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렌조 오일
원제: Lorenzo's Oil
감독: 조지 밀러(1892년, 미국)
등장인물: 자크 오말리 그린버그(로렌조), 닉 놀테(아우구스토 오도네), 수전 서랜던(미카엘라 오도네)
배경: 20세기 미국
상영시간: 129분 (전체 관람가)
죽음에 이르는 병을 넘어선 사랑의 힘
로렌조 오일은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입니다. 로렌조는 실제로 ‘ALD'라는 불치병에 걸렸던 환자의 이름입니다. 이 영화를 만든 조지 밀러는 <매드 맥스>(1979)라는 작품으로 명성을 떨쳤으며 그밖에도 <꼬마 돼지 베이브 2〉(1998), <해피 피트>(2006), <매드 맥스: 분노의 도로>(2015)를 연출했습니다. 전직이 의사였다는 점도 흥미로운데, <로렌조 오일>에서는 자신의 경험을 살려 직접 각본을 쓰고 연출과 제작까지 도맡아 희귀병 환자와 그 가족들의 현
실을 생생하게 그려냈습니다.
영화가 시작되면 타악기 소리와 함께 아프리카의 풍경이 비춰지고, 원주민들과 함께 뛰어노는 천진난만한 소년 로렌조의 모습이 보입니다. 일곱 살 난 로렌조는 은행원인 아버지 아우구스토 오도네의 전근으로 부모님과 함께 코모로 공화국에서 살고 있습니다. 오무리라는 흑인 청년은 로렌조의 가장 좋은 친구이자 만형 같은 존재로.
이들은 바닷가에서 함께 수영을 하며 놉니다.
그런데 아버지가 또다시 전근되자 로렌조는 미국으로 이사를 가고, 오무리와도 헤어지게 됩니다. 미국의 한 유치원에 다니던 로렌조는 어느 날 갑자기 소리를 지르고 물건을 부수는 등 난폭하게 행동합니다. 정밀 검사 결과, 로렌조는 ALD 라는 희귀병에 걸려 이상 행동을 보인 것으로 판명됩니다. 실어증, 보행장애, 실명을 겪게 되며 이 년 안에 사망할 것이라는 선고까지 받습니다.
오도네 부부는 연구 중이라는 식이요법을 써 보지만, 별다른 하과도 없는 데다 아들을 임상 실험 대상으로 삼는 것에 실망하고 치료약을 직접 찾아내기로 결심합니다. 의사들은 무모한 도전이라며 말리지만, “우리 아들 로렌조는 우리가 지킨다.”는 신념하에 고독한 연구가 진행됩니다. 유전학 생화학 신경학 등 의학 서적과 관련 논문을 조사한 결과 로렌조의 병은 포화지방산 수치와 연관이 있으며 평지씨 기름에 이를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는 것이 밝혀집니다.
하지만 이 기름을 그대로 사용할 경우 독성 때문에 목숨을 잃게 되므로 별도의 처리 과정을 거쳐야만 한다는 문제가 제기됩니다. 성공률이 희박하고, 추출량이 워낙 적어 치료에 쓰려면 천문학적인 비용이 든다는 이유로 전문가들은 연구를 기피합니다. 그러는 사이 로렌조의 병세는 점점 더 악화됩니다. 청각 · 시각장애에 이어 언어, 보행 능력이 마비되고 침조차 삼킬 수 없는 상황으로까지 치닫습니다.
천장만 응시하며 식물인간처럼 누워 있는 아들이건만, 미카엘라는 이런 아들이 세상과 대화할 수 있는 유일한 창구는 오직 '책'뿐이라는 생각으로 그림책을 읽어 줍니다. 그리고 로렌조에게 영혼의 친구가 되어 줄 오무리를 찾아가 간호를 부탁합니다.
오도네 부부는 연구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집까지 내놓고 전문가를 구하지만 누구도 나서려 하지 않습니다. 평지씨 기름에 치료 효과가 있다는 가설이 전문가의 연구 결과도 아닌 데다, 성공에 대한 보장도 없고 비용이 너무 많이 든다는 이유 때문입니다.
이런 막막한 상황에서, 화장품 연구소 정년퇴임을 앞둔 화학자 돈 수데비 박사(이 영화에 실명으로 출연한 수데비 박사는 2006년에 사망했습니다)가 구세주처럼 나타납니다. 그의 도움으로 로렌조는 호흡기를 떼고 의식을 되찾아 갑니다. 도서관과 연구소를 문턱이 닳도록 드나든 결과 오도네 부부는 마침내 ALD 치료법을 찾아냈지만, 로렌조의 병은 이미 완치가 불가능한 상태임을 알게 됩니다. 부부는 아들을 바라보며 이런 대화를 나눕니다.
"우리의 노력이 혹시 다른 아이들을 위한 것이라고는 생각해 보지 않았소?”
"그래요. 그럴 수도 있겠지요!"
영화의 맨 마지막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오도네 부부의 노고는 일견 가족이기주의로 비칠 수도 있는 자식에 대한 집착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인류애의 차원으로 발전했습니다.
로렌조 오일은 미국식품의약국(FDA : Food and Drug Administration)에서 삼 년간의 임상 실험을 거쳐 병을 앓는 어린이들에게 공급되고 있는데, 오도네 부부는 ‘로열티'를 전혀 받지 않고 다만 약에 아들의 이름을 붙여 주기를 원했다고 합니다. 로렌조 오일을 추출한 업적으로 아우구스토 오도네는 의학박사 학위를 받았습니다.
수전 서랜던이 연기한 로렌조의 어머니 미카엘라는 2000년 6월 폐암으로 사망했고, 로렌조 또한 2008년에 서른 살의 나이로 사망했습니다. 하지만 영화의 끝 인터뷰 장면에서 로렌조 오일 덕에 병세가 나아진 아이들의 밝은 얼굴과 감사의 말은, 개인의 땀과 노력이 얼마나 많은 이들에게 희망을 안겨 줄 수 있는지를 보여 주며 이 영화가 실화를 토대로 했음을 다시 한 번 상기시켜 줍니다.
함께 나눌 이야기
1. 아픈 로렌조가 포크질을 할 수 없어 손가락으로 스파게티를 집어 먹자 어른들도 로렌조를 따라 손가락으로 스파게티를 먹습니다. 이 장면은 어떤 의미일까요?
길잡이: 영화를 보면, 로렌조의 병세가 따른 속도로 악화되는 시점에서 온 식구가 둘러앉아 포크를 쓰지 않고 스파게티를 먹는 장면이 나옵니다. 휠체어에 앉아 떨리는 손가락으로 스파게티 가락을 집는 아이를 바라보며 어른들도 아무 말 없이 손으로 스파게티를 집어 먹는 모습………. 난데없이 이처럼 묘한 식사 장면을 잡아낸 것은, 포크질조차 할 수 없는 로렌조가 소외감을 느끼지 않도록 배려하는 마음을 보여 주기 위해서라고 생각됩니다. 눈높이를 맞춘다는 것, 그 사람의 입장이 되어 생각하고 행동한다는 것은 이처럼 아주 쉬운 일일 수도 혹은 아주 어려운 일일 수도 있습니다. 여러분의 가족이나 친구가 어려움에 처했을 때, 그 사람의 입장에서 고통을 나누기 위해 어떤 행동을 했는지 예를 들어 이야기 나누어 보세요.
2. 로렌조 오일)에서 '책'은 부모의 입장에서는 문제 해결의 열쇠이며 아들에게는 세상과 연결되는 창입니다. 이처럼 여러분이 고난에 처했을 때 위로가 되거나 문제를 해결하도록 도와주는 물건이 있었다면 무엇인지 이야기 나누어 보세요.
길잡이: 오도네 부부가 의사들도 외면한 희귀병의 원인과 대책을 파헤칠 수 있었던 것은 도서관에서 찾은 의학 서적·논문 잡지 덕분이었습니다. 또한 미카엘라가 움직이지도 말하지도 못하는 아들에게 끊임없이 그림책을 읽어 주는 장면은 가슴 뭉클한 감동을 자아냅니다. 누워만 있는 아이에게 책은 바깥세상과 연결되는 유일한 통로였고, 이 사실을 간파한 어머니 미카엘라는 책을 통해 줄곧 로렌조에게 말을 걸고 용기를 북돋아 준 것입니다. 늘 이탈리아 가곡을 거실에 틀어 놓고, 아프리카에서 오무리를 불러들여 로렌조 곁에 있게 하고, 기타를 치고 노래를 불러 주는 등 오도네 부부의 행동들은 로렌조가 단지 반응하지 못할 뿐 이 모두를 다 보고 듣고 있으리라 믿고 행한 것이었습니다. 단순히 자식을 위해서 모든 것을 다 바친다는 식의 거창한 헌신 대신에, 이탈리아인 특유의 긍정적 사고와 열정으로 아들의 생명력을 확신한 부모의 사랑과 인내가 결국 기적을 이룬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윤희윤 / 『세상을 껴안는 영화읽기』 / 문학동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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