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란 한 제품을 다른 제품과 구분시켜주는 용어, 상징, 디자인, 이름 등을 말한다. 원래 이 용어는 가축을 구분하려고 한 데서 비롯되었다. 서부영화를 보면 소 엉덩이에 쇠를 벌겋게 달궈 낙인 brand 찍는데 이 행위를 영어로는 'put a brand'라고 한다. 이처럼 브랜드란 쉽게 말해 다른 사람이나 제품, 회사와 구분되는 나만의 정체성이라고 보면 된다. 이제는 기업이나 제품에 정체성이 있듯이 1인 기업도 나만의 정체성을 가져야 한다.
다른 사람들이 나한테 어떤 낙인을 찍어줄지 상상해보자. 필자는 면접을 할 때 종종 별명을 물어보곤 한다. 별명이 있으려면 특징이 있어야 한다. 제너럴 일렉트릭GE의 회장을 지냈던 잭 웰치의 별명은 '중성자탄 책'이었다. 중성자탄은 원자폭탄처럼 열복사선에 의하지 않고 중성자의 방사를 이용하기 때문에 건물은 그냥 투과하고 사람만 살상하는 무서운 무기다. 잭 웰치가 구조조정을 하면 건물은 그대로인데 안에 있는 사람들만 사라지기에 붙은 절묘한 별명이다. 현대그룹의 고 정주영 회장의 별명은 '왕 회장'이었다. 불도저 같은 추진력과 통 큰 결단력, 카리스마를 상징한 듯하다. 이와 같이 별명을 얻으려면 남과 다른 무엇이 나에게 있어야 한다. 일종의 브랜드와 같다. 필자가 면접에서 별명을 물어본 이유는 학창시절 자신의 브랜드가 무엇이었는지 물어본 것이었다.
오늘날 네트워크 사회에서는 브랜드가 더욱 중요하다. 인구 100명 정도 되는 마을이라면 나를 특별히 알리지 않더라도 마을 사람들이 모두 나를 알고 있다. 누구네 강아지가 몇 마리인지도 아는 사회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광범위한 네트워크 사회, 수백만 명이 접속하는 세계에서 사람들은 나의 존재조차 알기 어렵다. 유명 연예인들이 온라인에서 옷을 파는데 언뜻 보면 쉬울 것 같다. 하지만 연예인이 아닌 내가 옷을 팔려고 한다면 온라인상의 수많은 사이트에서 알리는 것 자체가 거의 불가능하다. 그러다가 싸이의 '강남 스타일'처럼 대중적으로 한 번 알려지면 엄청난 파괴력을 발휘한다. 이처럼 네트워크와 브랜드의 결합은 수소폭탄 폭발 과정에서 핵을 융합시키는 것과 마찬가지다. 네트워크 사회에서 1인 기업을 할 때 브랜드가 전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럼, 개인은 브랜드를 어떻게 쌓아가고 관리해야 할까?
1. 정체성과 표현 방법을 생각하자
전문성, 스토리, 철학 등에 근거해서 자신의 닉네임을 만들어보자. 커피를 판다면 내가 커피를 왜 좋아하고 사람들에게 왜 팔려고 하는지를 생각해본다. 내가 커피를 좋아하게 된 스토리를 만들어도 좋다. 그리고 이런 것들을 정리해서 책으로 펴낼 수도 있다. 책은 팔아서 돈을 벌려는 게 아니라 광고하기 위해서다. 누가 자신의 시간을 할애해서 내는 게 아니라 광고하기 위해서다. 누가 자신의 시간을 할애해서 내 책을 읽어주면 그 자체가 고마운 것이다. 책을 펴내지 못한다면 혼자서 글로 정리해보는 것만으로도 좋다. 머리로 생각을 하는 것보다 글로 나타내면 생각이 정리되는 장점이 있다.
2. 고유한 마크나 표시를 가져보자
복장이나 헤어스타일도 좋다. 의외로 효과가 좋다. 연예인 홍석천은 머리를 완전히 깎은 게 브랜드가 되었다. 지금이야 많은 사람들이 깎다 보니 그 효과가 반감되었지만 그가 방송에 처음 나왔을 때만 해도 남들이 별로 하지 않던 행동이었다. 가수 김흥국은 콧수염과 특유의 웃음소리가 브랜드다. 맥아더 스쿨의 정은상 교장은 콧수염을 기르고 항상 모자를 쓰고 다닌다.
3. 스토리를 만들어보자
사람들은 깔끔한 명사로 정리된 문장보다 동사가 많이 들어간 이야기를 잘 기억한다. 미국에 뱅가드vanguard라는 자산운용회사를 잘 정의해주는 것은 이 회사에 얽힌 몇 가지 스토리다. 뱅가드의 창립자이자 회장인 존 보글 J. Bogle은 1987년 미국 주가가 하루 만에 20% 가량 빠질 때 콜센터의 폭주하는 전화를 자신에게 직접 연결하게 한 일로 유명하다. 또 다른 스토리로 뱅가드에는 '스위스 아미 swiss Army 제도‘가 있다. 스위스는 비상시에 일반 시민들이 무기를 들고 모이는 군대 조직을 갖고 있다. 뱅가드는 이를 본떠 중요한 상황이 발생하면 본사에 스위스 국기를 내걸고 임직원이 그 일에 총력을 기울인다. 뱅가드 본사에 스위스 국기가 내걸리면 외부 사람들은 그날 아무리 중요한 점심 약속을 했더라도 당연히 모두 취소되는 걸로 안다. 나는 어떤 스토리를 만들 수 있을까?
4. 일관성과 지속성을 갖자
유행을 좇아 이리저리 변하지 말자. 사람들은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꾸준하게 매진하는 사람을 높이 평가한다.
자기 일에 자부심을 갖는 사람을 좋아하며, 꾸준하게 매진하면서 어려움을 극복한 스토리를 높이 산다. 나만의 브랜드도 일관성을 유지해야 한다. 유행을 좇는 것은 마치 단기 투자를 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자신은 뭔가 발 빠르게 사고팔면서 이익을 얻는 것 같은데 실제로 몇 년 지나서 보면 별로 번 게 없다. 한편 일관된 원칙을 가지고 장기투자를 하면 바보 같은 느낌이 들 때가 있다. 다들 보유한 주식이 안 좋다고 파는데 묵묵히 가지고 있는 자신이 어리석어 보이고 팔고 싶은 유혹도 많이 느낀다. 하지만 세월이 지나고 보면 이러한 행동에 대한 보상이 있다. 대부분 장기투자는 그 과정이 별로 유쾌하지는 않지만 결과는 좋다. 개인 브랜드도 유행에 따라 자주 바꾸면 기분은 좋지만 얻는 것은 없다.
그렇지 않고 자신의 길을 꾸준히 지켜나가면 그 과정은 힘들지만 결과는 좋다.
5. 고객을 좇지 말고 자신의 핵심역량에 집중하자
고객의 다양한 성향을 쫓기 위해 너무 노력하다 보면 마치 토끼몰이를 하면서 사람들의 간격을 너무 넓게 펼친 꼴이 된다. 정작 토끼는 다 빠져나간다. 한정된 자원을 자신의 핵심역량에 투자해야 한다. 이를 통해 자신의 정체성이 견고해지고 경쟁력이 높아지면 고객이 따라오게 된다. 요즘처럼 정보 전달이 빠른 사회에서는 경쟁력만 확고하면 알려진다. 주머니 안의 송곳은 언제든 삐져나오기 마련이라는 낭중지추(囊中之錐)란 말을 생각하자.
6. 장기적 고객관계를 위해 정서적 연계가 필요하다
네트워크라는 온라인 활동만으로 정서적 연계를 얻기는 어렵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적절히 결합할 필요가 있다.
온라인상에서 만난 고객들과 오프라인에서 만나는 행사들을 하면 정서적 유대관계가 강해진다. 그래서 온라인상에서 팟캐스트를 운영하는 사람들이 오프라인 공개강좌나 토론회를 연다. 정치인들도 손이 부르터가며 직접 시민들과 악수를 한다. 나만의 브랜드는 정서적으로 따뜻해야 한다.
7. 작은 일에 최선을 다하자
브랜드는 작은 일에도 훼손되기 쉽다. "공든 탑이 무너진다”는 말은 “공든 브랜드가 무너진다"로 바꾸어도 적절할 것이다. 100개를 잘하다가 하나를 잘못하면 모든 신뢰가 무너진다. 아내는 음식점을 잘 다니다가 한두 번 실망하면 다시는 그곳에 가지 않는다. 몇 년을 즐겨 가던 떡국집이 있었는데 주인이 바뀌고 나서 떡국 국물이 변했다. 아내는 한 번 정도 더 가다가 이제는 다시 가지 않는다. 작지만 단 한 번의 잘못이 오랜 고객을 등 돌리게 만든다. 브랜드란 연예인의 인기 관리와 같다. 작은 일에도 방심하면 안 된다.
8. 나의 브랜드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파악하자
나 자신이 나에 대해 제일 잘 알 것 같지만 정작 다른 사람은 나를 전혀 다르게 보는 경우가 많다. 회사에서는 다면평가라는 것을 한다. 내가 동료를 평가하고 동료가 나를 서로 평가한다. 평가 결과를 보면 흥미롭게도 내가 나를 생각하는 것과 다른 사람이 나를 생각하는 것이 아주 다를 때가 많다. 회사는 직원뿐 아니라 회사 브랜드에 대해서도 정기적으로 조사하고 평가하기도 한다. 그래서 브랜드 정체성이 본래의 의도와 다르게 흘러가고 있지 않은지를 검증하고
브랜드 가치가 훼손되고 있지 않은지도 살펴본다. 이처럼 자신의 개인 브랜드도 평가할 수 있다. 복잡하게 생각하지 말고 주위 사람들에게 물어보거나 블로거에 올라온 글들을 보면 알 수 있다. 평가를 외면하지 말자. (김경록 / 『1인 1기』 / 더난출판).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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