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암중모색, 암을 이긴 사람들의 비밀 17 - 인간적인 암 치료, 방사선의 진화

hope888 2022. 6. 12. 16:08

내 텃밭의 고추

 

1895년 뢴트겐에 의해 발견된 X선은 이후 질병의 진단과 치료에 많은 기여를 하고 있다. 특히 방사선은 암의 치료와 진단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방사선으로 우리 몸의 암세포를 치료하는 원리는 의외로 간단하다. 방사선을 우리 몸에 쪼이면 방사선이 몸을 투과하면서 전리 현상을 일으키고, 이로 인해 세포의 증식과 생존에 필수적인 물질인 핵산이나 세포막 등에 화학적인 변성을 초래해 종양세포를 죽인다.

방사선치료는 수술하기 까다로운 위치의 종양을 치료할 수 있고, 암주변 정상조직의 기능이나 형태를 손상시키지 않고 치료할 수 있다. 게다가 전신마취가 필요 없어 외래통원이 가능하다는 장점도 있다. 하지만 암세포뿐만 아니라 정상세포도 함께 손상시키기 때문에 탈모, 오심과 구토, 설사, 점막염 등의 부작용을 동반한다.

21세기 방사선 장비의 현재와 미래는 어떨까? 이제부터 한 번에 모든 암을 다 살필 수 있는 최첨단 방사선 진단기기부터 방사선치료의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끝까지 암세포를 찾아 사멸시키는 양성자 가속 치료기까지, 환자들의 치료 사례를 바탕으로 최첨단 방사선 기기에 대해 살펴보도록 보자.

 

1. 암 진단의 첨단화

 

암은 누구에게나 예고 없이 찾아온다. 지난해 1월 갑상선암이 찾아온 김흠수(51) 씨에게도 그랬다.

아무런 증상도 없었던 그에게 암선고는 뜻밖의 소식이었다. 암이라는 것을 안 순간 당황스럽긴 했지만 결국 암을 극복하고 건강한 모습으로 일할 수 있게 된 것은 암을 조기에 발견했기 때문이다.

어느 질병이든 조기에 발견할수록 결과는 희망적이다. 암은 더더욱 그렇다. 김흠수 씨의 갑상선에서 발견된 종양은 1cm도 채 되지 않았다. 암 진단 후 김흠수 씨는 한쪽 갑상선을 떼어내는 수술을 받았다. 암이 더 발달하기 전에 발견했기에 비교적 손쉽게 암을 제거할 수 있었다.

김흠수 씨가 증상도 없는 미세한 종양을 찾아낼 수 있었던 것은 바로 PET-CT(양전자컴퓨터단층촬영), 즉 전신암 검사기 덕택이었다. 김흠수 씨의 종양 크기는 0.6cm로 일반적인 검사장비로는 찾기가 힘들 만큼 작았다. 그러나 PET-CTCT(컴퓨터단층촬영)나 초음파검사에서 보이지 않는 미세한 종양도 찾아낸다. PET-CT가 암세포를 찾는 원리는 어찌 보면 놀라울 만큼 간단하다. 암세포는 성장과정에서 포도당을 월등하게 소모한다. 그런 암세포의 특성을 이용해 포도당의 이상 분포를 보고 구석구석 퍼져 있는 각종 암을 찾아내는 것이다.

이러한 PET-CT는 왜 첨단 암 진단장비로 불리는 것일까? 기존의 검진 장비와 달리 PET-CT는 한 번의 검사로 전신에 있는 종양을 한눈에, 그리고 10분 남짓한 짧은 시간 안에 정확하게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인체의 기능적 이상을 진단하는 PET(양전자방출단층촬영)과 해부학적인 정보를 제공하는 CT의 장점을 합쳐서 만들었기에 이러한 기능이 가능한 것이다. PET-CT의 장점은 이것만이 아니다. PET-CT는 밀리미터 단위의 아주 작은 암도 놓치지 않고 찾아낼 수 있고 치료 결과도 바로 알 수 있어 치료 방향을 정하는 데 매우 효과적이다. 이러한 여러 가지 장점 때문에 PET-CT는 전이된 암을 조기에 찾는 데 아주 유용한 장비로 각광받고 있다.

3년 전, 대장암 수술에 이어 지난해 간암까지 진단받은 장진수(66) 씨는 매년 정기적으로 PET-CT 검사를 받고 있다. 다른 부위에 전이된 암이 없는지 살펴보기 위해서다. 지난해 발견한 간암도 PET-CT 정기검사 중 발견한 것이었다. 당시 확인된 종양의 크기는 0.5cm, 다른 곳에 전이되지 않아 수술로 제거할 수 있었다. 장진수 씨처럼 다른 부위에 암이 전이될 경우PET-CT의 역할은 더욱 커진다. 한 번에 몸 전체를 살펴서 전이된 암을 빨리 찾아내기 때문이다. 간암 수술을 받은 지 1, PET-CT 정기검사 결과 장진수 씨 몸에서는 어떤 종양도 발견되지 않았다.

서울 대학로 한 소극장의 연극 연출가인 장진수 씨는 요즘 공연 중인 연극을 수정하고 연습하느라고 바쁜 하루를 보내고 있다. 그의 인생에 두 차례나 찾아온 건강의 위기를 무사히 넘기고 그가 다시 이곳에 설 수 있었던 것은 조기에 암을 발견해준 PET-CT 덕택이었다.

 

2. Doctor Says: PET-CT로 적합한 암 치료법을 찾는다.

 

PET-CT 검사를 해보면 암이 어디로 갑자기 전이됐구나 어디에 재발됐구나 이러한 것을 더 빨리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 따라서 기존에 하고 있던 치료법을 더 적합한 다른 치료법으로 바꾸어 바뀐 상황에 맞춰 더 적절하게 치료해줄 수 있다. 그런 점이 PET-CI의 가장 큰 장점이다. _김범산 교수(이대목동병원 핵의학과)

 

3. 진단과 치료를 동시에 한다

 

방사선을 이용한 최신 의료기술은 이제 진단과 치료를 동시에 하는 단계로 진화하고 있다. 2년 전, 유방암 수술을 받은 신정자(64) 씨의 몸에서 암이 또 발견됐다. 이번에는 종양을 떼어낸 오른쪽 가슴 근처 조직에서 암이 재발한 것이다.

유방암 수술 후 받았던 항암치료가 무척 힘들었던 신정자 씨. 이번에는 최신 방사선치료기인 래피드아크를 이용한 방사선치료를 받기로 했다. 방사선치료기에서 나오는 신정자 씨의 얼굴에서 안도의 한숨이 느껴진다. 래피드아크 방사선치료기는 환자에게 부담이 훨씬 덜하다. 신정자 씨가 치료를 받는 데 걸린 시간은 단 4분 남짓, 기존 방사선치료 시간의 10분의 1 수준이다. 줄어든 것은 치료시간만이 아니다. 종양이 있는 부위를 정확하게 찾아내 방사선을 쏘기 때문에 정상조직을 최대한 보호할 수 있다. 따라서 부작용도 크게 줄어든다. 또한 치료와 동시에 종양의 크기 변화를 살펴볼 수 있다는 것도 래피드아크 치료의 장점이다. 래피드아크에는 CT와 일반 X-ray를 찍을 수 있는 영상 장비가 달려 있어 원하는 방향으로 실시간 암세포를 확인하면서 치료할 수 있다.

또 회전세기조절 방사선치료와 영상유도 방사선치료가 합쳐져 있어 방사선의 방향과 양도 자

동으로 조절된다. 이것이 가능한 이유는 치료 장비가 환자 주변을 360도로 회전하면서, 3차원 계산법으로 종양 전체를 한꺼번에 인식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짧은 시간에 정상조직을 보호하면서 치료효과를 최대한 높일 수 있는 것이다.

이 치료의 또 다른 장점은 여러 부위에 있는 암을 동시에 치료할 수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겨울 담낭암 4기 진단을 받은 이판선(72) . 담낭에서 전이된 암세포는 간과 목 부위에서도 발견되었다. 원발암 외에 여러 곳에서 암이 발견되어 더 이상 수술이 불가능했다. 치료를 포기했던 이판선 씨가 마지막으로 희망을 건 것은 래피드아크 방사선치료였다. 여러 곳의 종양을 한꺼번에 치료할 수 있다는 점이 이판선 씨의 마음을 움직인 것이다.

방사선치료실에 들어선 이판선 씨, 래피드아크 방사선치료기가 감싸듯이 치료를 시작한다. 래피드아크 방사선치료기는 치료의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환자의 호흡 주기까지 정확히 계산하는 정밀함을 자랑한다.

방사선치료를 시작한 지 3, 이판선 씨를 괴롭히던 복부 통증이 많이 잠잠해졌다. 이제는 옷을 수 있는 여유도 생긴 이판선 씨. 자신의 몸속에서 암이 더 이상 자라지 않는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심한 통증 때문에 숨 쉬는 것조차 힘들었던 이판선 씨는 요즘 아들과 함께 규칙적으로 운동에 나서면서 한결 몸도 가벼워졌다. 절망 끝에서 모든 것을 포기하려던 그에게 첨단 방사선치료가 다시 삶을 시작할 수 있는 용기를 주고 있는 것이다.

 

4. Doctor Says: 래피드아크로 치료의 정확성을 높인다

 

래피드아크 방사선치료기 자체에 CT가 장착되어 있기 때문에 일주일에 한 번씩 환자의 상태를 확인할 수 있다. 그래서 암이 많이 줄어들었으면 그 자리에서 치료 계획을 다시 세울 수 있다. 환자를 옮겨올 필요가 없기 때문에 치료의 정확성이 굉장히 높아진다. -조철구 박사(원자력병원장)

 

5. 수술과 치료를 동시에 한다

 

하루 세 번 정성스레 밥상을 차리는 왕정미(57) , 그녀의 식탁에는 다양한 색깔의 제철 채소와 된장국이 빠지지 않는다. 지난 3년 동안 인생의 최대 고비를 두 번이나 겪은 후, 식단을 완전히 바꾼 것이다. 왕정미 씨는 2008, 유방암 4기 진단을 받았다. 처음 유방암 진단을 받았을 때 암세포는 이미 다른 부위로 퍼져 있었다. 왼쪽 가슴뿐만 아니라 겨드랑이 림프절에서도 여러 개의 종양이 확인되었다.

수술과 항암치료를 받으며 한숨을 돌릴 무렵, 이번에는 뇌에서 종양이 발견되었다. 그것도 일반적인 수술로 제거하기 힘든 뇌 속에 생긴 다섯 군데의 암. 왕정미 씨는 절망에 빠졌다.

1년 만에 또 다시 시작된 투병생활. 더 힘겹고 어려운 싸움이 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엄습했다. 그래도 왕정미 씨는 최첨단 방사선 장비를 이용한 방사선 수술에 희망을 걸었다.

방사선 수술은 일반 방사선치료보다 많은 에너지를 사용한다. 그래서 단기간에 암을 제거하는 수술과 비슷한 효과를 낸다. 방사선 수술은 왕정미 씨처럼 뇌나 척추 등 일반적인 외과수술이 어려운 부위에 종양이 있을 때 암을 효과적으로 제거할 수 있는 치료법이다. 암세포는 분열속도가 빠르고 끊임없이 분열한다는 특징이 있다. 종양에 조사된 방사선은 암세포의 DNA 사슬 구조를 깨뜨려 분열을 중단시키고 암세포를 스스로 죽게 만든다. 이것이 방사선의 암 치료 원리다.

방사선 수술은 고도의 정밀함을 요구한다. 왕정미 씨가 받은 치료는 최첨단 방사선 암 치료기인 노발리스티엑스를 이용한 방사선 수술로 2.5mm 정도의 초정밀도를 보이며 부작용을 최소화한 방사선 암치료법이다.

방사선 수술이 결정되면 수술진은 방사선 수술을 하기 전 CT로 종양의 위치와 크기를 정확하게 파악한 후, 치료용 컴퓨터를 이용해 최적의 치료방법을 찾는다. 그러고 나서 치료에 들어가는데, 노발리스티엑스는 시술을 받는 환자를 중심으로 360도 회전하며 종양을 정밀 타격한다. 360도 회전이 가능하기 때문에 종양의 여러 각도에서 방사선을 조사할 수 있고, 또한 세기도 조절할 수 있다.

노발리스티엑스를 이용한 여덟 번의 방사선 수술을 받은 왕정미씨. 뇌에 있던 종양의 크기도 많이 줄어들었고 두 개의 종양은 완전히 사라졌다. 왕정미 씨의 방사선 수술은 성공적인 예후를 보이고 있다

지난 100여 년 동안 하루가 다르게 진화해온 방사선치료 방사선 기기들이 난치성 암이나 다발성 암까지 치료할 수 있게 되면서, 점점 더 치료의 범위가 넓어지고 있다. 고통은 적고 치료효과는 뛰어난 첨단 방사선 장비의 등장은 외과 수술이 힘든 곳에 암이 발병한 암환자들과 말기 암환자들에게 희망의 등불이 되고 있다.

 

6. Doctor Says: 노발리스티엑스로 치료부터 수술까지

 

노발리스티엑스는 3차원 치료는 물론, IMRT 회전치료, 초정밀 방사선 수술까지 가능한 방사선 암 치료 기계다. 특히 환자가 왔을 때 어떤 한 가지에 집착하지 않고, 모든 경우를 다 준비해 거기에서 제일 적절한 치료 방법을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_김은석 교수(순천향대천안병원 방사선종양학과)

 

7. 방사선 미사일, 동위원소치료

 

10년 전까지만 해도 발생률이 그다지 높지 않았던 갑상선암. 어느새 유방암을 제치고 여성에게서 가장 많이 발병하는 암이 되었다.

정선옥(50) 씨는 두 달 전 갑상선암으로 수술을 받았다. 전이된 부위가 없어 수술 경과가 좋지만 한 번의 치료가 더 남았다. 바로 방사성 요오드 치료다.

갑상선암 환자들을 위해 개발된 방사성 요오드 치료법은 수술 후 보이지 않는 암까지 완전히 없애는 치료법이다. 치료에 대한 설명을 듣고 병실로 돌아온 정선옥 씨. 23일 동안 일반인들의 접근이 통제된 격리병동에서 지내야 한다. 약을 섭취하면 방사성 물질이 몸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하지만 섭취한 방사성 물질은 3일 후 대소변으로 모두 배출되기 때문에 안전하다

갑상선은 호르몬을 만들기 위해 요오드를 필요로 한다. 따라서 방사성 요오드를 우리 몸에 투여하면 소장을 통해 흡수된 방사성 물질이 갑상선 암 조직에 모이게 되고, 결국 방사선이 암세포의 세포핵 속에 있는 유전자를 망가뜨려 암세포를 파괴한다. 단 한 번 요오드 알약 하나를 먹는 것으로 끝나는 치료이기 때문에 환자들의 부담도 적다. 방사성 요오드 치료제는 갑상선에 흡수가 잘 되는 방사선 동위원소로 만들어졌고, 갑상선 조직에 있는 암세포만을 공격한다고 해서 일명 '마법의 방사선 미사일'이라고도 불린다. 갑상선암 완치율이 100%에 가까운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10년 전 갑상선암 수술을 받은 박옥분(50) 씨는 얼마 전부터 기침이 심해져 병원을 찾았다가 폐암이 생겼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원발암인 갑상선암이 폐로 전이된 것이다. 박옥분 씨도 방사성 요오드 치료를 하기로 한 이유는 전이된 암세포에도 갑상선 조직의 기능이 남아 있어 방사성 요오드의 표적이 되기 때문이다. 폐 쪽으로 전이된 갑상선 유두암에 방사성 요오드가 들어간 다음, 그 안에서 베타받기로 했다. 폐암인 그녀에게 갑상선암 치료법인 방사성 요오드 치료를 선을 내게 되면 반경 2mm 이내의 모든 세포를 죽일 수 있다. 따라서 갑상선암이 폐 쪽으로 전이되더라도 어느 정도 갑상선의 특성을 가지고만 있다면 방사성 요오드를 이용해 효과적으로 치료할 수 있다.

방사성 요오드는 갑상선암이나 갑상선암에서 전이된 암에 마법 같은 특효를 가지고 있다. 박옥분 씨의 전이된 폐암도 방사성 요오드 치료를 통해 희망의 미소를 보일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8. Doctor Says: 방사선 요오드 치료의 원리

 

방사성 요오드를 먹으면 방사성 요오드가 암세포 속으로 들어가 암세포 속에서 베타선이라는 방사선을 방출한다. 이때 베타선이 암세포의 세포핵 속에 있는 유전자를 망가트려 세포가 죽게 만든다. 방사능이 직접 세포 속으로 들어가기 때문에 밖에서 쪼이는 것보다 훨씬 에너지 전달이 강력해 치료 효과가 좋다. _임상우(원자력병원 핵의학과장)

 

9. 방사선 동위원소치료, 다양해진다

 

방사선 동위원소를 이용한 암 치료법은 다양한 모습으로 발전하고 있다. 얼마 전 고국인 몽골에서 간암 3기 진단을 받은 뒤 한국을 찾은 몽골국립대학 법학과 소그투(57) 교수, 몽골에서는 간 이식밖에 없다는 절망적인 소식을 들었기 때문에 의료선진국인 한국을 찾은 것이다. 일주일 뒤 소그투 교수의 수술이 이루어졌다. 그가 희망을 건 치료는 간동맥색전술을 원용한 방사선 동위원소치료다.

소그투 교수가 받은 치료는 기본적으로 간암 치료에 많이 시술되는 간동맥색전술과 기술적인 면에서는 같다. 다만 간동맥색전술에서 사용하는 항암제나 그 혈관을 막는 색전물질 대신, 간동맥에 방사선 동위원소를 직접 투여해 암세포를 죽인다는 점에서 차이를 보인다.

이 치료법은 소그투 교수처럼 절제수술이 불가능한 환자들에게 새로운 치료의 길을 열어주고 있다.

오늘날의 방사선치료는 단순히 종양만 없애는 것이 아니라 환자의 삶의 질까지 생각한다. 4년 전 방광암 치료를 받았던 김오중(75) . 근래 들어 몸이 피곤하고 의욕이 없어서 병원을 찾았다가 이번에는 전립선에서 암이 발견됐다. 당장이라도 수술을 해야 하는 심각한 상태였다. 김오중 씨는 전립선을 떼어내지 않고 전립선에 방사선 동위원소를 투여해 암을 없애는 '근접치료법' 시술을 받기로 했다. 이 치료법은 수술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요실금이나 성기능 장애 등의 부작용이 상대적으로 적다.

환자들이 보기에는 막연히 두려움이 앞서는 방사선 동위원소를 이용한 암 치료술, 하지만 의학기술과 장비가 발달하면서 방사선을 이용한 암 치료법은 편견과는 달리 다양하게 발전하고 있다.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종양을 효과적으로 제거하는 것, 이것이 바로 방사선 동위원소치료의 최종 목표다.

 

10. Doctor Says: 방사선 동위원소로 전립선암을 치료한다.

 

방사선 동위원소를 전립선에 직접 주입해서 전립선 안에 있는 암세포를 죽인다고 해서 근접 치료법이라 부른다. 이 시술은 직접 전립선에 방사선 동위원소를 심는 것이다. _박동수 교수(분당차병원 비뇨기과)

 

11. 꿈의 암 치료기, 입자방사선

 

부작용이 거의 없는 입자방사선치료는 특히 소아암 환자에게 최적화된 암 치료다. 이제 갓 돌을 지난 세훈이는 소아암으로 한 차례 수술을 받았다. 세훈이의 병명은 안타깝게도 소뇌 부위에 종양이 생긴 뇌종양이다. 수술로 모두 치료하기에는 너무 어린 세훈이, 세훈이의 주치의는 세훈이가 너무 어리기 때문에 가장 정확하면서 부작용도 가장 적은 양성자 치료를 실시하기로 결정했다. 나이가 너무 어릴 경우에는 정상조직에 가는 방사선량이 나중에 아이의 신경학적인 장애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성장해야 할 세훈이가 부작용의 피해 없이 건강해질 수 있도록 내린 결정이었다.

며칠 뒤, 세훈이의 1차 양성자치료가 진행됐다. 양성자 치료는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종양의 위치와 조사할 양성자 양을 결정한다. 종양 부위를 제외한 정상조직을 보호할 수 있는 틀도 환자별로 맞춤 제작한다. 양성자 치료는 그동안 수술이나 일반 방사선치료가 어려웠던 소아암 환자들에게 희망이 되고 있다.

그렇다면 양성자 치료와 기존의 방사선치료와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기존의 방사선치료는 X선이나 전자선을 이용하는데 비해, 양성자 치료는 수소 원자핵을 구성하는 양성의 소립자인 양성자를 이용한다.

기존 방사선은 환자의 몸 전체를 통과하기 때문에 정상조직을 완벽하게 보호하기 어렵다. 그러나 양성자는 종양 부위에서 100%의 에너지를 방출하기 때문에 암세포만 집중 타격할 수 있다. 또 종양을 통과한 후에도 정상조직에 영향을 주는 방사선과 달리, 양성자는 종양에 모든 에너지를 쏟아 붓고 그 자리에서 사라지기 때문에 방사선 부작용이 거의 없다. 이러한 이유로 양성자 치료기를 꿈의 암 치료기라고 부른다.

3층 건물만큼의 커다란 몸집을 가진 양성자 가속 치료기의 몸체는 원통형의 입자가속기와 빔 라인을 통해 치료실로 이어진다. 양성자 치료기 안에서 수소 원자는 전자와 양성자로 분리되고, 양성자는 1초에 1,000만 번 회전하는 가속기를 거치며 엄청난 고출력의 에너지를 얻는다. 빛의 60%의 빠른 속도로 몸 안으로 들어간 양성자는 종양에 도달하는 순간 마치 폭탄이 터지듯 최대의 에너지를 방출한다. 그 결과 암세포의 DNA를 손상시켜 암을 없애는 것이다.

양성자 치료는 기존 방법으로 치료가 어려웠던 난치성 암 치료에 새로운 길을 열고 있다. 지난해 겨울, 척색종 진단을 받고 양성자 치료를 시작한 김현숙(59) , 김현숙 씨의 종양은 척수 신경다발이 지나고 있는 부위에 침범해 수술이 불가능했고, 일반 방사선치료를 받기도 쉽지 않았다. 암의 특성상 종양 주위에 있는 정상조직을 피하면서 치료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척색종은 양성자 치료법이 개발되기 전에는 X-ray 방사선으로만 치료했는데 치료 결과는 그다지 좋지 않았다. 하지만 양성자 치료가 도입된 후, 척색종 치료 효과는 눈에 띄게 좋아졌고 재발율도 현저히 떨어졌다. 정상조직을 피하면서 환자의 의지에 따라 많은 양의 방사선을 종양에 투입해 치료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암은 이제 더 이상 난치병이 아니라 고혈압이나 당뇨병처럼 수명이 다해서 세상을 떠날 때까지 함께 가져가야 할 일종의 만성질환이다. 암이 더 이상 두렵지 않게 된 것은 그동안 방사선이 눈부시게 진화해왔으며, 또 앞으로도 계속 진화할 것이기 때문이다.

 

12. Doctor Says: 방사선 기술의 미래가 기대된다.

 

20년 방사선의 역사를 살펴보면, 초창기에는 방사선 기술의 발전이 있지만 지금은 굉장히 빠르다. 한 세대가 바뀌는 게 2~3년 터울이고 앞으로는 더 빨라질 것이라 예상된다. 앞으로 더 획기적인 치료법이 등장하면서 방사선의 치료 영역과 역할도 더 확대될 것이다. _김은석 교수(순천향대천안병원 방사선종양학과) (허완석 엮음 / 암중모색 암을 이긴 사람들의 비밀 <생로병사의 비밀> 제작팀/ 비타북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