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몸이 되살아나는 장습관 3 - 내 몸을 망치는 음식

hope888 2022. 4. 28. 10:38

과거에는 인간의 평균 수명이 짧았고, 영유아 사망률이 높았다.

사망의 주된 원인은 감염이었다. 마을에 역병이 돌아 많은 사람들이 죽었던 조선시대의 기록들을 살펴보면 대부분 원인이 수인성 전염병이나 천연두 등의 감염성 질환이었다. 이는 문명이 발달한 유럽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산업과 문명이 발달함에 따라 감염성 질환은 줄고, 생활습관으로 인한 성인병이 늘고 있다. 식생활은 뇌와 심장혈관 질환의 원인이 되는 성인병(대사증후군) 아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실제로 대사증후군 환자 중 상당수가 잘못된 식습관을 가지고 있다.

예를 들면, 과식이나 폭식, 짜거나 단 음식, 동물성 지방 함량이 높은 음식, 폭음과 흡연, 운동 부족, 불규칙한 생활 등으로 생체리듬이 깨진 것들이 해당된다. 그리고 이들은 대부분 복부 비만이며, 공복시 혈당 장애나 고혈압 등을 동반하고 있다.

서울대학교 약학대학장을 역임했던 홍문화 서울대 명예교수는 일반인들을 위한 건강전도사이기도 했다. 저서에서도 대사증후군인 사람들의 특징을 정리했는데 그 특징은 다음과 같다.

 

아침을 먹지 않는다(종일 식욕이 왕성해 하루 전체 칼로리 섭취량이 많아진다.

음식을 빨리 먹는다.

저녁을 푸짐하게 먹는다.

당질(과자, 음료수나 과일)이나 동물성 지방을 많이 먹는다.

섬유질을 적게 먹는다.

 

아마도 다들 끄덕이면서 읽지 않았을까 싶다. 건강한 식습관이 몸에 좋다는 것은 모두가 알고 있다. 그렇다면 대체 건강한 식습관이라는 건 무엇일까? 이번 파트에서는 의학적으로 건강한 식사는 무엇이고 몸에 좋은 먹거리에는 어떤 것이 있는지 살펴보려 한다.

 

1. 내 몸을 망치는 음식 - 수명을 갉아먹는 패스트푸드

 

바쁜 직장인들에게 합리적인 가격으로 한 끼를 해결해주는 패스트푸드는 정말 고마운 존재다. 그러나 패스트푸드에는 단백질, 비타민, 미네랄이 거의 없으며 지방과 나트륨이 많다.

이렇게 칼로리가 높으면서 당 혹은 지방의 함량이 많고 섬유소와 영양소의 함유가 적은 음식을 '정크푸드'라고 한다. 이는 1972년 미국 공익과학센터의 책임자인 마이클 제이콥슨이 건강한 음식에 대한 운동을 하면서 처음 사용한 단어로 이후 널리 알려졌다. 정크푸드는 패스트푸드와 비슷한 의미이지만 조금 더 부정적인 의미를 지닌다. 또한 정크푸드는 포화 지방으로 조리된 고기와 같은 음식을 의미할 수도 있다. 햄버거, 피자, 튀김, 치킨 등의 음식을 일반적으로 정크푸드라고 한다. 건강식에 비해 패스트푸드에는 설탕, 인공 감미료, 나트륨, 포화지방, 트랜스지방, 오메가6지방산, 글루텐, 적색육, 가공육 등이 상대적으로 많이 포함돼 있는데, 이들은 비만과 염증을 일으키는 요소들로 건강에 악영향을 미친다. 마일러스 박사는 패스트푸드의 구성이 장 건강과 면역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 조사했다. 과량의 단순당은 백혈구의 식균 작용을 감소시키고 염증성 사이토카인을 증가시키며 인공 감미료, 소금, 포화지방, 오메가6 지방산 등은 우리 몸에 염증을 유발해 자가면역질환을 유발한다.

패스트푸드를 지속적으로 먹으면 장내 미생물의 균형이 깨지며, 장내 염증반응을 유발하고, 장의 벽을 느슨하게 만들어 결과적으로 염증, 알레르기, 감염, 암에 취약해진다. 요약하면 패스트푸드는 비만, 거식증, 폭식증, 장내 미생물 불균형, 만성 염증, 음식 알레르기 등 다양한 병과 관련이 있다.

패스트푸드는 특히 대사적으로 문제가 있는 사람들에게 더 위협적이다. 워싱턴의대 클레인 박사 연구팀은 비만인 사람들을 대사적으로 정상인 비만군과 대사적으로 문제가 있는 비만으로 나눠 패스트푸드를 매일 1,000kcal씩 더 먹도록 했다. 두 군 모두 체중과 체지방이 증가했으나, 체중 증가 정도는 다르게 나타났다. 대사적으로 문제가 있는 비만군에서는 간, 골격근 및 지방 조직의 인슐린 감수성이 악화됐다. 또한 초저밀도지질단백질 very low dersity lipoprotein, VLDL. 중 하나인 ApoB100 단백질의 농도와 분비가 대사적으로 문제가 있는 비만군에서 증가했지만, 대사적으로 정상인 비만군에서는 증가하지 않았다.

패스트푸드는 비만을 유발할 뿐 아니라 일상생활의 무기력을 초래한다. 이는 실험을 통해서도 밝혀졌다. 비정제 식이(건강식과 비슷)와 정제 식이(인스턴트 음식과 비슷)를 쥐에게 6개월 먹었을 때 행동 변화를 확인했다. 정제 식이를 먹은 쥐들은 체중이 더 많이 증가했으며, 물을 적게 마시며 긴 휴식을 반복했다.

임신이나 수유 중에는 특히 정크푸드를 먹어선 안 된다. 임신이나 수유 중에 부모가 정크푸드를 먹은 경우, 자식 역시 정크푸드를 선호하며 체중과 체질량지수가 그렇지 않은 부모에게서 나온 자식보다 높았다. 정크푸드는 장내 미생물 균총의 균형을 깨트려 중요한 발달시기에 감염, 자가 면역, 알레르기와 적절하게 싸우는 방법을 제대로 익힐 수 없게 만든다.

 

2. 빵이 장건강에 좋지 않은 이유

 

쌀과 밀의 영양학적 차이는 크게 2가지가 있다. 하나는 당지수Glycemic Index, G1 이고 하나는 단백질 함량이다. 밀가루는 쌀가루보다 당지수가 높다. 당지수는 음식 섭취 시 체내 혈당이 얼마나 빨리 증가하는지를 나타내는 지수 중 하나다. 당지수가 높은 식품은 대부분 체내 인슐린 분비량을 증가시켜 비만을 초래한다. 또 쌀가루와 다르게 밀가루에는 음식의 쫄깃함을 담당하는 단백질 성분인 글루텐이 들어있다. 물론 쌀가루에도 단백질이 있지만(쌀가루 100g당 약 6g), 밀가루에는 약 2배 이상의 단백질이 존재한다(밀가루 100g9g(박력분)~13g(강력분)), 단백질 함류량이 높은 밀가루는 글루텐에 민감한 사람들에게 알레르기를 유발해 두드러기, 설사, 체중 감소, 심리적 장애 등을 일으킬 수 있다.

이러한 밀가루 음식의 특징을 개선하기 위해 정제된 하얀 밀가루 외에 다른 식재료를 첨가한 빵이 등장하고 있다. 통곡물 식빵, 밤 식빵 등이 그 예다. 밀가루 정제 과정에서 섬유질이 풍부하게 들어있는 껍질 부분(밀기울)과 비타민, 무기질이 많이 함유된 배아 부분이 제거된다. 껍질과 배아를 제거하지 않은 통곡물 등을 사용하면 다양한 식감을 표현할 수 있고, 통곡물의 식이섬유가 당지수를 낮춰 혈당 상승과 비만을 예방하는 데 도움을 준다. 간혹 빵에 엽산과 같은 영양소를 첨가하기도 한다. 또한 쌀가루와 밀가루를 섞어서 글루텐 함량을 낮춘 빵을 만들기도 한다.

규칙적인 운동과 식사 조절을 하는데도 체중 감량이 잘 안 되는 경우가 있다. 이 경우 대개는 밀가루 음식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특히 밀가루 음식에는 맛과 모양을 위해 여러 가지 다양한 것들(초콜릿이나 휘핑크림 등)이 추가되기 때문에 칼로리가 높다.

하지만 빵도 건강하게 먹는 방법이 존재한다. 통곡물이나 발아곡물을 이용한 빵을 선택하거나, 베이킹 파우더 등을 사용하지 않고 천연 발효한 빵을 선택한다면 보다 건강하게 먹을 수 있다. 천연 발효 빵 중 하나인 사우어도우(시큼한 맛이 나는 반죽)는 대개 호밀 등의 통곡물을 이용해 만든다. 통곡물 안에 있는 피트산은 가스를 유발하여 복부팽만이나 복통 등을 야기할 수 있지만 사우어도우의 피타아제(유산균)는 피트산을 중화시켜 소화를 용이하게 한다. 뿐만 아니라 사우어도우 발효에 사용되는 젖산균의 부산물은 복부팽만감을 감소시키기도 한다. 또한 사우어도우로 만든 빵은 당지수가 비교적 낮아 당뇨 예방에도 좋다. 빵을 선택하기 위해 재료를 꼼꼼히 확인한다면 장 건강도 지키고 좋아하는 빵도 편하게 먹을 수 있다.

 

3. 거의 모든 음식에 있는 글루텐

 

글루텐이란 밀가루, 보리(맥주, 귀리 등) 등 곡류에 들어있는 불용성 단백질을 일컫는다. 글루텐은 쫄깃한 식감을 내며 뇌와 입을 즐겁게 하는 성분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가 흔히 즐겨 먹는 빵, 국수, 파스타, 피자 등에 들어있으며, 글루텐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들이 이를 먹으면 소화 장애, 아토피 증상이 발생하기도 한다. 글루텐 알레르기가 있다면, 과자, , 면류, 튀긴 음식(탕수육, 튀김, 부침개) 등을 피하고 미원, 조미료, 간장, 맥주 등도 먹지 않아야 한다.

쌀이 주식인 아시아권에서는 글루텐 알레르기로 인한 셀리악 병이 드물기 때문에 글루텐 알레르기의 심각성을 잘 이해하지 못한다. 글루텐 알레르기의 증상은 복부팽만, 설사, 변비 등이다. 과민성대장증후군과 증상이 매우 흡사하다. 심지어 소화기내과 교수들도 이러한 증상을 보고 글루텐과 관련 있다는 것을 상상 못하는 경우가 있다.

우리나라의 밀 소비량은 점차 늘고 있다. 196533만 톤(1인당 11.5kg)이었지만, 20161923,000(1인당 33.2kg)으로 1인당 소비량 기준 3배 정도 증가했다. 글루텐 알레르기 환자 역시 증가하는 추세다. 글루텐 알레르기 증상에는 철분 부족형 빈혈, 기타 빈혈, 거식증, 체중 감소, 복부팽만, 구토, 설사, 작은 키, 성장부전, 간 효소 증가, 만성피로, 변비, 불규칙적인 배변활동 등이 있다. 사람에 따라 다르지만 성인은 10g 정도의 밀가루(0.9~1.3g 단백질)에 노출 되면 알레르기 반응이 생기지만, 어린이는 8~10g 미만의 밀가루에 노출돼도 알레르기 반응이 생긴다. 일반적인 빵 한 덩이에는 3g의 단백질이 함유돼 있으므로, 성인 어른이 빵의 1/3 정도를 먹는 것은 괜찮다고 생각할 수 있다. 이는 개인차가 매우 커서 정확하게 어느 정도 밀가루를 섭취해야 하는지 일률적으로 말할 수 없다.

실제 글루텐 알레르기 환자의 경험담을 소개하고자 한다.

 

글루텐 알레르기 중에도 질병 단계인 셀리악Celiac Sprue 진단을 처음 받은 것은 2005년 여름이었다. 미국에 있던 어느 날, 나는 대변을 보았다고 생각했지만 변기 안에는 선홍색 피로 가득했다.

병원에 갔을 때 의사는 내 윗배를 꾹꾹 누르면서 "여기는 아프지 않으세요?"라고 물었다. 통증은 아니었지만 나는 늘 복부팽만감이 있었고 식사 후 소화가 잘 안 되는 느낌도 자주 받았다.

결국 대장내시경과 조직검사 결과, 셀리악을 진단받았다. 의사는 글루텐 프리 음식을 먹어야 한다고 말했다. 글루텐 알레르기는 한 번 나타나면 평생 가지만, 음식만 조심한다면 증상과 고통은 없다고도 했다. 하지만 이런 자각 증상이 없다고 글루텐 알레르기가 치료된 것은 아니기 때문에 다시 글루텐 함유 식품을 섭취했을 때에는 알레르기뿐만 아니라 1,000명 중 1명 꼴로 대장암에 걸릴 수 있다고 의사는 말했다. 특히 셀리악을 진단받은 나는 조금의 글루텐이라도 먹어선 안 된다고 했다. 그것이 처방의 전부였다.

처음에는 어떤 음식에 글루텐이 함유돼 있는지 몰랐다. 밀가루에만 있는 줄 알았던 글루텐은 보리와 귀리에도 있었다. 결국 나는 빵과 과자, 피자, 파스타는 물론 간장이나 된장도 먹으면 안 되는 사실을 깨달았다. 미국에서는 130명 중 1명이 글루텐 알레르기 환자일 정도로 흔한 질병이다. 글루텐 프리 식료품점도 있고, 마트에도 글루텐 프리 구역이 존재한다. 하지만 한국에서 글루텐 프리 식품을 구매하거나 메뉴를 선택하는 것은 매우 힘든 일이다. 대부분의 한국 음식에는 간장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내가 조심하던 음식 몇 가지가 있다. 가장 우선적으로 밀가루 음식이다. , 국수, 과자는 물론 쌀국수나 메밀국수도 먹으면 안 된다. , 100%로 만든 간장이 아니라면 시판용 간장은 소맥()을 함유하고 있기 때문에 음식점에서 파는 찌개, , 나물, 조림, 볶음, 찜 등 대부분의 음식을 먹는 것이 불가능하다. 밀가루와 엿기름(보리)이 들어간 고추장, 된장을 사용한 음식 역시 피해야 하는 음식 중 하나다. 영양소가 강화된(비타민, 칼슘 강화 등) 우유에도 소맥이 들어있다. 아이스크림이나 음료수에 들어간 인공 향신료와 자연 향신료에도 소맥이 들어간다. 쌀로 만든 빵도 조심해야 한다. 쌀가루만을 이용한 빵은 끈기가 없기 때문에 대부분 인공적으로 글루텐을 섞는다.

 

4. 설탕보다 더 위험한 액상과당

 

대부분의 사람이 '단맛'이라 하면 떠올리는 것은 설탕이지만 그런 설탕만큼이나 많이 사용되는 것이 바로 과당이다. 과당은 포도당이나 설탕보다 단맛이 1.5배 정도 강하다. 주로 액상과당이 함유된 가공식품과 음료 혹은 요리할 때 사용하는 요리당의 형태로 접한다. 과당은 설탕이 분해되면 포도당과 함께 생성되는 단순당이다. 따라서 설탕과 달리 포도당과 과당은 추가적인 분해 과정이 필요하지 않아 체내 흡수가 빠르다.

식품 가공 중 하얀 가루 형태로 결정화되는 단점 때문에 과당은 직접 감미료로 사용되지 않았다. 그러나 고과당 옥수수 시럽의 기술 개발에 의해 현재 세계 각국의 식품 감미료로 널리 사용되고 있다. 한국인의 하루 평균 총 당류 섭취량은 73.6g이고, 가공식품에서 56.8%를 섭취한다(2016년 기준). 특히 가당 음료는 첨가당 섭취의 가장 큰 원인이다. 그렇다면 과당은 왜 우리 몸에 좋지 않을까?

동물실험 결과에 근거하나 액상과당이 설탕보다 건강에 좋지 않다고 알려져 있다. 액상과당은 단당류의 형태로 비교적 빠른 시간 내에 흡수되고 체내에 이용된다. 과당은 포도당보다 중성지방의 증가와 초저밀도지단백질의 증가를 초래한다. 혈액 내에서 초저밀도 지단백질은 나쁜 콜레스테롤로 알려진 LDL 콜레스테롤로 전환된다. 따라서 액상과당을 많이 먹으면 인슐린 저항성과 당뇨병의 위험이 증가하며, 고지혈증을 촉진시키고 궁극적으론 지방간과 심혈관 질환 같은 병에 걸릴 확률이 높아진다.

뿐만 아니라 체내의 음식물 섭취 조절 기전을 방해하여 비만을 유발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주위 마트에서 판매되는 음료를 많이 먹으면 비만과 여러 질환에 걸릴 확률이 높아진다. 실제로 한 연구에서 하루 섭취 열량의 25%를 액상과당으로 먹었더니 2주 후 심혈관계 질환 위험인자가 증가했고, 10% 이상을 액상과당으로 먹은 경우 각종 장 질환의 위험이 증가했다. (김남규 / 몸이 되살아나는 장습관/ 매일경제신문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