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개월 전 한 50대 여성 환자가 내원했다. 류머티즘 관절염에 걸려 4년 동안 스테로이드계 약과 류머티즘 약을 복용하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약을 잠시만 안 먹어도 통증 때문에 쓰러진다며 고통을 호소했다. 그래서 복용하고 있던 약들을 모두 끊고 유산균을 복용하게 했다. 그리고 밀가루 음식을 완전히 끊도록 했다. 그러자 일주일 만에 통증이 사라졌고 3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재발하지 않고 있다.
환자 자신은 무척 놀라워했지만 그 원리를 알면 놀랄 일도 아니다.
류머티즘 관절염은 자가면역질환이다. 그러니까 관절 자체의 문제라기보다는 장내 미생물의 균형이 깨져서 면역력에 이상이 생긴 것이다. 그러면 장내 유해균이나 유해균이 만든 독소가 혈액을 타고 돌면서 면역 반응을 일으키게 되고 이 면역 복합제가 이곳저곳을 공격하며 염증을 만드는 데, 이 면역 복합체가 관절을 공격한 경우 관절염이 된다. 인간은 로봇이 아니기 때문에 팔 관절이 삐걱거린다고 해서 팔만 같아 끼운다고 완치가 되지 않는다. 인간의 몸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고 몸속 세균들은 혈관을 타고 돌며 건강을 지키기도, 문제를 일으키기도 한다.
이 환자만 봐도 유산균을 복용한 이후 관절염만 치료가 된 것이 아니라 피부도 좋아졌고, 두통도 없어졌다. 장 속에 좋은 균들을 채워 넣으니 관절뿐 아니라 전신에 건강한 작용을 한 것이다.
이런 변화를 위해서는 우선 우리 몸이 뼈와 살, 피와 장기들뿐 아니라 무수한 세균들로 이루어졌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나쁜 균들이 많아지면 피부나 장기의 문제로 드러난다. 속에서 나쁜 균들이 계속 독을 뿜어내는데 피부 질환에 걸렸다고 겉에만 약을 발라봤자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우리는 매일 수천 가지의 화학물질과 살충제, 식품 첨가제, 중금속, 마취제, 술과 담배, 카페인 등 수많은 독성 물질에 노출되어 있다. 여기에 스트레스와 미세 먼지, 환경오염 등이 더해지면서 면역성 질환과 신경 질환, 정신 질환 같은 '현대병'이 늘고 있다. 또한 고령화 사회가 급격히 진행되면서 고혈압, 당뇨, 관절염, 치매와 같은 난치성 만성질환이 급증하는 추세다. 상황이 이런데도 의학계에서는 이런 질병들을 치료하는 데 있어 뾰족한 수를 내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항생제 같은 화학적 성분의 약들에 의존해서 각종 부작용과 문제를 발생시키고 있는 형편이다.
이처럼 한계에 부딪힌 의학계는 몸속 미생물에서 인류의 미래를 발견하고 있다. 그동안 장 속 세균에 대해 많은 연구가 진행되었고, 그 결과 지금은 구체적으로 유산균이 우리 몸에 어떤 작용을 하고, 어떤 효과를 드러내는지 많은 부분이 밝혀졌다. 특히 유산균은 장 속 세균의 균형을 회복하는 정장 작용, 설사나 변비의 증상을 개선하고 면역을 증강하는 작용, 항암 작용, 콜레스테롤 억제 작용 등 우리 몸에서 관여하지 않는 부위가 없을 정도다.
나는 자연치료를 하면서 몸속 세균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고 유산균에 대해서도 오랫동안 연구해왔다. 앞서 출간한 《해독주스》 역시 식이섬유가 많이 든 자연적인 주스를 마셔 화학 치료의 도움 없이 몸속 유산균을 늘리는 방법을 다룬 것이다. 내가 자신 있게 유산균을 권할 수 있는 이유는 책상 앞에서 논문만 뒤적인 결과가 아니라 수많은 환자들을 직접 보고 치료하며 유산균의 효능을 확인해온 덕분이다.
나를 찾는 환자들이 호소하는 고통은 무척이나 다양하지만 나는 그들에게 항상 같은 말을 한다. 첫 번째로 할 일은 식습관 개선과 함께 유산균을 복용해 우리 몸속 세균의 균형을 맞추는 일이라고 말이다. 이처럼 다양한 유산균의 효능을 이야기하면 ‘유산균이 무슨 만병통치약이냐'라며 반문해오는 사람이 있다. 장이 안 좋으면 장만 치료하고, 피부에 문제가 생기면 피부의 겉만 치료하는 우리 의학 현실에 익숙해져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 몸의 토지를 먼저 비옥하게 만들지 않고서는 풍년을 기대할 수 없다. 땅을 비옥하게 만드는 것이 보이지 않는 미생물들인 것처럼 우리 몸을 건강하게 만드는 것도 몸속 미생물들이다. 그런데 많은 현대인들이 자신의 몸속이 메마른 것을 무시한 채로 살고 있다.
조금 늦은 감이 없지는 않지만 최근 미생물과 유산균에 대한 관심이 커지는 현상이 무척 반갑다. 또한 의사로서 앞으로 더 많은 연구를 통해 대중들에게 몸과 건강에 대한 바른 인식을 심어줘야겠다는 사명감을 느낀다.
세상을 이루고, 우리 몸을 이루는 미생물들의 이야기와 이들을 어떻게 이용해야 건강하게 살 수 있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실천 방안을 이 책에 모두 담았다. 이 책을 통해 보다 많은 사람들이 우리 몸속의 보이지 않는 세계에 더 관심을 갖고 몸의 토양이 비옥해지도록 제대로 된 영양을 주기를 기대한다. (서재걸 / 『서재걸 슈퍼유산균의 힘』 / 위즈덤하우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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