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제 E.T: The Extra-Terrestrial
감독: 스티븐 스필버그 (1982년, 미국)
배경: 20세기 미국
등장인물: 헨리 토머스(엘리어트), 드루 배리모어(거티), 로버트 맥노턴(마이블), 디 윌리스 스톤(엄마)
상영 시간: 115분(전체 관람가)
수상: 1983년 골든글로브 최우수작품상, 아카데미 특수효과상 및 기술상
호기심에서 친근감, 텔레파시로까지 이어진 외계 생명체와의 우정
밤하늘에 떠 있는 수많은 별들 가운데 과연 생명체가 사는 별이 있을까요? ‘E.T’란 인간과 똑같은 모습은 아닐지라도 지구 밖에서 문명을 이루고 사는 지적 생명체의 존재를 가정하고 붙인 이름입니다. 외계 생명체 이티와 지구 어린이 엘리어트의 우연한 만남부터 작별까지를 담아낸 영화 〈E.T.)는 1982년 개봉 당시 미국인의 절반 이상이 관람했으며, 한국에서도 수많은 관객들을 환상과 동심의 세계로 이끌었습니다. 외계 생명체와 인간의 서로에 대한 호기심이 친근감을 넘어 텔레파시로까지 발전하는 과정을 아기자기하게 그리고 있는 SF영화의 고전이기도 합니다.
도토리 모양의 우주선을 타고 지구를 방문한 이티는 식물 채집에 열중한 나머지 숲에서 길을 잃습니다. 순찰대의 불빛이 비치자 함께 온 친구들은 성급히 돌아가고, 이티 혼자 남게 됩니다. 지구에서 미아가 된 이티가 사람들의 눈을 피해 숨은 곳은 바로 숲 근처에 있던 엘리어트의 집입니다. 피자 심부름을 하러 밖으로 나온 엘리어트는 차고에 뭔가 수상한 게 있음을 눈치 채고 큰 소리로 식구들을 불러보지만 다들 도마뱀, 악어, 아니면 난쟁이나 요정을 보았을 것이라며 엘리어트의 말을 귀담아듣지 않습니다. 엘리어트 혼자서 들어갔을 땐 이티는 이미 도망간 뒤였고, 차고에 발자국만 남아 있습니다.
엘리어트는 손전등을 들고 정체불명의 존재를 찾아 나섭니다. 옥수수 밭에서 처음으로 이티와 맞닥뜨린 순간, 엘리어트는 “꺄악!" 소리를 지르며 뒤로 물러납니다. 쪼글쪼글 주름진 피부에 개구리같이 툭 튀어나온 눈, 곱사등에 불룩한 배, 그리고 유난히 짧은 다리에 긴 팔과 손가락을 지닌 이티의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놀라기는 상대방도 마찬가지. 이티 눈엔 지구인 엘리어트가 더 낯설고 흉측하게 보였을지도 모르지요!!
엘리어트는 처음 이티와 마주쳤던 숲 속 공터에서부터 자기 방까지 M&M 초콜릿을 뿌려 둡니다. 이티가 초콜릿을 따라 엘리어트의 방에까지 들어오자, 엘리어트는 꾀병을 부려 학교에 빠지고서 이티와 함께 장난감, 만화책, TV를 보며 놉니다. 이렇게 지구 소년 엘리어트와 이티는 친구가 되고, 어느새 텔레파시까지 통하는 사이로 발전합니다. 집에 홀로 남은 이티가 냉장고에 있는 맥주를 마시자 학교에 있던 엘리어트가 술에 취하는 식입니다. 과학 실험 시간에 병 속에 갇힌 개구리를 보고 이티의 모습을 떠올린 엘리어트는 해부 직전에 개구리를 꺼내 창 밖으로 놓아주기도 합니다.
얼마 안 있어 형 마이클과 여동생 거티도 이티의 존재를 알게 되지만, 엄마에게는 계속 비밀로 합니다. 엘리어트가 학교에 간 동안 거티가 어린이 TV 프로그램 (세서미 스트리트>를 보며 대사를 따라 하자 이티도 함께 따라 하며 영어를 배웁니다. 금세 영어를 익힌 이티는 전화기를 가리키며 이티는 집에 연락하고 싶어!'라는 뜻으로 “E.T. Phone Home!" 이라고 말을 해 아이들을 놀래는가 하면 손을 대지 않고 물건을 움직이거나 엘리어트가 톱날에 손을 베었을 때 손가락에서 나오는 광선으로 상처를 치료하는 등 지구인에게 없는 초능력을 보여 줍니다.
자신의 별과 다른 환경 탓인지, 고향에 대한 그리움 때문인지 시간이 지날수록 이티는 시름시름 앓기 시작합니다. 그러다 결국 어른들의 눈에 띄게 되고, 급기야 미항공우주국 나사(NASA) 요원들이 엘리어트의 집에 들이닥칩니다. 말로만 듣던 외계 생명체가 출현했으니 어떻게든 생포하여 실험해 보려는 것입니다. 이티는 엘리어트와 거티, 마이클의 도움으로 핼러윈 축제 날 유령 보자기를 덮어쓰고 집을 빠져나와 숲 속 공터로 갑니다. 거기서 이티는 우산, 계산기, 톱날 등을 연결해 만든 통신기로 고향별에 신호를 보내지만 교신에 실패하고, 몸이 아파 쓰러지고 맙니다.
이티는 이미 중병이 들었고, 이티와 텔레파시가 통해 쌍둥이처럼 행동하던 엘리어트 역시 원인 모를 병에 걸려 나란히 침상에 눕습니다. 나사의 과학자와 의료진은 우주복을 입고 와서 둘에게 응급조치를 해 보지만, 소생하는 건 지구 소년 엘리어트뿐입니다. 나사에서 온 과학자 키이즈는 엘리어트에게 “이티는 너에게만 온 것이 아니다. 나도 열 살 때부터 이티를 기다려 왔단다.” 하고 의미심장하게 말합니다. 그리고 엘리어트에게 “네가 참 잘해 주었구나. 이티가 너를 만나 다행이다."라고 말해 줍니다.
과학자들이 자신을 생포하는 것을 포기하도록 일부러 죽은 척했던 것일까요? 아니면 지구인들 모르게 외계에서 보내온 전파로 인해 소생한 것일까요? 가슴에 빨간 불이 들어오면서 이티가 “ET. Phone Home!"이라고 말하자 엘리어트는 환호성을 지릅니다.
이티를 고향 별로 돌려보내기 위해, 엘리어트는 친구들과 함께 나사 직원과 경찰의 추격을 아슬아슬하게 따돌리며 우주선이 착륙했던 장소로 이티를 데려갑니다. 이티를 앞에 태운 엘리어트와 친구들의 자전거가 포물선을 그리며 하늘로 날아오르는 장면은 언제 보아도 감탄을 자아냅니다.
우주선 앞에서 이티와 아이들은 아쉽게 작별을 고합니다. “다시 올게, 착하게 지내야 돼!"라는 마지막 인사를 엘리어트에게 남긴 채 이티는 우주선에 오르고, 도토리 모양의 우주선은 하늘에 무지개를 그리며 유유히 사라집니다.
1. 이티는 지구인의 기준으로 볼 때 못생긴 외모를 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가 진행될수록 관객들이 이티에게 애정을 느끼게 되는 까닭은 무엇 때문일까요?
길잡이: '무섭다. 친근하다' '징그럽다/귀엽다‘ ’추하다/아름답다.‘ 같은 상반된 개념들은 절대적인 것이 아니라 우리가 얼마나 대상에 익숙해지고 동화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상대적 가치라는 것을 이 영화를 통해 느낄 수 있습니다. 'ET' 란 말 그대로 지구 밖 외계에서 온 , 우리와 전혀 다른 존재이기 때문에 경계심이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엘리어트는 아빠 없이 외롭게 한부모가정의 자녀로 사는 자신과 갑자기 지구에 떨어져 미아가 된 이티의 처지를 동일시하면서 이티와 텔레파시가 통하는 사이로까지 발전합니다. 관객들도 영화 내용을 따라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주인공의 심리에 몰입되어 이티에게 애정을 느끼게 되는 것이 아닐까요?
2. 영화에 등장하는 이티는 어떻게 만들어졌을까요?
길잡이: 이 영화를 볼 때마다 많은 아이들이 이티에 대해 궁금해 합니다. “영화 속 이티는 컴퓨터 그래픽으로 만든 건가요?” 글쎄요. <ET>가 만들어진 해가 1982년인데 당시 그렇게 정교한 컴퓨터 그래픽이 가능했을까요? 그럼 이티는 어떻게 만들어진 걸까요? 영화 속에도 등장하는 핼러윈 파티를 생각하면 됩니다. 아이들이 핼러윈 가면을 쓰듯, 키가 작은 배우가 외계 생명체의 가면과 거죽을 쓰고 연기를 한 것입니다.
웰시라는 난쟁이 할머니(1915년 출생, 1995년 폐렴으로 사망)가 이티로 분장했고, 목소리 연기는 배우 데브라 윙거가 했답니다. 그리고 장면에 따라서는 특수 제작한 인형을 원격 조정하여 움직이게 하기도 했습니다. 2002년 ET 20주년 재개봉 리마스터링 판에서 일부 특수효과 장면은 컴퓨터 그래픽으로 수정됐습니다.
3. <쥬라기 공원>(스티븐 스필버그, 1993) 상영 직후 공용 책과 모형이 인기였듯이. <ET> 상영 직후에는 M&M 초콜릿이 엄청나게 팔렸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이처럼 영화 속에 등장하는 상품이 판매 증가로까지 이어진 다른 예를 찾아보세요.
길잡이: 이것은 간접광고의 일종으로, 전문용어로는 PPL(Product Placement)이라 부릅니다. PPL이란 특정 상품을 영화 소도구로 이용해 모종의 광고 효과를 노리는 것을 말합니다. 광고주가 협찬사의 상품을 영화에 노출시켜 판매를 늘리고 제품 이미지를 개선하며, 그 대가로 영화 제작비를 지원하는 형태의 광고입니다. 할리우드에선 1970년대부터 확산된 관습으로, 영화 속 주인공이 특정 회사의 콜라를 마시거나 담배를 피우며 간접광고를 해 왔습니다. 한국에서는 <결혼 이야기> (김의석, 1992)에 삼성전자 가전제품이 쓰인 것이 최초의 PPL로 기록되며, <엽기적인 그녀> (곽재용, 2001), <내 여자친구를 소개합니다) (곽재용 2005)에서도 의류와 유제품이 PPL로 등장했습니다. TV 드라마 〈파리의 연인>(2004), <내 이름은 김삼순> (2005) 등에 나타난 과도한 간접광고는 소비자단체의 지적을 받기도 했습니다. 간접 마케팅이라 할 수 있는 PPL은 역으로 영상 매체의 대중 침투력이 얼마나 큰지를 보여 주고 있습니다. (윤희윤 / 『세상을 껴안는 영화읽기』 / 문학동네). 끝.
'인생이야기 > 영화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화성 침공 (0) | 2022.04.19 |
---|---|
인디펜던스 데이 (0) | 2022.04.19 |
천하장사 마돈나 (0) | 2022.04.18 |
<다섯 개의 시선〉 중 배낭을 멘 소년 (0) | 2022.04.18 |
<여섯 개의 시선 중> 믿거나 말거나, 찬드라의 경우 (0) | 2022.04.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