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이야기

스토리의 기술 2 - '아하!' 스토리 : 볼프강 퍽

hope888 2022. 5. 10. 09:21

 

마메종 Ma Maison 에서 처음 일을 시작할 때 저는 로스앤젤레스에 온지 얼마 되지도 않았기 때문에 이런 고급 식당의 셰프가 된 것을 다행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볼프강 퍽wolfgang Piurk의 말이다. 2009년에 우리는 베벌리힐스에 있는 그의 대표 식당 스파고spago에서 역시 그의 주력 메뉴인 훈제 연어와 캐비아가 올라간 피자를 앞에 두고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그러나 나는 1970년대부터 그의 이름을 알고 있었다. 당시 마 메종은 영화, TV, 음악계의 모든 주요 스타뿐만 아니라 구경꾼들까지도 한잔하기 위해 즐겨 찾던 곳이었다.

볼프강이 말했다. “그때는 주인이 시켜서 어쩔 수 없이 고객들 앞에 서서 대화를 나누기는 했지만, 정말 긴장이 되더군요. 나는 그저 부엌에 숨어 있고 싶었지만, 그는 사람들이 다 먹기 전에 나가봐!”라고 말했죠. 누군가 나에게 '볼프강, 아무것도 아니야, 그냥 네 이야기를 들려줘”라고 말해 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간절했습니다. 나는 이야기꾼이 아닌데….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들에게 무슨 이야기를 한담? 나는 그저 음식 만드는 데만 열중하고 싶었습니다."

오늘날 볼프강이 소유하고 운영하는 것은 네 개 부문 수상에 빛나는 고급 레스토랑과 수많은 지점이 전부가 아니다. 그의 회사는 볼프강 퍽 케이터링과 볼프강 퍽 월드와이드라는 두 개의 브랜드를 더 보유하고, 볼프강퍽 비스트로, 볼프강 퍽 익스프레스, 볼프강 퍽 문화센터 카페 등을 운영한다. 또 셰프 퍽이라는 이름을 다양한 주방 용품과 요리책 그리고 완성식품 등의 소비재 상품에 라이선스로 판매하고 있다. 특히 여행을 다니다 보면 공항이나 쇼핑몰, 놀이 시설 등 어디에나 볼프강이 있다는 느낌마저 든다. 누구나 언제 어디서든 그를 볼 수 있다! 그리고 이 모든 사업체는 신선함과 높은 품질, 우수한 맛이라는 그의 평판을 그대로 드러낸다. 나는 그가 도대체 직원들과 상품 공급업자, 프랜차이즈 매장에 무슨 말을 하는지 궁금해졌다. 이렇게 다양한 지역에 퍼져 있는 이토록 다양한 식당을 그가 일일이 들러 보지 않으면서도 그 우수한 품질 기준을 유지하려면 말이다.

그가 대답했다. "글쎄요. 다소 역설적일지도 모르지만, 저는 프랜차이즈 업자들을 상대한 제 경험에서 배운 내용을 관리자들에게 말해 줍니다. 그분들이야말로 돈을 벌기 위해 그 일을 하는 거니까요. 보세요. 저는 이 일에 대한 사랑과 열정 때문에 여기에 있는 겁니다. 그런데 프랜차이즈 사장님들은 아마 이렇게 생각할 겁니다. ‘볼프강의 이름을 내걸면 고객을 끌어올 수 있을 거야. 볼프강 퍽의 식당이라는 것만으로 그들은 줄을 서니까 말이야.' 그러나 그들은 그런 생각이 양날의 검과 같다는 사실을 잊고 있습니다. 제 이름을 내건 식당일수록 고객의 기대가 높아다는 사실 말입니다.”

그의 말이 이어졌다. “그런 기대의 근거는 바로 우수함에 대한 저만의 기준이지요." 그 기준을 요약하면 바로 WELL이 된다. 볼프강Wolfgang, 먹기Eat, 사랑 Love, 인생 Live의 머리글자를 모은 말이다. "언젠가 출연했던 어느 라디오 쇼에서 제가 한 말입니다. 그분들이 저에게 '인생의 모토가 무엇입니까?'라고 물었고, 제가 '인생, 사랑, 먹기 그리고 좋은 와인 마시기'라고 답했죠. 그것이 저의 기준이자 열정이었습니다. 그리고 이제 저희는 그 기준을 바탕으로 가장 신선하고 자연 친화적인 유기농 재료를 사용하고, 지역의 농부와 제철 음식을 중시하며, 인도적 방식으로 기른 동물로만 음식을 만든다는 원칙으로 발전시켰습니다."

나는 거기에 만족하지 않고 계속 추궁했다. “그러면 그런 기준을 충족시키기 위해 프랜차이즈 업체에 뭐라고 말씀하십니까? 새 매장을 열 때마다 사장님들에게 바라는 기대 수준을 말씀하시는 겁니까?"

그는 놀랍다는 표정으로 나를 보며 말했다. “예, 그렇습니다. 그들에게 스토리를 들려줍니다!"

그는 그 스토리를 나에게도 들려주었다. 초창기 프랜차이즈 식당 중 하나인 애틀랜타 매장에 관한 이야기였다. “저는 아마 개점 첫 주간에 그곳에 머무르면서 모든 직원이 기준을 준수하도록 교육하고, 모든 일이 순조롭게 진행되도록 신경을 썼던 것 같습니다. 개점하자마자 가게 앞에는 사람들이 줄을 섰고, 그들 모두 우리가 생각했던 것의 거의 두 배나 되는 돈을 썼습니다. 그래서 저는 '좋아, 다들 잘하고 있구먼'이라고 생각해서 그냥 내버려 두었죠. 그런데 6개월 후 다른 일로 애틀랜타에 간 김에 그곳에 다시 들러 보고는 깜짝 놀라고 말았습니다. 조지아 아쿠아리움의 음식 공급 계약에 입찰하러 갔던 길이었지요.”

볼프강이 잠시 숨을 고른 후 다시 말했다. “제 순서가 돼서 발표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제 말을 듣던 나이 든 양반이 이렇게 말하더군요. 당신네 동네 프랜차이즈 매장 있죠? 거기 문 닫아 버려야 합니다. 열쇠를 문밖에 던지고 잠가 버리세요. 그 매장은 당신의 이름과 어울리지 않아요.” 그 말을 듣고 가만히 있을 수 없어 다음 날 아침 6시에 연락도 없이 가 봤습니다. 역시 샌드위치가 오래되고 말라 있더군요. 상추 겉에는 갈색 반점이 피어 있었고요. 가장 간단한 음식인 시저 샐러드조차 끝이 갈색으로 변해 있는 등 형편없었습니다. 그건 제가 하필 품질이 가장 낮은 음식을 주문했기 때문도 아니었습니다. 그들은 음식 재료를 매일 준비한 게 아니라 사흘에 한 번씩만 마련했던 겁니다. 그편이 더 싸고 편했기 때문이겠죠. 닭을 공급받은 업체도 전혀 예상외의, 바람직하지 못한 곳이었어요. 그 가게는 나와는 전혀 상관없는 매장으로 변해 있었던 겁니다. 정말 당장이라도 프랜차이즈 계약을 끝내 버리고 싶었습니다."

그의 말이 이어졌다. “제 브랜드를 사용하는 모든 매장에 전혀 다른 방식의 자극을 불어넣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제가 왜 새 식당을 개점할 때마다 걱정을 하는지 아십니까? 저는 늘 걱정이 됩니다. 제대로 안 되면 어떻게 하지?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할까? 나는 왜 식당을 또 열려고 하나? 아무도 찾아오지 않으면 어떻게 하지? 그것은 매우매우 어렵고, 굉장히 불안한 마음이 드는 일입니다. 그런데 그런 걱정이 되는 것은 한편으로 매우 좋은 일이기도 합니다.

항상 긴장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제가 한 말은 여러분에게도 똑같이 적용되는 이야기입니다. 개점 첫날에 모든 사람이 얼마나 긴장하는지 다들 아실 겁니다. 직원들은 모두 환한 얼굴로 손님을 대해야 합니다. 음식은 최상의 품질을 유지해야 하고, 서비스 또한 탁월해야 합니다. 평론가들은 아주 사소한 부분까지 짚어 내기 때문입니다. 개점 첫날에는 모두가 최선을 다해야 하고, 모든 일이 제대로 되어야 합니다.”

볼프강이 정의하는 개점 첫날에는 직원과 고객에 대한 태도까지 포함된다. 그래서 그들 모두가 볼프강 퍽의 가족이라고 느낄 수 있어야 했다. 그는 직원 모두가 에너지와 열정을 품어야 그것이 고객에게 그대로 전달되며, 그들은 언제든지 마치 개점 첫날에 찾아온 평론가처럼 식당의 미래에 중요한 존재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 손님의 중요성은 어느 한 식당의 미래뿐만 아니라 기업 전체에도 마찬가지라면서 이렇게 덧붙였다. 미시간에 사는 손님도 애틀랜타 매장에 찾아올 수 있습니다. 그러니 그들을 대할 때, 마치 오늘이 개점 첫날인 것처럼 그리고 그들이 평론가인 것처럼 대해야 합니다. 그들에게 이렇게 말하는 겁니다. 아, 미시간에 사시는군요. 저희 매장은 디트로이트 MGM에도 있답니다. 그 말을 듣고 그 손님이 우리 식당을 찾는다면 아주 기분이 좋을 겁니다. 그것은 두 지역 모두에서 우리에게 좋은 일이 됩니다.”

볼프강은 그들에게 또 이렇게 말했다. "우리 식당에서는 매일이 개점 첫날이 되어야 합니다. 우리는 항상 WELL이라는 우리의 기준을 고수하며, 모든 일을 이 기준에 맞춰야 합니다. 여기에 조금만 못 미쳐도 우리는 망합니다.”

개점 첫날? 아하, 이제 알겠어! 변화에 대한 열정을 직원들 모두가 품었던 것은 아니지만, 볼프강의 애틀랜타 매장 이야기를 들은 사람들은 갑자기 그 속에 담긴 의미를 깨달았고, 행동에 대한 촉구에 응답했다.

볼프강은 이 스토리의 수혜자는 결국 고객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들은 언제 식당에 들러도 음식뿐만 아니라 볼프강 퍽 레스토랑 개점 첫날의 모든 것을 경험하게 된다. 이 스토리는 단지 기준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평론가들이 떠나간 후에도 고객에게 그런 경험을 제공하려면 무엇이 필요한지를 보여 준다. 그들은 개점 첫날의 분위기를 경험하고 음미하며, 다른 사람에게 전하게 된다.

볼프강은 이렇게 말했다. 많은 사람이 광고에 돈을 씁니다. 그러나 우리는 매일 밤 이 스토리에 따라 우리가 아는 사람들을 최선을 다해 대접해 그들이 다시 방문하게 만듭니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그분들에게 광고하는 방법입니다.”

내가 덧붙였다. 그리고 그들은 모두 당신의 스토리를 전하겠죠. 당신이 그들에게 개점 첫날에 방문한 느낌을 선사했으니까요."

그가 수긍했다. “아까도 말했듯이, 누군가 제게 이런 말을 해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볼프강, 그냥 네 이야기를 들려줘, 아주 쉬운 일이야!" (피터 거버 / 『스토리의 기술』 / 라이팅하우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