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과 동물, 인간이 함께 살아가는 소박한 꿈을 품고 고향에 조그마한 목장을 만들었습니다. 그런데 소에게 주려고 쌓아놓은 배합사료를 쥐가 달려들어 어찌나 갉아먹는지 골치가 아플 지경이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길고양이 한 마리가 축사에 들어왔습니다. 축사 옆을 지나다 '찍찍' 대는 쥐
소리를 들었나 봅니다. 축사에 들어서자마자 사료포대 위에서 사방을 두리번거리며, 쥐를 찾는 듯했습니다. 나는 “저 고양이를 잘 길들이면 쥐 피해를 막을 수 있겠구나”하는 생각에 사료포대 옆에 얼른 생선을 갖다 놓았습니다. 그런 다음 종이상자로 편히 쉴 수 있는 집을 만들고, 푹신한 담요도 깔아주었습니다. 나의 정성을 알았는지 그날 이후로 고양이는 '사료 지킴이' 역할을 톡톡히 해냈습니다.
나는 우리 집 식구가 된 기념으로 고양이에게 '단비' 라는 이름을 지어주었습니다. 우리 목장
이름이 '단비목장' 이기도 하고, 앞으로도 가뭄에 단비와 같은 역할을 하라는 뜻이기도 했습니다. 먹이를 줄 때마다 "단비야" 라고 이름을 불러주었더니 지금은 멀리 있다가도 이름을 부르면 “야옹~” 하며 내게로 곧장 달려옵니다.
이 녀석이 또 얼마나 겁이 없는지 송아지가 태어나면 외양간에 들어가 송아지와 장난을 치고 놉니다. 추운 겨울엔 건초더미 속에 굴을 파고 들어가 얼굴만 빼꼼 내밀고 있다가 어미 소가 바닥에 앉으면 살금살금 뒤로 가서 등을 타고 눕기도 합니다. 따뜻한 아랫목에 등을 지지는 것처럼 말입니다. 어미 소도 내치지 않고 등을 내주는 것을 보니 자기 먹이를 지켜주는 단비가 고마운가 봅니다.
오늘도 단비는 컨테이너집 앞에 쪼그리고 앉아 내가 목장에 출근하기만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냉장고에서 먹이를 꺼내들고 축사로 걸어가니 졸졸 따라와 빨리 달라는 듯 바짓가랑이를 물고 뒹굴며 아양을 핍니다.
그 모습이 얼마나 예쁘고 고마운지 나는 행복하기까지 합니다.
오랫동안 송아지를 정성껏 키워 왔듯이 '단비'도 알뜰하게 보살피며 키워야겠습니다.
자식을 아끼고 사랑하는 부모 마음으로…….(박병복 / 『공무원연금』 2019년 8월 호).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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