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요술램프의 지니를 기다리며

hope888 2014. 9. 22. 14:22

요술램프의 지니를 기다리며

  동네 뒷산인 만월산에 나 있는 산길을 매일 둘레둘레 걸어가면서 만나는 연두색의 아름다운 빛깔을 자랑하는 숲 속의 포근한 느낌은 마치 엄마의 포근하고 따스한 가슴 속을 노니는 것 같다.

한 시간 정도가 걸리는 만월산의 둘레길은 비교적 쉬운 산책길이라서 노란 옷을 입은 병아리 같은 유치원생들도 선생님의 사랑 속에서 재잘거리며 올라오는 곳이기도 하고, 희끗희끗한 머리의 노부부도 다정하게 이야기를 나누며 걸을 수 있는 곳이다.

나는 산 입구에 들어서면서 자그마한 돌멩이 하나를 산책로에서 찾아들고서 둘레길을 걸어간다. 돌멩이는 손바닥 지압용이면서도 수억 년의 세월을 살아온 자연의 신비로운 아름다움을 창조하신 하나님의 존재하심을 체감하는 도구이기도 하다.

둘레길을 여유롭게 걸어가면서 내가 연주했던 색소폰과 기타(Guitar) 곡들을 들으면서 돌멩이를 자세히 살펴본다. 멋대로 깨어지고 볼품없는 돌멩이이지만 그런 중에도 아름다운 자태와 보기 좋은 은근한 색깔을 찾아볼 수 있다.

무진장 깔린 돌멩이들이 숱한 사람의 발길에 차이며 아파하는 그들 중에서 하루에 한 개씩을 내가 선택하여 먼지를 닦아내고 입김으로 불어서 털어주어 돌멩이의 자존감을 살려주며, 다정한 대화를 함께 나누는 것만으로도 내가 그 돌멩이에 친절을 베푸는 괜찮은 사람인 것 같아서 나 자신이 기분이 좋아지고 내 영혼까지 맑아진다.

처음에는 어색했던 돌멩이라도 한 시간 정도 나와 함께 아름다운 음악을 들으며 새 희망에 부푼 연두색의 산하를 함께 구경하다 보면 끈끈한 동지애를 느낀다. 특히 개똥벌레라는 색소폰 음악은 더욱 내 손에서 숨 쉬고 있는 그 돌멩이의 외로움을 노래하는 것 같아서 몸이 떨리며, 돌멩이와 내가 한 몸이 된 것 같은 환상에 빠지기도 한다.

​ 그 돌멩이는 내 손바닥을 꾹꾹 눌러주며 지압을 해 주어서 건강을 선물하는 고마운 존재가 되고, 나는 억겁의 세월 동안 아무도 눈여겨보지 않아서 외롭던 그 돌멩이에 사랑을 주고 제 몸을 닦아주며 아름다운 음악도 들려주고 친절한 대화도 건네어 주는 내가 무척이나 고마울 것이다.

그 돌멩이로서는 자기에게 사랑을 주는 나에게 램프의 요정 ‘지니’ 같은 능력이 있다면 나에게도 나의 소원을 들어줄 정도로 고마운 존재일 것이다. 그런 발칙한 생각을 하면서 그 돌멩이와 대화를 나누면 정말로 즐겁고 행복하다.

둘레길을 산책하면서 만나는 사람마다 "좋은 아침입니다."라고 웃음 띤 인사를 하면 상대방도 기분 좋은 응답을 한다. 그냥 무시하는 사람은 없다.

좁은 길에서 서로 반대 방향으로 돌다가 만나게 되면 나는 위험한 바깥쪽에 비켜서서 안전하게 상대방이 지나갈 수 있도록 조그마한 친절을 베풀고 있으며, 혹시나 내가 앞지르게 될 때에는 '고맙습니다"라고 인사를 한다.

매일 비슷한 아침 시간에 둘레길을 돌기 때문에 자주 만나는 젊은 청년이 있다. 젊은 나이에 이런 아침에 산에 온다는 것은 보통 일이 아니라서 관심을 많이 가진 것이 사실이다. 처음 봤을 때에 어딘지 모르지만, 몸동작이 어색한 것이 눈에 띄었다. 어디가 아프냐고 물어보고 싶지만, 그에게 상처를 줄 것 같아서 물어보지 못하고 그냥 하루하루 격려의 인사만 하고 지낸다. 열심히 운동하면서 둘레길을 도는 젊은이에게 격려의 손뼉을 쳐 주고 싶다. 그래서 하루속히 건강을 되찾고 희망찬 설계를 하면서 사회의 일원이 되길 기도하는 마음이 된다.

아프리카에는 "우리는 우리의 후손에게서 환경을 빌려 쓰고 있다."는 속담이 있다. 우리 모두 자연을 소중하게 잘 아끼고 사랑해서 아름다운 자연 그대로를 우리 후손들에게 돌려주어야 할 것이다.

인간은 자연에서 태어나 자연의 혜택 속에서 살고 자연으로 돌아간다. 하늘과 땅과 바다와 이 속의 온갖 것들이 우리 모두의 삶과 후손들의 자원임을 똑바로 인식해야 한다.

한 시간 정도의 둘레길을 마무리하면서 지금까지 함께 했던 돌멩이를 더는 사람의 발길에 차이지 않도록 안전한 장소 한쪽에 정성껏 모아 두고 있다.

계속해서 매일 한 개씩 내가 선택하여 닦아 주고 함께 음악을 감상하고, 아름다운 자연을 함께 구경하며 재미있는 대화를 나누었던 돌멩이를 좋은 장소에 함께 모아 두면 하나의 돌무더기가 될 것이다.

그 돌무더기는 나의 손으로 먼지를 닦아서 돌의 체면을 세워주고 관심과 사랑을 나눈 특별한 돌들이라서 내 가족 같은, 내 분신 같은 애틋함이 있을 것이다.

모든 사랑은 관심에서부터 시작되므로, 우리 모두 우리 주변의 사람들, 친구들, 나무들, 들고양이들에게도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자.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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