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제: Men in Black
감독: 배리 소넨펠드(1997년, 미국)
등장인물: 토미 리 존스(K), 윌 스미스(J), 린다 피오렌티노(로렐 박사)
배경: 21세기 미국
상영 시간: 98분 (12세 관람가)
수상: 1983년 아카데미 특수분장상
믿거나 말거나, 지구에는 이미 외계인이 살고 있다니까?
검은 양복에 검은 선글라스, 검은 시계, 검은 총, 온통 검은색으로 차려입고 있는 포스터 속의 두 남자. 이들은 대체 무슨 일을 하고 다니기에 검은색으로 자신을 감추는 걸까요?
까마득히 먼 우주로부터 별빛 가득한 밤하늘을 가로지르며 마침내 지구 대기권으로 들어온 잠자리 한 마리가, 도로의 차들을 피해 날다가 트럭 유리에 부딪혀 죽는 장면으로 영화는 시작됩니다.
달리는 트럭의 짐칸에 ‘히스패닉' 노동자들이 웅크리고 숨어 있습니다. 이들은 국경 부근에서 경찰의 검문에 걸립니다. 얼마 안 있어 검은 세단이 나타나고, 검은 정장 차림의 사람들이 차에서 내려 트릭을 향해 다가옵니다. 밀입국자 중 누군가를 색출하러 온 것입니다.
화면은 바뀌어 숨 가쁘게 쫓고 쫓기는 추격전으로 이어집니다. 마치 스파이더맨처럼 높은 건물 벽을 자유자재로 타고 올라가던 범인은, 지구에 종말이 올 것이라는 말을 남기고 추락합니다. 뉴욕 경찰 에드워드는 추격 중 범인을 난간에서 밀었다고 오해를 받아 심문 대상이 됩니다. 그는 범인의 눈꺼풀이 제멋대로 움직이고 기이한 말과 행동을 했다고 얘기하지만, 수사관은 이를 무시합니다. 이때 검은 양복을 입은 K가 찾아와 자기 명함을 건네며, 지구의 외계인들을 비밀리에 관리하는 MIB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에드워드는 호기심에 MIB 본부를 찾아가고 요원 선발 시험에 합격하며 곤충 외계인을 직접 만나 보기까지 하지만, 아직도 외계인들이 지구에 살고 있다는 K의 말을 믿지 못합니다. 그러자 K는 "천오백 년 전에 인간은 지구가 우주의 중심이라 믿었고, 오백 년 전에는 지구가 평평하다고 믿었다. 십오 분 전만 해도 당신은 지구엔 지구인만 산다고 믿었을 것이다. 내일 일은 누구도 예측할 수 없다."라는 의미심장한 말을 남기고 떠납니다.
밤새 고민 끝에 마음을 결정한 에드워드는 MIB 본부를 찾아가 J라는 이름으로 다시 태어나고, MIB 요원 복장인 검은 양복과 선글라스를 착용합니다. 첫 임무를 부여받고 K와 함께 출동한 현장에서 J는 바퀴벌레 외계인이 지구에 침입했다는 정보를 얻습니다. 바퀴벌레 외계인은 농부 에드거의 거죽을 쓰고, 그의 트럭 안에 자신이 타고 온 우주선을 실은 채 도시로 돌진합니다. 그가 쫓고 있는 로제버그의 정체는 아킬리안 제국의 왕자로, 정치적 망명지로 안전하다 여겨지는 지구를 택해 보석상으로 위장한 채 살고 있는 외계인입니다.
식당에서 키 큰 외계인을 만난 로젠버그는, 바퀴벌레 외계인이 왔으니 어서 떠나야 한다고 이야기합니다. 바로 그때 종업원으로 위장한 바퀴벌레 외계인이 둘을 해치우고, 로젠버그가 갖고 있던 보석을 들고 사라집니다. J는 시체 안치소를 찾아가 검시관 로렐과 함께 로젠버그의 시체를 살핍니다. 귀의 봉합 자국을 열자 얼굴 표면이 반으로 갈라지고, 뇌 속에서 ET를 닮은 작은 외계인이 나타납니다.
아퀄리안 제국의 왕자인 그 외계인은 “전쟁을 막아야 해. 은하계는 지금 오리온의 테두리에 있어!" 라는 유언을 남기고 숨을 거둡니다.
본부로 돌아온 J와 K는, 맨해튼 전역의 외계인들이 지구를 위험 지역으로 판단하고 도망갈 짐을 꾸리는 등 동요하는 모습을 감지합니다. 그에 이어 "지구에 있는 은하계를 넘기라!"는 메시지가 레이더에 포착되고, 자세한 사태를 파악하기 위해 J와 K는 은하계 전문가를 찾아갑니다. 불도그로 위장한 천문학자 외계인은, 바퀴벌레 외계인이 노리는 은하계가 이미 지구에 있다는 놀라운 말을 합니다. “이 작은 지구에 어떻게 은하계가 존재할 수 있느냐?"는 J의 물음에 불도그 외계인은 “사이즈가 무슨 문제지? 크기는 중요한 것이 아니야!"라고 의미심장하게 대답합니다.
바퀴벌레 외계인은 로젠버그를 죽이고 빼앗은 물건이 평범한 보석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고 다시 보석상을 뒤집니다. 그러던 중 벽에 걸린 사진 속의 고양이 목걸이를 보고, 뭔가를 눈치 챈 듯 시체 안치소로 달려갑니다. 바퀴벌레 외계인을 추적하던 J와 K 역시 목걸이에 무언가가 있다는 걸 감지하고 로렐에게 갑니다. 하지만 한발 앞선 바퀴벌레 외계인은 은하계 구슬이 달린 목걸이를 빼앗고 로렐을 인질로 삼아 도망칩니다. 설상가상 아퀼리안 제국의 함대 공격이 한 시간 앞으로 다가오고, J와 K는 지구의 운명을 걸고 우주선이 이륙할 장소로 달려갑니다.
이륙을 시도하던 바퀴벌레 외계인은, 끈질긴 MIB의 추격에 본모습을 드러내고 요원들과 한판 승부를 벌입니다. K는 바퀴벌레 외계인이 삼킨 은하계 구슬을 되찾기 위해 외계인의 배 속으로 들어갑니다. J는 밖에서 바퀴벌레 외계인과 사투를 벌이고, 로렐 또한 결정적인 순간에 이들을 돕습니다. 결국 바퀴벌레 외계인의 몸은 산산조각 나고, 선배 요원 K는 J에게 끔찍한 기억을 지워 달라며 기억말소 레이저 총을 건넵니다. 얼마 후 다시 MIB 본부 앞에서, J는 K 대신 새로운 파트너 로렐과 함께 MIB 활동을 재개할 준비를 합니다.
이 영화의 백미라 할 수 있는 엔딩 장면에서, 맨해튼을 비추던 카메라는 줌아웃으로 뉴욕 시가를, 미국 전역을, 아메리카 대륙을, 지구 전체를 비추면서 한없이 우주 바깥으로 빠져 나옵니다. 지구는 눈에 보이지도 않을 만큼 작은 점이 되어 은하계의 일부를 이루고, 마침내 그 은하계가 담긴 우주 구슬로 외계 생명체가 구슬치기를 하는 모습의 충격이란! 우리가 알고 있는 세계도 영화 맨 처음에 나온 잠자리가 인식하는 세계보다 조금 클 뿐, 광활한 우주에 비하면 티끌만한 존재에 지나지 않는다는 이야기일까요?
1. 히스패닉
남아메리카 출신으로 미국에 사는 이들을 일컫습니다. 멕시코인이 대부분이지만 볼리비아, 아르헨티나. 칠레, 페루, 과테말라 사람들도 있으며, 스페인어를 사용합니다.
미국의 까다로운 입국 절차 때문에, 히스패닉의 상당수는 밀항선 등을 이용하여 불법 체류를 하고 있습니다. 예전에 흑인이 도맡았던 3D 업종들이 최근에는 주로 히스패닉에게 넘어갔다고 합니다.
2. MIB Men in Black
이 영화에서는 지구에 있는 외계인을 감시하며 지구의 평화를 지키는 조직을 말합니다. MIB 같은 비밀 요원들이 미국에 실제로 존재한다는 이야기는 1950년대부터 있었습니다. 미국에는 외계인을 만났거나 UFO를 목격했다는 사람이 많은데, 그중 상당수는 정체불명의 사람들이 방문해 여러 가지를 심문했다고 주장합니다. 영화 <맨 인 블랙>은 로웰 커닝햄의 연작 만화와, 이같은 외계인 목격자들의 이야기를 토대로 만들어졌습니다.
3. 영화를 보기 전에, 여러분이 생각하는 외계인의 모습을 그려 보거나 이야기해 보세요.
길잡이: <맨 인 블랙>은 관람 전부터 함께 생각해 보기 좋은 영화입니다. '내가 생각하는 외계인의 모습은?‘ 이라는 주제로 그림을 그리고 말풍선을 달아 보는 것도 재미있겠습니다. 눈이 아가미처럼 깜빡이는 외계인, 곤충 외계인, 오징어 외계인, 바퀴벌레 외계인, 이티를 닮은 외계인 등 <맨 인 블랙>에 등장하는 외계인의 모습은 각양각색입니다. 이들은 어류, 양서류, 파충류의 흔적을 지녔거나 곤충의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다양하면서도 일관적인 외계인의 모습은, 외계 생명체를 영장류나 포유류보다 하등할 것으로 전제하는 인간의 오만함을 보여 줍니다.
하지만 <화성 침공> (1996), <인디펜던스 데이> (1996), <에일리언> (1979) 같은 영화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외계인= 악의 무리 = 파괴적 존재' 혹은 <코쿤> (1985), <콘택트> (1997), <뷰티풀 그린〉(1996) 같이 '외계인 = 앞선 문명 = 우호적 존재'라는 식의 이분법에서 벗어나 우호적인 외계인도 있고 호전적인 외계인도 있을 수 있다는 발상은 재미납니다. 외계 생명체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는 열린 텍스트라 하겠습니다.
4. 에드워드가 MIB 요원으로 선발된 이유는 무엇일지 함께 이야기 나누어 보세요.
길잡이: 폐쇄된 공간에서 MIB 요원을 뽑는 장면을 유심히 살펴보면, 왜 에드워드가 선발되었는지 짐작할 수 있습니다. 우선 에드워드는 다른 지원자들과 달리 면접관에게 “우리가 왜 여기 있는 거죠?" 라고 거침없이 묻습니다. 불편한 의자에 앉아 탁자도 없이 손에 문제지를 들고 답안을 작성하라는 요구에 다른 지원자들은 시키는 대로 하지만 에드워드는 저만치 놓여 있던 탁자를 직접 끌고 옵니다. 함께 탁자를 쓰자고 이야기하는 에드워드의 배려에도, 경직된 모습의 지원자들은 냉랭한 표정을 지을 뿐입니다. 사격 테스트에서도, 다들 외계인 표적들을 마구 쏘아 대는 반면 에드워드는 소녀 표적에 딱 한 발만을 쏩니다. 면접관이 이유를 묻자 에드워드는 "이 외계인은 운동 중이고 저 외계인은 재채기 중인데, 운동 중인 외계인이 우리를 공격할 리 없고 재채기 중에 총 쏘면 열 받잖아요? 그런데 저 아이는 어린데도 어려운 물리책을 들고 있는 것이 뭔가 수상해 보여서 쏘았어요."라고 답합니다. 이처럼 에드워드는 호기심, 문제 해결 능력, 순발력과 판단력, 그리고 유연한 사고(유머 감각)를 보여 주었기에 MIB 요원으로 뽑힌 것입니다.
5. 은하계가 지구 안에 존재한다는 메시지를 에드워드가 이해하지 못하자 불도그 외계인은 ‘크기는 중요한 게 아니야!’ 라고 말합니다. 이 말의 의미는?
길잡이: 이 영화에서, 은하계는 '오리온‘이라는 고양이의 목에 걸린 구슬 속에 들어 있다고 설정됩니다. 어떻게 작은 구슬 속에 광대한 우주가 들어갈 수 있을까요? 이러한 설정은 '부분이 전체를 대신한다.’는 현대 물리학 이론을 입증하려는 의도가 아닐까 합니다. 은하계를 찾아 헤매는 J와 K에게 불도그 외계인은 크기는 중요한 게 아니다. 라고 말합니다. ]가 처음으로 K에게 총을 건네받을 때 나왔던 대사와 똑같습니다. 장난감같이 작은 총이었지만, 실제 화력은 쏜 사람이 뒤로 나자빠질 정도로 놀라웠지요. 2002년 속편 <맨 인 블랙 2) 홍보를 위해 한국을 방문한 토미 리 존스의 말에 의하면 이 영화는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 지구도 우주의 작은 부분일 뿐이라는 사실에 관해 얘기하는 영화” 라고 합니다. <맨 인 블랙 2>도 결말에서 사물함 안에 또 다른 우주가 존재하는 상황을 보여 주고 있습니다. 우리가 대단하게 여기는 것이 전 우주의 입장에서 보면 아무것도 아닐 수 있고, 역으로 하찮아 보이는 생물도 우리와 동등하게 자신의 우주를 지니고 있는 생명체임을 일깨우는 장면이라 하겠습니다. (윤희윤 / 『세상을 껴안는 영화읽기』 / 문학동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