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해운대 모래 축제장
1. 가족과 이웃을 사랑하라
국립암센터의 연구에 따르면 암환자들은 암 진단 과정부터 시작해 여러 가지 검사와 치료를 받으면서 자기만 이런 고통을 받고 있는 것 같고, 세상에 혼자 있는 것 같은 외로움과 소외감 때문에 일반인에 비해 우울증 발생률이 다섯 배나 높다고 한다.
암과 싸우려면 환자의 체력, 정신력, 의료진, 장비 등 모든 것이 완벽하게 갖춰진 상태에서도 힘이 드는데, 환자가 외로움과 소외감으로 우울증을 앓고 있으면 해보나 마나 한 싸움이 될 것이다. 암과 싸워 이기려면 환자의 소외감과 우울증부터 떨쳐내야 한다. 이제부터 소외감과 우울증을 떨쳐낼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살펴보자.
2. 배우자를 사랑하라
암을 치료하고 오래 살기 위해서는 현재 자신의 배우자를 사랑하는 것이 큰 도움이 된다. 눈에는 보이지 않는 부부간의 사랑, 과연 이것이 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자세하게 살펴보도록 하자.
미국의 케이스웨스턴리저브대학교 연구팀에서 결혼한 남자 1만 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당신은 배우자에게 사랑을 잘 표현하는 편이냐'는 질문에, '예'라고 대답한 남자들이 그렇지 않은 남자들에 비해 협심증이 발생할 확률이 절반 정도에 불과했다. 또 8,500명을 대상으로 5년 간 추적 조사한 결과, '아내가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라고 대답한 남자들이 '아내가 나를 사랑한다.'라고 대답한 사람들보다 위암을 불러올 수 있는 궤양의 발병률이 거의 세 배나 더 많았다. 두 연구 결과는 모두 배우자와의 사랑이 건강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입증해준다.
그렇다면 내 곁에서 나와 세월을 함께한 배우자와의 사랑에는 어떤 힘이 있을까?
10년, 20년, 30년 계속 오랜 세월을 함께한 부부는 뇌의 특정 부위를 통해 서로의 감정에 영향을 받는 '변연계의 공명(Limbic resonance)'이라는 현상이 일어난다. 이 변연계는 사랑과 행복, 미움과 분노 등 감정을 관장하는 부위인데, 부부들이 서로의 정서와 감정에 영향을 받는 것도 바로 이 변연계 때문이다.
그런데 연구 결과 변연계는 부부의 정서와 감정뿐만 아니라 서로 간의 호흡, 심장박동, 혈압, 수면, 호르몬, 심지어는 면역기능 등의 생리적 균형까지도 주관한다고 한다. 이런 영향으로 오랜 세월을 함께한 부부는 한 사람이 아플 때, 다른 한 사람도 같이 아픈 감응 현상을 일으키기도 하는 것이다.
오랜 세월을 함께한 부부의 경우, 어느 한 쪽이 세상을 떠나면 남은 한 사람도 금방 세상을 떠난다는 세간의 이야기는 근거가 있다. 영국의 랭카스터대학교 심리학과 캐리 쿠퍼 교수의 연구에 의하면, 아주 오랜 시간을 함께해온 60대, 70대 커플의 경우 한 사람이 죽으면 다른 한 사람도 그 후 6개월 내지 1년 사이에 죽는 경우가 많고, 이럴 경우 사인은 대개 암이나 면역체계 약화에 따른 질병이라고 한다. 즉 사별로 인해 부부간의 변연계의 공명이 깨져 면역체계가 흐트러지는 것이 남은 한 사람의 죽음을 앞당기는 데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암환자의 외로움과 고독은 암치료에 치명적인 영향을 준다. 암이라는 두려운 질병을 극복하려면 배우자를 사랑하고 배우자와 긍정적인 감정을 공유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암은 혼자서 극복하는 것보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극복할 때 힘도 적게 들고 더 쉽게 넘을 수 있다. 일반인보다 우울증 발생률이 다섯 배나 더 높은 암환자들에게 배우자와의 사랑은 암을 치료하고 삶의 의지를 공고히 하는 무엇보다 소중한 힘이다.
3. Doctor Says: 장수하려면 가까운 사람들과 친밀하라
많은 사람들이 장수가 유전자에 의해 결정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사실 유전자의 영향은 미미하다. 오히려 가까운 사람들과의 친밀한 관계가 더 중요하다. 배우자, 애인 자녀 친구, 형제, 부모 등 가까운 사람들과 공동체적 관계를 잘 형성하면 더 오래 살고 더 건강하게 산다.
_존 고트만 교수(미국 워싱턴대학교 심리학과)
4. 이웃을 사랑하라
김봉기(62) 씨는 지난 5월, 폐암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검사 결과, 김봉기 씨의 오른쪽 폐에서 5cm 정도의 종양이 발견된 것이다. 함께왔던 부인과 딸도 충격으로 쓰러질 정도로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결과였다. 그 후 김봉기 씨는 6주간의 항암치료와 7주간의 방사선치료를 받았다.
<생로병사의 비밀> 제작진은 김봉기 씨가 운영하는 회사에서 그를 만났다. 뜻밖에도 김봉기 씨의 사무실 한 편에는 전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색소폰과 노래방기계, 그리고 아코디언까지 마련돼 있었다. 김봉기 씨는 폐암으로 힘든 상황에서도 노래연습을 하고 있었다. 사실 그는 장애인 시설이나 노인요양원에서 어려운 이웃들을 위해 무료 공연을 하고,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에게 교복 값을 대주는 등 어려운 이웃들에게 사랑을 나누는 삶을 살아온 사람이다. 그런 그에게 갑자기 폐암이라는 뜻하지 않은 불청객이 찾아온 것이다.
암 진단 당시, 김봉기 씨는 삶이 연장되면 늘어난 삶으로 더 봉사하고 이웃과 더불어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그리고 항암치료가 끝난 후 자신의 약속대로 어려운 이웃을 위해 성금을 내놓았고 무료공연도 계속 다니고 있다. 오늘도 김봉기 씨 부부가 공연을 위해 노인요양원을 찾았다. 할머니들을 친어머니처럼 살갑게 대하는 부부. 이곳은 돌아가신 어머니와의 마지막 추억이 있는 곳이기도 하다. 김봉기 씨의 모친은 5년 동안 노인요양원에 있다 세상을 떴는데, 그런 모친을 찾아다니면서 그때부터 악기도 배우고 봉사활동도 노인요양원으로 다니게 된 것이다.
정기 검사를 받기 위해 병원을 찾은 김봉기 씨, 검사 일주일 전부터 김봉기 씨는 입술이 바짝바짝 마르고 밤잠을 설쳤다. 자신의 몸 안에 있는 암세포가 어떻게 변했을까 두려워서다. 혹시나 암이 다 낫지도 않았는데 봉사활동을 다니면서 암세포가 더 늘어난 것이 아닐까 걱정하는 눈치다. 얼마간의 시간이 흐르고, 정기 검사 결과가 나왔다. 김봉기 씨의 얼굴에 화색이 돈다. 만족스러운 결과다. 치료를 받은 지 7개월 만에 5cm 크기의 종양이 1cm로 줄어든 것이다.
김봉기 씨는 건강이 더 회복되는 대로, 마음먹었던 봉사활동의 더 큰 꿈을 실천하려고 한다. 자신의 건강이 좋아진 데에는 분명 봉사활동도 크게 작용했다고 믿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과연 봉사활동이 암 치료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일까?
인제대학교 부산백병원 정신과 공보금 교수는 "웃음 치료란 게 있듯이 정신과 치료에서도 봉사를 권하는 경우가 있는데, 봉사는 자기 방어 기제 중에서도 가장 성숙한 방어 기제인 승화에 해당된다. 봉사가 면역력을 높였다는 직접적인 효과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을 수 있지만, 지속적인 봉사를 통해 기분 좋은 자극을 계속 받으면 신체에도 긍정적인 영향이 초래된다."고 설명했다.
봉사활동만으로 암을 치료할 수는 없겠지만, 항암치료를 받는 과정에서 봉사의 기쁨과 웃음이 내 몸속의 암세포를 쫓아내는 데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은 분명해진 셈이다.
5. Doctor Says: 봉사자들의 도취감
돈이나 옷을 기부하는 대신, 낯선 사람들을 돕고 그 사람들과 개인적 교류를 나누며 한 달 평균 여덟 시간 정도 봉사활동을 하는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스트레스를 훨씬 적게 받는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그들은 왜 다른 사람을 도울까? 봉사활동을 하는 동안 아주 기분 좋은 감정을 느꼈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런 현상을 '헬퍼스 하이‘, 즉 '봉사자들의 도취감'이라고 부른다. _앨런 룩스 박사(선행의 치유력(The Healing Power of Doing Good)' 저자)
6. 같은 처지의 암환자를 사랑하라
한 유방암 환우회의 모임 자리. 암과 싸우며 치료하는 과정은 그야말로 고통 그 자체라지만 여기 모인 사람들만큼은 그렇지 않아 보인다. 여기저기서 들리는 왁자지껄한 웃음소리, 노래를 부르면서 춤을 추는 모습 등 도무지 암을 앓고 있는 사람들의 모임이라고 볼 수 없을 정도로 흥이 넘친다.
이 모임은 매주 등산을 한다. 함께 등산모임을 가진 지도 벌써 6년째. 매주 화요일마다 있는 산행이지만 늘 높은 출석률을 자랑한다. 산에 오르는 동안 서로의 아픔도 나누고 투병의지도 다지면서, 유방암에 적절한 치료법인 체중감량을 하기 위해서다.
다른 암에 비해 유방암은 비만과의 관계가 비교적 명확하다. 그렇기 때문에 유방암을 겪어본 환자들은 서로에게 체중관리의 중요성을 전파하면서 체중관리를 잘할 수 있도록 서로를 격려한다. 이들은 또한 등산모임을 통해 각자의 항암식단을 공개하고 서로 체크하며 우수한 효과
가 있는 식품을 권유하는 등 암에 대한 정보도 교환한다.
요즘은 온라인, 오프라인을 막론하고 각종 암환자협회나 암환자 소모임이 많다. 그중에는 환자들에게 꼭 필요한 충실한 정보를 제공하는 모임도 있고 약을 팔기 위해 상업적으로 변질된 모임도 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꼼꼼하게 잘만 고른다면 암과 싸워나갈 때 꼭 필요한 정보들을 얻을 수 있는 모임들이 많다는 것이다. 더군다나 같은 처지의 환자들끼리 서로의 고민을 공유하고 의지하면서 암을 극복할 수 있어 긍정적이다.
암환자들의 모임은 귀중한 정보와 따뜻한 격려, 암을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을 수 있는 소중한 곳이다. 같은 암을 먼저 겪어본 선배 환자들은 내가 앞으로 걸어갈 길을 먼저 걸어간 경험을 가지고 있다. 무작정 두렵고 떨린 암 치료의 길에서 헤매지 말고, 나보다 먼저 내가 가야 할 길을 걸어간 환자들에게 궁금한 점을 물어 알고 간다면, 두려움을 떨쳐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암이라는 산도 좀 더 쉽게 넘어갈 수 있을 것이다. (허완석 엮음 / 『암중모색 암을 이긴 사람들의 비밀 <생로병사의 비밀> 제작팀』 / 비타북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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