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대부분 일관되고 체계적인 이중성을 지닌 채 산다. 만일 매일 생각과는 정반대로 말하고, 싫어하는 사람 앞에서 굽실거리며, 불행밖에 가져오지 않는 일에 크게 기뻐한다면 건강은 나빠질 수밖에 없다. 신경계는 허구가 아닌 인체의 일부고, 영혼은 우주에 존재하며 입 안의 치아처럼 우리 몸 안에 있다. 잘못을 저지른 영혼이 영원히 처벌받지 않을 수는 없다.”
- (닥터 지바고 중에서, 보리스 파스테르나크 Buris Pasternak)
플라세보와 노세보 효과를 연구한 후 나는 긍정적인 믿음, 따뜻한 보살핌, 그리고 여기에서 비롯되는 이완 반응이 몸이 스스로 치유할 수 있는 바탕을 마련해주기 때문에 인체는 스스로 회복되도록 설계되어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 하지만 긍정적인 믿음과 따뜻한 보살핌만으로 정말 몸이 치유될까? 그렇게 간단하지만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바람을 피우고 학대하는 남자와 살면서 몸이 나을 거라고 믿으며 유명한 의사를 찾은 여자는 어떨까? 몸은 아픈데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하루에 12시간씩 일하며 양심을 팔아야 하는 사람은 어떨까? 담배와 술, 파스타, 페퍼로니 피자를 즐기지만 사랑과 활력이 넘치며 뚜렷한 인생 목적을 가지고 100세까지 사는 사람도 있지 않은가? 나는 내심 건강한 삶에는 우리가 생각하는 이상의 것이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건강 마니아의 예를 보자. 건강에 관해서라면 언제나 옳은 것만 하는 사람들이 있다. 유기농 농산물을 먹고, 고기와 유제품, 글루텐, 가공식품을 피하며, 매일 운동하고, 수면 시간을 잘 지키며, 중독을 경계하고, 인체 기능을 최적화하는 기능의학 의사를 찾아간다. 사람들은 이런 이들이 건강하게 오래 살고, 밤에 잠이 들듯 평화롭게 죽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렇지 않은가? 하지만 바비큐라면 사족을 못 쓰고, 맥주를 퍼마시며, 하루에 5시간 자고, 소파에 느긋하게 앉아 바보상자를 들여다보는 사람보다 건강 마니아들 중에 아픈 사람이 많은 이유는 무엇일까?
만일 일부 건강 마니아가 하루 종일 소파에 퍼져앉아 TV만 보는 사람과 병에 걸릴 가능성이 같다면, 건강한 생활습관을 정의하는 데 뭔가 문제가 있다고 결론지을 수밖에 없다. 분명히 건강한 습관은 적절한 건강을 유지하는 데 있어서 커다란 부분을 차지한다. 나 역시 건강 마니아 중 하나다. 나는 녹즙을 마시고, 비타민을 복용하며, 매일 걷기 운동과 요가를 하고, 충분한 시간 수면을 취하고, 기능의학 의사를 찾아가고, 해로운 독성 물질을 피하려고 노력한다.
그러한 내가 내린 결론은, 전적으로 신체적이고 생화학적인 질병의 영역, 즉 실험실 검사 결과를 보고 진단하고, 방사능 촬영 사진을 판독하고, 현미경으로 페트리 접시를 관찰해서 알 수 있는 부분, 그리고 식사, 운동, 독성 물질 차단, 인체에 미치는 기능의학의 긍정적인 효과에서 얻는 혜택은 방정식의 일부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물론 커다란 부분이기는 하지만 전부는 아니다. 환자들을 진료하면서 나는 환자가 병이 낫느냐 낫지 않느냐의 문제는 건강에 좋은 행위보다는 환자의 삶과 더 관련이 있다고 믿게 되었다.
1. 환자를 진료하며 배운 것
마린 카운터에서 통합의학 진료를 보는 동안 무엇이 몸을 낫게 하고 병들게 만드는지 그 생각이 점점 분명해졌다. 정통 의학을 떠난 후 나는 환자의 건강을 최대한 향상시키는 일에 전념하는 훌륭한 의사와 치료자들이 모인 단체에 들어갔다. 새로운 환자들을 1시간에 걸쳐 볼 수 있어 무척이나 좋았고, 과거와 달리 정말로 환자들을 아프거나 건강하게 만드는 게 무엇인지 깊이 파고들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
새로운 방식의 진료를 하면서 나는 새로운 환자들에게 무척이나 놀랐다. 그때까지 진료했던 환자 중에 이들처럼 건강에 신경을 쓰는 사람은 없었다. 센터에 온 많은 사람이 매일 녹즙을 마시고, 완전 채식을 하며, 개인 트레이너와 운동을 하고, 하루 8시간 수면을 취하며, 아침마다 비타민 한 움큼과 다른 영양제들을 복용하고, 보완대체요법에 돈을 쏟아 부으며, 의사의 말을 철저히 따랐다. 이런 방식으로 놀라운 효과를 보는 사람도 있었다. 건강의 정점에 이른 이들은 반짝이는 피부와 매력적인 몸매를 자랑하며 몸 전체에서 생명력을 발산했다. 하지만 이들 중에는 아픈 사람이 더 많았다. 나는 몹시도 당황스러웠다. 의대에서 배운 지식에 의하면 완벽한 건강을 누려야 할 사람들이었다. 수많은 건강마니아는 왜 아픈 걸까?
이런 환자들을 돕기 위해 나는 정통 의학에서는 거의 이용하지 않는 전문화된 검사를 포함해 여러 가지 검사를 실시했다. 그리고 때로 환자의 증상이 완전히 사라지는 놀라운 경우를 경험했다. 이런 환자들은 나를 영웅 취급했다. 예를 들어, 단순한 호르몬 대체요법 하나로 인생이
바뀐 사람도 있었다.
하지만 건강한 생활 방식을 유지하지만 여러 가지 증상에 시달리는 환자의 경우, 대개 원인을 찾을 수 없어 난감할 따름이 있다. 이 환자들이 활력이 없는 이유를 생화학적으로 설명할 길이 없었다. 나는 치유자로서 실패했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마음속에선 나의 잘못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나는 중요한 검사를 잊지 않았고, 환자를 적절한 전문의에게 의뢰했다. 답은 다른 곳에 있었다. 치유의 게임에서 커다란 퍼즐조각 하나가 빠져 있었다. 그런데 그게 무엇인지 알 수 없었다.
그즈음 나는 건강한 생활을 하는 이 환자들이 왜 그렇게 아픈지 정말로 궁금했고, 그 수수께끼를 풀고 싶어 안달이 났다. 나는 건강한 생활습관과 과거 병력, 그 밖의 일반적인 질문이 아닌 그들의 삶에 대해 물어보기 시작했다. 1시간이라는 긴 시간이 허용되었기 때문에 여유롭
게 경청할 수 있었다. 이들의 말을 듣고 건강에 대한 나의 관점은 송두리째 바뀌었다.
진료 신청서 양식을 바꿔야겠다는 생각이 든 것도 그때였다. 의대에서 배운 대로 환자의 병력, 수술 경험, 가족력, 약 복용 여부, 물질 사용 여부를 묻는 질문에만 국한하지 않고, 진료 신청서 양식에 환자의 삶에 관련된 긴 목록의 질문을 추가했다. 이런 질문들로 나는 놀라운 사실들을 알게 되었다.
2. 완전히 새로운 진료 신청서
나는 대부분의 의사가 생각해본 적도 없는 질문을 하며 환자의 개인적인 삶에 깊이 파고들기 시작했다. 당신을 가장 당신답게 만드는 활기를 빼앗는 것이 있는가? 무엇이 당신의 발목을 잡고 있는가? 자신에 대해 좋아하고 기뻐하는 것이 무엇인가? 자신의 인생에서 무엇이 빠져있다고 생각하는가? 인생에서 가장 감사하는 것이 무엇인가? 지금 현재 연인이 있는가? 그렇다면 행복한가? 행복하지 않다면, 연인과의 관계를 계속 유지하고 싶은가? 일에서 성취감을 느끼는가? 인생의 목표를 이루고 있다고 생각하는가? 배우자나 자신에게 성적으로 만족하는가? 그렇다면 얼마나 만족하는가? 만족하지 못한다면 자신 안에서 분출되지 못하는 무엇이 있다든가, 창조성이 억눌린다고 느끼는가? 재정적으로 여유가 있는가? 아니면 돈이 인생의 스트레스로 작용하는가? 만일 요술 할머니가 당신의 인생에서 한 가지를 바꿔준다면 무엇을 원하겠는가? 위반하고 싶은 규칙은 무엇인가?
나는 환자들의 대답에서 어떤 검진 결과나 병력 검토, X-레이 사진에서도 얻을 수 없는 병의 이유에 대한 통찰을 얻을 수 있었다. 촌철살인의 질문을 하지 않던 과거에는 나올 수 없던 명백한 진단이 나오는 경우가 많았다.
이 환자들이 나쁜 유전자나 좋지 않은 생활습관, 사나운 운수 때문이 아니라 나쁜 인간관계로 창자를 쥐어짜듯 외롭고 비참하거나, 일 때문에 스트레스가 심하거나, 돈 문제로 겁에 질려 있거나, 심하게 우울하기 때문에 아프다는 걸 알게 되었다. 대부분의 환자들은 진료 신청서의 ‘당신의 인생에서 무엇이 빠져 있습니까?' 라는 질문에 구구절절 긴 답변을 적었다. 그리고 직접 만나 같은 질문을 던졌을 때 대다수가 눈물을 흘렸다. 채식이나 운동, 비타민과는 관련 없는 무엇이 있었다.
한편, 식사가 부실하고, 운동도 잘 하지 않으며, 영양제 챙겨 먹는 일을 까먹기 일쑤이면서도 완벽히 건강해 보이는 환자들이 있었다. 이들의 진료 신청서는 사랑과 즐거움, 의미 있는 직업, 풍요로운 재정 상태, 창조력의 표현, 성적인 만족감, 정신적인 유대감, 그리고 아픈 건강 마니아들에게 없는 다른 특성들로 가득 차 있었다. 한마디로, 이들은 행복했다. 그래서 기를 쓰고 몸 관리를 하지 않아도 이들의 몸은 건강으로 응답했다.
그때부터 나는 환자들에게 2가지 중요한 질문을 하기 시작했다. “병의 근본적인 원인이 뭐라고 생각하세요?" 와 가장 중요한 질문인 ”치유되려면 몸에 무엇이 필요할까요?'였다.
처음 이런 질문들을 하기 시작했을 때, 나는 사람들이 병의 근본적인 원인으로 호르몬 불균형이나 불건강한 식사, 혹은 치료법에 대한 생각을 이야기할 거라고 짐작했다. “내 생각엔 물리치료보다는 두개천골 요법이 나을 것 같아요"라든가 콜레스테롤 약은 보류하고 식단을 바꿔볼까 봐요" 같은 이야기 말이다.
때때로 환자들은 정통 의학과 관련된 통찰력 있는 견해를 피력하기도 했다. “나는 정말로 항우울제가 필요해요.” 라든가 "항생제를 복용하면 될 것 같아요.“ 라든가 “무엇보다 호르몬 균형을 바로 잡아야 해요.” 같은 것들 말이다.
하지만 많은 경우, “병의 근본적인 원인이 뭐라고 생각하세요.” 라고 물으면 환자들은 다음과 같이 대답했다. “진이 빠질 때까지 모든 것을 쏟아 부었어요." "결혼생활이 비참해요." 내 일에 진저리가 나요.” “나를 위한 시간이 필요해요.” “매일 밤 외로워서 울다가 잠이 들어요.” “내가 너무나 혐오스러워서 거울을 볼 수 없을 정도예요.” “진실을 직시하지 않고 피하고 있어요.” “내가 한 일을 나 자신도 용서할 수 없어요.” “거짓된 삶을 살고 있어서 사기꾼이 된 기분이에요."
그리고 "치유되려면 몸에 무엇이 필요할까요?"라고 물었을 때, 환자들이 다음과 같이 대답해 무척이나 놀랐다. “직장을 그만둬야 해요." "이제 부모님한테 사실을 말해야 해요.” “이혼해야 해요.” “소설을 끝마쳐야 해요.” “애 보는 사람을 고용해야 해요.” "너무 외로워서 친구를 많이 사귀어야 해요.” “바람을 피우고 있다고 남편한테 말해야 해요.” 나 자신을 용서해야 해요.” “나 자신을 사랑해야 해요.” “비관적인 생각을 버려야 해요.”
많은 환자가 직관이 말하는 몸에 대한 조언을 실천할 준비가 되지 않았지만, 용감한 환자들은 조용한 내면의 목소리를 듣고 근본적인 변화를 단행했다. 직장을 그만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결혼 관계를 정리한 사람도 있었다. 다른 도시로 이사한 사람이 있는가 하면, 오랫동안 억눌러온 꿈을 쫓아간 이들도 있었다. 이런 환자들이 이룬 결과는 놀라웠다. 그 많던 병이 사라지기도 했는데, 아주 빠른 속도로 사라진 경우가 많았다. 수년간 여러 가지 의학 요법을 실시했어도 고칠 수 없던 병이 저절로 나은 환자들도 있었다. 정말로 놀라웠다. (리사 랭킨 / 『치유 혁명』 / 시공사).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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