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암중모색, 암을 이긴 사람들의 비밀 9 - 어떻게 먹어야 항암식탁이 되는가?

hope888 2022. 6. 8. 07:14

 

지금까지 항암효과가 있는 식재료들을 중심으로 암을 치료하고 재발을 예방하는 식단에 대해 살펴보았다. 그러나 '어떤 것을 먹을까' 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어떻게 먹을까다.

대한암예방학회에서 암을 예방하는 밥상으로 제시한 식단을 한번 살펴보자. 잡곡밥, 된장찌개, 김치, 생선 등 모두 우리에게 낯이 익은 소박한 전통식이다. 암예방학회는 이런 우리나라 고유의 전통적인 밥상에 채소와 과일이 더해지면 암을 예방하는 데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식단이 된다고 강조한다. 우리나라 고유의 식단은 자연에서 얻은 재료만을 쓰기 때문에 면역력을 길러줄 뿐만 아니라 항암식단으로서의 가치가 높다.

암에 걸리게 하는 원인이 되기도 하고, 반대로 암의 예방을 돕기도 하는 음식의 두 얼굴, 과연 어떻게 먹는 것이 우리 몸에 좋은지 지금부터 살펴보자.

 

1. 소식은 근원적으로 만병을 예방한다

 

요즘 텃밭 가꾸는 재미에 푹 빠져 있는 고영봉(72) , 서울에서 출판사를 경영하며 바쁘게 살았던 그다. 운동도 좋아하고 무엇이든 잘 먹는 건장한 중년 남성이었다. 하지만 10년 전, 이상함을 느끼고 찾았던 병원에서 청천벽력 같은 암 선고가 떨어졌다. 대장암 초기와 전립선암 3기라는 진단을 받은 것이다. 대장암 수술을 하고 항암치료 기간이 끝난 뒤 모든 걸 정리하고 남양주로 내려온 고영봉 씨는 직접 텃밭을 가꾸며 다양한 색깔의 채소를 골고루 섭취하는 것으로 식습관을 완전히 바꿨다.

채식 위주의 식습관으로 바꾸면서 무엇보다 가장 먼저 신경 쓴 것은 식사량이었다. 고영봉 씨의 점심은 양은 적지만 식이섬유가 풍부한 식단으로, 현미밥 약간에 구운 고구마 반쪽, 그리고 다양한 종류의 채소들로 구성된다. 아침과 저녁은 이보다 더 적게 먹는다. 식사량이 많은 사람들이 보기에는 이 정도의 식사량만으로 생활이 가능할까 싶을 정도로 적은 양이다.

"처음에는 소식을 하기가 굉장히 힘들었어요. 왜냐면 위가 늘어나 있는 상태니까. 6개월 정도 아주 굉장히 힘든 과정을 겪으면서 조금씩 조금씩 줄였어요. 한꺼번에 줄이면 허기가지니까요."

철저한 소식과 함께 운동을 병행하면서 체중이 줄기 시작했다. 현재 그의 몸무게는 62kg, 10년 전보다 20kg 이상 빠졌다. 몸이 가벼워지면서 신체기능도 정상으로 회복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몸속에 끈질기게 자리 잡고 있던 암 덩어리도 서서히 사라졌다. 현재 그의 몸 상태는 암

발생 전보다도 훨씬 건강한 상태다. 철저한 소식과 채식 위주의 식사, 그리고 꾸준한 운동이 고영봉 씨의 건강을 찾게 해준 것이다. 그렇다면 정말 고영봉 씨가 주장하는 대로 소식이 고영봉 씨의 건강을 찾아준 것일까?

소식이 몸속의 활성산소를 줄여 노화를 막고 여러 질병의 발병을 막는다는 사실은 과학적으로 검증된 바 있다. 미국 위스콘신-매디슨 대학교에 있는 국립영장류연구센터. 이곳에서는 세계 최초로 영장류를 대상으로 한 소식 실험을 20년째 진행하고 있다. 76마리의 리서스 원숭이를 두 그룹으로 나눠 한 그룹에는 평소 먹는 양대로, 다른 그룹의 원숭이에게는 평소 양의 70%만을 먹도록 했다.

실험이 진행된 지 20. 이 두 그룹의 원숭이에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올해 29세와 30세가 된 두 마리의 리서스 원숭이, 사람으로 치면 환갑을 훌쩍 넘긴 나이다. 29세의 리서스 원숭이는 소식을, 30세의 리서스 원숭이는 그동안 정상 식사를 해왔다. 같은 나이대지만 한눈에도 외견상 차이가 뚜렷하다. 소식을 한 원숭이는 겉모습도 훨씬 젊어 보이고 활기도 넘친다. 반면 정상적으로 식사를 해온 원숭이는 움직임도 둔하고 얼굴과 몸에 주름도 더 많이 생겼다. 30%의 식사량 차이가 가져온 놀라운 변화다.

실제 두 원숭이의 운동량과 활동량의 차이는 더 크다. 두 마리의 원숭이에게 간식을 주면 소식을 한 원숭이는 일어서서 간식을 먹으려고 하는 적극성을 보이는 반면에 정상적으로 식사를 한 원숭이는 간식조차 거부하는 소극적인 모습을 보인다. 두 그룹의 사망률과 질병 발생률 차이를 살펴보면 더욱 놀랍다. 지난 20년간 정상적으로 식사를 한 원숭이는 실험 개체의 37%가 노화로 사망했지만, 소식을 해온 원숭이의 사망률은 실험 개체 숫자의 13%에 불과했다. 또 종양과 심혈관계질환 발생률도 소식을 한 원숭이들에 비해 정상적으로 식사를 한 원숭이들의

발병률이 1.5배나 높았고, 정상적인 식사를 한 원숭이들의 절반 정도가 당뇨에 걸린데 반해 소식을 한 원숭이들은 단 한 마리도 당뇨에 걸리지 않았다. 지금까지의 실험 결과, 소식을 한 원숭이들과 정상적으로 식사를 한 원숭이들 사이에는 건강상으로 큰 차이가 있었다.

소식을 해서 건강을 되찾겠다고 마음먹었던 고영봉 씨의 선택이 옳았던 셈이다. 항암치료 기간에는 소식보다 단백질이 풍부한 음식을 많이 섭취해 체력을 비축하고 암과의 싸움을 벌여야 한다.

하지만 항암치료 기간이 끝난 후에는 식이섬유가 풍부한 음식으로 소식하며 암의 재발을 막아야 한다.

 

2. Doctor Says: 소식은 노화와 질병을 막아준다

 

리서스 원숭이들에게서 가장 흔하게 발견된 노화로 인한 질병은 암이었다. 특히 소화기계통의 암, 그중에서도 대장암이 많다. 그런데 소식한 원숭이들은 그 발병률이 반으로 줄었고, 노화로 인한 심장기능부진 역시 많이 줄었다. 이런 사실로 볼 때 소식을 하는 원숭이들은 노화와 함께 찾아오는 질병들에 잘 걸리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 리처드 웨인드 교수(미국 국립영장류연구센터)

 

3. 매일 다섯 가지 이상의 과일과 채소를 섭취하라!

 

이경희(56) 씨는 오늘도 어김없이 유기농 채소가게에 들렀다. 그녀가 유난스러울 정도로 유기농 채소와 과일을 챙겨 먹게 된 것은 5년 전, 유방암 2기 진단을 받으면서부터다.

투병생활을 시작하면서 그녀의 식단에도 커다란 변화가 있었다. 매 끼니마다 빠지지 않는 채소와 과일들, 채소와 과일을 먹는 방법엔 이경희 씨 나름대로의 법칙이 있다. 제철에 나는 신선한 것으로, 여러 가지 골고루 먹는다는 것. 다섯 가지 이상 들어가는 과일즙도 그중 하나다.

암을 이겨내기 위해 바꾼 식습관은 이경희 씨가 20년 넘게 앓아 온 변비와 위궤양까지 낫게 했다.

정기검사 결과가 나오는 날, 이경희 씨가 병원을 찾았다. 검사 결과 그녀의 몸에선 어떤 이상도 발견되지 않았다. 봄이 되면 이경희 씨는 암 완치의 기준이 되는 만 5년을 맞는다. 그간의 노력으로 볼 때, 어쩌면 당연한 결과인지도 모른다. 아직도 암과 싸우고 있다고 말하는 이경희 씨. 하지만 그녀는 암을 증오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암 덕분에 잃어버렸다고 생각한 건강을 되찾았기 때문이다.

채소와 과일은 하루 어느 정도 먹어야 이상적일까? 미국의 한 유기농 매장에는 채소와 과일 진열대마다 'Eat 5 a Day'라는 팻말이 꽂혀 있다. 이른바 채소와 과일을 하루 다섯 접시 이상 먹자는 것이다. 이 캠페인은 1991, 미국 국립암센터를 중심으로 시작됐고 미국 주정부와 식품기업들이 후원사로 나서서 전국적으로 확산된 암 예방과 질병 예방 캠페인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얼마 전부터 가족 건강을 위해 하루에 세 번, 여섯 가지 채소와 과일을 다섯 가지 색상별로 먹자는 '채소과일365 가족건강365' 캠페인을 시작했다.

그런데 현실적으로 하루에 다섯 접시 이상을 먹을 수 있을까? 이 캠페인에서는 오렌지 주스 한 잔이나 바나나 한 개를 한 접시로 치고, 채소 샐러드 한 끼는 두 접시로 환산한다. 한 접시의 양이 생각보다 많지 않으니 조금만 신경 쓰면 누구나 쉽게 하루 다섯 접시 이상의 채소와 과일을 먹을 수 있다.

그렇다면 왜 하루에 다섯 접시 이상의 다양한 채소와 과일 섭취를 권장하는 것일까? 채소와 과일에 들어 있는 파이토케미컬의 효능과 효과가 각각 다르기 때문에 최대한 여러 종류의 과일과 채소를 섭취해 암을 비롯한 여러 가지 병원균이 들어올 틈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기 위해서다. 최대한 채소와 과일은 가리지 않고 많이 섭취하는 것이 좋다.

 

4. Doctor Says: 유방암 예방에 좋은 음식

 

유방암의 원인을 따져본다면 고지방 고칼로리 음식이 제일 문제다. 그래서 가능하면 신선한 채소와 과일을 많이 먹고, 단백질은 주로 지방질이 없는 부위의 고기를 먹고, 청국장이나 두부 같은 콩 음식을 많이 먹어야 좋다. - 백남선 교수(원자력병원 외과)

 

5. 위암에는 자극 없고 소화 잘되는 식단이 답이다

 

일본 사이타마() 현 후지미 씨, 미요코(77) 씨 부부가 식사 준비에 여념이 없다. 미요코 씨 부부는 둘 다 위암 수술을 받은 암환자 부부로 조심스럽게 식사를 준비한다. 특히 미요코 씨의 경우 암으로 인해 위를 모두 절제했기 때문에 주치의가 정해준 식이요법을 철저히 따르고 있다. 소화가 잘되는 죽에 잘게 으깬 고기를 먹고 있는 미요코 씨. 그녀는 채소는 가리지 않고 먹되 절대 기름에 볶지 않는다. 샐러드를 만들 때도 당근과 양파, 감자를 전자레인지에 데운 후 마요네즈를 조금 넣어 만든다.

미요코 씨 부부의 소박한 밥상에 오른 음식은 간단하다. 기름에 볶지 않은, 자극이 없고 간이 덜 된 채소반찬에 밥 대신 소화가 잘되는 죽을 준비한다. 또 영양 균형을 위해 가끔 육류가 올라오더라도 고기를 잘게 으깬 후 소화가 잘되는 부위만 올리고 기름기가 많은 부위는 되도록 먹지 않는다. 조심스러운 식사 준비뿐만 아니라 식탁에 올릴 채소도 땅을 빌려 직접 재배할 정도로 미요코 씨 부부는 음식에 까다롭다.

오늘은 미요코 씨의 정기검진이 있는 날이다. 일본에서 암 수술과 식이요법의 대가로 알려진 주치의 미우라 원장이 부부를 반갑게 맞았다. 미요코 씨는 여든이 다된 나이에 위를 절제하는 큰 수술을 받았지만 항암식단을 잘 유지한 덕택에 다행히 수술 후유증이 발견되지 않았다.

책을 통해 대중에게도 널리 알려진 미우라 원장은 자신이 맡고 있는 위암 환자들에게 딱딱하고 기름진 음식은 절대 금물이며, 대신 소화에 좋은 음식과 채소, 과일을 먹으라고 권한다. 이 식단만 지킨다면 암을 이겨낼 수 있다고 확신하는 것은 미우라 원장 역시 본인도 위암 수술을

받은 위암 환자이기 때문이다. 미우라 원장은 환자들의 입장에서 최대한 항암식단을 전파하고 있다.

미우라 원장이 권하는 항암식단은 어찌 보면 간단하다. 기름진 음식이나 자극이 강한 음식은 가급적 먹지 말 것, 소화에 좋은 음식을 먹을 것, 흰살 생선이나 기름이 많지 않은 닭고기, 채소류를 먹을 것, 많은 양을 먹지 말고 음식을 꼭꼭 씹어 먹을 것. 이렇게 1~2년 정도 이 식단을 따르면 위암 수술을 받은 환자나 위궤양 환자들도 어떤 제약 없이 식사를 즐길 수 있게 되고, 무엇보다 건강을 회복할 수 있다고 미우라원장은 힘주어 말한다.

 

6. 특정식품의 집중적 섭취는 오히려 모자람만 못하다

 

만약 항암효과가 뛰어나다고 알려진 특정 식품을 집중적으로 먹거나 특정 성분만을 농축해서 먹는다면 어떨까 하는 의문이 생긴다. 치료에 더 효과적이진 않을까?

하지만 아직까지는 우려의 목소리가 많다. 실제 임상실험에서는 전혀 예상치 못한 결과가 확인되기도 했다. 당근과 녹황색 채소, 해조류에 많이 들어 있는 베타카로틴은 항산화 작용을 하며 항암효과도 있다고 알려진 파이토케미컬 물질이다. 그런데 흡연자를 대상으로 베타카로틴을 약제로 복용하게 하자 오히려 폐암 발생률이 증가했다는 예상치 못한 결과가 나왔다.

몇 해 전 국내에서도 큰 논란을 불러왔던 호주 뉴사우스웨일스 주 암협회의 유방암 환자의 경우 콩 보충제와 식물성 에스트로겐 보충제 섭취를 피할 것을 권고한다."는 내용도 같은 맥락이다. 우리가 알고 있기로는 콩에 들어 있는 이소플라본은 항산화 작용, 항암작용을 하는 이로운 물질이다. 그런데 유방암 환자는 콩 보충제 섭취를 하지 말라니, 어찌된 영문일까?

미국 국립암연구소 등의 여러 연구에 따르면, 유방암 환자의 경우 여성 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이 유방암 성장을 촉진시키는데 호르몬수용체가 양성인 유방암 환자들에게는 과잉 공급된 이소플라본이 약한 에스트로겐 역할을 함으로써 암 성장을 촉진시킨다고 한다. 따라서 식품으로서의 콩 섭취는 적극 권장하지만 알약 등 이소플라본이 농축된 보충제로서의 섭취는 피하는 것이 좋다고 발표한 것이다.

그렇다면 유방암 환자의 경우 콩 섭취는 어느 정도가 적당할까? 암 예방을 위해 필요한 이소플라본의 양은 약 25mg, 검은 콩으로 치면 약 90g에 해당하는 양이다. 다시 말해 매끼 20~40g 정도만 먹어도 충분하다는 말이다. 음식으로 계산하면 콩자반은 두 접시 정도, 두부는 두 모, 잡곡밥은 세 공기 정도다. 만약 콩을 싫어하는 사람이라면 두부나 콩나물, 콩국수 등 다른 방법으로 콩 성분을 섭취하는 것도 좋다.

간혹 된장찌개나 청국장을 많이 섭취하는 경우, 된장에 들어 있는 소금이 위벽을 손상시켜 발암물질의 침투가 쉬워져 위암 발생률이 높아지지 않을까 걱정하는 사람이 있다. 하지만 된장은 된장 자체가 가진 항암효과가 큰 만큼 지나치게 많은 양을 섭취하지만 않는다면 훌륭한 항암식품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콩이든 채소, 아무리 항암식품으로 좋은 식재료라 하더라도 한 가지 식단만을 고집하는 것은

균형성을 상실하여 오히려 역효과를 낼 수 있다. 그러므로 지나침은 모자람만 못하다는 옛 격언을 꼭 기억하도록 하자.

 

7. Doctor Says: 특정 성분의 집중적 섭취는 위험하다

 

한 가지 음식을 선택해서 집중적으로 섭취하면 식품을 떠나서 약의 개념이 되어 버린다. 식품에 있는 어떤 특정 성분이 암 예방 효과가 있다고 해서 그것만을 분리해 농축해서 먹는 것은 아직까지는 삼가야 한다. 단일성분으로 분리해서 섭취했을 때 오히려 반대 결과가 나온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 서영준 교수(서울대 약학대학). (허완석 엮음 / 암중모색 암을 이긴 사람들의 비밀 <생로병사의 비밀> 제작팀/ 비타북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