로 간단히 해결하고 계속해서  스키를 즐겼다.  나에게는 스노우 모빌을 탈 수 있는 티켓도 있고, 스노우 래포츠도 즐길 수 있는 티켓도 있었지만  오로지 스키가 좋아서 다른 여흥은 생략했다. 저녁때쯤 되니 날씨가 추워지고 눈길도 얼기 시작했다. 스키 밑에 얼음이 깨어지는 듯한 소리가 요란하게 들리기 시작해서 위험하다는 느낌이 왔다.  또한 하루 내내 스키를 탔더니 장단지가 아파왔기 때문에 아쉽지만 객실로 들어갔다. 피곤해서 잠시 침대에 누었더니 잠이 왔나 보다. 꿈속에서 나는 미국의 부시 대통령과 화기애애한 대화를 했는데 꿈속에서도 부시가 언제 한국어를 배웠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는 도통 생각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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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참을 자고 났더니 아내가 노보리베츠 온천에서 돌아 왔다. 함께 인터넷 부스에 가서 인터넷 전화와 인터넷을 이용한 이 메일을 검색하면서 시간을 보내다가 우리들이 사용했던 각종 스키 장비들을 반납했다.
   저녁에는 삿포로의 마지막 밤이기 때문에 환송만찬이 열렸다. 먼저 일본 난타 팀이 등장해서 화려하게 문을 열었다. 다양한 환송 행사 중에 가장 기다려지는 것은 저녁을 먹는 것이다.

  

  수많은 음식들이 배고픈 우리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싱싱한 전복 회를 필두로 1미터가 넘는 참치를 통째로 두 명의 주방장이 쉴 틈 없이 빨간색깔의 참치회를 떠 줬다. 우리 부부는 입에 넣으면 살살 녹아내리는 참치회의 참 맛을 느끼며 여러 번 가져다 먹었다. 지금까지 먹었던 다양한 음식들이 총동원된 느낌이 들었다. 각종 회 모둠부터 조개 구이, 청어 구이 등이 우리들의 입맛을 돋우었다.

  

  배부르게 실컷 먹은 우리들을 위해서 이제는 한국에서 초청한 유명한 밴드들이 나와서 신나게 노래 부르고, 우리들은 신이 나서 껑충 껑충 뛰기도 하고 손에 손잡고 드넓은 만찬장을 빙글빙글 돌며 인생을 즐겼다.
   재미있는 여흥이 끝나고 잔치마당의 불도 꺼지며 우리는 각자 객실로 스며들었다. 일행들이 야식센터에 가자고 했지만 나는 하루 종일 스키로 몸을 혹사했기 때문에 사양했고 아내는 야식센터에 갔다. 야식센터에서 야식을 먹으면서 유쾌한 대화를 했단다. 아내는 새벽 한 시경에 돌아왔다.

1월 8일, 일정의 마지막 날

   오늘은 삿포로 여행의 마지막 날이다. 아침을 먹고 아쉬운 듯이 스키장을 두루 바라보고, 사진도 찍으며 가는 시간을 아쉬워했다. 체크아웃을 한 후에 치도세 공항을 향해 버스는 달렸다. 나는 아쉬운 마음으로 차창 밖의 멋있는 설국의 풍경을 계속해서 촬영했다.

  

  홋카이도는 매일 눈이 내리고 너무 많이 오게 되면 비행기도 결항을 하고 버스 등 자동차들도 운행을 못하기 십상이란다.  이러한 지형을 이용해서 공항 바로 옆에 거대한 아울렛(의류, 화장품 종류)을 만들어서 손님들을 끌어 들이고 있었다.  비행기를 타려면 전 날 오든지, 아니면 몇 시간 전에 미리 출발을 해야 하기 때문에 자신이 탈 비행기를 기다리는 데는 무척 긴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이런 기다리는 시간을 이용하여 물건을 파는 것이다.

  

  우리 일행도 무려 3시간 정도를 이곳 매머드 아울렛에서 아이(eye)쇼핑을 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아울렛 화장실에 들어 가 봤다. 호텔과 마찬가지로 양변기에 비데가 설치되어 있었다.  비데 옆에는 사용자들을 위해서 변좌를 닦을 수 있도록 크린싱 크림이 구비 되어 있어서 휴지에 크림을 묻혀서 잘 닦은 다음에 앉아서 용무를 볼 수 있도록 세심한 마음 씀씀이가 되어 있었다. 비행기 화장실에는 변좌에 종이로 만들어진 깔개가 준비 되어 있는 것과 같은 손님을 위한 배려의 정신이다.

  

  또한 엄마나 아빠가 용무를 볼 때 잠시 아이가 앉아서 안전하게 놀 수 있도록 한 목마 비슷한 장난감같은 기구도 구비되어 있었다. 용무를 다 보고 나와서 손을 씻을 때에는 손을 세제 그릇에 가까이 가져가면 저절로 적당량의 세제가 나오고 세제가 묻은 손을 수도꼭지에 가까이 가져가면 저절로 따뜻한 물이 나오는 첨단 시설이 마음에 들었다. 일본 사람들의 남을 배려하는 정신이  아주 사소한 것에서도 엿볼 수 있어서 일본 관광객들을 감동시키는 것 같다.   

  

   일행 중에 이침(耳針)을 하는 사람이 있어서 나의 수지침과 이침(耳針)의 차이점과 공통점 등을 서로 이야기 했다.
  나는 10여 년 전에 수지침을 책만으로 혼자서 공부를 해서 우리 가족의 건강을 책임지고 있으며, 주변의 사람들에게도 아무런 부작용이 없기 때문에 수지침요법을 시술해 주고 있다. 특히 요긴하게 사용했던 기억은 내가 인문계 여자고등학교에서 근무를 하고 있을 때다. 대학교 입학을 위해 그야말로 토요일과 주일도 없이 오로지 공부만을 해야 하는 고등학교 3학년 제자들이 엄청난 스트레스로 소화불량으로(체증) 고생하는 학생들이 많았다. 우리 학교에는 보건 교사가 있지만 체한 학생들에게는 소화제를 먹게 해도 효과가 없다.  체한다는 것은 스트레스 등 다양한 원인으로 위의 움직임이 잠시 멈추어 버린 상태를 말하는데 위의 연동작용이 없는 상태에 소화제를 먹어도 아무런 효과가 없다.
 위가 움직여야 소화제의 약효도 제 힘을 발휘하게 되는데 위가 꼼짝을 하지 않고 있어서야…….

  

   이때에는 내 수지침이 위력을 발휘한다.  나는 그 때 교무부장으로 근무를 하고 있을 때인데, 체한 학생이 보건실에 오게 되면 보건교사는 당연하다는 듯이 나에게 체한 학생을 데리고 오는 것이다. 그러면 나는 아픈 학생의 흉추 4번과 5번 사이를 엄지손가락으로 눌러 보면 아프다고 비명을 지르거나, 손을 만져 보면 체했는지를 알 수 있기 때문에 간단한 진찰(?)을 한 다음에 두 손을 부드럽게 주물러 주면서 양 손 끝 부분을 사혈침으로 따주게 된다. 그러면 신기하게도 대부분의 학생들의 손 끝에서 검붉은 피가 솟아나는 것이다.  적당히 피를  빼 준 다음 소독을 해 주고 2시간 정도 물을 묻히지 말도록 주의 사항을 알려 주면 끝나는 것이다.  
  이런 수지침 요법을 나는 지금도 시행하고 있다. 고혈압 기가 있다고 느끼는 선생님들을 불러서 사혈침으로 손마디를 조금 따 주면 혈압이 최소한 20mmg~30mmg 정도가 순간적으로 내려가는 것을 발견하곤 한다.

  

  이침(耳針)도 수지침과 비슷한 원리이기 때문에 이번 귀국을 한 후에는 이침(耳針)을 배워 보기로 했다. 지금 나는 홍채학도 배우고 있는 중이다. 홍채란 우리들의 눈동자 주변을 말하는데 홍채의 무늬라든지 형체가 변하면 곧바로 우리들의 몸에 이상이 오게 된다는 이론이다. 홍채학을 학문으로까지 발전시킨 사람은 우연히 올빼미를 기르다 발견했다고 한다.   엄청나게 큰 올빼미의 눈동자 주변의 홍채를 바라보다가 이상한 무늬가 갑자기 나타난 것을 발견하고 이상하다고  생각해서 올빼미의 몸을 살펴보니 발목이 부러져 있는 것을 보고 그때부터 열심히 연구를 했다고 한다. 홍채학은 발병을 미리 알아내서 예방하기 위한 예방의학으로 좋다.  

  

  치도세 공항에서 출국을 하려는데 내 화물 짐이 검색에 걸렸다. 커다란 가방 속에 라이터가 있다는 것이다. 나는 화물로 부치는 짐이기 때문에 괜찮을 것 같아서 그대로 가방에 놔두었고, 인천 공항에서도 문제가 없었다.
   일회용 라이터 두 개는 스키를 탈 때 춥지 않도록 손난로에 점화하기 위해서 한국에서 가지고 갔던 것인데 이것이 말썽을 일으킨 것이다. 복잡한 검색대에서 가방을 열고 문제의 일회용 라이터 2개를 꺼냈다. 한 개는 소지하고 탑승할 수 있다고 했지만 나는 공안원에게 두 개 다 주어 버렸다. 화물을 비행기로 어렵게 보내고 손가방을 들고서 검색대에 섰더니 또 다시 나만 말썽이다. 호주머니에 있던 은단이 말썽을 일으켰다. 은단에 코팅 되어 있는 아주 작은 은(銀)들이 말썽을 일으킨 것이다. 은단 케이스를 꺼내 놓고 다시 검색대에 섰더니 또다시 삐~ 하고 경보음을 낸다. 나는 당황했다. 이제는 무엇이 문제인가 하고 손으로 검색하는 도구를 온 몸에 대고 조사를 받았는데 범인은 내가 신고 있던 안전화가 말썽이었다. 내 안전화는 발가락 부상을 염려해서 구두 위쪽이 철판 보호대가 있었던 것이다.

  

   일본 사람들은 결과보다는 과정을 매우 중요시 한단다. 우리나라는 과정보다는 결과를 매우 중요시하는 경향이 다분히 있는데 우리들과 정서가 많이 다른 모양이다.
  어렵게 검색대를 통과해서 비행기에 탑승할 수 있었다. 철두철미한 일본 사람들의 시스템에 놀랄 따름이다.
   인천공항에서는 아무런 제재를 받지 않고 비행기를 탔는데 이곳에서는 모든 게 말썽이다. 저녁 6시 경에 비행기에 탑승해서 인천 공항까지 날아 왔다.

 

   일본에 들어 갈 때에는 기류를 따라 비행하기 때문에 2시간 정도가 걸렸지만 귀국을 할 때에는 맞바람 때문에 3시간 이상이 걸렸다. 비행기는 시속 970km 정도에 고도 1만 km 이상을 유지하며 날았다. 맞바람은 시속 150km로서 우리가 탄 비행기는 맞바람을 뚫고 날았다.
   매우 즐거운 삿포로의 여행이었다. 내년에는 우리 가족 모두 다 말레시아 최고의 휴양지인 '코타키나 발루'로의 여행을 위해 열심히 살아야 겠다. 울창한 밀림과 깨끗한 바다, 다양한 레저스포츠를 즐길 수 있는 천혜의 휴양지인 코타키나 발루에 온 가족이 함께 가서 인생을 즐기고 싶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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