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조병식의 자연치유 1

hope888 2022. 5. 8. 11:16

지금은 자연치유라는 대체의학에 대해 사람들의 관심과 이해가 높아진 편이다. 하지만 내가 자연의원을 시작했던 5년 전만 해도 이곳은 병원에서 포기한 말기 환자들만이 마지막으로 선택했던 장소에 불과했다. 환자의 입장에서 보면 생명이 달린 일이라 당연히 익숙한 치료 방법을 선호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 점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나 역시 서양의학을 배우고 의사로 재직하던 시절엔 어떤 선택이 옳은 것인가를 두고 오랜 시간 고민해야만 했다. 환자를 제대로 치료하기 위해서는 환자의 마음상태와 기관이나 장기의 건강상태까지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 하지만 하루에도 수백 명의 환자가 오고가는 병원에서 내가 해줄 수 있는 건 문진과 검사에 따른 약물처방뿐이었다. 또한 환자는 검사상으로 별 이상이 없는데 고통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았으며, 약물처방을 하더라도 건강을 회복하기보단 약물에 의존하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매일매일 똑같은 의미 없는 행위를 반복하던 내 자신은 점점 더 심각한 회의에 빠졌다.

요양병원으로 자리를 옮겨 암환자 병동에서 일할 때였다. 그곳에는 잦은 구토와 식욕부진으로 식사를 전혀 못하고, 기력이 없어 화장실조차 다니지 못하며, 심한통증으로 모르핀 주사를 달고 있어야 하는 환자들이 즐비했다. 그들은 대부분 항암치료 부작용으로 입원해 있는 사람들이었는데 일부는 항암치료를 더 이상 받을 수 없는 상태로, 그야말로 죽을 날만 기다리는 사람들이었고, 다른 일부는 조금 살만해지면 다시 항암치료를 받기 위해 퇴원하는 사람들이었다. 그러나 항암치료를 하고 재입원한 환자들은 전보다 더 힘들어 보였고, 지치고 말라갔다. 그들은 생명 연장을 위해 항암치료를 한다고 하지만, 내가 보기에는 차츰 죽어가는 것처럼 보였다.

이런 환자들을 생각할 때마다 나는 극심한 자괴감에 빠져들었다.

'의사인 나는 그들을 그대로 보고만 있어야 하는가?'

같은 의사들에게 이와 같은 질문을 던졌을 때 돌아오는 대답은 한결같았다.

"controversial(논쟁의 대상인), 그러나 다른 방법이 없잖아."

하지만 정말 할 수 있는 다른 방법이 없을까. 항암 약물치료와 방사선치료로 암환자가 완치되는 사례는 별로 없다. 그 자체가 우리 몸에 독극물을 투여하고 방사선으로 정상 세포를 괴사시키는데 그것으로 몸이 건강해진다는 것은 애초에 불가능한 일이다.

다만 삶의 질을 제외한 생명 연장에 조금이라도 도움을 주기 위한 행위에 불과하다. 그나마 그조차도 도움이 될 지 안 될 지는 치료를 해보기 전에는 알 수 없다는 사실이다.

하지만 그것을 뻔히 알면서도 의사는 10%, 20%의 확률만 있어도 ‘한번 해봅시다'라고 말한다.

그럼에도 의사들은 왜 항암을 권하는가? 그건 양심이 없어서가 아니라. 질병 자체만을 보고 공격하는 서양의학의 특성과 한계에 기인한다. 내가 배운 서양의학은 환자의 ‘삶의 질'이나 ’몸의 기능', '건강관리'라는 측면을 고려하기보다는 질병을 공격해 무찌르는 방법만 강구한다.

바로 이것이 내가 가운을 벗고 산으로 향한 이유이기도 하다.

본래 우리 몸은 어떠한 병이든 스스로 이겨낼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다. 마치 '썩지 않는 사과의 기적' 처럼 말이다.

농약을 뿌려 키운 사과는 일주일만 지나도 썩기 시작하지만, 친환경에서 키운 사과는 농약을 주지 않아도 스스로 병충해를 없애고 치료한다. 썩지도 않는다. 이 사과를 키운 주인은 '본래 과일이란 썩는 것이 아니라, 마르기만 한다'고 한다. 사람의 몸도 이와 다르지 않다.

암세포를 공격해 없애는 대신에 세포 재생을 위해 영양을 공급하고, 암세포와 싸우는 면역세포의 힘을 기르게 도와주는 것으로 충분히 치료를 유도할 수 있는 것이다.

2000년에 동네 의원을 개원했다. 나름대로 환자 치료에 뜻을 펼쳐 보고자 함이었다. 그래서 열악한 공단 지역 동네를 선택했다. 간염, 간경화, 아토피, 천식, 고혈압, 당뇨병 등 만성질환자들이 많았다. 지금까지 내가 배운 방법으로는 역부족이었다.

그래서 대체의학을 공부하기 시작했다. 1년 동안 관련 서적을 있는 대로 사서 읽었다. 또 1년은 대체의학을 하는 사람들을 찾아다녔다.

니시의학, 인산의학, 거슨요법을 하는 사람, 자연식으로 자신의 암을 완치한 사람, 마음수련원을 운영하는 사람 등 제도권 밖에서 기존 의사들이 하지 않는 방법으로 병을 치유하는 사람들은 서양의학을 비웃으며 나름 자신들의 노하우를 자랑했다. 어찌하였든 한 수 배우는 성과가 있었다.

이후에 나는 환자 치료에 자연치유법을 적용했는데, 의외로 놀라운 효과가 있었다. 활동성 간염이 비활동성으로 바뀌고 웬만한 아토피, 천식, 간경화는 호전되고 고혈압, 당뇨병은 보통 한 달 내로 약물을 뗄 수 있었다. 자신감을 얻은 나는 난치병 클리닉을 열었다. 전국에서 하루에 여러 명의 환자들이 나를 찾았다. 그런데 문제는 '암'이었다. 대부분 재발 전이된 암환자들이었는데, 외래로 관리할 수 있는 환자들이 아니었다.

그래서 또 암을 스스로 치유하신 분들을 찾아다녔다. 어떻게 관리해서 좋아졌는지 그들에게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 결론은 산으로 들어가야 한다는 것이었다. 병원에서 포기한 암환자들이 좋아진 사례의 대부분은 산에서 생활하며 자연식하고 산야초 박사가 된 분들이었다.

이듬해 나는 기존에 하던 동네 의원을 정리하고 산으로 들어갔다.

"산골까지 환자들이 찾아오겠냐?"는 가족과 지인들의 우려를 뒤로 하고 나는 암·난치병 환자들의 치유를 위해 경남 양산시 원동면 내포리에 자연의원을 열었다.

자연의원 초기에는 치료가 어려운 환자들이 나를 찾았고, 그들 중에는 치료 자체가 불가능한 경우도 많았다. 대부분 병원에서 치료를 포기한 경우에 자연의원을 찾아오기 때문에 어려운 부분이 많았다. 하지만 그런 중에도 나름대로 노하우를 쌓으며 차츰 호전되는 환자들이 늘어나고, 많은 암환자와 난치병 환자들이 회복되어 퇴원하기도 했다.

아직도 나는 자연치유에 대해 공부하고 연구 중에 있다. 지난 5년 동안 난 나름대로의 길을 찾았고 이제 자신감이 생겼다.

물론 아직도 너무 힘든 게 사실이다. 우리나라의 자연치유에 대한 여건은 열악하고, 사람들의 몰이해로 어려움을 많이 겪는 형편이다.

심사평가원에서 인정해주지 않아 병원 경영이 여전히 어렵고, 나를 모르는 동료 의사에게 “지랄하고 있네”라는 말까지 듣고 있다. 그래서 자연치유는 '지랄치료'가 되기도 했다.

나는 환자들에게 자연치유가 대안이 될 수 있음을, 병원에서 치료하지 못하는 난치병 환자에게 희망이 될 수 있음을 역설하고 있다. 그 이유는 '자연과 자연치유‘는 내가 서양의학으로 풀지 못한 답을 가르쳐주었기 때문이다.

자연이 최상의 치료제며, 자연치유에 길이 있다. 2010년 9월 경주 자연의원에서 조병식

(조병식 / 『조병식의 자연치유』 / 왕의 서재).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