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이야기/영화이야기

인디펜던스 데이

hope888 2022. 4. 19. 10:19

 

원제: Independence Day

감독: 롤란트 에머리히 (1996, 미국)

등장인물: 월 스미스(스티븐 대위), 빌 풀먼(미국 대통령), 제프 골드블럼 (데이비드), 메리 맥도널(영부인), 랜디 퀘이드(러셀)

배경: 20세기 후반, 미국

상영 시간: 145(전체 관람가)

 

미국 독립기념일이 지구의 해방일이라고?

 

미국의 독립기념일인 74일이 인류의 해방일이 될 것이라 부르짖는 <인디펜던스 데이><E.T.><화성 침공> (팀 버튼, 1996)과는 다른 빛깔의 SF 영화입니다. 영화 속에서 적의 동태를 파악하고 맞서 무찌르는 이들은 전부 미국인으로, 심지어 대통령이 손수 전투기를 몰고 외계인을 박살내러 가기도 합니다. 이 영화는 미국의 패권주의를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으며, 2차 대전 이후부터 항상 세계의 경찰, 빅 브라더 역할을 하려 드는 미국의 강박관념을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습니다.

롤란트는 '규모''국가주의'로 승부수를 두는 블록버스터'를 만들어 여름 시즌에 흥행 대박을 터뜨리는 감독으로 유명합니다. <인디펜던스 데이> 이후에도 <고질라>(1998). 패트리어트> (2000), 투모로우> (2004)를 모두 여름시즌에 개봉한 바 있습니다. , 그럼 지금부터 미국의 독수리 삼형제가 접수한 사흘간의 긴박한 우주 대전으로 들어가 가 볼까요?

 

72. 달에 꽂힌 성조기가 크로즈업되고, 19697월에 인류 최초로 달을 탐사한 미국 나사(NA) 대원들의 발자국이 거대한 진동으로 인해 지워집니다. 이어 외계 지적 생명체 탐사(SETI)에서는 이 진동이 달에서 온 것이며, 정체불명의 비행 물체가 지구로 접근하고 있다고 보고합니다. 한편 방송국에는 갑자기 TV가 수신되지 않는다는 항의 전화가 쇄도합니다. 그리고 한가한 농촌 마을에서 경비행기로 농약을 뿌리며 스피드를 즐기는 술주정뱅이 러셀의 모습도 스쳐 갑니다. 이렇게 미국의 곳곳을 비추는 것도 잠시, 이라크 북부 사막과 페르시아 만에 황갈색 연기를 내며 돌진하는 비행 물체가 출현합니다.

이어 태평양 연안, 뉴욕, 워싱턴, 로스앤젤레스를 가로지르며 링컨 기념관, 국회의사당, 백악

, 자유의 여신상, 할리우드 등 미국 곳곳에 검은 그림자가 드리워집니다. 관료들은 대통령에

게 피신을 요청하지만, 대통령은 남기로 결정합니다. 한편 휴가를 즐기던 공군 대위 스티븐은 비상소집으로 복귀를 서두릅니다. 인공위성에 잡힌 외계신호를 포착한 공학자 데이비드는 여섯 시간 후면 비행 물체가 지구를 공격할 것이라는 사실을 알리러 백악관으로 향합니다.

대통령은 담화문을 발표하여 질서를 지켜 달라고 호소하지만, 이미 도시 전역은 충격과 공포로 아수라장이 됩니다.

73, 정체불명의 비행 물체는 강력한 화력을 내뿜는 레이저 광선으로 대도시들을 쑥대밭으로 만들어 버립니다. 공격은 순식간에 전 세계로 확대되어, 세계 주요 도시가 눈 깜짝할 사이에 잿더미가 되고 거리의 자동차들은 종잇장처림 날아갑니다. 백악관이 폭파되기 직전 미국 대통령과 보좌관들은 간신히 탈출에 성공하고, 데이비드는 공격을 막아 낼 방법을 알아내기 위해 고심합니다. 미 공군은 미사일을 쏘아 보지만 비행 물체를 감싸고 있는 방탄막 때문에 불발에 그치고, 오히려 외계 함대의 역공을 받아 궁지에 몰립니다. 이때 낙하산을 타고 간신히 탈출한 스티븐은 낙오된 외계 생명체를 포로로 잡아 옵니다.

1차 공격이 실패하자, 핵무기를 사용하자는 의견이 나오고 로스웰 사건까지 언급됩니다. 1947년 뉴멕시코 주 로스웰에 출현했다는 UFO와 외계 생명체에 대해 들은 대통령은 눈으로 직접 확인하기 위해 군사 비밀 시설을 방문합니다. 그곳에 근무하는 연구원들은 외부와 차단된 채 비밀리에 실험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스티븐이 잡아 온 외계 생명체의 머리를 해부하려던 오컴 박사가 그 대뇌에 들어 있던 또 하나의 외계 생명체에게 공격받아 참변을 당합니다.

뒤늦게 상황을 살피러 온 대통령에게, 외계 생명체는 오컴 박사의 성대를 빌어 '평화가 아닌 전쟁을 원한다!'는 메시지를 전합니다. 외계 생명체의 호전성을 알게 된 대통령은 핵무기 사용을 승인합니다.

하지만 미국이 자랑하는 핵무기도 비행 물체를 뒤덮은 거대한 방탄막 앞에서는 속수무책이고, 사람들은 더욱더 절망에 휩싸입니다.

74, 공학자이면서도 철저한 환경운동가인 데이비드는 외계인들이 지구를 욕심 내지 않게 되려면 지구가 정말로 심각하게 오염되는 길밖에 없을 거라며 아버지 앞에서 한탄합니다. 아버지는 어려운 때일수록 믿음을 저버리면 안 된다고 타이르며, 감기에 걸릴지 모르니 몸조심하라고 충고합니다. 아버지의 말을 듣고 문득 감기가 바이러스에 의해 발생한다는 사실을 떠올린 데이비드는 비행물체에 컴퓨터 바이러스를 투입하면 방탄막이 사라질 것이라고 유추해 냅니다.

드디어 미국 대통령, 스티븐, 데이비드 셋이 결의하여 인류를 '악의 축으로부터 지켜 내기 위한 성전(聖戰)‘을 치를 준비를 합니다. 그들은 인류의 생명을 구할 전투를 수행하기 위해 전 세계에 도움을 요청하고 자신의 목숨을 희생할 용병을 모집하는데, 놀랍게도 술주정뱅이 러셀이 자원합니다. 그는 베트남 참전 용사였으며, 한때 UFO에 납치되어 고문을 당했던 장본인입니다. 데이비드와 스티븐이 모체에 잠입하여 컴퓨터 바이러스를 퍼뜨리고, 나머지 조종사들이 그 뒤를 따라 외계 생명체를 박살냅니다. 그리고 마침내 러셀이 미사일을 장착한 전투기로 모선을 향해 돌진하여 비행 물체를 완전히 폭파시킵니다.

미국의 주도하에 우주 대전'을 성공적으로 수행해 낸 74일은 미국만이 아니라 전 인류의 독립기념일로 기록되고, 카메라는 아프리카, 이라크, 이집트, 미국 등 전 세계 곳곳에서 사람들이 환호하는 모습을 비춥니다. 그러고 나서 불꽃놀이인지 미사일의 흔적인지 구분이 잘 안 되는 포연이 포물선을 그리며 영화의 마지막을 장식합니다.

 

1. 블록버스터: 영화 정보 사이트 IMDB(The Internet Movie Database)에서는 블록버스터를 북미 흥행 수입이 1억 달러 이상인 영화로 정의합니다. 죠스(스티븐 스필버그, 1975)<스타워즈) (조지 루카스, 1977)의 대성공 이후로, 할리우드는 거대 자본을 투입해 특수 효과 중심의 영화들을 집중적으로 제작했습니다. 사상 최고의 블록버스터는 <아바타> (제임스 캐머런, 2009) 입니다. 한국 블록버스터로는 <쉬리(강제규, 1999), <태극기 휘날리며>(강제규, 2004). 괴물(봉준호, 2006), <명량>(김한민, 2014) 등이 있습니다.

 

2. 로스웰Roswell 사건: 1947년 미국 뉴멕시코 주 로스웰에 UFO가 불시착했으며 미국 정부가 그 잔해와 4구의 시신을 입수하여 연구해 왔다는 소문이 있습니다. 당시 인간이 아닌 생명체의 시신을 수거했다는 증언이 있었고, 많은 이들은 정부가 UFO를 은폐하고 있다는 음모론을 제기했습니다. 1995년에는 당시의 외계인으로 추정되는 시체를 해부하는 장면이 공개되었지만, 필름의 진위 여부는 의문입니다. 이러한 의혹은 영화 로스웰의 비밀> (제러미 케이건, 19994), <로스웰의 FM>(스티븐 그리핀, 2015)의 소재로도 사용되었습니다.

 

3. 외계 생명체가 선전포고도 없이 지구에 쳐들어온 이유는 무엇일까요?

 

길잡이: 영화대로라면 자원 고갈로 더 이상 자기 행성에서 살 수 없게 된 외계인이 새로운 터전을 확보하기 위해 지구를 공격한 것일 수도 있고, 일종의 게임이나 스포츠라고 생각해 볼 수도 있을 겁니다. 인간이 사냥이나 땅따먹기 놀이를 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요. 그리고 이렇게 거꾸로 생각해 볼 수도 있겠습니다. 인간이 우주 탐사를 목적으로 위성과 로켓을 쏘아 대는 것을 참다못한 외계 생명체들의 분노가 폭발한 것이라고요. 만일 누군가가 우리 집 앞마당에 와서 뭔가를 찾겠다며 들쑤시고 다닌다면 우리는 그냥 가만히 있어야 할까요? 미국 대통령의 주장 말고도, 더 많은 이유를 찾아내 거침없이 이야기 나누어 보세요.

 

4. 영화 속에 등장하는 외계 생명체들은 대부분 하등동물의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특히 이 영화에서 외계 생명체에 대한 적대적 시각은 극에 달합니다. 이를 증명하는 장면들을 찾아보세요.

 

길잡이: <인디펜던스 데이>는 우주를 다룬 여러 시각의 영화들을 강의할 때 제가 단골 메뉴로 넣는 작품입니다. 수업 중 에피소드 하나를 소개해 볼게요. 얼마 전 학생들에게 이 영화를 소개하며 이런저린 이야기를 하다 지구를 구한 대표가 '독수리 삼형제'라고 무심결에 말했더니,

단박에 아니에요! 하나 더 있어요!" 라고들 대답하더군요. 외계 우주선을 싸고 있는 방탄막에 컴퓨터 바이러스를 침투시키려던 순간, 미사일 발사가 뜻대로 되지 않자 자살 특공대로 나섰던 러셀이 있다는 것이죠. 역시 아이들 눈은 날카롭습니다. 외계인에게 납치된 적이 있다고 떠벌리던 알코올의존자, 살충제를 살포하는 가난한 경비행기 조종사로서 이놈들아! 내가 돌아왔다!" 하며 거대한 외계 모선에 뛰어들던 인물! 하지만 바로 이 대목에서도, 감독이 바라보는 외계 생명체는 해충과 동일시된다는 점이 여지없이 드러납니다.

 

5. 외계 생명체의 입장에서 <인디펜던스 데이>를 제작한다면 어떤 영화가 될까요? 시놉시스를 한번 써 보세요.

 

길잡이: 시놉시스란 사전적 의미로는 소설, 영화 따위의 간략한 줄거리를 의미합니다. 작가가 생각하는 주제를 다른 사람에게 알리기 위해 간단히 적은 것으로 흔히 개요, 일람이라고도 합니다. 시나리오를 쓰기 위한 전 단계, 작품의 밑그림이라고 보면 됩니다. 시놉시스에 주제, 기획 및 집필 의도, 등장인물, 전체 줄거리의 네 가지 기본 요소가 구체적으로 포함되어야 한다는 것을 명확히 알고 한두 장 정도의 시놉시스를 적어 보면 좋습니다.

'내가 생각하는 외계인' '외계인과의 접촉 방법' 등의 주제로 미리 토론한 뒤 써도 좋고, 영화를 보고 난 후 곧이어 속편 시놉시스나 다른 종류의 시놉시스를 적어 보는 것도 작품에 대한 이해도와 외계인에 대한 인식을 알아보는 좋은 척도가 될 수 있습니다. (윤희윤 / 세상을 껴안는 영화읽기/ 문학동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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