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 보면 ‘이해가 안 되는 사람’을 만나게 됩니다. 나와 맞지 않는 독특한 스타일의 사람을 만나면 피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하지만 피하고 싶어도 피할 수 없는 경우가 많지요. 직장 동료든, 친구 사이든 스타일이 다른 사람과 지낸다는 건 참 힘겨운 일입니다. 이럴 때 ‘타인은 지옥’이라는 장 폴 사르트르의 말은 현실이 됩니다. 사실 인간관계의 문제는 인간이 탄생할 때부터 생긴 오래된 것입니다. 함께 살아야 하는 사회적 동물인 인간에게 타인은 필요악입니다. 이런 문제를 가장 먼저, 가장 깊이 고민한 책이 바로 <논어>입니다. 공자와 제자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책으로, 인간관계의 통찰을 가득 담고 있습니다. 인간의 본성에 바탕을 두고 어떻게 해야 좋은 관계를 만들고 함께 행복할 수 있는지를 분석해서 알려줍니다. 이것이 이천오백여 년이 지난 지금도 <논어>가 고전으로 널리 읽히는 이유입니다.
1. 상대방의 마음을 읽는 법, ‘서恕’
그렇다면 ‘이해가 안 되는 사람’과 잘 지내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제자인 자공이 스승에게 “평생 실천할 만한 것이 있으면 알려 달라”라고 묻습니다. 그러자 공자는 ‘서恕’를 강조하며, ‘기소불욕 물시어인己所不欲 勿施於人’이라 답했습니다. 자기가 원하지 않는 일을 남에게 시키지 말라는 뜻입니다. 무슨 의미일까요? 우리는 하기 싫은 일을 남에게 시키려 합니다. 그러면 스스로 편해질 테니 말입니다. 하지만 상대는 무척 괴로울 겁니다. 이 말은 ‘내 마음을 통해서 상대의 마음을 알아야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내가 하고 싶지 않은 일은 상대방도 하고 싶어 하지 않습니다. 반대로 내가 하고 싶으면 상대방도 하고 싶어 합니다. 내 마음을 알면 상대방 마음도 알 수 있습니다. 상대방의 마음을 읽는 방법은 내 마음을 살펴보는 것입니다.
흔히 상대방의 처지에서 생각해 보라고 합니다. 그런데 쉽지 않습니다. 자신의 감정은 살피지 못하고 상대방의 말과 행동에만 집중하기 때문입니다. 심리학자 대니얼 골먼(Daniel Goleman)은 “우리는 스스로의 감정에 더 솔직할수록 다른 사람의 감정을 더 잘 읽을 수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다른 사람이 나를 기분 나쁘게 한다면, 그가 아닌 나를 봐야 합니다. 내 마음을 알면 상대방의 마음도 이해할 수 있습니다.
2. 일상에서 실천하는 작은 양보
상대방의 마음을 알면서도 기분 나쁘게 할 때가 있습니다. 대부분 손해 보고 싶지 않기 때문입니다. ‘내가 왜 손해 봐야 해’라는 생각이 들면 상대방과 갈등이 일어나기 쉽습니다. 손해 보고 싶은 사람은 없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손해 보지 않으려고 내 것을 챙기면 이기적이라는 평판이 따라옵니다. 자기들은 마음껏 자기 걸 챙기면서 남에게는 이기적이라면 기분이 나빠집니다.
이익에 따라 행동하면 원한을 사는 일이 많아진다. - <논어>중에서 -
하지만 공자는 이익에 따라 살면 원한을 산다고 꼬집습니다. 내가 이익을 챙기면 다른 사람도 이익을 챙기게 됩니다. 팽팽한 줄다리기인 셈입니다. 이럴 때 방법은 단순합니다. 내가 양보하는 것입니다. 큰 손해를 보자는 것이 아니라 일상의 작고 사소한 이익에서 조금 물러설 줄 알아야 한다는 말입니다. 실제로 조금 손해 본다는 생각으로 살면 사람 좋다는 소리를 듣게 됩니다. 나중에는 다른 사람들이 내게 양보하는 일이 많아지게 됩니다. 작은 양보가 큰 보답으로 돌아옵니다.
3. 나다운 삶을 산다는 것
갈등은 어디에서 올까요? 차이에서 옵니다. 생각이 다르고, 사는 방식이 다릅니다. 가끔 만나는 사람은 차이가 있어도 그러려니 하고 넘어갈 수 있습니다. 힘겨운 경우는 매일 보는 사람들입니다. 작은 차이로 자주 부딪히고 힘겨워합니다. 가까운 사이일수록 잘 지내기 힘든 이유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공자의 처방은 자기를 지키는 것입니다.
군자는 서로 잘 지내면서 같아지려고 하지 않고,
소인은 서로 같아 보이면서도 잘 지내지 못한다. - <논어>중에서 -
자기 생각과 개성을 잘 지키면 다른 사람의 생각과 개성도 인정할 수 있습니다. 질투를 생각해 보면 이해가 됩니다. 우리가 다른 사람을 질투하는 이유는 내가 가지지 못한 것을 다른 사람이 가졌기 때문입니다. 다른 사람이 가진 것을 내가 가졌다면 질투할 일도 없습니다. 내가 개성대로 살고 행복하다면 다른 사람의 개성이나 삶도 인정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중요한 것이 자기 생각과 개성에 따라서 사는 것입니다. 그러면 다른 사람에게 내 삶을 강요하지 않을 수 있고 서로 잘 지낼 수 있습니다.
공자가 말하는 소인은 생각이 편협한 사람들입니다. 서로 뭉쳐 다니면서 ‘우리는 하나’임을 강조하지만 서로 잘 어울리지 못하고 갈등이 빈번합니다. 반면, 군자는 자기 삶을 살면서 다른 사람에게 나와 같아지라고 요구하지 않습니다.
내가 행복하므로 다른 사람의 일이나 생각에 간섭할 이유가 없습니다. 자기답게 사는 사람은 타인의 삶도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마을의 풍속이 어질다는 것은 아름다운 것이다.
어진 마을을 잘 골라 머물지 않는다면 어찌 지혜롭다 하겠는가? - <논어>중에서 -
4. 어진 사람들의 마을에 머물기
어진 마을을 고르라는 말은 마음이 맞는 사람과 어울리라는 말입니다. 생각과 스타일이 다른 사람을 의무감으로 만날 이유는 없습니다. 피할 수 없으면 즐겨야 하지만, 피할 수 있으면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특히 마음이 맞지 않는 사람이 그렇습니다. 좋은 사람들은 그들끼리 함께 모이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런 사람들 곁으로 가야 합니다. 어쩔 수 없어서 만나는 사람을 줄이고, 만나고 싶어서 만나는 사람을 늘려 가는 것이 행복한 관계의 비결입니다. 그래야 내가 행복합니다. 내가 행복하면 성격이 까칠한 사람을 만나도 웃으며 지나갈 수 있습니다.
사람은 함께 살 수밖에 없습니다. 이 말은 내가 하고 싶은 대로 다 할 수 없다는 말과 통합니다. 관계 때문에 약간의 신경증을 겪을 수밖에 없는 것이 인간의 운명입니다. 이걸 받아들이는 것이 성숙한 어른일 것입니다. 아이는 마음대로 안 되면 화를 내지만, 어른은 자기 나름의 대처 방법을 찾아냅니다. 공자는 인간관계에서 어른이 되는 법을 말하고 있습니다. (글 / 안상헌 작가 / 『공무원연금』 2022년 3월 호).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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