꽤 여러 해 전 일이지만 나는 아버지가 베푼 작은 친절을 지금도 잊지 못한다.
그때 나는 대학원생이었고, 결혼해서 두 아이를 키우고 있었다. 늘 시간에 쫓겼고 생활비가 부족했다. 갑자기 자동차가 고장 나 시동이 걸리지 않았지만, 차를 정비소에 맡길 돈도 없었다. 버스를 타고 학교에 갔고, 어딘가 갈 일이 생기면 다른 사람에게 차를 태워달라고 부탁하거나 걸어 다녔다. 그러다 결국에는 부모님께 도움을 요청했다. 어머니는 내 얘기를 들으시자마자, 오리건 주 유진에서 캘리포니아 주 마르티네즈까지 가는 편도 기차표를 사주셨다. 그리고 집에서 쓰는 차 하나를 빌려줄 테니 가져가 사정이 나아질 때까지 쓰라며, 아무 걱정 말라고 하셨다. 그 정도만으로도 나는 충분히 감사했다. 하지만 이야기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아버지는 최신형 올즈모빌과 구식 캐딜락을 가지고 계셨다. 두 대 모두 달리는 데는 전혀 문제가 없었지만, 캐딜락은 약간 연식이 오래되어 외관이 그리 좋지는 않았다. 나는 당연히 캐딜락을 타게 될 거라고 생각했고, 솔직히 굴러가는 차가 생겼다는 사실만으로도 매우 기뻐하던 참이었다. 하지만 아버지는 올즈모빌의 열쇠를 건네셨고, 나는 너무 놀라서 눈물까지 핑 돌아 말했다. “아버지, 더 좋은 차를 가져갈 순 없어요.” 그러자 아버지는 말씀하셨다. "안 좋은 차를 내줄 생각은 애초에 없었단다."
아버지가 하신 행동이나 말씀이 모두에게 영웅적이고 굉장한 것은 아닐지 모른다. 확실히 신문에 대서특필되거나 지역 방송에 나올만한 뉴스거리는 아니다. 하지만 배려가 담긴 이 작은 행동이 내게는 정말 강력하게 느껴져서 내가 우리 아이들을 대하는 태도에도 그대로 영향을 미쳤다. 아버지는 단순히 차 한 대를 빌려준 것이 아니라, 중요한 원칙 하나를 가르쳐주신 것이다. “항상 최선을 다해 친절을 베풀어라. 네가 가진 가장 좋은 것을 내주라는 뜻이다."
1988년 그해, 아버지는 내게 88년식 올즈모빌 델타를 빌려주셨다. 나는 오리건 대학교 대학원에서 남은 학기를 모두 마칠 때까지 그 차를 몰고 다녔다. 그 차를 탄 건 불과 2년밖에 되지 않지만, 그때 배운 교훈은 가슴속에 영원히 남을 것이다. 절대적인 친절과 배려심으로 아내, 아이들, 가족들, 친구들을 대하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 때로는 나를 희생해야 할 때도 있는데, 이건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는 정말 드문 일이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물질적인 면을 제외한 모든 면에서 나의 부모님은 아주 부유했다. 늘 사랑하는 가족들과 좋은 친구들에게 둘러싸여 충만한 삶을 사셨다. 또 생이 다하는 날까지 베풀며 사셨다. 누구라도 도움이 필요한 사람에게는 아낌없이 주셨다. 어린 시절, 일요일 저녁에 우리 가족들끼리만 식사를 했던 적은 거의 없었다. 부모님은 신의 가호를 빌어줄 누군가를, 경제적으로 도움이 필요한 누군가를, 친절하고 상냥한 말이 절실한 누군가를 늘 찾아내셨다. 금전적으로 여유가 있고 없고는 문제가 되지 않았다. 인종이나 국적도 중요하지 않았다. 두 분은 친절을 베푸는 일에 인종을 구분하지 않으셨다. 여러분의 인생에도 이런 사람이 있는가? 그렇다면 그들이 만들어낸 영향력, 그들이 남긴 유산을 가슴 깊이 새기길 권한다.
아버지는 당신의 작은 친절이 얼마나 큰 영향을 주었는지 모르실 것이다. 아버지는 내게 진정한 스승이었다. 아무것도 가르치지 않을 때조차 항상 무언가를 가르쳐주셨다.
1. 친절한 행동은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친절한 행동을 베푼 사람과 그 혜택을 받은 사람 그리고 관찰한 사람은 모두 주변 사람과 조직에 놀랍도록 큰 영향력을 미친다. 그 효과에 대해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1) 친절은 의미 있는 커뮤니케이션의 기회를 만든다. 친절을 경험한 사람은 좋은 이미지를 주는 일, 즉 중요한 이야기처럼 들리도록 말하는 데 신경을 덜 쓰게 되고, 새로운 것을 배우고 미지의 세계를 탐험하기 위해 다른 사람과 관계를 맺는 데 집중하게 된다. 상대방의 이름을 기억하고, 핵심을 다른 말로 바꾸어 표현해보라. 이 간단한 작업이 당신이 상대방의 발을 기계적으로 들은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경청했음을 효과적으로 보여줄 것이다. 또한 다른 사람과의 간단한 상호작용이 의미 있는 대화로 바뀌고, 그것이 발판이 되어 다음과 같은 가능성이 열리게 될 것이다.
- 다른 사람이 느끼는 감정의 가치를 증대시킨다.
- 조직 구성원의 존엄성을 되찾아준다.
- 커뮤니케이션에서 더 많은 진정성을 느끼게 한다.
- 주위 사람들이 자신의 위치를 더 중요하게 느끼게 한다.
- 단지 업무를 위해 듣는 것이 아니라, 함께 나누는 대화의 목적을 알게 한다.
이처럼 집단 내에서 이뤄지는 단순한 친절의 행동도 사람과 조직의 분위기에 극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2. 친절은 사람들의 기운을 끌어올린다. 정말 출근이 기다려지는 직장에 다녀본 적이 있는가? 그 회사와 다른 회사와의 차이점이 무엇이었는지 떠올려보라. 일과 관련해 어쩔 수 없이 잡무를 해야 하고, 여러 문제나 쟁점이 생기는 것은 어느 회사나 마찬가지일 것이다. 차이가 있다면, 그것은 바로 사람이다. 스포츠 토크쇼의 진행자 김 롬Jim Rome은 “직장에서 벗어나려고 2주씩 휴가를 내야 하는 직업은 갖고 싶지 않아요!"라는 말을 한 적이 있다. 서로를 소중하게 여기는 사람들이 모인 집단은 그들끼리만 낼 수 있는 어떤 에너지 같은 게 있다. 그 에너지가 어찌나 긍정적인지 그야말로 무슨 일이든 해낼 것 같다. 이런 힘은 서로를 배려하는 마음과 태도에서 나온다.
친절을 베풀면 몸의 피가 빠르게 돌고 면역 체계가 강화된다. 몸에 활력이 생기고, 정신이 맑아지며, 사람들과의 관계가 좋아진다. 친절을 베푸는 일은 에너지 바를 먹고, 산책하고, 뜨거운 물에 목욕하고, 시원한 물에서 물놀이를 하는 것과 비슷하다. 몸과 마음에 따뜻함, 기쁨, 극도의 행복감이 스르르 배어들기 때문이다. 친절을 실천하면 이해할 수 없는 어떤 평화가 우리의 정신에 깃든다. 마음속에서 노래가 흘러나온다. 얼굴은 어느새 미소를 짓게 된다. 진지하고 심각한 일을 하면서도 마음이 가볍다. 친절은 비행기를 타지 않고도 짧은 휴가를 다녀온 것 같은 효과를 만들어낸다. 사람들에게 친절을 베풀 때, 우리는 하나님을 기쁘게 한다. 그리고 신을 기쁘게 하면 당연히 얻는 것도 많아진다! 하루에 한 가지씩 선한 행동을 하면, 짧은 낮잠을 잔 것처럼 기분이 상쾌해지고 일의 능률이 오를 것이다.
3. 친절은 용기를 북돋우고 정신을 고양한다. 주위를 한번 둘러보라. 응원과 격려가 필요한 사람들이 눈에 들어올 것이다. 가령, 초등학교나 고등학교의 교사들은 업무량은 많은 데 반해 보수는 적고, 사회적으로도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매년 8월 새 학기를 맞아 미국 전역의 교육 기관을 돌며 동기 부여 강연을 할 때면, 나는 교사들의 얼굴에서 불만을 읽는다. 교사들에게 필요한 게 있다면 그것은 정신을 고양해줄, 힘이 솟는 격려와 응원의 말이다.
나는 하나님의 말씀을 전하기 위해 교회 곳곳을 찾아다닐 때가 많은데, 그러는 동안 여러 교회의 목사님들과 친분을 쌓을 기회를 얻었다. 그런데 그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대부분이 무거운 심적 부담감을 가지고 과한 업무에 시달리고 있었다. 심한 경우에는 스트레스가 극에 달해 정서적 탈진 상태를 보이는 분들도 있었다. 새삼 놀랄 일도 아니었다.
지방 공공 기관이든 <포천Fortune>이 선정한 500대 기업이든, 기업들에서도 비슷한 상황을 목격한다. 회사의 경영진은 대답을 찾느라 머리를 긁적이고, 중간 간부들은 여기저기에서 치이느라 진이 다 빠져 있다. 그리고 직원들은 실적이나 성과, 일의 기쁨, 긍지 대신 월급을 위해 일한다. 조직의 면역 체계를 강화하고 에너지를 끌어올릴 수 있는 친절 정신이 그 어느 때보다도 절실하다. 매일 실천하는 아주 작은 친절만으로도 조직의 사기를 끌어 올릴 수 있다. 그런 일은 새 컴퓨터로는 절대 할 수 없는 것이다.
친절은 개인에게도, 비즈니스의 세계에서도 매우 변혁적인 기제다. 친절한 행동 하나가 사람의 기분을 바꾸고 하루를 변화시키며, 심지어 자녀를 양육하는 방식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타임Time>은 요한 바오로 2세 서거 후, 교황의 삶과 발자취를 재조명하는 특집호를 2005년 4월 11일에 발간했다. 그 특집호는 존중과 친절로 요약되는 한 인간의 삶이 수백만 사람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알려주었고, 나는 매우 큰 감동을 받았다. 교황의 친구였던 저명한 신학자이자 성직자인 몬시뇰 로렌조 알바세테는 교황이 유난히 순방을 자주했던 이유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요한 바오로 2세는 죽은 교황의 회칙 따위는 누구도 읽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가 거리로 나선 것도 그 때문이었다. 비록 그 시간이 겨우 1분이었더라도 사람들은 10시간 동
안 매우 친밀하고도 신비로운 경험을 한 것처럼 느꼈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것은 많은 사람에게 "인생에서 또 다른 가능성을 봤다” 라고 말할 만한 그런 순간이었다.
이쯤에서 중요한 질문 하나를 해보겠다. 당신과 한 공간에 같이 있던 사람들은 이후 어떤 기분이나 감정을 느낄까? 과연 그 사람들도 “인생에서 또 다른 가능성을 봤다" 라고 말하며 걸어갈까? 아니면 그들은 달라지거나 영향을 받은 게 전혀 없는 채로, 그냥 무엇도 나아지지 않은 채로 멀어질까?
지금 당장 사람들에게 친절의 말을 건네 보자. 친절을 베풀 기회는 항상 열려 있다. 초등학교 중퇴자의 말은 옳았다. 친절한 행동은 결코 헛되지 않다! 사소한 일부터 친절하게 행동하도록 노력해보라.
작은 노력이 큰 보상으로 돌아올 것이다. (릭 릭스비 지음 / 『오래된 지혜』 / 포레스트북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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