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이야기

‘싸움에 진 개’의 기준은 엄격하다

hope888 2022. 5. 25. 17:40

 

 
  

사카이 준코 씨가 쓴 『결혼의 재발견』이라는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결혼해서 아이를 낳은 여성을 승자, 35세가 넘어 결혼도 하지 않고 아이도 없는 여성을 '싸움에 진개'로 표현했는데, 그 총대장격인 나로서는 그 뻔뻔함 같은 것이 아주 재밌었다. 동시에 예전에 비해 여성에게 여러 선택지가 주어지는 데도 미혼에 아이가 없는 여성이 왜 주눅 들어야 하는지 이해가 잘 되지 않았다.

이 책이 출판되고 난 후에는 "싸움에 진 개예요."라는 말을 들으면 다른 말을 하지 않아도 그 여성의 현재 상황을 대충 알 수 있었다. 이 '싸움에 진 개들은 그렇게 말하면서 '흐흐흐‘ 하고 웃었다. 그녀들은 절대 결혼도 하지 않고 아이도 낳지 않겠다고 굳은 결의를 한 것이 아니라 이런저런 사정과 타이밍의 문제로 현재의 상황이 된 것이다.

본인은 너무 결혼도 하고 싶고 아이도 가지고 싶어서 초조한데 ‘싸움에 진 개'라고 불린다면 화가 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현재 자신의 생활에 나름대로 만족하는 여성들은 그렇게 불려도 재미있어 하는 것처럼 보였다.

어느 날 '싸움에 진 개'가 동료 '개' 친구에 대해서 말했다.

"다섯 살 연상 남자친구가 생겼어요. 손잡고 걷는 걸 제가 두 번이나 봤어요."

그 남자친구는 거래처 직원으로 사내 직원들도 그 둘의 모습을 가끔 목격했다고 한다. 나이가 나이인 만큼 둘이 결혼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소문이 돈다고 한다.

그 이야기를 듣고 내가 "이제 그 친구는 '싸움에 진 개‘가 아닌 거네." 하고 말하자 "아니에요."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그것도 아주 진지한 표정으로….

"결혼만 한다고 다 되는 게 아니에요. 그 정도 남성이라면 결혼해도 ‘싸움에 진개' 그대로죠, 아니, 그 이하가 될지도 몰라요. 모두가 부러워하는 상대를 만나야 '싸움에 진 개'에서 벗어날 수 있어요. 얼굴도, 성격도, 직업도 전부 그저 그런 남성이랑 결혼할 바에는 혼자 사는 편이 훨씬 나아요."

모처럼 남자친구가 생겼는데 이런 말을 듣다니 참 안 됐다는 생각을 하면서 ‘싸움에 진 개 이하’라는 그 남성이 한 번 보고 싶어졌다. '싸움에 진 개'는 사회 경험도 있고 생활력도 있다. 그녀들의 눈에 차는 남성이 그렇게 간단하게 나타날 리 없다.

"싸움에 진개'의 기준은 엄격하니까…. 어렵다 어려워." (무레 요코 / 『예고도 없이 나이를 먹고 말았습니다』 / 경향 BP).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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