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인은 풍요로운 생활을 영위하고 있지만, 그 풍요로움으로 인해 특정 질병으로 목숨을 잃어가고 있다.
왕과 왕비처럼 날마다 성찬을 들고 있지만 스스로를 죽이고 있다.
당신 주변에도 심장 질환, 암, 뇌졸중, 알츠하이머병, 비만, 당뇨병을 앓고 있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당신 자신이 이런 질병을 앓고 있을 가능성도 상당히 높고, 이런 질병이 가족 내에 유전되고 있을지도 모른다.
앞에서 보았듯이 이런 질병은 중국의 농촌지역처럼 가공하지 않은 식물성 식품을 먹고사는 전통적인 문화에서는 비교적 드물다. 하지만 이런 사회가 부를 축적하고 육류와 유제품, 정제된 식물성 식품(크래커, 과자, 탄산음료)을 많이 먹기 시작하면서 질병들이 침입하고 있다.
우리가 궁금해 하는 질병 중에 풍요병과 공통점이 많다는 것을 알고 놀랄지도 모른다. 특히 영양소와 관련된 질병이면 더욱 그렇다.
암에만 특별히 좋은 다이어트는 없으며, 마찬가지로 심장질환에 특별한 영향을 미치는 다이어트란 있을 수 없다. 전 세계 과학자들이 발표한 보고서를 보면 암 예방에 좋은 다이어트가 심장질환, 비만, 당뇨, 백내장, 황반변성, 알츠하이머병, 인지 장애, 다발성신경경화증, 골다공증 등 다른 질병 예방에도 좋다. 또한 이러한 다이어트는 유전이나 기질에 관계없이 모든 사람에게 도움을 준다.
이런 질병들은 모두 같은 원인에서 비롯되었다. 병을 만들고 건강을 해치는 해로운 다이어트와 생활양식, 즉 서구식 다이어트다. 이와 반대로 무가공 식품, 식물성 다이어트는 병을 억제하고 건강을 증진시켜준다.
이어지는 장들은 질병에 따라 음식이 어떻게 질병과 관련되어 있는지 보여준다. 다음 장들을 읽다보면 당신은 무가공 식품, 식물성 다이어트가 얼마나 놀라운 효력을 나타내는지 광범위한 과학적 근거에 입을 다물지 못할 것이다. 한 가지 다이어트가 서로 다른 질병에 대해 모두 일관적인 결과를 보여준다는 것이 놀라울 정도다.
미국을 비롯한 서구에서는 다이어트와 건강에 관해 잘못된 생각을 갖고 있으며, 그로 인해 엄청난 대가를 치르고 있다. 가장 안타까운 점은 이에 대해 전혀 의심을 품지 않았던 대중이 엄청난 대가를 치렀다는 것이다. 이 책은 이런 잘못된 점을 바로 잡으려는 노력의 결실이다. 심장질환에서 암까지, 비만에서 실명에 이르기까지 최적의 건강을 위해 지금까지 해오던 것보다 더 나은 길이 있다.
1. 심장질환
가슴에 손을 얹고 심장박동이 느껴지는 부위를 찾아보라. 심장박동은 당신이 존재하고 있다는 신호다. 심장은 당신이 살아 있는 동안 쉬지 않고 일한다. 평균 수명만큼 산다고 가정할 때 심장은 일생 동안 약 30억 번을 뛴다.
잠시 시간을 내서 이런 생각을 해보자. 지금 이 글을 읽는 중에도 약 1명의 미국인은 심장의 동맥이 막히고, 혈류가 끊기고, 조직과 세포가 파괴되는 과정을 겪고 있다. 이것은 심장마비라고 알려져 있다.
당신이 한 페이지를 다 읽을 무렵이면 4명의 미국인이 심장마비를 일으키고, 또 다른 4명은 뇌졸중이나 심부전의 희생자가 될 것이다.
하루 24시간이 지나는 동안 3,000명의 미국인이 심장마비를 당할 것이다. 이 수치는 2001년 9월 11일 테러리스트 공격으로 목숨을 잃은 사람 수와 맞먹는다.
심장은 생명의 중심이지만 죽음의 전주곡이 되기도 한다. 심장이나 순환계의 기능 부전은 미국인의 10퍼센트를 죽음으로 몰아넣는다. 다른 사고나 암으로 목숨을 잃는 사람들보다 높은 비율이다. 심장 질환은 거의 백 년 동안 가장 높은 사망원인이었다. 이 질병은 성이나 인종을 가리지 않고 모든 사람들에게 덮친다.
심장 질환과 유방암 중 어느 것이 무섭냐고 묻는다면 많은 여자들은 거의 의심 없이 유방암이라고 대답한다. 하지만 그들은 잘못 알고 있다. 심장질환으로 인한 여성 사망률은 유방암으로 인한 사망률보다 8배나 높다. 미국을 대표하는 게임이 야구라면, 미국의 디저트는 애플파이고, 미국의 질병은 심장병이다.
1) 한국전쟁에서 전사한 군인들의 의료 보고서
1950년 6월 25일, 북한이 남한을 침공했다. 미국 행정부는 경악을 금치 못했지만 재빨리 반응했다. 트루먼 대통령은 북한군을 격퇴하기 위해 지상군을 파견하고 하늘에는 폭격기를 투입했다. 3년 후인 1953년 7월, 공식적인 정전협정이 이루어졌고 한국전쟁은 끝이 났다. 이 전쟁으로 3만 명이 넘는 미군이 전쟁터에서 목숨을 잃었다.
전쟁이 끝난 후 획기적인 연구 결과가 미국의학협회지에 발표되었다. 군 의료관들이 한국에서 전쟁 중에 죽은 군인 300명의 심장을 조사한 결과였다. 군인들의 연령은 평균 22세였고 심장에 문제가 있다는 진단을 받은 적이 없었다. 하지만 심장을 절개했을 때 많은 군인들에게서 놀라운 질병의 증거를 발견했다. 300명의 군인 가운데 77.3퍼센트가 심장질환의 확실한 증거를 보인 것이다.
77.3퍼센트라는 숫자는 놀라웠다. 그 연구로 인해 심장질환이 전 생애에 걸쳐 발병한다는 사실이 분명하게 밝히겠다. 다시 말해 거의 모든 사람들이 걸릴 수 있는 질병이었다! 병사들은 움직이지 않고 소파에 앉아 텔레비전만 보는 사람들이 아니었다. 그들은 신체적으로 최고의 상태에 있는 사람들이었다. 그 이후 심장질환이 젊은 미국인에게도 만연해 있다는 것을 확인하기 위한 몇몇 후속 연구가 이루어 졌다.
2) 왜 심장마비를 일으킬까?
그러면 심장질환이란 무엇일까? 심장질환을 일으키는 핵심적인 요소는 플라그(plaque)다. 플라그는 관상동맥의 벽에 쌓인 단백질, 지방(콜레스테롤을 포함하여), 면역계 세포로 이루어진 기름진 층이다. 어떤 외과의사에게 들은 바에 의하면 플라그가 낀 동맥을 손가락으로 문지르면 따뜻한 치즈케이크를 만지는 느낌과 비슷하다고 한다.
관상동맥에 플라그가 쌓였다면 어느 정도 심장질환을 갖고 있다는 말이다. 한국에서 전사한 군인들을 부검한 결과 20명중 1명이 동맥의 90퍼센트가 막힐 만큼 플라그로 덮여 있었다. 이런 상태는 중간이 꼬여 물이 방울방울 떨어지는 호스로 바짝 마른 정원에 물을 주려고 하는 꼴과 마찬가지다.
왜 병사들은 진즉 심장마비에 걸리지 않았을까? 겨우 동맥의 10퍼센트밖에 열려 있지 않았음에도 말이다. 어떻게 그 정도로 충분히 기능할 수 있었을까? 수년에 걸쳐 동맥 안쪽 벽에 플라그가 천천히 쌓이다 보면 혈류가 적응할 시간을 갖게 된다. 동맥의 혈액 흐름을 급류가 흐르는 강이라고 생각해 보라.
동맥 내벽에 플라그가 축적되는 것처럼 몇 년에 걸쳐 강 둑 안쪽에 돌 몇 개를 넣는다면 물은 다른 길을 찾을 것이다. 강이 돌 위로 작은 물줄기를 몇 개 형성할지도 모른다. 돌 아래 작은 터널을 뚫어 그 아래로 흐를지도 모르며 옆에 있는 작은 물줄기를 통해 흐를지도 모른다.
돌 주변이나 그 사이를 통해 새롭게 만들어진 작은 통로를 측부 혈류라고 부른다. 심장에서도 같은 일이 일어난다. 플라그가 몇 년 동안 축적되다보면 심장 전체로 피가 흐를 만큼 충분한 측부 혈류가 생긴다. 그러나 플라그가 많이 쌓이면 혈류에 심각한 제한이 생기고 몸을 쇠약하게 하는 흉통, 협심증이 일어난다. 하지만 플라그 축적이 심장마비로 이어지는 경우는 드물다.
그러면 무엇이 심장마비에 이르게 할까? 동맥의 50퍼센트 미만을 차단하는 경미한 플라그들이 쌓이면서 심장마비를 일으키는 것으로 드러났다. 플라그에는 캡(cap)이라 불리는 세포층이 있어 이것이 플라그를 혈류에서 분리시킨다. 캡이 약하고 얇으면 위험한 플라그가 된다. 혈액이 빠르게 지나면서 같이 마모되어 결국엔 파열될 수 있기 때문이다.
캡이 터지면 플라그의 내용물이 혈액과 섞이게 되고 혈액이 파열된 곳 주변으로 응고되기 시작한다. 피딱지가 커져서 전체 동맥을 막아버릴 수 있다. 동맥이 짧은 시간 동안 차단되면 측부 혈류가 형성될 시간적인 여유가 없어진다.
이런 일이 발생하면 파열된 아래 부분으로 흐르는 혈류는 감소되고 심장근육은 필요한 산소를 얻을 수 없게 된다. 이 시점에서 심장 근육 세포가 죽기 시작하고 펌프 작용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흉부에 극심한 통증을 느끼게 되고, 살을 에는 통증이 팔과 목, 그리고 턱으로 확장된다. 이런 사람들은 짧은 시간에 목숨을 잃게 된다. 이것이 매년 미국에서 110만 명의 사람들에게서 심장마비가 일어나는 과정이다. 심장마비를 당한 사람 가운데 3분의 1은 목숨을 잃는다.
동맥의 50퍼센트 미만을 차단하는 중간 정도의 플라그가 가장 치명적이다. 그러면 언제 심장마비를 일으킬지 알 수 있을까? 안타까운 일이지만 현재 기술로는 그런 예측이 불가능하다.
어떤 플라그가 언제, 얼마나 심하게 파열될지 모른다. 예전에는 가장 젊었던 사람들의 목숨을 앗아갔던 죽음의 원인이 지금은 과학으로 밝혀지고 있다. 그런 연구 가운데 가장 큰 영향력을 미쳤던 연구는 프래밍햄 심장 연구(Framingham Heart Study) 였다.
3) 콜레스테롤과 혈압을 낮춰라
제2차 세계대전 후에 국립심장연구소(NHI)가 얼마 되지 않는 예산으로 설립되었다. 과학자들은 심장 동맥 안에 쌓인 기름투성이 플라그가 콜레스테롤, 인지질, 지방산으로 되어 있다는 사실은 알았지만 플라그가 왜 생기고, 어떻게 심장마비로 이어지는지 잘 몰랐다. 그 답을 찾기 위해 국립심장연구소는 한 집단을 몇 년에 걸쳐 추적 조사하기로 했다. 과학자들은 매사추세츠 프래밍햄으로 향했다.
보스턴 외곽에 위치한 프래밍햄은 미국 역사에 자주 등장했다. 유럽인 이주자들이 17세기 이 땅에 처음으로 거주하기 시작한 이래 도시는 혁명전쟁, 살렘 마녀 재판과 노예해방 운동에서 중심적인 역할을 했다. 1948년 이 마을은 다시 의미를 띠게 되었다. 프래밍햄의 거주민 5,000명이 몇 년 동안이나 과학자들의 괴롭힘을 당하기로 작정한 것이다.
그 연구를 통해서 많은 것이 밝혀졌다. 누가 심장질환에 걸리고 그렇지 않은지 의료 기록을 비교한 결과 콜레스테롤, 혈압, 신체 활동, 흡연, 비만과 같은 위험 요소를 알아냈다. 프래밍햄 연구 덕분에 이런 위험 요소가 심장질환 유발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을 알아냈다. 그 후 수년 동안 의사들은 심장질환의 위험이 있는 사람들을 구별하는 데 프래밍햄 예측 모델을 사용했다. 이 연구를 통해 1,000편 이상의 논문이 발표되었고 오늘날까지도 연구가 지속되고 있다.
프래밍햄 연구에서 가장 빛나는 보석은 혈중 콜레스테롤에 관한 것이었다. 1961년 연구자들은 높은 혈중 콜레스테롤과 심장질환 사이에 강한 상관관계가 있음을 밝혀냈다. 연구자들은 콜레스테롤 수치가 244mg/dL 이상인 남자들이 210mg/dL이하인 남자들보다 관상동맥질환 발생율이 3배나 높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콜레스테롤 수치는 심장질환의 중요한 변수로 떠올랐다.
고혈압 역시 심장질환의 중요한 위험 요소임이 밝혀졌다.
연구가 시작되었을 당시만 해도 대부분의 의사들이 심장질환은 인체가 노화되는 데 따른 불가피한 질병으로 믿었다. 심장은 자동차 엔진과 같아서 나이를 먹을수록 부품들이 잘 작동하지 않고 아예 기능을 잃어버리는 일도 생긴다. 하지만 위험 요소를 측정하여 미리 예측할 수 있다는 것이 밝혀지면서 심장질환도 예방 가능하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연구자들은 이렇게 말했다. “예방 프로그램이 반드시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혈중 콜레스테롤과 혈압을 낮추는 것만으로 심장질환의 위험을 예방할 수 있다.”
4) 시대를 앞서가는 연구
심장질환이 무엇인지 알고 있으며, 위험성을 높이는 요소도 알고 있다. 하지만 일단 심장병에 걸리면 어떻게 해야 할까? 프래밍햄 심장연구가 시작되었을 때 이미 의사들은 예방보다 치료에 중점을 두고 있었다. 이런 연구자들은 시대를 앞서가고 있었다. 기술이 뒤따르지 못한 상황에서 가장 혁신적이고 성공적인 프로그램을 활용하려고 했기 때문이다. 즉 나이프와 포크였다.
의사들은 당시 진행되던 연구를 주목했고 누가 봐도 상식적인 연관성을 찾아냈다. 그들은 다음과 같은 사실을 깨달았다.
- 지방과 콜레스테롤의 과다섭취는 동맥경화증을 유발했다.
- 음식에 들어 있는 지방을 먹으면 혈중 콜레스테롤이 증가한다.
- 높은 혈중 콜레스테롤은 심장질환의 원인이 될 수 있다.
- 전 세계 인구의 대부분은 심장질환이 없으며, 지방과 콜레스테롤이 적은 식생활을 한다.
따라서 의사들은 지방과 콜레스테롤을 덜 먹도록 해서 심장질환을 회복시켜보고자 했다. 가장 진보적인 의사 중 한사람은 로스엔젤레스의 레스터 모리슨(Lester Morison)이었다. 그는 심장 질환을 치료하지는 못했지만 식이요법처럼 간단한 방법으로 질병의 진행과정을 바꿀 수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심지어 심장마비를 일으켰을 정도로 심각한 환자들에게도 효과가 있었다.
당시 다른 연구 집단도 이와 유사한 결과를 얻었다. 북부 캘리포니아에 있는 의사들이 심장질환이 있는 환자들에게 저지방 저콜레스테롤 다이어트를 하게 했다. 그 결과 저지방 저콜레스테롤 음식을 먹은 환자들은 그렇지 않은 환자들보다 4배나 오래 살았다.
심장질환은 노화의 불가피한 결과가 아니며 병이 진행되었더라도 저지방 저콜레스테롤 다이어트로 수명을 크게 연장시킬 수 있다. 이런 새로운 견해를 토대로 다이어트에 대한 논의는 모두 지방과 콜레스테롤에 초점이 맞추어 졌다.
연구에 의하면 동물성 단백질을 많이 먹을수록 심장질환에 많이 걸린다. 또한 수십 개의 연구들이 쥐, 토끼, 돼지에게 동물성 단백질을 투여하면 콜레스테롤 수치가 극적으로 증가하는 반면, 식물성 단백질을 먹이면 콜레스테롤 수치가 내려간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런 결과는 인간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그대로 나타났을 뿐만 아니라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는 데 있어 식물성 단백질을 먹는 것이 큰 효과를 낸다는 것도 밝혀졌다.
하지만 그 누구도 동물성 단백질을 지적하는 사람은 없었다. 다이어트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것만도 과학자들에게는 부담스러운 일이었다. 다이어트로 심장질환을 예방한다는 것은 매우 위험한 생각이었다. 그 말에는 오랜 세월 고기 위주의 식생활이 사실은 아주 나쁜 것이어서 우리 심장을 파괴하고 있다는 암시가 담겨져 있기 때문이었다. (콜린 캠벨 · 토마스 캠벨 지음 / 『건강·음식·질병에 관한 오해와 진실』 / 열린과학).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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