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음식·질병에 관한 오해와 진실 13 - 다이어트와 건강

가파도의 청보리

  

병원에 갔다가 의사에게 어떤 음식은 먹고, 어떤 음식은 먹지 말라는 말을 들어본 기억이 있을까? 아마 그런 경험이 전혀 없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풍요로 인한 만성 질환의 회생물이 되어가고 있다.

잘 알다시피 이런 질병들이 나쁜 유전자나 운 때문이 아니라 좋지 않은 영양에서 비롯된다는 연구 결과들은 아주 많다. 그러면 의료계에서는 왜 영양을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을까?

네 단어로 설명이 가능하다. 돈, 자만심, 권력 그리고 통제력이다.

이런 일을 의사들에게 일반화시키는 것은 온당치 못한 일이지만 현재 사람들의 건강을 책임지고 있는 시스템이 우리를 외면하고 있다는 말에는 누구도 이의를 달 수 없을 것이다.

영양학 차원에서 환자들을 치료하는 극소수의 의사들보다 이런 사실을 잘 알고 있는 사람은 없다. 이 가운데 가장 유명한 두 의사는 오랜 세월 다이어트와 건강을 강조하면서 보냈다.

그들은 환자의 건강을 지키는 데 놀라운 성과를 거두었다. 두 명의 의자는 칼드웰 에셀스틴 쥬니어와 존 맥도걸이다. 내 아들과 나는 얼마 전에 두 명의 의사와 마주 앉아 의료 환경에서 무가공 식품, 식물성 다이어트를 옹호하면서 많은 이야기를 했다.

 

1. 채소 의사

 

미국이 건국되기 오래 전 네덜란드 이민자들이 뉴욕시 북쪽에 있는 허드슨 밸리에 정착했다. 정착민 중에는 에셀스틴 가족도 있었다. 그들은 1675년부터 농장을 일구어 농사를 짓기 시작했다. 그로부터 9세대가 지난 후 그 농장은 여전히 에셀스틴 가족의 소유다.

에셀스틴 박사와 그의 아내 앤은 뉴욕 시에서 북쪽으로 2시간 정도 달리면 나오는 허드슨 밸리에 수백 에이커의 농장을 갖고 있다.

그들은 이곳에서 농장을 일구며 밭에서 채소를 기르고 자녀들과 손자손녀들을 맞이하며 느긋하게 보낸다.

에셀스틴과 앤의 집은 검소해 보였다. 크고 네모진 모양의 창고를 개조한 집으로, 미국에서 가장 전통 깊은 가문의 농장이라는 사실을 숨기고 있었다. 가까이 다가가 자세히 살펴보면 이 집에는 뭔가 특별한 점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뉴욕 주에서 가족 농장의 공로를 인정하여 에셀스틴 가족에게 내린 상장이 액자에 넣어진 채 벽에 걸려 있었다. 이 농장은 지난 5세기 동안 벌어지는 일들을 지켜보았다.

액자 근처에는 노가 하나 걸려 있었다. 에셀스틴이 1955년 예일대학에서 조정선수로 활약할 때 쓰던 노였다. 당시 예일대학은 하버드대학을 단 5초 만에 제압해 버렸다. 에셀스틴은 이런 노를 세 개 갖고 있다고 했다. 두 개는 하버드대학과 겨루어 승리를 했고, 다른 하나는 1956년 예일대학 단일팀으로 올림픽에 나가 금메달을 땄을 때 사용한 노라고 했다.

아래층에는 빛바랜 사진이 한 장 있었는데, 농장에 서 있는 에센스틴의 고증조 할아버지였다. 구석에는 박물관의 물건처럼 무척 인상적인 에셀스틴 가족의 계보가 있었다. 복도 다른 쪽 끝에는 백악관 연설 중에 존 F. 케네디와 이야기를 나누면서 마이크 앞에 서 있는 에셀스틴 아버지의 커다란 흑백 사진이 있었다. 겉모양은 수수해도 이곳이 특별한 역사를 가진 장소라는 것만큼은 분명했다.

트랙터를 타고 농장을 한 바퀴 돌아본 다음 우리는 에셀스틴과 마주 앉아 그동안 살아온 이야기를 들었다. 예일대학를 졸업한 후 그는 클리브랜드 클리닉과 런던에 있는 세인트조지 병원에서 외과의 수련을 받았다.

그는 자기에게 큰 영향력을 미쳤던 스승 몇 사람에 대한 기억을 떠올렸다. 조지 크릴 주니어(Groonge CikesJr.) 의사와 턴불 의사 그리고 브룩 의사다. 에셀스틴의 장인이기도 한 클리브랜드 클리닉의 거목인 크릴 의사는 비범한 성취를 이룬 사람으로, 근치 유방절제술이라 불리는 무시무시한 수술에 의문을 던지는 데 선두적인 역할을 했다.

턴불 의사와 브룩 의사도 유명한 외과의였다. 또한 에셀스틴의 아버지도 전국적인 명성을 얻은 유명한 의사였다. 하지만 에셀스틴은 네 사람 모두 건강 전문가임에도 불구하고 심혈관질환으로 삶을 파괴당했다는 사실을 잊지 않았다. 그의 아버지는 42세에 심장마비를 당했고, 브룩 의사는 52세에 심장마비를 당했다.

모두 그가 존경하던 사람들이었지만 심혈관질환에 대해서는 속수무책이었다. 에셀스틴는 “누구도 이 병을 피하지 못해요. 자기 삶의 전성기에 모두 힘없이 무너지고 말았지요." 하고 말했다. 아버지에 대한 기억을 떠올리면서 그는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2년 전쯤 어느 날 둘이 함께 산책을 하고 있었어요. 아버지는 사람들에게 건강한 삶을 살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해야 한다고 말씀하셨지요. 그분이 택한 길은 옳은 길이었어요. 아버지는 예방의학에 큰 관심을 갖고 계셨지만 당시 어떤 정보도 없었지요." 하고 말했다. 그의 아버지가 관심을 갖던 일은 에셀스틴의 삶 내내 큰 영향을 미쳤다.

에셀스틴은 많은 상을 받았다. 올림픽 조정 경기에서 받은 금메달, 베트남에서 군인으로 복무할 때 받은 청동훈장, 주지사위원회 위원, 유방암 태스크포스의 의장, 세계적으로 최상위권에 있는 클리브랜드 클리닉의 갑상선 및 부갑상선 외과과장, 미국내분비외과협회 회장을 역임했으며, 학술지에 발표한 논문도 100편이 넘었다. 이 목록에는 미국의 최고 의사로 뽑히는 영예도 포함되어 있었다. 그는 기억을 더듬었다.

"나는 15년 동안 일반외과 분야에서 최고의 수입을 올리던 의사였어요. 크릴 박사의 사위로서 내 역할을 다하기 위해 있는 힘을 다했지요. 밤늦게까지 집에 들어가지 못했지만 그 누구도 넘볼 수 없는 지위를 갖고 있었지요.”

당시 미국의학협회 회장이 갑상선 수술을 받아야 했을 때 그는 에셀스틴이 수술을 집도해 주기를 원했다.

명예와 직함, 수많은 상들에도 불구하고 무엇인가 잘못된 느낌이 있었다. 그의 환자들은 힘껏 애를 써도 건강을 회복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에셀스틴은 이렇게 말했다.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기분이 마음에 눌어붙어 나를 괴롭히기 시작했어요. 수술이 끝나면 환자들이 잘 회복하는지 계속해서 지켜보았죠.”

좀 화가 나는 듯 그는 “대장암 생존율이 얼마나 되죠? 이것은 정말이지 별로에요.” 하고 말하면서 자신의 절친한 친구가 대장암 수술을 받은 이야기를 했다.

수술을 하다 보니 암이 장 전체로 퍼져 있었다고 했다. 에셀스틴의 목소리가 아주 작아졌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었지요.” 유방암 절제술을 비롯해 그가 시행한 모든 수술을 생각하면서 그는 '회복을 위한 기회를 주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의 몸을 망가뜨린다' 는 생각에 진저리를 쳤다.

그는 자기 성찰이라도 하듯 말했다.

"내 묘비에 뭐라고 새겨질지 모르겠군요. 5천 건의 유방절제술을 시행하다! 당신은 오하이오에서 그 누구보다 많은 여성들의 외모를 훼손한 사람이야!"

이어서 그는 진지하게 말했다. “누구나 이 세상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하면서 떠나고 싶어 할 겁니다."

에셀스틴 박사는 자기가 치료했던 질병들에 관한 논문들을 조사하기 시작했다. 그는 다이어트와 건강에 관한 베스트셀러 《맥도걸 요법 The McDonagall Plan)을 쓴 유명한 존 맥도걸 박사의 연구도 읽었다.

국제적인 질병율과 생활방식을 비교한 연구 논문도 살폈고, 시카고 대학의 병리학자가 영장류에게 저지방, 저콜레스테롤 다이어트를 투여한 후 죽상경화증이 회복된 것을 입증한 논문도 읽었다. 그는 자기 환자들을 자주 곤경에 몰아넣던 질병들이 육류와 지방이 많은 식사 그리고 고도로 정제된 음식 때문이라는 사실을 깨닫기에 이르렀다.

그는 심장질환을 저지방, 식물성 다이어트로 치료하자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이 일을 논의하기 위해 클리브랜드 클리닉 원장에게 갔다. 원장은 그 누구도 다이어트로 심장질환을 치료할 수 있다고 주장한 사람은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에셀스스틴은 자기가 옳은 길을 가고 있다는 것을 알았고, 다음 몇 년 동안 조용히 연구를 진행했다.

그가 심장병 환자 18명을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를 보면 단순히 저지방, 식물성 다이어트와 최소한의 콜레스테롤 저하제만으로 의학 역사상 유래를 찾아볼 수 없을 만큼 극적으로 심장질환을 치료했다.

에셀스틴은 다이어트를 이용한 질병 치료의 승자가 되었고 그의 사례를 증명할 수 있는 데이터를 갖고 있었다. 그러나 그 일은 쉽지 않았다. 의학계 일부에서는 그를 영웅으로 인정하기보다 그의 존재를 무시했다. 최고의 의사 자리에 있던 그는 자기도취에 빠진 마초, 고집불통 다이어트 옹호자로 전락한 다음 채소 의사라는 이름을 남긴 채 무대 뒤로 사라져야 했다.

 

2. 양배추와 브로콜리로 병을 고칠 수 있다고?

 

자기 분야에서 최고봉에 도달했고 최고로 존경받던 사람이 무모하게도 다른 일을 시도했고, 성공을 거두었지만, 그 결과 기득권층에서 물러난 이야기는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다. 그의 죄목은 표준 치료를 거부하고 현재의 치료방법에 위협을 가한 것이었다.

에셀스틴의 동료들 가운데 일부는 그의 치료법이 ‘극단적' 이라며 비판했고, 또 다른 의사들은 “이 분야의 연구는 너무 가벼워” 라며 무시했다. 국제적인 연구, 동물 연구, 중재 연구의 범위와 깊이를 고려할 때 이런 비하는 터무니없는 일이다.

어떤 의사들은 에셀스틴에게 말했다. “그래, 좋아요. 하지만 그렇게 먹을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겁니다. 나는 내 환자들에게 담배 하나 못 끊게 만들어요."

그런 말에 대한 에셀스턴의 반응은 “글쎄요, 당신은 다이어트에 대해 정말로 아는 것이 없군요. 이 분야도 우회로 시술만큼이나 전문성을 요한답니다. 환자와 상담을 하는 데만도 3시간이나 걸려요."라고 했다.

환자의 건강을 지속적으로 관리하고 감시하는 데 요구되는 부지런함은 말할 나위도 없었다. 어떤 환자는 심장전문의에게 에셀스틴 의사를 찾아가 다이어트 프로그램으로 병을 치료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그 심장전문의는 “자, 내 말을 들어보세요. 이 질병을 회복할 방법은 어디에도 없어요.” 하고 대꾸했다. 하지만 사람들은 그렇게 말하는 의사들이 환자를 치료하는 데 열의를 보인다고 생각한다!

의사들이 무가공 식품, 식물성 다이어트에 대해 껄끄러운 태도를 보이는 이유로 에셀스틴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그 사람들에게 화를 낼 수는 없지요. 그들은 악마가 아니에요. 여기 클리브랜드 클리닉에는 심장전문의가 60명은 됩니다. 내가 하는 일이 옳다고 믿는 사람이 있더라도 그들은 현재 시스템의 붕괴가 두려운 겁니다.”

그가 심장질환 치료에 다이어트 요법을 도입하자고 처음 제안했을 당시 동료들은 조심스럽게 환영했다. 에셀스틴은 동료들이 적극적으로 반기지 않는 이유가 실제 다이어트를 이용해 심장질환을 효과적으로 치료할 수 있다는 연구가 불충분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나중에 에셀스틴의 연구를 포함하여 전대미문의 성공적인 연구 결과들이 발표되었어도 상황은 바뀌지 않았다. 데이터는 강력했고, 일관성이 있으며, 깊이가 있었지만 여전히 이런 생각을 받아들이지 않으려는 저항에 부딪혔다.

"심장전문의는 베타차단제, 칼슘 길항제에 관해 배우고, 심장 안으로 카데터를 삽입해 풍선을 부풀리거나 레이저 시술을 하거나 스텐트 시술하는 법을 배웁니다. 이 모든 것이 고도의 기술을 요하죠. 그런 일에는 많은 간호사들과 부산한 움직임, 그리고 한 편의 드라마가 있습니다. 그 말인즉슨, 의사들의 머리가 허영으로 가득 차 있다는 것입니다. 의사들의 자만심은 굉장합니다. 그런데 누가 이렇게 말한다고 해 봅시다. '있잖소, 나는 이 병을 양배추와 브로콜리로 고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의사들이 어떻게 반응할까요, 이렇지 않겠습니까? “뭐라고요? 내가 그 어려운 기술을 힘들게 배웠고, 지금 일확천금을 올리고 있는데, 당신이 다 뺏어가 버리겠다고? "

그런데 어떤 의사가 실제로 양배추와 브로콜리로 환자를 고쳤다.

에셀스틴은 그 어떤 약이나 시술보다 좋은 결과를 내놓았다. 갑자기 99퍼센트의 전문가들이 쓰는 방법보다 좋은 결과가 발표되었다. 에셀스틴은 자기가 하는 말의 핵심을 요약하여 이렇게 말했다.

"심장전문의는 심장질환 치료의 전문가지만, 사실은 그런 능력이 없을 뿐더러 그런 사실을 깨달으면서 매우 방어적이 됩니다. 그들은 심장병의 증상이나 부정맥은 완화시킬 수 있지만 심장질환을 치료하는 방법은 모릅니다. 심장병을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은 영양학적인 치료거든요. … 영양사가 심장전문의를 교육한다고 상상해보세요.“

에셀스틴은 환자들이 스스로 건강을 통제할 수 있다고 말하는 것조차 많은 의사들에게 도전장을 내미는 일이라는 것을 알았다. 하지만 의사의 전문성도 결국은 건강과 치유를 베푸는 사람이 되기 위한 것이다.

"상식적으로 환자들이 안전하게 자기 건강을 통제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힘들지만, 이것은 받아들여야만 해요.” 의사가 온갖 기계, 기술, 교육과 지식을 동원한다 해도 올바른 생활방식을 선택하도록 환자를 이끌어주는 것보다 효과적이지 못하다.

그러나 에셀스틴은 의사들이 모종의 음모에 가담한 악의적인 사람들은 아니라는 사실을 지적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변화를 싫어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며 인간의 본성입니다. 어디를 가든 사람들의 99퍼센트는 건강한 식생활을 하고 있지 않습니다. 우선 숫자에서 밀립니다. 99퍼센트가 1퍼센트에 속하는 당신을 보고 '그래, 당신이 옳아, 우리 모두 틀렸어' 하고 말하기는 어렵죠."

에셀스틴은 의사들과 교류하면서 영양학 지식이 부족하다는 인상을 받았다고 했다. “심장병을 회복될 수 있는 병이란 사실에 대한 의사들의 무지함이 얼마나 압도적인지, 저 사람들은 도대체 어떤 논문을 읽었는지 의아할 정도였습니다."

의사의 지식이란 단지 약품과 수술 같은 일반적인 치료에만 머무는 경우가 잦다. "20세기 의학이 제공하는 것이 무엇일까요? 우리에게는 약품이 있고, 시술 방법도 있습니다. 그렇지 않은가요? 에셀스틴은 벌거벗은 황제 이야기라도 하려는 듯 미소를 지으며 몸을 앞으로 기울였다. “하지만 과연 누가 ‘우리가 알려줘야 할 것 같습니다.’라고 말을 할까요?” 에셀스틴 박사의 경험으로 볼 때 질병을 막는 일은 현 체제 안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그림이었다. (콜린 캠벨 · 토마스 캠벨 지음 / 『건강·음식·질병에 관한 오해와 진실』 / 열린과학).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