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이야기

1인1기 2 - 시간은 남아돌고 돈은 부족하다

hope888 2022. 6. 23. 21:20

 

은퇴 전과 은퇴 후 상황이 극적으로 달라지는 경우가 많다. 은퇴 전에는 시간은 부족하고 돈은 많은 데 반해 은퇴 후에는 시간은 남아돌고 돈이 부족하다. 100세 시대는 노후가 길어지기 때문에 이 둘의 낙차를 줄이는 것이 좋다. 이를 위해서는 후자의 'Time Rich, Money Poor'를 바꿔 남는 시간은 인적자본에 투자하고 이를 통해 부족한 돈을 벌충해야 한다.

미디어에 소개되었던 얘기다. 차가 공터에 버려진 지 오래 되어 경찰이 번호를 추적해갔더니 일흔이 훌쩍 넘은 노인이 그때그때 일을 하며 살고 있었다. 얼마 전까지는 아파트 경비를 했는데 그것도 나이가 드니 더 이상 할 수 없어서 지금은 공공근로를 하며 지낸다고 했다. 가족은 어떻게 되었냐고 물어보니 모두 있는데 자신만 나와 있다고 한다. 이렇게 나오게 된 사연이 기구하다. 초등학교 교장으로 퇴직을 하여 형편이 별로 나쁘지도 않았다. 그런데 친구에게 사기를 당한 게 화근이었다. 돈을 수억 원 날린 뒤 아내와 다툼이 잦아졌고, 자신이 너무 못난 것 같아 자책하다가 결국 차 하나 가지고 가출을 해서 아파트 경비 등을 해서 살아왔던 것이다.

50대 초반, 자식들에게 한창 돈이 들어갈 때 퇴직을 해서 버는 게 없으면 돈은 가뭄에 저수지 물 줄어들듯이 빠져버린다. 좋은 학교 나오고 좋은 직장에 들어가서 잘 살고 있다가 퇴직을 조금 빨리 했다는 이유만으로 10년 정도 세월이 지나면 거의 빈곤층으로 떨어져버린다. 그게 아니더라도 은퇴창업, 금융사기, 중대질병, 성인자녀, 황혼이혼 등으로 소득이 떨어져 수명이 다하기도 전에 돈이 모두 바닥나 버리는 '은퇴파산'이 앞당겨지기도 한다.

실제로 고령사회는 소득이 줄어들고 계층 간 소득격차도 확대된다. 미래에셋은퇴연구소의 「2013 은퇴자 가계수입의 이중추락과 양극화」 보고서에 따르면 60대 가구의 평균수입은 282만 원으로 50대 가구의 평균수입 441만 원에 비해 35%나 하락하고 70대 이상의 수입은 154만 원으로 60대에 비해 다시 절반 가까이 축소된다고 한다. 평균소득이 아니라 소득을 높은 순으로 배열하여 중간소득에 해당하는 중위소득을 기준으로 하면 50대 384만 원에서 60대는 215만원, 70대는 95만 원으로 더 가파르게 추락한다.

은퇴자 가구에서는 가계소득이 하락할 뿐 아니라 가계소득의 양극화도 크게 나타난다. 소득 상위 20%의 수입을 하위 20%의 수입으로 나눈 값을 보면 50대는 7.3배인데 60대 이후는 14.6배로 확대된다. 홍석철 교수는 1990~1999년과 2000~2010년으로 나누어서 해당 기간 중에 연령별로 소득이 어떻게 분포되어 있는가를 분석했다. 그 결과 1990년대는 50세 이후 소득 불평등도가 증가했으나 2000년대는 45세를 전후하여 소득 불평등도가 증가했다. 소득격차가 좀 더 빨리 발생한 것이다. 그리고 연령이 높아질수록 불평등도는 증가하는데 1990년대에 비해 2000년대의 불평등도가 더 높게 나타났다. 또한 고령층의 소득 불평등도의 확대로 인해 사회 전체의 소득 불평등도도 확대된다고 보았다.

노인 소득격차를 국제적으로 비교해보면 심각성이 두드러진다. 공공사회연구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65세 이상 노인빈곤율이 49.6%로 두 명 중 한 명이 빈곤에 시달린다. 이 비율은 2006년 43.9%에서 지속적으로 높아지고 있다. 노인 빈곤율은 노인층에서 소득이 중위소득의 절반이 되지 않는 사람들의 비중을 말한다. 이는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평균 12.4%의 4배에 이르는 수준으로 우리나라는 OECD 국가들 중 노인빈곤율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연령대가 높아질수록 빈곤율이 높아지니 노인빈곤율이 전체인구 빈곤율의 약 3.4배에 이른다. 25~64세까지의 빈곤율은 우리나라도 OECD 평균 정도를 차지하지만 65세 이상부터는 노인빈곤율이 OECD 평균의 4배 수준에 이를 정도로 높아진다.

이러한 불평등도는 몇 가지 원인이 있다.

 

첫째, 고령층일수록 취업가구와 미취업가구 간의 소득격차가 더욱 크며, 시간이 지남에 따라 소득격차의 폭이 증가한다. 고령자의 소득은 근로소득, 금융소득, 공적연금과 같은 이전소득으로 구성되는데, 공적연금의 비중이 높지 않는 한 근로소득의 여부에 따라 소득 차이가 난다. 특히 공적이전소득의 비중이 낮고 근로소득의 비중이 높기 때문에 취업 여부가 노후의 소득에 큰 영향을 주는 것이다. 실제 우리나라는 60대 가구의 경우 근로소득과 사업소득이 전체소득의 61%를 차지하며 70대 이상 가구에서는 약 3분의 1을 차지한다. 우리나라 평균 퇴직나이가 53세다. 그러다 보니 소득 불평등의 확대도 45세를 전후하여 비교적 빨리 발생하고 있다. 그리고 불평등도는 분석대상 최고령인 70세까지 지속적으로 증가한다. 빨리 발생하여 오래 지속되는 셈이다.

 

둘째, 기술이 급격히 변하면서 고령층이 부가가치를 벌 수 있는 양질의 일자리가 적다. 그러다 보니 취업자 간에도 임금격차가 커지고, 재취업을 하더라도 임금이 뚝 떨어진다. 50대에 비해 60대 가구는 평균소득이 약 35%가 하락하고 70대 가구는 또 다시 45% 하락한다. 50대에 비해 70대 가구는 대략 65%가 하락하는 셈이다. 퇴직 후 소득절벽이라 할 만하다. 문제는 저소득층일수록 하락률이 더 커져서 50대에 비해 70대는 약 70~75%가 하락한다. 50대에서 60대로의 하락률을 보면 이전소득 등을 제외하고 근로소득과 사업소득만을 기준으로 할 경우 50대 평균 370만 원에서 60대는 171만 원으로 54%가 하락한다.

 

셋째, 수명은 하루가 다르게 길어지고 있지만 조기퇴직자가 많아지는 등 직장은 오히려 더 빨리 그만두어야 한다.

이번에 정년을 60세로 법제화한 게 어느 정도 도움이 되겠지만, 임금피크제와 조기퇴직으로 여전히 불안정한 상황이다. 조기퇴직은 자칫하면 소득하락의 악순환을 가져올 수 있다. 50대 초반에 대기업을 나와서 일을 하지 않고 10년 정도 지내다 보면 생활이 급속하게 악화된다. 이 시기는 자녀 교육비와 결혼비용이 많이 들어가기 때문에 모아두었던 돈도 바닥이 나게 되고 시간이 지날수록 취업도 어렵게 되면서 어느 순간에 빈곤층 대열에 끼게 된다.

무엇보다 은퇴 전보다 은퇴 후가 문제다. 연금의 소득대체율도 높지 않은 상황에서 최소 30년을 살아가야 한다. 한 번의 궤도 이탈이 한순간에 노인빈곤을 가져올 수 있다. 궤도에서 이탈하지 않은 사람과의 격차가 계속 확대되는 구조다.

지금의 노인층은 우리 사회에 공적연금이 완전히 정착되지 않았기 때문에 국민연금을 본격적으로 받게 되는 베이비부머 세대와 다를 수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여전히 저 연금 사회이기 때문에 공적연금만으로 이러한 불균형을 치유하기 어렵다. 미래의 고령사회도 여전히 소득불평등사회가 되는 셈이다.

우리나라 평균 53세에 주된 직장에서 퇴직하지만 그 이후도 70세까지 일을 하는 등 고령자가 일을 오래한다.

OECD 평균에 비해 경제활동참가율이 2.7배가 높다. 그럼에도 노인빈곤율이 높은 이유는 노후연금제도가 아직 취약하고 노후의 일자리가 양질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러한 빈곤율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연금을 철저히 준비하는 것과 동시에 오랫동안 질이 좋은 일자리를 갖도록 해

야 한다. 자신의 일을 하면 건강이 허락하는 한 은퇴가 없다.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인 워런 버핏은 85세이고 앤드루 매케나 맥도날드 회장은 86세이다. 80대 경영인 중 상당수가 앞으로 10년은 더 일할 수 있다고 공언한다. 70대에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그랜드마 모제스는 101세로 세상을 떠날 때까지 그림을 그렸다. 물론 쉽지 않은 일이다. 그래서 기술을 가져야 하고 나에 대한 투자가 필요하다. (김경록 / 『1인 1기』 / 더난출판).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