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나이야 가라!

hope888 2014. 10. 18. 08:14

나이야 가라!

 세계 어느 곳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웅장한 규모의 나이아가라 폭포의 아름다움은 엄청난 수량이 깎아내린 듯한 곧고 높은 곳에서 쏟아져 내림으로 형성된다. 일 분당 6백만 쿠빅 피트를 초과하는 양의 물이 나이아가라의 절벽 끝에서 떨어진다. 나이아가라라는 이름은 이곳 원주민에서 유래된 것으로 '물의 천둥'이라는 뜻이다. 이러한 이름은 벼랑 끝에서 쏟아져 내리는 어마어마한 양을 볼 때 가장 적절하게 명명된 것 같다.

특히나 우리나라 사람들이 미국이나 캐나다에 가서 꼭 보고 싶어 하는 곳 중의 하나가 나이아가라 폭포로서 그곳에 서서 천둥소리가 나는 폭포를 바라보며 목청껏 “나이야 가라!”라고 외치면 젊어진다는 허황하지만 안타까운 믿음의 소망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

나는 캐나다 토론토에서 가족들과 함께 몇 년간 살 때 자주 나이아가라 폭포에 놀러 가서 “나이야 가라!”라고 목청껏 외친 경험이 있다. 그래서 그런지 요즈음 나이를 잊고 은퇴 후에 과로(?)할 정도로 테니스, 색소폰 연주, 기타 연주, 수필쓰기, 시니어 모델, 가정교육 바로 세우기 강사, 효 지도 강사, 봉사 활동 등으로 바쁘다.

 모든 삼라만상은 변해 간다. 인간도 저절로 나이를 먹으며 은퇴를 하고 늙은이가 되어 간다.

사회적 지위를 빼앗기듯 물러난 은퇴자들은 엄청난 상실감과 허탈감을 느끼게 된다. 이것을 채워주는 것이 돈이라 생각하기도 하지만 그것은 진짜가 아닌 것 같다.

  은퇴 후의 삶을 다루는 많은 전문가는 경제적 부유함, 교육수준, 사회적 지위와 같은 ‘성적’이 행복과 본질적인 연관이 없다고 하나같이 말한다. 그럼에도 주변에서 접하는 은퇴설계가 대부분 재테크에 한정되는 현실은 어쩌면 삶의 본질에 다가가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보여주는 역설적인 예이다.

옛날의 영광은 모두 다 사라지고 이제 자기 이름 자체가 자신의 명함이 되는 시기가 은퇴이다. 은퇴는 타인의 시선을 의식할 필요 없이 시간과 열정을 온전히 자신에게 쏟아 부을 수 있는 절호의 호시절이다. 수많은 은퇴자, 특히 보람있게 살고 있다고 자부하는 이들 중에는 봉사활동에 열중하는 사람이 많다. 나를 사랑하기도 모자랄 것 같은 아까운 시간을 왜 봉사활동에 할애할까. 사실 우리는 가정과 사회에서 역할을 잃고 ‘쓸모없는 노인네 취급’을 받지 않을까 하는 생각 때문에 은퇴 이후를 두려워하곤 한다. 하지만 봉사활동을 하면 자부심을 느낄 수 있고 타인의 존경을 얻게 된다. 그럴 뿐만 아니라 누군가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필요한 존재, 생산적인 존재임을 느낄 수도 있다.

  그래서 자원봉사는 노년기 삶의 질을 높이는 데 결정적인 요소로 꼽힌다. 자원봉사를 통해 퇴직이나 배우자 상실, 자녀의 독립 등 노년기의 상실감, 외로움과 우울감을 극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봉사활동은 직장 대신 지역사회에 소속될 기회인데다, 다른 사람을 돕는다는 만족감이 자아를 긍정적으로 이끌어간다.

 나는 인천시 남동구 노인인력개발센터에서 베이비부머들을 위한 노후설계 상담사로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베이비부머란 1955년생부터 1963년생들을 일컫는, 인구 비율이 가장 높은 세대로서 770만 명 정도가 있다. 그중 절반 정도가 은퇴했으며 계속해서 은퇴자가 나올 것이다.

 이 사업은 보건복지부와 한국노인인력개발원에서 주관하고 있으며 인천광역시 남동구 노인인력개발센터에서 책임 운영하고 있다. 이곳에서는 소득이 필요하신 분들에게는 일자리 정보를 제공하고, 자원봉사를 원하시는 분에게는 자원봉사와 후원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사회공헌이나 여가생활을 즐기시고 싶은 분에게는 전문인력 양성 기관에 대한 정보 및 다양한 동아리 활동 관련 정보, 그리고 교육과 관련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또한, 건강에 관심 있으신 분에게는 건강 관련 자원 및 관계 기관 정보를 제공한다.

  이곳에서는 65세 이상의 어르신들에게 다양한 일자리를 제공한다. 실버 택배, 초등학교 급식 도우미, 생태숲 해설사, 동화구연, 금연지키미, 학교 안전 모니터 요원 등 다양한 일자리를 제공한다.

  남동구에서만 매일 1,330여 어르신들이 다양한 곳에서 봉사활동으로 열심히 일하고 계신다. 이런 일자리를 공공기관 일자리라고 하는데 민간 일자리는 공공기관 일자리보다 취직하기는 어렵지만, 보수는 많다.

  나는 민간 일자리를 주로 연계시켜 주는 일을 하고 있다. 일자리를 원하시는 은퇴자들을 상담하다 보면 안타까운 상태에 있는 사람들을 자주 볼 수 있다. 내가 이런 은퇴자들을 위한 노후 설계 상담 봉사활동을 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고 나서부터이다.

  가계 부채가 1천조 원대로서 대한민국 1년 예산의 3배를 훨씬 넘는 부채 규모에 깡통 주택이 19만 채 이상이 되어 직장을 잃으면 집이 없어지는 가장이 19만 명이나 된다.

  또한, 가장 6명 중 1명이 실업자이며, 먹고 살기 위한 창업이 러시를 이룬다. 1년에 창업자 100만 명 시대로서 1년 안에 80만 명이 실패한다. 자살 시도자가 하루에 1,100명이나 되고 자살자가 하루에 45명을 넘는다. 우리나라 늙은이 중 70% 정도가 노후생활 대비를 하지 못한 것으로 보건사회 연구원에서 발표했다. 특히 2020년이면 노인들이 자녀와 함께 살지 않고 따로 사는 비율이 90%를 넘을 것이라고 예고하고 있다.

  나는 은퇴자들에게 자살로까지 내몰 수 있는 ‘묻지 마 창업’을 적극적으로 막는 일을 하고 있다. 가장 쉽게 창업하는 것이 식당인데 식당 수를 비교해 보면 우리나라는 1천 명당 12.2개, 미국은 1.8개로 미국과 비교하면 6배의 치열한 경쟁 속에서 살아남아야 한다. 그러다 보니 572만 명의 창업자를 조사해 보니 한 달 수입이 100만 원 미만인 경우가 57%로 12시간 열심히 일하고도 그런 수입이다. 더구나 27%는 오히려 적자수입이다. 400만 원에서 500만 원의 수입을 창출하는 창업자는 5.7%만 해당한다. 나머지는 현상 유지하는데 죽을 맛이다. 따라서 목숨을 걸어야 하는 창업은 하지 말아야 한다.

  노후자금은 한번 잃으면 다시 모을 수 있는 능력도, 시간도 없어서 안정성을 최우선으로 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연금은 개인이 노후자금을 마련하는 가장 기본적인 방법이다.

  우리나라는 국민연금과 퇴직연금, 개인연금 등 3가지가 도입되어 있다. 이른바 연금의 3층 보장 시스템이다. 국민연금과 퇴직연금은 사회보험 제도의 하나로써 개인이 일일이 신경 쓰지 않아도 국가나 금융기관에서 적립과 운영을 담당한다. 그러나, 개인연금은 국민이 각자 선택으로 가입하는 것이기 때문에 강제성이 없다. 행복한 노후를 위해서는 미리미리 이 세 가지 안전 장치를 해 놓아야 할 것이다.

  은퇴를 위한 재테크는 위험 회피가 가장 중요하므로 안정적인 투자, 다양한 수단을 통한 분산 투자가 필수다.

  ‘달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마라’는 투자의 격언이 있다. 하나에 담아놓으면 편리하긴 하지만 넘어지기라도 하는 날에는 모두 깨질 수 있다.

 은퇴 후 제2의 인생을 살 수 있도록 제2의 직업을 찾는 것도 중요하다. 제2의 직업을 구하는 가장 기본적인 방법은 현직에서 하던 일과 관련된 일을 찾는 것이다. 관련 업무에 컨설팅을 해주거나 강연을 하는 것도 좋겠다.

  며칠 전에 KBS 공감 100℃에서 ‘체면이 밥 먹여 주냐?’ 라는 주제로 강연한 80대 강연자의 말처럼 체면을 차리면 굶어 죽는다. 100세 시대에 살아 남으려면 새로운 일에 도전해야 한다.

 두 번째로 평소 좋아하던 취미와 연관되는 일을 하는 것이다. 독서가 취미였다면, 글을 쓰는 일이나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고 설명해주는 일, 바둑이나 그림 등을 좋아한다면 직접 강의를 할 수 있도록 준비해보는 것도 좋겠다. 꼭 이런 방법이 아니더라도 부부가 함께할 수 있는 새로운 일을 찾아보는 것도 좋다.

 이 사회에서 우리가 모두 위대한 성적을 올릴 수는 없겠지만, 누구나 작고 소박한 기쁨들을 맛볼 수는 있다. 소박하지만 큰 기쁨들은 우리 모두가 즐기기에 충분한 것들이다.

  행복한 사람은 인생의 순간순간에서 즐거움을 찾으려고 노력하는 사람이다.

  러시아의 소설가 도스토옙스키의 말처럼 우리가 불행하다고 느끼는 것은 자신의 행복을 모르고 있기 때문이다. 나를 사랑하는 것이야 말로 진정한 행복의 본질이라 할 수 있다.

  큰 행복은 항상 내 곁에 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